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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늘 주변인으로 맴돌아야 하는 연애, 문제는?

by 무한 2011. 4. 13.
징징거리지 말자. "역시 저한텐 그냥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연애가 더 잘 어울리나 봐요."따위의 힘 빠지는 얘기는 하지 말자. 그대가 이 화창한 봄날에 꿈같은 벚꽃놀이 대신, 저 깊은 어둠으로 침몰하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건 무슨 운명 같은 게 아니다. 그건 그냥 과거에 뜨겁게 데인 적이 있어 지레 겁을 먹거나, 숨어서 돌 던지곤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버릇을 버리지 못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다. 

구구단을 한 번 잘 못 외워두면 풀게 되는 곱셈 문제들을 모두 틀려 버리는 것처럼, 늘 당신을 주변인의 자리에 있게 만드는 그 나쁜 습관들, 지금 바로 살펴보자.


1. FBI 프로파일러 뺨은 그만 치자

당장 FBI 행동분석팀에서 스카웃 해 갈 정도로 '프로파일링'에 도가 튼 대원들이 있다. 남달리 예민한 촉을 지닌 이런 대원들은, 늘 커피를 마시던 상대가 어느 날 홍차를 마시고 있을 경우 거기서 7가지 심리변화의 증거를 찾아내고, 상대가 잠깐 웃었다가 금방 무표정한 얼굴을 한 것에서 12가지 의미를 찾아낸다. 

이런 대원들이 보낸 A4용지 6장 분량의 사연 중 다섯 줄이 '사실'이고, 나머지는 모두 '추측'이다. 제 삼자, 사자, 오자, 육자 다 끌어 들여 이야기를 만들곤 심증을 굳힌다.

"커피숍에서 일하는 상대에게 말을 걸며 친해지고 있는 중인데, 어느 날 상대가 예전과 달리 좀 무뚝뚝한 응대를 하기에 다른 테이블을 살펴보니, 가게 문을 기준으로 좌측 세 번째 테이블에 그 여자의 '관심남'으로 추측되는 다른 남자가 앉아 있더군요."

라는 사연을 보자. 이 상상꾸러기 대원의 추측은 훗날 사실과 전혀 관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냥 상대가 이 상상꾸러기 대원에게 부담을 느끼고 좀 거리를 두기로 했던 것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상꾸러기 대원은 사연의 마지막에 이렇게 적는다.

"왜 여자들은 마음속에 여러 남자를 두려고 하는 거죠?"

아니, 이게 무슨 참치김밥 칼 맞고 마요네즈 흘리는 소린가. 상대가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건 어디까지나 '추측'이었지, '사실'은 아니었잖은가. 자꾸 쳐다보니까 당연히 불편해서 눈을 피하는 건데, 그걸 마음이 없다는 증거로 삼고, 올 때 마다 뭘 자꾸 주니까 그게 부담스럽다고 말한 건데, 그걸 '너랑은 절대 연애 할 생각 없음.'이란 증거로 삼으니, 당연히 거대한 패배감이 만들어 지는 거다.

촉이 예민한 그대가 프로파일링을 사용할 경우, 상대의 실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론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상대의 행동을 근거로 다음 행동을 예측해 뭔가를 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다음 행동을 먼저 예측한 후 현재의 상황을 우울하게만 해석할 수 있단 얘기다.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백해야지.'라거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라며 둘의 관계를 망치게 된다.

"무한님, 왜 슬픈 예감을 틀리지 않는 걸까요?"

라고 묻는 대원들에게는 이미 예전에 한 번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그건 그대가 슬픈 예감만 하고 앉아 있으니 계속 슬픈 일만 벌어지는 거다. 혼자 엉뚱한 심증만 굳히고 있는데, 좋은 결론이 찾아올 수 있겠는가? 결과가 어떻든 스스로를 격려하길 권한다. 스스로를 격려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격려해 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2. 더하기 빼기부터 공부하자

어차피 내게 보내는 사연은 우리 둘만 아는 얘기가 될 텐데, 사연에 너무 훼이크를 쓰지 말자. 사연 하루 이틀 받아보는 것도 아닌데,

"상대도 저에게 호감이 있다는 건 분명하고요, 노멀로그에서 말한 대로 제 마음을 절제하고 조급하지 않게 다가가려 노력 중이에요. 그래서 연락도 많이 줄였구요. 근데 그러다보니 상대의 연락도 줄어들고, 예전처럼 긴 시간 통화하는 것도 힘들어 졌네요..."

라며 약을 팔진 말자는 거다. 그게 그냥 '커져가는 관심이 부담되지 않게 연락을 줄인 것'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둘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뭔가 한 번 크게 질렀거나 엎질렀던 거다. 그래서 상대가 그것에 대해 움찔, 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상대의 '움찔'을 그대는 겨드랑이로든 새끼발가락으로든 느꼈다. 그래서 연락을 줄여가기 시작한 것 아닌가.

물이 엎질러졌다는 것이 사연에서 그대로 읽히는데, "이 물을 엎지르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건, 그냥 같이 좀 뒷북을 쳐달라는 얘기 아닌가. 같이 뒷북을 치고 있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짧다. 그대의 실수를 수학적으로 살펴보자.

4 / 2 + 5 = x

그대가 풀어야 했던 식은 바로 이 공식이었다. 사랑(4)을 둘(2)이 나눠 가진 뒤 나(5, 吾)를 더했어야 했단 얘기다. 그럼 아마 7이라는 답이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사랑(4)에 나(5)를 더한 뒤 둘(2)로 나눠 가지려 했다. 더하기를 먼저 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사랑(4)과 나(5)를 더해 나온 욕구(9)를 둘(2)로 나눠 가지려고 하니 꺼림칙한 소수점까지 나와 버리는 것 아닌가.

숫자가 나온다고 너무 머리아파 하진 말길 바란다. 나도 문과 출신이라 지금 숫자 쓰면서 더하느라 정신없다. 아무튼 둘(2)이 나눠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소수점 없이 딱 떨어지는 값이 나와야 한다. 그대가 칠칠맞거나(7), 나(5)밖에 모르거나, 일(1)만 생각하거나, 욕구(9)만 가지고 있다면 그 값들을 둘(2)이 나눠 가질 수 있도록 뭔가를 빼거나 더해야 한단 얘기다.

지금 그대가 가지고 있는 숫자가 깔끔하게 둘로 나눠지지 않는 까닭에 고민과 불안과 초조에 시달린다면 삶(3)이나 일(1)을 더하거나, 칠칠맞음(7)이나 욕구(9)를 빼보자. 그러면 둘(2)이 나눠가질 수 있는 깔끔한 값이 나올 것이다. 둘로 나눌 수 있는 숫자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일단 그 나누기만 성공하면, 부족하거나 넘치는 것들은 그 후에 또 더하고 뺄 수 있다. 홀수의 숫자 카드만 들고 둘로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기다리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 잊지 말길 권한다.  


3. 제발, 전화만 붙들고 있지 말자

연애는, 마음껏 골라 장바구니에 넣은 뒤 결제만 하면 다음 날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인터넷 쇼핑이 아니다. 당신이 직접 상대에게 다가가고,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리며, 마음이 맞았을 때 함께 손 붙잡고 걷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변인'의 배역을 버리지 못하는 대원들은, 상대의 얼굴을 한 번 보거나 우연한 계기로 한 번 마주친 후 '문자'나 '메신저', 또는 '전화통화' 따위로 모든 과정을 다 패스하려 한다. 인터넷 뱅킹도 사용하다 비밀번호 몇 번 틀리면 직접 영업점에 나가서 신분증 제시하고 비밀번호를 바꿔야 하는데, 어찌 연애를 전화기 하나 붙들고 다 해결하려 하는가.

모든 상황이 자신이 예상하는 것에 다 들어맞아야 움직이려는 습관을 버리자. 문자나 전화로 상대를 떠보며 자신감을 챙기려는 못된 습관도 버리자.

"만나자고 해도 싫다는데, 그럼 방법 없는 거 아닌가요?"

계속 빙빙 돌리고 찔러 대니까 상대가 질색을 하게 된 거다. 이렇게 얘길 한다고 해서 또 '만나는 것'에 목숨을 걸고,

"금요일은요? 그럼 토요일은요? 안 되면, 일요일은요?"

이렇게 달려들진 말길 권한다. 당신도 집에 혼자 있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며 "문 좀 열어 주세요. 문 좀 열어 보라니까요. 문 열면 얘기해 줄 테니까 일단 문 좀 열어 보세요."라고 말하면 보조키까지 잠글 것 아닌가. 상대가 겁먹도록 무섭게 노크하지 말고 살며시 노크하자. 물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가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를 당신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누굴 만나기만 하면 문을 쾅쾅쾅 두드리는 대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니, 그 얘기는 나중에 더 이어서 보도록 하자.


이제 뭐가 문제였는지 좀 알겠는가? 위와 같은 행동들을 사람만 바뀐 채 계속 저지르면 늘 같은 결과만 찾아오는 게 당연한 거다. 운명이나 팔자 핑계만 대지 말고, 이젠 당신을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이 나쁜 습관들부터 버리자.

이 좋은 봄날에, 연애가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고 시무룩해있을 것이 아니라, 연애가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생각을 바꾸자는 거다.

"솜사탕 좋아하세요? 제가 솜사탕 진짜 맛있게 하는 맛집을 아는데, 토요일에 솜사탕 한 뭉치 어떠세요? 여의도 윤중로에 있는데, 다른 곳이랑 차원이 달라요."

벚꽃놀이는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말자.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를 원하면서 왜 "이겼노라."에만 신경을 쓰는가. 거리로 나가자. 현기증이 날 만큼 날씨가 좋다.



▲ 다들 이번 주 토요일에 윤중로에 가면 볼 수 있는 겁니까?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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