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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연애를 위해 간직해야 할 세 가지 비밀

by 무한 2011. 4. 21.
많은 대원들이 '솔직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느껴지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아무 가공도 없이 상대에게 털어 놓는 것을 '솔직함'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솔직함'이 정말 연애에 도움이 될까?

난 '솔직함'이란, '날 것'그대로의 상태로 상대에게 내밀어야 할 때도 있지만, 어느 때는 철저한 요리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익히지 않고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쉬운 음식들을 불에 익히듯, 상대에게 탈이 날 것 같은 '솔직함'이라면 충분한 요리과정을 거친 후 건네야 한단 얘기다. 내가 느낀 솔직함이 '싹 난 감자'라면, 그 싹은 다 도려내고 상대에게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상대를 속여 바보로 만들려는 거짓말이 아니라면, 연애엔 분명 거짓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듣게 되는 것들을 모두 각각의 '정보'로 파악하는 컴퓨터라면 거짓말이 필요 없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그 '정보'들에 레벨을 달지 않는가. 누군가 그대에게 목소리, 성격, 외모 다 괜찮다고 열심히 칭찬을 해 놓고 "그런데 학벌이 너무 안 좋네." 따위의 이야기를 했다고 해 보자. 그대 머릿속에는 앞에서 들은 칭찬들이 다 빠져나가고, '학벌'에 대한 부분만 선명하게 상처로 남아 있을 것 아닌가.

그래서 오늘은 '솔직함'과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이름 하여 '연애를 위해 간직해야 할 비밀들', 바로 출발해 보자.


1. 그대가 외롭다는 사실을 들키지 마라


절대, 외로움을 가지고 상대에게 호객행위 하지 말자. 길거리에서 돈 봉투를 흔들며 신문구독을 권유하는 아줌마처럼, 상대에게 외로움을 흔들어대며 자신을 봐 주길 요구하지 말자는 거다.

"내가 먼저 연락을 안 하면, 너한테 먼저 연락 올 일은 없을 것 같네..."
"오늘 저녁이 안 되면 내일은? 그럼 주말엔?"
"바빠? 답장이 없어서... 내가 너무 문자를 자주하나?"



그대가 오죽 답답했으면 저런 문자를 보냈겠는가마는, 위의 문자는 연애에 독이 되면 독이 되었지, 절대 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연락을 안 하면, 너한테 먼저 연락 올 일은 없을 것 같네..."라는 문자를 보내면, 상대가 "어머 죄송해요. 제가 그동안 너무 앙칼졌죠? 앞으론 제가 먼저 연락을 할게요. 기분 푸세요 오빠."따위의 문자를 보내줄 것 같은가?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뭥미?"라고 생각하며, 뭐라 할 말이 없다는 것을 '침묵'으로 대신 전할 것이다.

"오늘 저녁이 안 되면 내일은? 그럼 주말엔?"이라고 묻는 것에 대해서는 조급증과 관련된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했고, '보채면 끝장이다.'라는 말로 길게 설명을 했으니 넘어가자. 그 아래, "바빠? 답장이 없어서... 내가 문자를 너무 자주하나?"라는 문자를 읽으며 그 문자를 보낸 사람에 대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상대에게 자신감을 좀 달라고 구걸하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가? 상대가 "아니에요.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놔서 몰랐어요. 죄송해요."라는 문자라도 보내준다면, 봉산탈춤을 추며 "아냐, 아냐, 아냐, 죄송하긴. 난 또 무슨 일 있는 건 아닌가 해서 걱정했지. 뭐해?"따위의 마당극을 한 바탕 벌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당신의 외로움을 알게 된 이후로는, 당신에 대해 별로 궁금하지 않게 되어버리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당신에게 궁금한 것이 없으면, 당신과 만나거나, 대화하거나, 연락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기 마련이다. 외로움 때문에 보채고, 징징거리고, 찔러보지 말길 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대의 외로움, 그것부터 그대의 비밀로 해 두어야 한다.


2. 두려움도 들키지 마라
 

호감의 이면엔 언제나 두려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기대대로 둘의 관계가 잘 진행되지 않으면 이렇게 영영 가까워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 조금씩 가까워진다 싶으면 혹시 '적당한 선'을 지키지 못해 급격히 멀어지거나 불장난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 연애를 하게 되었다면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이별에 대한 두려움 등, 두려움은 당신과 연애 사이에 끼어들어 긴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이 두려움이 솔로부대원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다른 이성과는 장난도 잘 치고 대화하며 농담도 어렵지 않게 하는데, 호감 가는 상대 앞에서는 혹시 실수라도 할까 싶어 경직되고, 대화도 훈화말씀 하듯 딱딱하게 하게 되는 증상이 있다. 두려움의 가장 친한 친구는 어색함인 까닭에, 두려움을 느끼면 상대와 할 말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 당신을 처음 알아갈 때에는 당신이 보이는 행동이나 당신이 하는 말, 또는 당신의 표정 등을 토대로 당신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기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누군가를 알아가며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기 자신'과 '상대가 바라보는 당신'사이엔 필연적으로 차이가 생기는데, 두려움은 그 차이를 더 벌어지게 만든다. 쉽게 말해, 당신의 매력은 당신이 가지는 두려움과 반비례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전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슬픈 예감이 틀리지 않는 다는 대원들은, 슬픈 예감만 하고 앉아 있으니 그게 잘 들어맞는 것 같은 거다. 왜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약속이나 맹세, 확답 등으로 위로 받으려하고 격려 받으려 하는가.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법이다.

인터넷을 접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한 번쯤 검색을 해 보듯, 대부분의 사람이 호감 가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해 보기 마련이다. 과거의 일에 겁먹고, 미래의 일에 앞서 걱정하며 두려워하고 말이다. 그러니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 때문에 가슴 졸이는 일은 그만 두고, 이제 그대의 그 두려움도 비밀로 하자.


3. 당신의 말은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이건 좀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결혼을 약속한 커플부대원들의 사연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부모님의 반대'에 관한 이야기다. 부모님의 반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대원들은 그 부모님이 정말 이상하다고 말해주길 바라거나, 그런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길 바라지만, 사실 부모님이 내리신 평가의 8할은 그 대원의 '말'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예전 매뉴얼에서 "뭐 하는 사람이니?"라는 물음에 "그냥 회사 다녀."라고 대답하는 예문까지 들어 설명을 한 적 있으니, 예문은 생략하고 이것만 기억하자. 상대가 부모님의 앞에서 실수를 하거나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트라우마 때문에 상대에 대해 완곡히 반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대가 그간 하나 둘 꺼낸 상대에 대한 말들이 부모님께 차곡차곡 쌓여 상대에 대한 거대한 '이미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지금, 그대가 감당할 수 없이 커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상대와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지인에게 털어 놓는 '한탄'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의 지인은 당신의 말을 통해 그린 상대의 이미지를 별 의심 없이 '상대'로 확정해 버릴 것이다. 솔로부대원들 중엔 과거의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모두들 그 사람은 별로니까 얼른 정리하고 다른 사람 만나라고 했었거든요."와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모두들'이 '그 사람'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까?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들었던 부분들 말고, 당신이 말하지 않은, 당신만 알고 있는 그 부분들도 모두 알고 있었을까?

이별을 계획하고 그 정당성을 얻고 싶어 지인에게 확인받는 작업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당신만 알고 있어야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사이가 좋지 않을 때만 지인을 찾아 그 고민을 털어 놓는다면, 상대가 그 누구라도 '나쁜 사람'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대의 이별을 종용했던 것은 결국 그대 자신이 아니었을까? 감당할 수 없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 같은 이야기들은, '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서랍에 잘 넣어두자.


확답을 듣고 싶었는데 못 들어서, 이상한 생각의 증축공사를 하는 대원들이 너무 많다. "A형 남자는 다 그런가요?"라는 질문을 하는 대원부터 시작해서, "소개팅 후 별다른 연락이 없다는 건,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거겠죠?"라고 묻는 대원들까지 모두 연애를 점치거나 파악하지 못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두려움 대신 희망을 가지려는 대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주말에 찾아가서 "나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묻겠다는 대원은 제발 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자에 답장을 못 받았다고 세상 끝난 것처럼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대원도 이젠 좀 그 늪에서 걸어 나왔으면 좋겠다. "제가 원래 소개팅 하고 나서도 먼저 꾸준히 연락하는 타입은 아니거든요."라고 말하는 대원은 나에게 메일을 보낼 게 아니라, 상대에게 먼저 연락부터 좀 하고 말이다.

주위 사람들이 자꾸만 그러니까 점점 약해진다는 얘기를 하는 대원 역시, 주위 사람들이 먼저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라 그대가 자꾸 주위 사람들한테 자신의 고민을 꺼내놓고, 위로나 격려를 얻으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자꾸 그대를 약하게 만드는 거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연애에 대처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기대려 하고, 자신감을 빌리려 할 때, 그 누군가들은 당신의 연애를 자신이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시작하고, 끝낼 것이다.

난 그대가, 궁금하며 더 알고 싶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당장 누구나 볼 수 있게 내 놓고 있는 그 카드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다른 사람들에게 뒷면을 보이도록 하면 된다. 솔직함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뒤집어서 앞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대의 패를 남들이 다 읽고 그대를 곤란으로 몰아넣기 전에 바로 지금 그대의 카드를 그대 쪽으로 좀 더 당기자.




▲ 상대의 차례임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놓쳐 자신이 나서서 올인하는 대원이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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