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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물고기가좋다

구피와 화이트 클라키(애완가재)의 산란

by 무한 2011. 3. 4.
새우가 아니라 가재라고 한 여섯 번 쯤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우 많이 컸어?"라고 묻는 지인들 때문에 상심하는 순간이 많다. 마치 명절에 친척들이 모일 때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조카를 앞에 두고,

"내년에 중학교 간다 그랬던가?"

라는 물음을 설날에 한 번, 추석에 한 번, 다음 설날에 한 번 또 다음 추석에 한 번 계속해서 묻는 삼촌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 가재를 '벌걱지(벌레)'라고 하시는 할머니 얘기가 아니에요. 할머니는 '벌걱지'라고 계속 부르셔도 돼요. 할머니껜 제가 오래 전에 지지 쳤어요. 할머니 윈.)

이젠 포기하고 "새우 잘 크고 있지. 다음 달엔 새우탕 먹을 수 있겠다."라며 대화를 나눈다. 역시, 포기하면 편하다.

새우든 가재든 아무튼(이것도 라임 돋네), 내 방 안 작은 물탱크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오늘도 살짝 들여다 보자.



▲ 알을 가득 품고 있는 구피 암컷.

구피는 수정란을 모체의 밖으로 바로 내보내지 않고, 모체의 안에서 부화하여 '새끼'를 낳는 난태생이다. "가재와 새우도 구별하기 힘든 오늘날 이 시점에 난태생은 또 뭐냐?"고 할 지인들이 있으니 출산시기에 대한 'ㄱ자 구별법'이나 'ㄷ자 구별법' 등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물생활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구피는 '번식왕'으로 불린다. 보통 1달에 한 번 출산을 하는데, 출산 시엔 20~30마리 정도의 치어를 낳는다. 구피는 암수 모두 치어를 잡아먹는데, 치어들을 따로 사육하거나 치어들이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면 어항은 몇 개월 내로 '물 반 고기 반'의 상태가 된다.

구피의 산란은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기에 여러 자료들을 참고했음에도 '출산시기'를 구별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구피의 산란을 오랫동안 경험한 사육자들이 "배가 'ㄱ자'로 완전히 직각이 되면 곧 출산한다는 겁니다."라며 예시사진까지 올려두었지만, 아무리 봐도 '출산 7일 전'과 '출산 1시간 전'의 사진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열대어 커뮤니티에 임신한 암컷을 격리해 두지 않으면 자신이 낳은 새끼를 모두 먹어 버린다는 공포의 얘기들이 많았기에 구피를 부화통에 넣어 두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새끼를 낳을 기미는 보이지 않고, 부화통에 너무 오래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에 구피를 다시 꺼내 어항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 "나 기다렸다며?" 라며 모습을 드러낸 구피 치어.

구피 치어들이 태어났다. 가재 은신처 위에 부유물 같은 것이 있길래 들여다봤더니, 구피 치어였다. 갓 태어난 녀석들은 자꾸 바닥에 몸을 의지하려 했다. 아마 배 부분에 '난황'을 달고 있기에 몸이 무거워서 그런 듯싶다.

"위..위험해!"

구피 성어들은 이미 '가재의 무서움'을 알고 있기에 물의 상층부에서만 활동을 하는데, 치어들은 그냥 죄다 신기하고 죄다 새롭기만 한 지 무시무시한 가재들의 은신처를 놀이터삼아 놀고 있었다.



▲ "나는요~ 옵화가~ 좋은걸~" 이라며 오렌지 클라키 등에 업혀 놀고 있는 구피 치어.

오렌지 클라키들이 구피 치어에 별 관심을 안 보였기에 다행이지, '생먹이'로 인식했다면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구피 치어들은 모두 오클들의 먹이가 될 뻔 했다.
 
부랴부랴 치어들을 모두 건져 안전한 부화통에 넣어 주었다.



▲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구피 치어들.

치어들은 '헤엄친다'는 느낌보다 '튀어간다'는 느낌으로 톡톡, 거리며 움직인다. 모두 열세 마리. 아직까지 한 마리의 낙오도 없이 무사히 다 살아 있다.



▲ 부화통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구피 치어들.

사실, 구피는 가재 어항의 '미즈지렁이 퇴치''어항 청소'를 맡기기 위해 스카웃 했는데, 이렇게 예정에 없던 산란을 해 버리니 당혹스럽긴 하다.

조만간 백설이(화이트 클라키, 암컷)가 품고 있는 치가재들이 독립하면 부화통엔 치가재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럼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고민이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고, 이어서 백설이의 소식을 살펴보자.



▲ 백설이가 품고 있는 화이트 클라키 치가재들.

은신처를 울퉁불퉁한 화산석으로 만들어 준 까닭에 백설이 몸에 상처가 많이 났다. 포란 전에는 고인돌 형태로 만들어 준 은신처에서도 잘 살더니, 포란 후에는 극도로 예민해져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땅을 파고 또 파더니 저렇게 되어 버렸다.

치가재들이 모두 독립하고 나면 PVC파이프나 코코넛 껍질로 은신처를 안전하게 바꿔 줄 예정이다. 탈피를 하고 나면 상처가 다 없어지긴 하겠지만, 행여 눈에라도 상처가 나면 영영 복구가 되지 않기에 서둘러 은신처를 손 봐줄 생각이다.



▲ 4시간을 기다려 겨우 볼 수 있었던 백설이의 뒷모습.

치가재는 대략 100마리 정도 되는 것 같다. 치가재 분양은 공쥬님(여자친구) 소관인 관계로, 미리 예약을 해 둔 지인들에게 먼저 분양을 해 줄 듯싶다.

화이트 클라키 치가재들은 오늘이나 내일 쯤 지상에 다리를 붙이고 걷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난 어항 하나를 더 들여 놓기 위한 길고 험한 협상을 어머니와 벌일 예정이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위한 마트 상품권은 미리 준비해 두었다. 협상이란 이런 것이다.



▲ 또 한 번의 탈피를 마친 오렌지 클라키 치가재.

오렌지 클라키들과 플로리다 허머들의 어항을 바꿔 주었다. 플로리다 허머의 색과 바닥재인 흑사의 색이 비슷하기에 구별이 쉽지 않을 뿐더러 사진을 찍어도 마음에 들지 않게 나오길래, 어항 물을 갈아주며 녀석들을 잠시 격리했다가 어항만 바꿔서 넣어 주었다.

좌측이 탈피를 마친 지 하루 지난 오렌지 클라키이며, 우측이 탈피 하루 전 의 오렌지 클라키다. 탈피를 앞두고는 짙은 발색이 돌고 등갑이 뜬다. 지난 글에서 '시신경'운운했던 눈 뒤쪽의 '노란부분'은 시신경 관련 부분이 아닌, 탈피 후 갑각을 굳게 할 '칼슘'의 저장소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서열 1위로 올라 선 오렌지 클라키 암컷.


위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맨 마지막 다리 하나 말고도 지난 글에서 '오렌지 클라키 수컷'이라고 소개한 사진보다 뭐가 하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녀석은 암컷이다.

탈피 예정일 보다 2일이나 먼저 탈피를 한 까닭에 녀석이 서열 1위로 올라섰다. 직전의 1위 였던 녀석도 등갑이 뜬 걸로 봐선 오늘이나 내일 중 탈피를 할 듯싶다. 모두 탈피를 마치고 갑각이 완전히 굳고 나면, 어항 안엔 또 숨 막히는 긴장감이 돌 것으로 예상된다.



▲ 바뀐 환경에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는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중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녀석이다. 그래봐야 아직 크기는 오클의 1/3에도 못 미친다. 허머 뒤쪽으로 보이는 배수관 은신처는, 위의 오클 사진에 있는 은신처와 크기가 같으니 눈짐작만 해도 허머가 얼마나 작은 지 알 수 있다.



▲ 여전히 명상을 좋아하는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어항 앞으로 다가가기만 해도 경계하고, 오클에 비해 활동량이 떨어지는 관계로 소심한 녀석들인 줄 알았는데 소심한 게 아니라 신중한 거였다. 오클들이 이젠 구피 사냥을 포기하고 어울려 잘 노는 것과 달리, 허머들은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결국 사냥에 성공한다.


이렇게 오늘의 새우, 아니, 가재 이야기도 끝을 맺을 시간이다. 부대끼는 와중에서도 열심히 축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저 작은 생명들처럼, 그대도 굳건한 축을 두고 즐거운 하루 보내길 바라며!


여기서 잠깐!

블로그 레이아웃의 한계로 인해서 클라키 및 다른 생물들의 사진을 노멀로그에서는 580px의 크기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1000px의 큰 사진을 보실 분들은 노멀로그 갤러리 (http://normalog.blog.me/)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멀로그 갤러리에선 간디의 사진도 보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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