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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소심한 남자, 문자메시지가 연애의 적이다.

by 무한 2011. 8. 11.
소심한 남자, 문자메시지가 연애의 적이다.
오래 전부터 내게 자신의 연애 사연을 보내는 K씨가 있다. K씨는 30대 초반의 회사원으로, 전형적인 '큰 오빠'스타일이다. '큰 오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다들 다르겠지만, 여기서 '큰 오빠'는 '한석규' 이미지 정도로 해 두자. '작은 오빠'가 '류승범'이미지 라고 이해하면 금방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K씨는 친구의 소개로 만난 J양에게 관심이 있다. J양은 K씨보다 5살 연하로,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신여성(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부드럽다. K씨가 스스로에게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라는 최면을 걸며 다짜고짜 고백을 했을 때에도, 그녀는 K씨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정중히 거절했다. 그녀가 한 '거절 멘트'를 여기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아빠미소'를 지으며 읽을 정도로 솜털이 보송보송한 멘트인데 말이다.

솜털은 솜털이고, K씨는 내게 자신의 사진과 J양의 사진을 보낸 적이 있는데, K씨, 잘 생겼다. K씨의 사진을 여기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다시 한 번 안타깝다. K씨의 외모가 궁금한 대원들은 <친니친니>라는 영화에 나온 '금성무'사진을 찾아보길 바란다. 그 모습과 98.72% 일치한다. 흠이라면, 머리스타일도 일치한다는 거다. K씨는 1997년 금성무가 하고 있던 머리를 2011년인 지금도 하고 있다.

아무튼 그렇게 둘은 '좋은 오빠동생'으로 지내고 있는데, 이름만 '오빠동생'으로 걸어 둔 채 남남으로 지내는 것 같지는 않다. 둘 사이에 오묘한 감정이 흐르고 있다는 것에 내 제임스 콜린(키우고 있는 양파)을 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자꾸 K씨는 그 오묘한 감정을 걷어 차 버리고 있다. 그게 너무 답답해서, 제발 그 분위기 깨는 짓 좀 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번 글을 쓰게 되었다. 


1. 한 번에 한 가지씩 말하자.


일반적으로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받을 때의 패턴은 아래와 같다. 

남 - 굿모닝! 어제 친구랑 팥빙수는 맛있게 먹었어요?
여 - 네 ^^ 딸기빙수 먹었어요!
남 - 상큼한 딸기빙수! 좋았겠네요. 아, 홍차빙수 먹어봤어요?
여 - 홍차빙수요? 아뇨. 처음 들어봐요.
남 - 친구랑 먹다가 친구가 죽었는데, 몰랐어요(응?). 어제 먹었으니까 당분간 빙수 생각 안 날 거고, 다음 주에 빙수 땡길 때 같이 먹으러 가요. 
여 -  네 ^^



하지만 K씨가 J양과 나눈 문자메시지를 보면, K씨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위에 나온 대화를 K씨와 J양이 나눌 경우,

K씨 - 굿모닝! 어제 친구랑 팥빙수는 맛있게 먹었어요? 제가 빙수 정말 맛있게 하는 곳 알고 있는데, 혹시 홍차빙수 먹어 봤어요? 홍차빙수 먹어보면, 다른 빙수 못 먹을 정도로 맛있어요. 언제 시간 괜찮으면 같이 홍차빙수 먹으러 가요.
J양 - 네 ^^



이런 모양이 되어 버리고 만다. J양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K씨는 '말'이 '대화'보다 빨리 달려 나가 버리는 바람에 오류를 범하고 마는 것이다. 

'인사 + 안부 + 할 말 + 질문 + 내 생각'을 한꺼번에 상대에게 전송하지 말고, 한 번에 한 가지씩 말하자. 왜 어디서부터 대답을 해야 할지,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는 질문을 던지는가. 그런 질문을 하니 혼란스러운 상대는 짧은 대답밖에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놓곤 또 짧은 대답에 실망해,

'나랑 대화하기가 싫은 건가? 내 문자가 불편하나?'


라며 동굴 속으로 들어가 땅바닥에 동그라미만 그리진 말자. 잊지 말자. '발표'나 '웅변'이 아니라 상대와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걸 말이다.


2. 확인, 투정, 실망, 구걸은 하지 말자.


이 네 가지만 하지 않았어도 K씨와 J양은 이미 커플부대원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K씨가 읽기를 바라며 그간 매뉴얼 사이사이에 끼워두었음에도 불구하고 K씨는 눈치 채지 못한 듯 보인다. 매뉴얼에 등장한 농담들만 가져다 상대를 웃기려 하지 말고, 둘 사이에 생긴 오묘한 감정을 걷어차는 헛발질을 멈추는 것에 힘쓰자.

남의 얘기인 것처럼 말했다간, 또 K씨가 '어? 이건 내 얘기 아닌 것 같은데?'라며 넘길 것 같으니, K씨가 저지른 확인, 투정, 실망, 구걸의 문자를 가져다 살펴보자.

<확인>
 - 제가 문자를 너무 많이 보내죠? 솔직히 말해도 괜찮아요.
<투정>
- 전에 말해줬었는데, 역시 저한테 관심이 없나 봐요.
<실망>
- 저랑 둘이 만나는 게 불편해요? 난 어쩌다 불편한 사람이 되었을까....
<구걸>
- 저한테도 관심을 좀 둬 보세요. 후회 하지 않으실 거예요.



J양 대신 내가 솔직히 좀 말해주고 싶다. K씨의 확인과 구걸은 J양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K씨의 투정은 J양을 불편하게 만들며, K씨의 실망은 J양을 난감하게 만든다.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고, 상대에게 투정부리고 싶으며, 상대에게 실망을 전달하고 싶고, 상대에게 구걸하고 싶을 땐 꼭 기억하자. 그게 상대를 부담스럽게, 불편하게, 난감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라는 걸 말이다.


3. K씨를 위한 A.B.C
 

A.
서두에서 이야기 했듯, K씨는 '큰 오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K씨의 다정다감함, 온순함과 어울려 '장점'이 된다. 그런데 K씨는 그 '장점'을 활용하지 못한 채 자꾸 '작은 오빠'가 되려는 모습을 보인다. J양에게 자신의 '센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어색한 연기를 하는 것이다.

난 K씨의 사연을 읽으며 K씨가 상대와 '문자메시지'로 대화를 나눌 때 그 '연기변신'을 꾀한다는 걸 발견했다. J양과 밖에서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후엔 J양의 '호감'이 올라간 것이 보이는데, '문자메시지'만 나눴다 하면 J양은 "전 이만 잘게요."를 말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난 현재 7 : 2 : 1인 '문자 : 전화 : 만남'의 비율을 5 : 3 : 2로 조정하길 권한다.

B.
J양이 밥 굶고 사는 것도 아닌데 밥 먹었나, 밥 먹자라는 '밥 얘기'만 하진 말자. 그 '밥'이 아니더라도 이야기 할 거리는 사방에 널려 있다. 여름, 우산, 매미, 할머니, 창문, 노래, 강아지, 자전거, 휴지, 목욕탕, 여행, 반지, 카메라, 가재(응?)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J양의 얘기를 듣자. J양이 어렸을 적 어디에 살았는지 알고 있는가? J양의 할머니에 대해 아는가? J양의 부모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알고 있는가? J양의 이름을 한자로 쓸 수 있나? J양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몇 반이었는지 알고 있나? J양과 제일 친한 친구는? J양이 가장 즐겨듣는 노래는? 이런 것들에 대해선 전혀 모르면서, 웃긴 얘기 몇 개 풀어 J양을 웃게 한 뒤 다짜고짜 고백하지 말란 얘기다.

C.
내가 그녀의 '퍼스널 트레이너'가 되고 싶은 거라면,
방금 밥 먹었는데 자면 살찐다는 얘기를 해 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가 되고 싶은 거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얘기는 하지 않을 거다. 
그저, 1시간 27분 후에 꿈속에서 보자고 말할 것 같다.


아 진짜, 나 너무 친절해!

친절한 '연애 첨삭지도'를 받고 싶으신 분들은 normalog@naver.com 으로 깨알 같은 사연을 보내주시길. A4용지 10매 이상! 나눠서 보내는 것도 인정하니, 최대한 자세히!



▲ 오늘 밤 12시에 꿈속에서 만나실 분들은 추천버튼을 눌러주세요. 거기서 뵙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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