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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연애로 발전하려다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by 무한 2010. 11. 16.
이럴 줄 알았으면 빼빼로 데이 이전에 매뉴얼을 하나 발행할 걸 그랬다. 근 일주일간 도착한 사연들의 90%가 빼빼로 데이에 크고 아름다운 헛발질을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빼빼로와 선물 사느라 돈 잃고, 성급하게 들이댄 까닭에 사람 잃고,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다가 계속 상황만 악화되어 결국 마음까지 잃는 대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날도 추운데 아버지 어머니 내복이나 한 벌 사드렸으면 좋았을 것을, 이건 뭐 완벽한 실패다. 그렇지만 괜찮다. 언 발에 오줌 눈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전에는 꼭 커플이 되어야지.'라며 또 하나의 부담을 포장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절망할 정도는 아니다.

오늘은 도착한 사연들에서 보이는 '실패루트'를 분석해 '재발방지''대처법'을 함께 생각해 볼 예정이다.

"그냥 편안한 사이로 지내고 싶어서 그런 거야. 부담 갖지마."
"아무래도 불편했던 건가? 우리 연락이 좀 줄어든 것 같아서..."
"내가 좋아서 준 거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럼 좋은 하루!"


요따위 멘트를 핸드폰 문자로 보내려 고민 중인 대원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그 핸드폰 집어 넣고 이번 매뉴얼을 읽으며 큰 그림을 그리자. 코앞만 내다보고 걷다가는 여기가 어디고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아노미 상태'에 접어들 수 있으니 말이다. 자, 달려보자.


1. 술이든 분위기든 취하지 말자

자신의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생각하거나, 로맨티스트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용기'보다 '절제'에 먼저 신경 쓰길 권한다. 몇몇 대원들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면 하고 후회하렵니다."라거나 "마음을 표현도 못했다가 상대에게 다른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안 하면 후회하지 않을 상황'이며 '마음을 과하게 표현해서' 둘의 사이를 엎지르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다.

심지어 상대가 먼저 호감을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굴러 들어온 복을 사커킥으로 거침없이 차 버리는 대원들이 있다. 그 대원들의 특징은 연애를 시작하고 해도 될 말들을 너무 미리 하는 것과, 자연스레 진행해도 될 사항들을 상대에게 계속 확인받으려 하는 것이다.

"보고 싶어."

라는 말을 건네 놓고 "정말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솔직하게 얘기한 것뿐인데, 이게 부담이 될 만한 이야기 인가요?"라고 얘기한다면 당신은 양심이나 똥꼬 둘 중 하나에 털이 난 것이 틀림없다. 우리끼리니까 까놓고 얘기해서 저 짧은 "보고 싶어."라는 말에 지구의 중량만큼이나 무거운 함축적 의미가 들어있다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지 않은가. 왜 그러면서 솔직했다느니 마음에 충실했다느니 하는 말로 합리화 하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가. 분위기에 취해서 문자 보낼 땐 기대를 깃발처럼 걸었다가, 상황이 좋지 않자 이제 와서 사심 없이 한 일이라고 얘기하진 말자.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를 주면서 쪽지에 적거나 문자로 보냈을 "부담 갖진 마."라는 말을 생략하라고 매뉴얼을 하나 적었어야 하는데 그게 참 안타깝다. "부담 갖진 마."라고 말하며 하는 행동의 99.92%는 부담스러운 행동이라는 결과를 부킹대학 우크라이나 연구소에서 발표한적 있다. "너에게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주는 선물이야, 부담 갖진 마."라는 말은 "술을 마시고 운전하긴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야."라는 말과 별 다를 것 없는 얘기다. "부담 갖진 마."라고 말할만한 일을 벌이지 말든가, 그 일을 벌이더라도 "부담 갖진 마."라고 말하지 말자. 그냥 "자, 선물."정도만 얘기해도 충분하다.

이미 이러한 헛발질을 한 대원들에겐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거나 실수를 만회하겠다며 '사과공세'를 하지 말길 권한다. 자신의 헛발질을 상대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괜찮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엎질러진 물이 다시 담기는 건 아니다. 헛발질보다 더 부담스러운 사과공세로 만회하려 하기보다는 보다 담백한 모습이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 엎질러진 물은 엎질러진 대로 놔두고, 새 물을 채우라는 얘기다.


2.  연애를 하기 전 자신부터 돌아보자


자신의 남자친구가 되어야 할 사람은, 주변에 아는 여자가 별로 없어야 하고, 자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유머러스해야 하고, 공연예술을 좋아해야 하고, 여자의 변덕을 이해해 주며 보통 이상의 외모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아주 오래 전 매뉴얼을 통해 한 번 있다.

"그런 사람이 왜 너랑 사귀나요?"


스스로 "제가 바로 저런 남자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꽤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런 남자를 찾는 것 보다 스파이더맨을 찾는 편이 더 빠를 거라 생각한다. 자기 자신만 놓고 보더라도 딱 한 가지 성격과 특징으로 정형화된 모습을 가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평소에 자상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도 급박한 상황에선 충분히 신경질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여자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참을 인자를 수집하다 보면 폭발할 수 있는 것이다.

친절하며 세심한 배려를 하는 A군 이지만 외모가 평균 이하라 마음이 가지 않고, 뛰어난 유머감각과 핸섬한 외모를 가진 B군 이지만 취향이 다르기에 사귀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날 때 까지 기다리라는 대답밖에 해 줄 말이 없다. 물론, 이것도 당신이 '공주'일 경우에만 해당되는 대답이지만 말이다.

하나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연애가 자신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활을 바꾸는 것은 자신이지 절대 상대가 아니다. 몇몇 대원들의 경우 "사귈 수만 있다면..."이라는 표현을 사연에 담아 보내는데, 바라던 대상을 옆자리에 두었다는 성취감이나 연애를 시작했다는 설렘의 유효기간은 참치캔 통조림의 유효기간보다 짧다. 모든 기대를 '연애'에 걸어 환상만 키우지 말자. 지금 살고 있는 당신의 삶 전체가 '진짜'다.

아, 그리고 "내가 옛날엔 으마으마 했거든~."류의 과거 미화도 자제하길 권한다. 예전에 남자가 많이 따랐다거나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는 말 그대로 '옛날얘기'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옛날얘기'만 계속하는 대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3. 늘 얘기하는 것들

매뉴얼을 통해 늘 얘기하기에 반복설명하기 지겨우니, 핵심만 간추려 적어둘까 한다.

A. 마음의 저울이 상대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당신은 상대에게 '연인'이 될 확률보다 '팬클럽'이 될 확률이 더 높다. 저울의 눈금을 맞추자.

B. 제발 상대의 마음을 확인받으려 하지 말자. '나에게 마음을 열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다가가자.

C. 의미부여는 당신에게 1인 2역의 역할을 선물한다. 그리고 결말은 대부분 비극이다. 

D. 계산할수록 머리가 아파지는 것은 당신이다.

E. 상대 마음의 문을 부술 듯이 발로 차지 말고, 똑똑똑, 노크를 하자.



사연을 보내주신 대원들은 이 중 자신의 이야기와 가장 잘 맞는 것을 골라 적절한 계획을 세우시기 바란다.


헛발질을 한 대원들의 경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후회와 망쳐버린 것 같은 관계에 대한 불안 등으로 '조급증'이 찾아올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노멀로그 내에 있는 검색창을 이용해 '연애조급증'을 검색한 뒤, 관련된 매뉴얼을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물이 흐르다 돌을 만났다고 호들갑을 떨거나 겁먹지 않는 것처럼, 당신의 이번 헛발질도 잠시 돌을 만난 거라고 생각하자. 그 돌은 넘거나 돌아서 내려가면 그만이다. 어쨌든 물이 계속 흘러가는 것처럼 당신과 상대의 관계도 계속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그럼 또 흘러가다 만나 그 어디쯤에서 재잘재잘 거리며 함께 흘러가면 된다. 어느 경기에서 자살골을 넣은 축구선수도 다른 경기에서는 추가골을 넣지 않는가. 실수 하나에 마음을 뺏겨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지 말고, 실수는 실수대로 두고 또 열심히 흘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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