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보기  댓글쓰기
"주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이런 글들이 아무리 올라와 봤자, 50대 이상 대부분의 엄마들은 컴퓨터나 인터넷에 익숙하지가 않다. 마우스 움직이는 법을 아무리 알려드려도 마치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할 정도로 부적절한 움직임을 보이시기도 하고, 절전 상태로 해 놓고 출근 한 날 키보드를 건드리시는 바람에 컴퓨터가 켜지자 '야, 큰일났다. 엄마가...' 하시면서 전화를 하실 정도로, 컴퓨터와는 친하시지가 않다.

P양(27세, 무직을 피해 대학원 재학중)의 어머님의 경우, 부팅에서 로그온 까지는 마스터 하셨지만, 컴퓨터로 하시는 일은 딸이 켜 놓고 나간 컴퓨터를 안전하게 종료시키는 일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대학원에 제출해야 할 파일을 USB에 담아왔지만 중요한 날은 언제나 그렇듯 USB 인식불가. USB를 포맷하라는 컴퓨터의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를 뒤로 한 채 엄마에게 전화해 파일의 중요한 내용만을 불러 달라고 하여 다시 작성할 생각으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P양 - (사정을 설명한 뒤 로그온까지 마치고) 거기 내 컴퓨터 있잖아. 내 컴퓨터 폴더.

엄마 - 뭐라고? 니 컴퓨터?

P양 - 아니, 내 컴퓨터 라고 써 있는거

엄마 - 컴퓨터에 니꺼라고 써있어?

P양 - 아니! 내 컴퓨터 말이야 내 컴퓨터

엄마 - 그래 니 컴퓨터

P양 - 그게 아니고 한글로 내 컴퓨터 라고 써 있는 거 하나 있잖아

엄마 - 니가 컴퓨터가 하나지 두개야?

P양 - 화면에 내 컴퓨터라고 써 있잖아

엄마 - 화면에 니 컴퓨터라고 어디 써있어.


니 컴퓨터...OTL


이후 동일한 상황 반복으로 제출 포기.


그리고 며칠 후,

P양은 역시나 USB 인식 불가 덕분에, 다시 집에 전화를 건다. 며칠 전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엄마와의 대화로 어느정도 마음은 접은 상태지만, 그래도 이번엔 '내컴퓨터'가 아닌 바탕화면에 파일이 있기 때문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P양 - (역시 로그온 뒤 상황, 이미 좀 자포자기 상태) 엄마 '이소라의프로토스' 라고 써 있는 파일 보여?

엄마 - 응 (예상외로 한번에 찾아 내셨다)

P양 - (압축파일임을 깨닫고) 음.. 압축을 풀어야 하는데 

엄마 - 뭘 풀어?

P양 - 그 파일에 화살표 대고 마우스 오른쪽거 눌러봐봐 

엄마 - 응

P양 - (일이 잘 되간다 생각하며) 거기 압축풀기라고 있지?

엄마 - 아니 

P양 - (일이 잘못됨을 직감하며) 마우스 오른쪽 거 누른거 맞아?

엄마 - 응 

P양 - 자, 다시 화살표 갖다 대고 마우스 오른쪽거 눌러봐봐 

엄마 - 응 

P양 - 압축풀기 보여?

엄마 - 아니 


이후 같은 상황 5-6회 반복후 P양이 좀 짜증난 상태 


P양 - 아니 왜 압축풀기가 안나오냐고!! 제대로 한거 맞아??

엄마 - (화나신 목소리로) 안나오는 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 

P양 - ......

엄마 - (성이 안 풀리신듯) 니가 제대로 챙겨가야지 안나온다고 왜 엄마한테 짜증이야 

P양 - ......

엄마 - 그러니까 컴퓨터에 왜 압력을 걸어놔!

압력?

P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어머님은 아직 압축파일보다는 압력밥솥과 더 친하신듯, P양의 GG선언으로 제출 포기하고 상황 마무리.


컴퓨터와 엄마에 관한 에피소드는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런 분들의 에피소드는 댓글을 통해 공유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인터넷과 별로 친하지 않은 엄마의 얘기가 있다.

H군(27세, 취직 6일째)의 어머니는 TV를 즐겨 보시지 않는 편이셨다. 더군다나 인터넷은 아직 경험이 없으신 까닭에 연예정보에 대해서 상당히 느리신 편이다. 얼마전부터 부활의 '김태원'씨가 TV토크쇼에서 빵빵 터지는 이야기들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고, 인터넷으로 연예뉴스를 접한 사람이라면, 이제 얼굴만 보고도 '김태원'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토요일 오후, H군의 가족들이 오랜만에 집에 모여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TV에서는 부활의 김태원씨가 출연한 '놀러와'가 케이블에서 재방송되고 있었다.

엄마 - 어머, 쟤 정말 오랜만에 나왔네.

H군 - (김태원을 알아보는 어머니가 신기한 듯) 엄마, 저사람 누군지 알아?

엄마 - 그럼. 어머 정말 오랜만에 나왔다.

H군 - ......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와 김태원은 약간 시대가 다를텐데, 남진이나 나훈아라면 몰라도 김태원을 아는 엄마가 좀 의아하다고 생각하던 중.

TV에서는 기타치는 모션을 보여주기 위해 김태원씨가 일어난다.

엄마 - 어머, 어머, 쟤 일어났어.

H군 - 일어난게 왜?

엄마 - 쟤 다리 다쳐서 휠체어 타더니, 이제 일어날 수 있나 보네

H군 - 김태원이 휠체어 탔었어?

엄마 - 김태원? 강원래 아니야?


강원래......OTL

H군이 옆에 없었으면, 어머니께서는 직장에 나가 "강원래 다 나아서 걸어다니던데" 하는 이야기를 퍼트리셨을 수도 ...


최신 정보에 늦고, 아직 마우스컨트롤에 서투르며, 모니터를 먼저 켜야 할지, 컴퓨터를 먼저 켜야 할지 항상 걱정하시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그건 익숙하게 컴퓨터를 다루는 '나'의 책임도 어느정도 있지 않을까?

주말에라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가족들에게 인터넷 고스톱이라도 알려 주고 (중독되면 책임못짐, 친구 어머니 중 한 분은 캐쉬충전까지 마스터 하심), TV를 함께 보며 이런 저런 수다라도 한 번 떨어 보는 것은 어떨까?

외로운 엄마가 한 분이라도 줄어들길 기원하며, 이땅의 모든 어머님들을 위한 글, 이었다. ^^



추천은 필수, Always miss you!



댓글 무료, 트랙백 공짜니까, 많이들 이용하세요!
이전 댓글 더보기

두마디V2009.08.17 07:5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우리 엄마도 배우면 좋으련만.
통 배우려 하지 않아요~
제 업무중에 정보화교육도 있어서
노인분들 가르쳐드리다보면.
우리 엄마도 가르쳐드리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ㅠㅠ 쿨럭~
여튼 나이 드셔서도 노력하시는 모습 보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난 뒤쳐지지 말아야지 하는 걱정도 한켠엔.. 후덜덜

하하2009.08.20 22:0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는 좀 별다른 경우일까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일반 주부지만 저보다 타자나 엑셀, 워드,포토샵,동영상 편집 같은거 더 잘하시는데...;
다만 저는 컴퓨터 고장이나 조립 같은쪽으로 더 잘알고 있지만요 ㅎㅎ;
그러나 아버지는...음... 장기나 가끔 두시는 정도니 뭐 비슷하네요 ㅋㅋ

찌영이2009.08.27 20:2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글쓴님 글 너무 재미있게 잘쓰시네요~
꼭 저희 엄마를 보는것 같아 계속 웃으면서 읽었어요~
글구 마무리멘트또한 너무 감동적이시궁~
덕분에 기분 업됐어요~ 감사합니다 ㅎㅎㅎ

rbel2009.09.02 16:3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들 원격 걸어라

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님 말씀이 들리는듯..

깜두엄마2009.10.01 16:0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희엄마 무려 1년에 걸쳐 컴 키고 메일 보내는것까지 갈켜놨더니
어느날 회사에있는 저에게 걸려온 전화..
"딸~! 이거 이상해.. 내가 너한테 이메일을 보내려고 하는데
0.5cm 0.5cm 네모가 자꾸 내 글을 잡아먹어~!!"
당최 무슨말인지 못알아들겠어서 엄마가 한 과정대로 똑같이
daum을 열고 편지쓰기를 했는데.. 범인은 바로.. 커서..

예를들면..
'가나다'를 입력하는데 '가'다음에 '나'를 입력하면 두번째 'ㅏ'를 치기전엔
'간' <- 요런 상태가 된다는거죠..
기막혀서 한참을 멍~ 때렸다눈..

프리시아2009.10.11 17:5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ㅎㅎ 재미나게 잘 봤습니다.
담아가도 되나요?

란군ㅡ_ㅡ;2009.10.16 14:5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희 엄마는 알려주려고 해도 눈이 안 보이신다며.. 안 배우세요..
그럼, 전 안경을 사드려야 할까요??ㅡ_ㅡ?????
이런 글 한참 웃었지만, 초콤 가슴이 아프네요..

소다2009.11.18 11:5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너무웃겨요무한님 ㅋㅋㅋ압력..쵝오!! ㅋㅋ

생각이 다른2009.12.21 17:5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ㅋㅋㅋ 울 친구중에 부팅만하면 컴퓨터 폭파되는 줄 알고
컴퓨터에는 손도 못대는 컴맹이 있어요
지식인이 아니구 원시인인지...

나두 압력 밥솥하구는 친한데
그래두 입력정도는 숙지하고 실행하는뎅...ㅎㅎ
엄마들에게 컴교육 시킬때는 꼭 설명후 실행하는 것을 보구
또 재교육이 필요하답니다.
경로조차를 모르니
설명해도 머릿속이 하애지면서
얘가 뭔소리를 하는겨~ 하는 생각만 뱅뱅도니까요

허숙희2010.03.04 13:4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제가 좀...뒤늦게 노멀로그를 접하게 되서 그러는데요..
무한님도 직업이 있으신가요???
쌩뚱맞은 질문이겠지만, 진짜로 궁금해요.

저의 날카로운 추리력(응?)에 의하면
"동료"도 있으신거 같고.. "출근"도 하시는거 같고..
그러니까...낮엔 취침+식사하시고 밤엔 글쓰시는 분이시라고 상상했거든요..

흠흠..질문하고보니..

봄이다2010.04.07 16:4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 사무실에서 빵 터졌음.. 잘 웃고 갑니다ㅋㅋㅋ

유학생2010.04.27 18:1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웃고갑니다
저의 엄마가 저 정도까지가 아닌 게 얼마나 감사한지

2010.05.20 11:00

수정/삭제 답글달기

비밀댓글입니다

윤이2010.06.16 19:4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후우. 인터넷 사용을 잘 할줄 아시는 어머니도 문제입니다.
제 아이디를 언제 알아 내셨는지 까페에 가입해서 활동하시질 않나
메일함도 가끔 들어가 보시고는
'니 메일함에 왜이렇게 스펨이 많은거니'
라며 연락이 옵니다.
엄마. 내 프라이버시좀 지켜주 ㅠㅠㅠㅠ

DoCo2010.08.16 16:0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제 부모님은 인터넷 고스톱을 즐기시지요.. ㅋㅋㅋ
유일한 취미생활이 되신.. ;

gloval2011.11.13 20:3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정말 빵터졌습니다 백배공감!!

gloval2011.11.13 20:3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정말 빵터졌습니다 백배공감!!

gloval2011.11.13 20:3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정말 빵터졌습니다 백배공감!!

민들레2012.03.04 15:3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50대 후반 우리 친구들은 컴맹이 없는데 ~~~요.교회에 친구들은 다 컴맹들,,가르쳐 준다고 해도 싫다하고 ..핸드폰 바꾸면 사용법이 숙지가 어렵다고 수명을 다하도록 쓰겠다는 우리 엄마들,,,ㅎㅎㅎ 공감 백배..

컴강사2012.03.23 00:4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제가 늘 접하고 있는 상활들이어서 글 읽는 내내 웃느라고..ㅋㅋ
주로 나이드신 분들 가르치고 있어서 저런 일이 비일비재 하지요.
메일 공부 하는데 상대방 주소에 행정주소(예:광주광역시 동구 xx동...) 적으시는 분들 가끔 있는데 그 주소 말고 이메일 주소를 적어야 한다고 미리 말씀 드리고 나서.. 그럼 상대방 메일 주소 적으세요..하고 가서 보니..
광주광역시 동구 xx동... 으로 떡 하니 적고나서, 제대로 쓰고 있는 옆짝궁에게 자기 방식으로 가르쳐 주고 계시질 않나..
에피소드가 책한권 낼 정도입니다. ㅎㅎㅎ
댓글은 무료로(응?), 별도의 가입이나 로그인 필요 없이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사연은 공지(클릭)를 읽으신 후 신청서에 적어 메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