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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연애를 어렵게 만드는 심각한 고민 두 가지

by 무한 2011. 4. 25.
발행되는 매뉴얼을 읽고는, 자꾸 "누구는 이렇다고 하던데요."라든가 "제 친구는 이렇게 얘기하던데, 그 친구는 연애 잘하고 있거든요."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다. 승패를 가리고자 꺼내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느 게 맞는 얘깁니까?"라거나 "그러다가는 영영 상대가 제 마음을 모를 것 같은데요?"라며 '더 우월한 이론'같은 걸 찾으려 한다.

내가 그 상황에 놓여있다면, '우월한 이론'을 찾을 시간에 이성과 전화를 한 통 더 하거나, 문자를 하나 더 보내거나, 밥을 한 번 더 먹을 것 같다. "뭐뭐 하는 게 좋다."라거나 "이러이러 한 경우가 많다."따위의 이야기는 기타로 치자면 '코드'다. 기타를 직접 쳐보지 않고 코드책만 열심히 읽는다고 연주를 할 수 있겠는가? 코드책은 모르는 코드나 어려운 코드가 나왔을 때 보면 그만이다. 일단 왼손과 오른손이 기타에 익을 수 있도록 쥐어보는 것이 첫 번째란 얘기다.

독학을 하든, 책으로 배우든, 학원을 다니든, 정말 기타를 잘 치는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사사를 받든, 그대가 기타를 연습하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왼손 손끝이 터져나갈 것처럼 아픈 경험을 할 것이다. 연애로 치자면 그게 집착이나 조급증, 상대에 대한 환상 같은 게 될 수 있다. 짝사랑 하며 상대에 대한 환상을 가지거나, 연애를 하며 상대에게 서운함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 그렇게 한 번씩 아팠다가, 단단해져 가는 것이다.

이 매뉴얼은, 늘 얘기하듯, 그 과정에서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들에 대해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다. 다시 기타에 비유하자면, G코드를 검지, 중지, 약지를 사용해 누를 수 있고,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을 사용해 누를 수 있는데, 코드 변환할 때 검지가 자유로울 필요가 있으니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으로 익혀두는 것이 좋다는 것 정도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운지법이 그대가 치려고 하는 곡에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대가 편한 방법으로 코드를 잡아도 아무 문제없다. 아르페지오로 연주 할 일이 없으면 아르페지오 주법을 굳이 배울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제 막 기타를 배울 땐 당연히 어설프고 실수 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연애에도 어설픔과 실수가 따라다니긴 마찬가지다. 또, 기타 연습을 열심히 해도 무대 위에서 첫 연주를 할 때면 내 손이 남의 손 인 것처럼 낯설어지듯, 연애에서도 이미지트레이닝까지 하며 상대 앞에 섰지만 거기선 자신이 오징어 같은 걸로 변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그 '오징어'에서 점점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이 중요한 거지, 백날 말로 배려가 어쩌네 관심을 보여주네 마네 하고 있어봐야 '오징어'가 되면 아무 소용없단 얘기다.


매뉴얼대로 하다간 지나친 포장이 되는 거 아닌가요?


그게, "마음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뀐다."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마음속엔 불평불만과 비관이 가득한데,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대로 칭찬과 배려, 그리고 리액션 같은 걸 생활화 한다는 건 '가식'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난 그 관점에 80점 정도의 점수를 주지만, "행동이 바뀌면 마음도 바뀐다."라는 관점에 90점 이상의 점수를 준다. 다이어트를 예로 들어보자. 내 지인 중엔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두 명의 여자사람이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올 여름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비키니 꼭 입는다'작전에 들어갔다. 그 중 A는 헬스클럽에 등록했고, B는 교통카드를 자른 뒤 1시간 정도 걸리는 회사를 걸어 다녔다.
 
사실 이 비유는 '행동, 마음'보다는 '의지'와 더 연관이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아무튼 두 달 정도 된 이 시점에 A는 3Kg을 감량했고, B는 14Kg을 감량했다. A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두꺼운 외투를 입지만, B는 예전엔 바라보기만 하던 옷들을 하나 둘 사 입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다.

연애를 위한 연애가 될 것 같다거나, 저렇게 까지 자신을 포장해야 하냐는 걱정은 접어두고 일단 한 번 해 보길 권하고 싶다.

"사람들이 저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아요. 화장을 더 강해보이게 해야 겠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남에게 확인받으려는 습관부터 버려보자는 거다. "잘될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나한테 어울릴까?" 이런 이야기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그대에게 어줍잖은 충고를 하려 들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이 거의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그댄 더 이상 강해보이는 화장법 따위는 찾지 않을 거고 말이다.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 중에 "십 년 후의 한탕"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에는 두 명의 사기꾼이 등장한다. 그 둘은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다른 가게보다 물건을 싸게 팔고 최상의 서비스로 손님들을 대해 인심을 얻으려 한다. 그렇게 십 년 정도 인심을 얻은 뒤 훗날 큰 사기를 한 건 치고 잠적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사기를 치기로 계획했던 십 년 후가 되었을 때, 그 둘은 사기를 칠 필요가 없었다. 좀 뻔한 결론이나 다들 예측했겠지만, 그간 쌓은 인심덕에 장사는 잘 되었고, 사기를 치지 않고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와 함께 내가 간직하고 있던 환상은, '보험왕 사기'뉴스로 인해 색이 바래고 말았지만, 이 이야기에 들어있는 '행동'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그대와 나누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해서 '포장'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한 번 해보자. 그대가 일본어를 열심히 익히다보면 어느새 주변 사람들에게 '일본어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그대가 '포장'이라거나 '가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계속해서 몸에 익혀 나가다 보면, 어느새 '정말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매뉴얼대로 하다가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면요?


미안한 얘기지만, 그 질문에는 "별 걱정을 다 하십니다."라는 대답을 해 드리고 싶다. 조급증을 내지 않고 상대에게 다가가는 것을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할 확률은, 설악산에서 코알라가 발견될 정도의 가능성과 비슷하다.

"전 예전에 그런 경험 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줄 몰랐다고 하던데."


다시 한 번 미안하지만, 그건 그냥 "관심 없어요."의 긴 표현이거나, 그대가 혼자 상상연애만 하고 있었기에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높다. 관심이 가면 자연히 시선이 향하기 마련이고, 쳐다보지 않더라도 연락이나 행동, 표정을 통해 그게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대가 정말 소심꾸러기라 집에 상대의 사진하나 붙여 놓고 그 사진과 연애를 하고 있었다면 몰랐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대가 '가슴 떨릴 정도의 호감'이 아닌, '괜찮은 이성이다' 정도의 생각을 '좋아함'이라는 말로 바꿔 고백했을 수도 있고 말이다.
 
뭐, 이걸 따지고 싶은 건 아니고,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왜 "관심을 상대에게 양동이로 들이붓지 마세요."라는 말을 "상대에게 무관심하세요."로 받아 들이냐는 거다. 고속도로에서 "110Km/h 이하로 달리세요."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을 발견하면 대충 몇 Km/h로 달려야 하는지 잘 알면서, 연애에 저 표지판이 나타나면 악셀에서 발을 떼고 멍하니 있는 대원들이 있다.

아니, 인사나 대화도 나누지 않고, 만나자는 약속을 잡기는커녕 상대의 연락처도 모르는데 무슨 수로 상대와 친해질 수 있다는 건가? 자제를 권하는 매뉴얼에서는 그 과정에서 하루 종일 상대에게 연락을 하거나, 만나자로 계속해서 조르거나,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선물과 문자폭격으로 다가가는 것에 대해 과속금지 표지판을 세워둔 것이다. 드라마가 아무리 좋아도 TV앞에 하루 종일 달라붙어 있으면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처럼, 연애에도 호감가는 상대에게 하루 종일 달라붙어 있으면 분명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로 말이다.

주변의 친구를 살펴보자. 친구들이 "여자한텐 무조건 강하게 들이대."라며 한 이야기에 귀만 팔랑팔랑하지 말고, 그대가 그 친구를 지금까지 왜 만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대가 알고 지내던 수많은 이들이 있었지만, 왜 그 중 많은 이들이 스치듯 지나가고 지금 그 친구들만 남아 서로 간에 단단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긴 시간 서로를 알아오며 쌓여진 우정,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반복되며 다져진 신뢰, 서로를 존중하고 보살피는 행동들이 지금의 그 단단한 관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친구와 친해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적 있는가? 그대의 우정을 상대가 모를까봐, 혹은 상대가 그대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을까봐 걱정한 적 있는가? 그대가 매력을 보여주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았어도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그대의 매력은 하나 둘 드러났을 것이고, 그대도 친구의 매력을 하나 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대의 관심은 상대 신발에 들어있는 이물질과 같다. 신발에 들어간 이물질은 아무리 모른 척 하려고 해도 걷다보면 신경이 쓰여 결국 신발을 벗어 확인하게 되지 않는가. 상대가 그대의 관심을 눈치 채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차라리 상대가 신발을 벗어 확인했을 때, 그대가 돌멩이 정도의 매력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리진 않을까를 걱정하자. 그대가 보석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대가 걱정하지 않아도 상대는 가장 안전한 곳에 소중히 보관하며 항상 지닐 테니 말이다.


위와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실 이게 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심각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을 심각하게 쓰고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하면 상대를 웃게 할 수 있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상대의 발바닥을 간지럽혀 보세요."정도의 느낌으로 가볍게 답하면 되는데, 너무 진지하게 답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심각함은 개나 줘버리자. 연애도 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자고 하는 일인데, 세상의 짐 다 짊어진 것 같은 표정으로 연애에 임하지도 말고, 당장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상 하직할 사람처럼 매달리지도 말자. 십 년 전 이맘 때 가장 큰 고민이 뭐였는지 지금은 생각도 잘 나지 않는 것처럼, 십 년 후 이맘 때 지금을 돌아보면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은 자꾸 빠지는 머리카락보다도 가벼워져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또 앞의 내용을 다 잊었을 대원들을 위해 다시 하나만 강조하고 싶다. 기타를 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손이 아픈 시기를 겪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기타코드 책만 보는 일이나, 누가 기타를 잘 치는지 떠드는 건 그대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그 무엇보다도, 일단 손에 기타를 쥐는 마음으로 시작하자. 그대의 멋진 연주를 위해 난 늘 여기서 도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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