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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어장관리 대처법, 연애사연으로 배워보자

by 무한 2011. 6. 6.
대부분의 솔로부대원들이 '내 기대, 또는 예상과 다르게 행동하는 상대'를 두고 모두 '어장관리'라고 부르는 까닭에 되도록 어장관리에 대한 매뉴얼은 발행하지 않으려 했다.

"그건, 어장관리라기 보다는 그냥 너에게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해 주고 싶은 사연들도, 그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대를 '나쁜 사람' 만드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자주가면 헤어디자이너가 안부도 묻고, 이런 저런 얘기도 꺼내고, 서비스직의 특성상 당연히 긍정적인 리액션을 주기 마련이다. 헌데 그런 모습들을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저러는 걸꺼야.'라는 착각의 근거로 삼곤 상대에게 들이대다 지치면, 상대가 '어장관리'했다며 복수를 하겠다느니, 저주를 한다느니 하는 대원이 많다.

오늘 매뉴얼에선 위에서처럼 '대책 없는 착각을 기반으로 한 관계'에 대한 부분은 제외하자. 폭풍 문자를 보내서 상대가 몇 번 답장을 해 준 관계나, 예의상 연락할 수밖에 없기에 몇 번 연락을 하게 된 관계, 혹은 상대가 먼저 연락한 일이 한 번도 없는 관계에 있는 대원들은 죄 없는 상대에게 '어장관리'혐의를 씌우려 눈에 불을 켜지 말고 '짝사랑'관련 매뉴얼을 읽기 바란다.

이와는 달리, 진짜 '여우'를 만나서 고생하고 있는 남자대원들, 그리고 '너구리'를 만나서 고생하고 있는 여성대원들. 그대들을 기다림과 낙심의 늪에서 견인해줄 어장관리 대처법. 지금 바로 살펴보자.


1. 답장에 설레발 치지 않는다.


상대에게 답장이 왔다, 라는 사실 만으로 정신줄을 놓고 문자나 카카오톡 등으로 대서사시를 적어 보내는 대원들이 많은데, 대부분 그러다가 '귀찮은 오빠' '징징거리는 여자'로 전락해 버리기 마련이다. 아래의 예시를 보자.

솔로남 - 뭐해?
어장녀 - 그냥 있어요.
솔로남 - 주말인데 약속 없어?
어장녀 - 네.
솔로남 - 그럼 저녁에 같이 영화 한 편 볼래?
어장녀 - 아뇨.
솔로남 - 뭐야. 거절이야? 그럼 드라이브 할까? 
어장녀 - 쉴래요.
솔로남 - 황금 연휴를 집에서 쉬면서 보내긴 아깝잖아. 술 마실까?
어장녀 - 피곤해요.
솔로남 - 그럼 내일은 뭐해?
어장녀 - 아직 계획 없어요.
솔로남 - 좋았어. 그럼 내일 영화 보자.
어장녀 - 보고싶은 영화 없어요.
솔로남 - 그럼 뭐 하고 싶어? 나도 심심해 놀아줘~
어장녀 - 친구들하고 노세요.



끊기질 않는다. 끊기질 않아. 내일은? 모레는? 다음 주말은? 추석에는? 설날은? 그럼 대체 언제? 라며 '답장은 오고 있다'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려 계속해서 설레발을 치는 것이다. 그러다 나중엔 결국 기다림에 지쳐 결과라도 보자며 '거절당할 것이 뻔한 고백'을 꺼내거나, 연애를 구걸하게 된다. 아 잠깐, 눈물 좀 닦고.

오늘도 위와 같은 '근성의 삽질'을 벌이고 있을 대원들이 있는데, 이런 대원들을 두고 내가 어떻게 연휴를 마음 편히 보낼 수 있겠는가. 그 끝없는 구덩이는 그만 파고, 우선을 삽을 내려놓길 권한다. 한 번의 거절을 당했을 경우, 그 때가 바로 문자를 그만 보내야 할 시기다. 위의 예시에선 '영화 거절' 후에 더 질문하지 말았어야 한다. 만남을 애원하면 '사은품'이 될 위험이 크니 말이다.

그리고 뭔가를 물어 볼 때에는 한 발짝 앞서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같이 영화 볼래?"가 아니라, "써니가 재미있을까? 아님 캐리비안의 해적이 재미있을까?" 정도로 치고 들어가도 된단 얘기다. 실제로 지인의 연애코치를 하며, "바다 보러 갈까?"라는 질문 대신, "갈매기가 새우깡을 좋아할 것 같아? 아님 감자깡을 좋아할 것 같아?"라는 물음으로 '함께 바닷가 가기'에 성공하나 사례가 있다. 함께 가자는 직접적인 부탁이 아니라, 함께 할 '놀이'를 만드는 것이 포인트 였다. 갈매기가 뭘 좋아하느냐 따윈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단 얘기다.


2. 약속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많은 이성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으며 실제로 '아는 오빠'들을 많이 두고 있는 어장관리녀의 경우 당신의 '만남 구걸'이나 '데이트 애원'에 흔쾌히 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게 왜 안타까운 일인가요? 응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라고 묻는 대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 약속은 처음부터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주말에 뭔가 같이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하더라도, 

"죄송해요. 오늘 갑자기 일이 생겨서 힘들겠어요."
"지금 고객님이 전화기가 꺼져있어. 꺼져버려."


따위의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이미 부푼 마음에 상상 속에선 열두 번도 더 데이트를 한 이쪽의 입장에선 하늘 무너지는 일이다. '사냥꾼'의 본능을 버리지 못한 남자대원들은 '부재중 38통'의 전화를 남겨 놓거나, 저녁엔? 내일은? 모레는? 다음 주말은? 으로 이어지는 '만남 구걸 콤보'의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

상대가 남자고, 이쪽이 여자인 경우에도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그 무서운 '여자의 자존심'이 있는 까닭에, 남자들처럼 '만남 구걸 콤보'의 기술을 사용하는 일은 적지만 화장을 수도 없이 하고 물을 수십 번 마시고,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다가 나중엔 그냥 다른 친구와 약속을 잡곤 알콜을 섭취하기도 한다. 친구가 별로 없는 대원들의 경우는 집에 돌아가 다신 연락 안 하겠다는 '저주의 장문자'를 적어 상대에게 전송하기도 한다. 뭐, 그랬다가도 상대가 구슬리면 다음에 다시 화장을 하지만 말이다.

만남이란 게, 재미있고 설레고 가슴 뛰는 일이긴 하지만 거기에 너무 기대를 하고 있거나 온 신경을 '만남'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그만큼 실망이 커지는 법이다. 그런 까닭에 약속을 잡았다 하더라도 '이 약속은 언제든 취소될 수 있다.'는 생각을 억지로라도 하며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길 권한다. 그래야 실제로 약속이 취소되었을 때에도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지, 그렇지 않은 경우 필요 이상의 화를 내거나 상대에게 애원하게 될 위험이 있다. 너무 분하다면, 다음 약속에 '취소'나 '선약' 기술을 사용해 주면 된다.

포인트는, '난 이 약속에 목숨 걸었네.'라고 상대에게 광고하지 않는 것이다.


3. 부족해서가 아니라, 넘쳐서 어장관리를 당한다.


만약 그대가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다면, 그건 그대에게 연애기술이 모자르다든가 이성을 만난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대는 '넘쳐서' 문제가 된다. '아는 오빠' 많기로 유명한 한 지인과 대화를 하다 그 지인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내가 부탁한 적은 한 번도 없어. 근데 왜 어장관리야?
그냥 자기가 알아서 데릴러 오고, 또 데려다 주고,
밥 먹자고 하고, 영화 보자고 하고, 놀러 가자고 하고,
나도 '좋은 오빠'라고 생각하니까 만난 건데,
그럼 사귈 남자가 아니면 아예 연락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거야?
먼저 연락하고, 먼저 만나자고 하고, 먼저 찾아오는데
그런 남자한테 '사귈 마음이 없으니 이러지 마세요.'라고 해?
전에 한 번 그렇게 얘길 했더니, 자길 오해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
연락하지 말라고도 말해봤는데, 그냥 자기가 좋아서 그러는 거라던데?"



그러니까, 상대가 '어장관리'를 할 목적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그대가 무작정 '퍼주기 정책'을 시행하면 스스로 어장 안의 물고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얼마 전, 네 살 어린 꼬꼬마 여자아이에게 어장관리를 당한 한 대원 역시, 맹목적으로 '좋은 오빠'가 되려다가 '일등 참치'가 되고 말았다.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만 원짜리 카네이션 바구니 사드리며 "이게 만 원이야? 상술 쩌는데." 따위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꼬꼬마 여자아이의 생일에는 오만 원짜리 꽃배달을 거리낌 없이 지른던 대원이었다.

친동생이 학교까지만 차로 태워다 달라고 하면 고유가 시대 어쩌고 하면서 난리를 치더니, 꼬꼬마 여자아이가 부르면 조수석 수납함에 음료수까지 넣어서 모시러 가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선 계산할 때만 되면 화장실을 찾아 가면서, 꼬꼬마 여자아이를 만날 땐 ATM기에 먼저 들르니 잘못 되는 거다.

돈을 쓰지 말라거나, 상대에게 잘해주지 말란 얘기가 아니다. 그대가 하던 만큼만 하면 잘 할 일을, 더 잘하려고 욕심 부리다가 기사나 물주로 전락하지 말라는 거다. 운이 좋아 그런 모습을 보여줘 연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당신은 그 기사와 물주의 모습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겠는가? 당신은 금방 지치게 될 것이고, 상대는 당신의 그 모습을 보며 '변했어.'란 얘기를 할 것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난 어장관리를 당하는 지인들에게 '나쁜 남자'나 '나쁜 여자'를 롤모델로 삼아 대처하길 권하는 편이다. 그리고 천성이 착한 까닭에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바쁜 남자'나 '바쁜 여자'라도 되길 권한다. 자신의 생활은 없이 상대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부탁하면 들어주고, 뭐 그런 행동들을 '노력'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삽질을 해봐야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파 놓은 구덩이에 빠져 나오지도 못하는 혼돈의 시간만 계속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어제 상대에게 어장관리를 당하는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 놓은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줬다.

"걔를, 그냥 코흘리개 꼬꼬마라고 생각해."


이렇게만 생각할 수 있어도 어장관리와 관련된 문제의 8할은 해결된다. 어장관리를 당하는 대원들의 대부분은 상대를 높은 곳에 걸어두고 종교화 하거나, 상대를 어렵게 생각하며 '허락'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 서기 때문에 문제가 벌어진다. 조금만 쉽게 생각하자.

'코나 닦으시지.'


정도의 마인드로 가는 거다. 이건 그대가 상상도 못해 본 마인드 아닌가? 단, 실제로 저렇게 대하라는 건 아니다. 마인드만 저렇게 가지는 거다. 상대의 콧물에서 영롱한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많은 대원들이 어서 정신을 차리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웃으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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