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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돈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는 그녀, 어떡해?

by 무한 2011. 2. 8.
요즘들어 아래와 비슷한 내용의 사연들이 많이 도착한다.

"저는 올해 서른둘이 된 남잡니다. 집에 일이 있어 그간 모았던 천만 원을 집에 드리고, 현재 한 300만 원쯤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친구가 늘 서른이 넘기 전에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기에, 스물아홉인 올해 결혼을 하자고 얘기했습니다. 결혼 얘기를 하다 제가 지금 삼백만 원정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했고 대출을 받아서 결혼하자고 제의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긴 평생 가난하게 살았기에 결혼해서도 가난하게 살 수 없다네요. 여자친구에 대한 실망이 크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함께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네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여자친구를 설득해야 하나요?"

나도 이런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에게 "에이, 사랑이 먼저지 돈이 먼저 입니까? 돈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는 상대에겐 이러이러한 얘기로 설득하세요."라고 이야기 해 주고 싶지만, 그건 그냥 임시적인 눈가림일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한다. 당신이 해결해야 할 바로 그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1. 그녀는 정말 속물일까?

사연을 보내는 대부분의 커플대원들이, 여자친구가 결혼과 관련해 '돈' 얘기를 했다고 여자친구에게 '속물'이라는 이름표를 달거나, '이런 여자인 줄 몰랐다. 실망했다.'등의 고백을 한다. 더불어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는 거라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함께 극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대원들도 많은데, 그 얘기를 '당신'이 아닌 '여동생의 남자친구' 얘기라고 생각하고 살펴보자.

자, 여동생이 결혼을 생각하며 만난다는 남자친구를 데려왔다. 직장생활 6년차인 그는 한 달에 19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직종을 말하긴 좀 그렇고, 그곳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부장님이 3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회사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그는 하루건너 하루는 늘 지인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가진다. 사람과 술 외에 차를 좋아하는 그는, 얼마 전에는 구형 매그너스를 팔고 새로 나온 아반테를 구입했다. 게다가 사람 만날 일이 많다며 옷 하나를 사도 꼭 명품으로 고른다. 등산과 캠핑도 좋아하는 까닭에 얼마 전에는 모아 놓은 적금을 깨 텐트와 등산용품 등 관련 장비들을 구입했다. 현재 그가 모아둔 돈은 500만 원 정도 된다. 남자친구와 비슷한 월급을 받는 여동생은 오피스텔 보증금 4000만 원과 적금으로 모은 1200만 원 정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여동생에게 전해 듣고 당신은 그에게 "둘이 결혼 하면, 어디서 살려고?"라는 질문을 한다. 그러자 그는 "월세로 시작해서 점점 늘려가려고요."라고 대답한다. 그 대답을 들은 당신은 "뭐, 맞벌이 해 가면서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라며 애써 웃는다. 당신의 웃음을 그가 끊고 "맞벌이는 안 하려고요. 결혼하면 숙희는 집에서 살림 하게 할 거예요. 주말부부는 싫거든요."라는 이야기를 한다. 당신은 담배를 하나 꺼내 문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190에서 차량할부 값을 빼고, 기름 값을 빼고, 의류구입비를 빼고, 월세를 빼고, 공과금을 빼고, 대체 얼마가 남는지 계산해 본다. 당신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아기 낳으면, 어떻게 키우려고?"라고 묻는다. 그는 당신의 대답에 싱글싱글 웃고만 있다.

결혼은 중학교 입학이 아니다. 그냥 가고 싶은 학교 지원하면 아빠가 등록금 내주고, 엄마가 손잡고 같이 가 교복 맞춰주는 그런 차원의 일이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계획도, 준비도 없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고 식을 올리는 건 '불행'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결혼을 '투자'로 생각하는 상대라면 당신이 '속물'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든 실망을 하든 상관없겠지만, 준비와 계획 없이 '결혼 하면 어떻게 되겠지 뭐.'라고 생각하는 당신과 달리 현실적인 고민 때문에 망설이는 상대라면 그녀의 '속물근성'이 문제가 아니라, 당신의 '철없음'이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자.


2. 월급이 문제가 아니다

위의 글만 적어 놓으면, "그럼 돈이 많으면 철이 든 거고, 돈이 없으면 철이 안 든 건가요?"라고 말할 대원들이 있을 테니, '월급이 문제가 아니다.'라는 얘기를 적어 둔다. 위의 이야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책임감'과 '생활력'의 결여다. '책임감'과 '생활력'의 결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당신의 직장 사람들을 잠깐 훑어보는 것으로 좋은 예를 발견할 수 있다.

늘 말만 많고 제대로 마무리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바로 '책임감 결여'가 된 사람이다. 순간순간 위기에 대처하는 것에는 빠르지만 결국 그 일은 '실패'하게 되며, 그 실패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일도 잘 하는 사람이다. 이미 결혼한 커플부대원의 사연을 살펴보면, 이렇게 책임감이 결여된 사람들이 자주하는 멘트로는 "넌 도대체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라거나 "네가 나가서 돈 벌어봐. 내가 살림할 테니까."라는 것이 있다. 위의 글에 나온 '여동생의 남자친구'역시 주말부부가 싫어 맞벌이를 안 할 거라고 말은 잘 하지만, 결국 그에 대한 대책이 없기에 갈등은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다.

'생활력'이 결여된 사람은, 남들과 같은 돈을 받지만 계획성 없는 지출로 인해 늘 쪼들리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집안에 일이 있거나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어서 쪼들리는 것이 아닌 도박, 잡기, 객기, 호기 등으로 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의 친한 친구로는 '지름신'이 있으며, 자주 사용하는 멘트로는 "아 나도 몰라.""죽으면 끝이지."가 있다.

"난 아무 조건 없이 널 사랑하니까, 너도 아무 조건 없이 날 사랑해."라는 말은 멋져 보일지 모르지만, 책임감과 생활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위의 말을 하는 것 "난 이번 학기 성적 신경 안 쓰니까, 너도 이번 학기 성적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둘에게 남은 것은 '낙제'밖에 없다.

뭐, 두 사람 다 생활력과 책임감이 결여된 상태라면 함께 사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다. 얼마 전에도 그런 커플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지 않았는가.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3개월 된 아이를 굶겨 죽인 부부의 이야기 말이다.

당신은 '책임감''생활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바로 그 둘에 대해서 여자친구에게 말해주길 권한다. 당신이 계획한 미래를 보여주고, 그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들려주자. 그렇게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젓는 상대가 있다면, 그 상대는 '결혼'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취혼(취직+결혼)'을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또 '속물근성' 운운 하며 호들갑 떨지는 말자. 자식에게 헌신하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가 대부분이지만, 자식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부모도 있듯, 연애에서도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신분상승'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정도로 생각하자. 그 긴 시간 연애 하며 그저 밥 먹고, 영화만 봤는가? 입을 맞출 때를 제외하곤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연애와 상대를 잘 살피자.


말을 하란 얘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두 사람 아닌가. 내 속 마음은 이러이러한데, 네 속마음은 어떤지 궁금하다고 물으면 될 것을 가지고 엄한 사람 붙들고 "여자친구가 이런 얘길 하던데, 이건 무슨 뜻인가요?"라고 백날 물어서 뭘 하는가.

아니, 차라리 물어보면 이러이러하다고 얘기라도 해줄 수 있으니 다행이다. 혼자 꿍 해가지고서는 그 상처를 핥으며 복수를 계획하고 있거나, 상대의 진심도 듣지 않은 채 상대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뒤 가혹한 형벌을 선고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 아닌가.
 
오늘은 대화를 하자. 서로 마음속에 꽁꽁 숨겨 두고 있었던 것들을 다 꺼내 펼쳐보자.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상대에게 박혀 상처가 되어 있는 것들이나, 그간 생각했던 것들과 달리 서로에게 이상한 모습으로 그려진 부분들, 그런 것들을 다 꺼내 함께 살펴보자. 그럼 분명 "너무 늦지 않게 알게 되어 다행이야."라는 말로 당신의 연애는 원래의 궤도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무사복귀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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