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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골드미스가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1부

by 무한 2011. 7. 14.

외모는 평범하지만 스펙으로만 따지자면 어디가서 주눅들 일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거나, 또래에 비해 어려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거나, 주변에 친구도 많고 들이대는 남자들도 많은데 왜 연애로 이어지는 일이 없는지 궁금하다거나, 뭐, 이런 얘기들은 이제 그만 하자. 난 그대가 세상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고 있지만, 실은 너무 바보라 창피할 때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소개팅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선에 가까운 자리에 나가보면 시아버지뻘 되시는 분이 앉아 있기도 하고, 이제야 사랑이 찾아온 거라 생각하며 마음을 열려 하면 얌체공처럼 튀어 버리는 연하남에 가슴이 무너지기도 하고, 눈을 낮추고 길게 만나보자고 다짐하며 상대를 만나봐도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의 단점만 하나 둘 더 발견하게 되는 것.

고등학생 시절, 난 버스로 통학을 했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버스 번호가 잘 보이지 않았다. 버스가 코앞에 도착해야 번호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나빠져 버스를 놓치는 일이 잦아졌을 때, 난 안경을 썼다. 안경을 쓰니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버스 번호를 보기 위해 미간을 찌푸리지 않아도 되었고, 옆자리에 앉은 친구의 노트를 보지 않고도 필기를 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시작할 이 매뉴얼이, 내게 사연을 보낸 골드미스 대원들에게 안경이 되길 바란다. 좋은 사람을 코앞에서 놓치지 않도록, 목적지와 다른 곳으로 가는 이상한 연애에 탑승하지 않도록, 상대가 괜찮은 사람인지 미간을 한껏 찌푸리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도와줄 이야기, 출발해 보자.


1. 쿨한 남자, 쿨하게 간다.


'쿨하게'라는 얘길 하는 남자를 만나면, 재빨리 손을 들어 상대의 머리통을 강하게 내리치기 바란다. 그건 다신 만날 일 없도록 조치를 취하는 일인데, 그렇게라도 빨리 인연의 끈을 끊는 것이 훗날 질질 끌려 다니며 마음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것 보다 낫다. 

쿨한 남자는 고급 카메라다. 고급 카메라긴 한데, 셔터가 고장 나 있는 고급 카메라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메라와 달리, 가죽으로 겉 부분이 마감되어 있고 고급 스트랩이 부착되어 있으며 렌즈에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기에 그대가 그 카메라에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반면, 연애는 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무슨 얘긴지 대충 감이 오는가? (감이 떨어졌으면 얼른 감부터 줍자.) 그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일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을 그 카메라와 함께 돌아다녀봐야 셔터가 고장난 카메라는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혼은 부모님이 원하는 거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난 그냥 자유롭게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살고 싶다."
"결혼을 한다 해도 그냥 돈 많이 버는 전문직 부인을 만나고 싶다."



대략 위와 같은 이야기들을 남기고 바람과 함께 사라진 '쿨한 남자'들의 사연이 많다. 그 '쿨한 남자'와 연애를 했던 골드미스들은, 이제 기침이 잦은 '콜드미스'가 되었고 말이다.

"제가 그를 따뜻한 남자로 바꿀 수도 있는 거잖아요?"


라고 묻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에 대해선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2. 왜 엄마가 되는가?


스스로는 '연애'라고 말하지만, 얘기를 듣다 보면 '육아'를 하고 있는 골드미스들이 많다. 연애를 하려면 상대의 연인이 되어야지, 왜 엄마가 되려 하는가?

"그가 아직 어리고 철이 없으니 제가 키운다 생각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없다.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평강공주가 바보온달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온달이 공주를 믿고 따랐으며 그녀의 호의와 격려에 충실히 반응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대가 변화시키려고 하는 그 사람이 온달이 맞는가? 혹시 의자왕을 온달로 착각한 것 아닌가? 훗날 낙화암을 찾아 갈 생각이 아니라면, 의자왕에게서 하루 빨리 벗어나자.

연하 남자친구와 사귀며 '시종'의 역할을 담당하다 헤어지곤, 이후 그 남자친구가 세 명의 다른 여자친구를 사귈 때 까지도 곁에 맴돌며 "걔 원래 그런 애 아니에요. 지금 많이 힘들어서 그러는 거에요."라고 말하는 여성대원이 있었다.

'원래 그런 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까 그런 애' 인거지, '그렇지 않은데 그런 애'나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애'는 없단 얘기다. 그대의 모성애를 아무데나 펼치지 말자. 왜 아무데나 펼쳐 상대가 흙 묻은 발로 밟게 만드는가.


3. 왜 나에게?


골드미스 대원들이 보낸 사연을 읽다보면 '이건 분명 전에 읽었던 얘기 같은데?'라는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사연이 있는데, 그건 바로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온 연하남과의 썸씽'이다. 요약하자면, 신입으로 들어온 연하남이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가까워지게 되었는데, 그 연하남이 자신을 여자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사연이다.

대놓고 연하남에게 물어보자니 오버하는 것 같고, 연애하려는 거려니 하며 다가갔다간 김칫국을 마신 상황이 될 것 같고, 그냥 별 감정 없이 회사동료로 두자니 눈길이 자꾸 가고, 그렇게 갈팡질팡 하다가 '집착녀'가 되거나, 뒤통수를 맞거나, 새가 된다는(응?) 사례들이 많았다. 이러한 '사고'가 더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하지 않거든, 움직이지 말 것"

이라는 표지판을 세워두고 싶다. 내 지인 중 이직을 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새로 옮긴 회사의 세 살 많은 여직원과 금방 친해졌다. 여자친구가 있는 친구라 연애를 할 생각으로 친해진 것은 아니고, 새로 옮긴 회사에서 문서작업을 편하게 하려면 사무실에 계속 상주해 있는 여직원과 친해져야 하는데, 나이가 비슷하거나 어린 여직원들은 까칠하게 구는 반면, 그 '회사 누나'는 친구에게 엄마미소를 지어줬다고 한다.

그 후로 친구가 한 일이라고는 업무 때문에 그 누나에게 연락을 한 것 밖에 없는데, 그 연락을 시작으로 그 누나는 카카오톡에 자신의 일상을 깨알같이 보고하는 일기를 쓰고, 식사나 안부에 대해 묻고, 친구의 개인사를 파헤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친구는 이렇게만 얘기했지만, 난 사실 친구도 그 누나에게 살랑 거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그 회사 누나는 훗날 "넌 나에게 10점인데, 너에게 난 몇 점이야?" 라는 말을 남기고 회사를 나갔다고 한다. 친구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여자사람의 멘트라고는 믿을 수 없는, 10점짜리 멘트였다. 정신 차리자. "왜 나에게?"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답을 구하기가 어렵다. 차라리 "나에게 뭘?"이라는 질문으로 바꿔서 생각하자.

친구가 살랑거리긴 했지만, "마음은 이미 오래 전에 여자친구랑 헤어졌지.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사귀고 있는 거야."라든가 "누나를 먼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백태클을 할 나쁜 녀석이 아니라 다행이지, 검은 마음을 품은 녀석을 만났다면 그 '회사 누나'는 수면제 없인 잠을 못자는 상황에 이르렀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늘 얘기하지 않는가. 믿어야 할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말이다.


이야기가 길어져 두 편으로 나눌까 한다. 2부에서는 날파리와 너구리 레벨 등 좀 더 심화된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이야기에서 나오지 않은 자신의 사연이 있는 골드미스들은 normalog@naver.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라며, 보내주신 한 맺힌 사연들 중 일부는 철저한 각색을 거친 후, 다음 매뉴얼에 처방전과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다.

자, 하룻밤만 더 자면 맑은 정신이 돌아오는 후라이데이니, 좀 더 힘을 내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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