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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소심한 다가감은 그만두자, 들이댐의 기술.

by 무한 2011. 7. 27.
소심한 다가감은 그만두자, 들이댐의 기술.
관심 있는 상대에게 좋은 아침이라고, 밥 맛있게 먹으라고,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그렇게 똑같은 얘기만 하고 앉아 있다간 박태환이 수영선수 은퇴하고 국가대표 감독이 되는 날까지도 그대는 연애의 관중석에 앉아 있을 것이다.

상대의 말, 표정, 문자 하나에 웃고 울며 박수만 치는 건 이제 지겹지 않은가? 관중석에서 내려와 필드에 서자. 관중석에만 있어도 손발이 덜덜덜 떨리는데 어떻게 필드에 나가냐고 묻는 대원들에게는, 내가 나비 애벌레를 키우려 정보를 모으다 발견한 글 하나를 소개해 주고 싶다.

애벌레에게는
길에 늘어선 것들이 모두 다 문제입니다.
앞에 있는 돌덩이도 문제고, 냇가도 문제고, 막대기도 문제입니다.
그러나 나비에게는 이 모든 것이 구경거리입니다.

하지만 애벌레가 변하여 나비가 되지요.

- 장길섭,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입니다.> 중에서


그대에게 필요한 건 '안전한 잎사귀'가 아니라, '우화'란 얘기다. '걱정 많은 애벌레'인 그대를 팔랑팔랑 날게 해 줄 들이댐의 기술. 출발해 보자.


1. 뒷북만 치고 있으면 진도가 안 나간다.


관심 있는 상대에게 열심히 연락하고 있는 대원들은, 오늘 시간 날 때 자신의 핸드폰을 열어 '보낸 문자함'이나 '카카오톡 지난메시지'등을 훑어보기 바란다. 타인의 입장에서 자신이 보낸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거기엔 재미도, 감동도, 영양가도 없는 말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미니홈피 사진첩에 달리는 '퍼가요~'처럼 별 의미 없는 말들. 그건 굳이 그대가 아니어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대신 할 수 있는 얘기들 아닌가. 얼마 전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사람이 수영대회에 출전했다는 사연을 보낸 대원이 있었다. 그 대원이 보낸 사연 중 여자사람과 나눈 대화를 잠시 가져와 살펴보자.

솔로남 - 대회는 끝났어요? 몸은 좀 어때요?
관심녀 - 좀 전에 끝났어요. 10등 안에 들었어요. ^^
솔로남 - 축하해요!! 다음엔 순위권에 들겠는데요!
            저도 수영 좀 배워놔야 겠네요. ^^

관심녀 - ^^
솔로남 - 피곤하실 텐데 그럼 쉬세요. 수고하셨어요~
관심녀 - 네. 감사합니다. ^^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이 재미도, 감동도, 영양가도 없는 대화를 나눠 놓고는 사연에 "그녀와는 이 정도 대화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 졌고요..."라는 이야기를 써 놓은 건가?

난 지난 주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으며, 미용실 원장님이 허리가 안 좋아 수영을 시작했다는 것부터 시작해, 중산마을에 있는 수영장에서 6년 째 수영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 그리고 미사리에서 열리는 핀 수영대회에 참가해 13등을 했으며, 수영실력은 월등하지만 조의 선두에 서면 심리적 압박감이 있기 때문에 현재는 중간쯤에 선다는 대화까지 나눴다. 머리를 다 깎고 계산을 할 때에는 원장님이 "평영을 할 때에는 손을 항아리 모양으로 저어야 한다."고 말한 것의 시범까지 봤고 말이다. (이번 주부터 7시 반 수업에 등록해 함께 수영하기로 했는데, 사정상 수영수업은 듣지 못할 것 같아 죄송하다.)

정 할 말이 없거든, 펠프스가 수영 끝나고 보양을 위해 먹는다는 '쭈꾸미 볶음'을 먹자며 '다음 이야기'로 이어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말 펠프스가 수영 끝나고 쭈꾸미 볶음을 먹나요?"


펠프스가 뭘 먹든 내가 알 바 아니고, 중요한 건 같이 쭈꾸미 볶음을 먹는 거다. 같이 쭈꾸미 볶음을 먹으며 수영대회 완주 기념이라며 '인어공주 머그컵'같은 걸 하나 선물해도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녀를 웃겨야 한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근데, 인어공주도 회 쳐 먹을 수 있을까요? 하하." 따위의 자빠링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잊지 말자, 뒷북만 치고 있으면 진도는 늘 제자리다.


2. 말 거는 건 무료다.


이런 사연이 있었다.

지난주에 서울숲에 갔다가 정말 제가 그리던 이상형의 남자를 발견했어요.
동호회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러 온 건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던데,
그 쪽에 사람도 많고, 제가 먼저 연락처를 묻거나 했다간 쉽게 보일까봐...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왔네요.
모임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가 따라가기라도 해 볼걸, 하는 생각은
왜 이제야 드는 걸까요... 카메라를 쥔 팔뚝이 잊혀지질 않아요.
주변에 있는 남자들이 그냥 커피라면, 그 남자는 티오피 였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그런 남자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을까요?
이번 주말엔 서울숲에 전세내고 있으려구요.
만약에 그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지하철에서, 슈퍼에서, 편의점에서, 도서관에서, 학원에서 '관심남'을 발견했다는 제보는 매주 끊이질 않고 들어온다. 그런 대원들의 사연에는 '그냥 지나쳐 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다양하게 적혀있는데, 그 이유가 뭐든 간에 어쨌든 결론은 그 이유 때문에 '주인공'이 아닌 '제보자'가 되었다는 거다.

그렇게 '제보자'가 되어 안타까움에 이불에 하이킥만 날리지 말고, 말을 걸자. 늘 얘기하지만, 이성이 다가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따귀를 올려붙일 사람은 없다. 말을 걸어 벌어질 최악의 경우라고 해봐야 그대의 관심을 거절하는 것뿐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 쓰이는가? 그대가 그 자리에서 굿판을 벌인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은 '특이한 사람이네.'하며 지나갈 뿐이지, 그대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손가락질 하진 않는다.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 존재하는 건 내 마음속에 들어온 그 사람과 나 뿐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말을 거는 거다.

그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있다고 했는가? 그렇다면,

"저,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래요?"


라고 일단 들이대는 거다. 눈이 참 맑다고 한 것도 아니고, 도를 아냐고 물어본 것도 아닌 이상 상대는 그대의 '사진 좀 찍어 달라'는 부탁을 들어 줄 것이다.

"그럼 저도 카메라를 가져가야 하나요?"


그대의 카메라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그대가 카메라를 가져가더라도 메모리 카드를 뺀 채 "제가, 메모리카드를, 빼 놓고 나왔어요."라며 곤경에 처한 얼굴을 해야 하니 말이다. 포인트는, '그 사람의 카메라'로 '내 사진'을 찍는 거다.

그 사람이 사진을 찍을 땐, 그 사람과 내년 봄 벚꽃놀이 가는 상상을 하며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 된다. 그리곤 부탁을 하나 더 하자. 그 사진을 이메일로 좀 보내달라고 말이다. 그렇게 한 후엔 그 자리에서 고맙다며 음료수 같은 걸 하나 사다 줘도 되는 거고, 아니면 나중에 이메일로 사진을 받곤 고맙다며 밥을 같이 먹으면 되는 거다. 명심하자. 말을 걸지 않으면, 이 모든 건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임을 말이다.


3. '친한 친구'를 목표로 다가가자.


분명히 해 두자. 그대는 상대에게 연애를 목표로 다가가선 안 된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다 넘어지는 대원들의 공통점을 아는가? 그들은 둘의 사이에 작은 다리라도 놓여지면 어떻게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그 다리를 건너가 상대와 연애하려 하다 넘어진다.

"전 뭐 한 것도 없는데, 제가 부담스럽다고 하더라구요."


상대의 '부담스럽다'는 말은,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다리를 건너려 하는 그대가 부담스럽다는 말이다. 면접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선 긴장한 티가 나듯, 지금 하고 있는 연락을 계기로 연애를 시작하려는 대원들에게선 그 무거움이 느껴지는 법이다.

호감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지 말고, 그대니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 둘 해 나가길 바란다. 내 지인 중 여행과 등산을 좋아하며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Y군이 있는데, Y군은 친구들끼리 있을 때는 분위기메이커에 위트가 넘침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만나면 엄숙한 교장선생님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이성을 만날 때엔 자신의 스타일인 '캐쥬얼한 코디' 대신 딱딱한 정장이나 점잖은 옷만 입으려고 한다. 그런 까닭에 Y군의 데이트는 늘 '괜찮은 남자 역할극'이 되어 버린다.

그대도 혹시 '상대와의 연애'라는 목표를 두고 '괜찮은 남자 역할극'을 하고 있진 않은가? 마음을 온전히 상대에게 내밀진 못하고 마음에 비닐포장 같은 걸 해서 내밀고 있진 않은가? 장어나 한우 같은 건 부모님 모시고 가서 좀 사드리고, 그대에게 익숙한 곳에 가자. 익숙하지 않은 곳에 가서 불편하게 앉아 있어 봐야 남는 건 카드영수증 밖에 없다.

함께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자. 그대는 '친한 친구'를 만날 때, 늘 뭔가 새로운 것을 하는가? 그냥, 친구와 얼굴 마주보며 '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도 즐겁지 않은가? 맛집을 찾고, 옷을 고르고, 연애에 대한 조언들을 챙겨들으며 그대를 무겁게 만들지 말자. 그 짐들은 나중에 옮겨도 되는 것들이니, 일단 다 놔두고 '친한 친구'를 목표로 가볍게 그 다리를 건너자.


마지막으로 '다가감의 주의사항'을 하나 적어두자면, 진심을 표현한다면서 무슨 백일장에 작품 내는 것 같은 메일을 적어 상대에게 보내지 말자. 후회되는 부분이 있다면 다시 하지 않으면 되는 거고, 상대와 오해가 있다면 오해가 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되는 거다.

제발,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만 두서없이 구구 절절 적어 낸 반성문' 같은 건 적어서 보내지 말자. 앞으로 상대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면, 그냥 보여주자. '더 좋은 모습'에 대한 PT자료를 만들어 상대에게 발표하려 하지 말고 말이다. 칭찬 조금, 변명 조금, 비판 조금, 웃음 조금, 약속 조금, 반성 조금 이렇게 다 섞어 잡탕이 된 메일을 상대에게 보내지 말자.

연극이나 영화에 왜 '독백'이 따로 있겠는가? 그게 다 들리면 재미없고, 남들이 알아 버리면 이야기가 더 이어지지 않으니까 '독백'이 있는 것 아닌가. 독백은 혼자, 속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이번 매뉴얼을 마친다. 비 오는 수요일의 낭만을 즐기시길!

보너스,



▲ 염보성선수, 화이팅입니다! (출처 - 디씨스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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