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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글모음/작가지망생으로살기

컴퓨터와 인터넷 모르는 엄마는 외롭다

by 무한 2009. 4. 15.
"주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이런 글들이 아무리 올라와 봤자, 50대 이상 대부분의 엄마들은 컴퓨터나 인터넷에 익숙하지가 않다. 마우스 움직이는 법을 아무리 알려드려도 마치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할 정도로 부적절한 움직임을 보이시기도 하고, 절전 상태로 해 놓고 출근 한 날 키보드를 건드리시는 바람에 컴퓨터가 켜지자 '야, 큰일났다. 엄마가...' 하시면서 전화를 하실 정도로, 컴퓨터와는 친하시지가 않다.

P양(27세, 무직을 피해 대학원 재학중)의 어머님의 경우, 부팅에서 로그온 까지는 마스터 하셨지만, 컴퓨터로 하시는 일은 딸이 켜 놓고 나간 컴퓨터를 안전하게 종료시키는 일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대학원에 제출해야 할 파일을 USB에 담아왔지만 중요한 날은 언제나 그렇듯 USB 인식불가. USB를 포맷하라는 컴퓨터의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를 뒤로 한 채 엄마에게 전화해 파일의 중요한 내용만을 불러 달라고 하여 다시 작성할 생각으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P양 - (사정을 설명한 뒤 로그온까지 마치고) 거기 내 컴퓨터 있잖아. 내 컴퓨터 폴더.

엄마 - 뭐라고? 니 컴퓨터?

P양 - 아니, 내 컴퓨터 라고 써 있는거

엄마 - 컴퓨터에 니꺼라고 써있어?

P양 - 아니! 내 컴퓨터 말이야 내 컴퓨터

엄마 - 그래 니 컴퓨터

P양 - 그게 아니고 한글로 내 컴퓨터 라고 써 있는 거 하나 있잖아

엄마 - 니가 컴퓨터가 하나지 두개야?

P양 - 화면에 내 컴퓨터라고 써 있잖아

엄마 - 화면에 니 컴퓨터라고 어디 써있어.


니 컴퓨터...OTL


이후 동일한 상황 반복으로 제출 포기.


그리고 며칠 후,

P양은 역시나 USB 인식 불가 덕분에, 다시 집에 전화를 건다. 며칠 전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엄마와의 대화로 어느정도 마음은 접은 상태지만, 그래도 이번엔 '내컴퓨터'가 아닌 바탕화면에 파일이 있기 때문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P양 - (역시 로그온 뒤 상황, 이미 좀 자포자기 상태) 엄마 '이소라의프로토스' 라고 써 있는 파일 보여?

엄마 - 응 (예상외로 한번에 찾아 내셨다)

P양 - (압축파일임을 깨닫고) 음.. 압축을 풀어야 하는데 

엄마 - 뭘 풀어?

P양 - 그 파일에 화살표 대고 마우스 오른쪽거 눌러봐봐 

엄마 - 응

P양 - (일이 잘 되간다 생각하며) 거기 압축풀기라고 있지?

엄마 - 아니 

P양 - (일이 잘못됨을 직감하며) 마우스 오른쪽 거 누른거 맞아?

엄마 - 응 

P양 - 자, 다시 화살표 갖다 대고 마우스 오른쪽거 눌러봐봐 

엄마 - 응 

P양 - 압축풀기 보여?

엄마 - 아니 


이후 같은 상황 5-6회 반복후 P양이 좀 짜증난 상태 


P양 - 아니 왜 압축풀기가 안나오냐고!! 제대로 한거 맞아??

엄마 - (화나신 목소리로) 안나오는 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 

P양 - ......

엄마 - (성이 안 풀리신듯) 니가 제대로 챙겨가야지 안나온다고 왜 엄마한테 짜증이야 

P양 - ......

엄마 - 그러니까 컴퓨터에 왜 압력을 걸어놔!

압력?

P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어머님은 아직 압축파일보다는 압력밥솥과 더 친하신듯, P양의 GG선언으로 제출 포기하고 상황 마무리.


컴퓨터와 엄마에 관한 에피소드는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런 분들의 에피소드는 댓글을 통해 공유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인터넷과 별로 친하지 않은 엄마의 얘기가 있다.

H군(27세, 취직 6일째)의 어머니는 TV를 즐겨 보시지 않는 편이셨다. 더군다나 인터넷은 아직 경험이 없으신 까닭에 연예정보에 대해서 상당히 느리신 편이다. 얼마전부터 부활의 '김태원'씨가 TV토크쇼에서 빵빵 터지는 이야기들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고, 인터넷으로 연예뉴스를 접한 사람이라면, 이제 얼굴만 보고도 '김태원'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토요일 오후, H군의 가족들이 오랜만에 집에 모여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TV에서는 부활의 김태원씨가 출연한 '놀러와'가 케이블에서 재방송되고 있었다.

엄마 - 어머, 쟤 정말 오랜만에 나왔네.

H군 - (김태원을 알아보는 어머니가 신기한 듯) 엄마, 저사람 누군지 알아?

엄마 - 그럼. 어머 정말 오랜만에 나왔다.

H군 - ......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와 김태원은 약간 시대가 다를텐데, 남진이나 나훈아라면 몰라도 김태원을 아는 엄마가 좀 의아하다고 생각하던 중.

TV에서는 기타치는 모션을 보여주기 위해 김태원씨가 일어난다.

엄마 - 어머, 어머, 쟤 일어났어.

H군 - 일어난게 왜?

엄마 - 쟤 다리 다쳐서 휠체어 타더니, 이제 일어날 수 있나 보네

H군 - 김태원이 휠체어 탔었어?

엄마 - 김태원? 강원래 아니야?


강원래......OTL

H군이 옆에 없었으면, 어머니께서는 직장에 나가 "강원래 다 나아서 걸어다니던데" 하는 이야기를 퍼트리셨을 수도 ...


최신 정보에 늦고, 아직 마우스컨트롤에 서투르며, 모니터를 먼저 켜야 할지, 컴퓨터를 먼저 켜야 할지 항상 걱정하시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그건 익숙하게 컴퓨터를 다루는 '나'의 책임도 어느정도 있지 않을까?

주말에라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가족들에게 인터넷 고스톱이라도 알려 주고 (중독되면 책임못짐, 친구 어머니 중 한 분은 캐쉬충전까지 마스터 하심), TV를 함께 보며 이런 저런 수다라도 한 번 떨어 보는 것은 어떨까?

외로운 엄마가 한 분이라도 줄어들길 기원하며, 이땅의 모든 어머님들을 위한 글,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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