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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연애하면 여자를 힘들게 만드는 '쉴드치는 남자'

by 무한 2011. 8. 19.
얼마 전, 한 지인이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인터넷 자전거동호회 중고장터를 통해 자전거 안장을 하나 구입했는데, 안장 아랫부분 플라스틱에 금이 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판매자가 '몇 번 사용하지 않았다'며 강조했던 안장은 인쇄된 글씨들이 희미해졌을 정도로 사용감이 있었다. 지인은 판매자에게

"제품이 올려두신 사진하고 다르네요. 그리고 아랫부분 플라스틱에 금이 가 있습니다. 환불 부탁드립니다."


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게 그 길고 지루한 싸움의 시작이었다.

저 문자를 받은 판매자는 당황스럽다는 답변을 보냈다. 자신이 안장을 보낼 때는 안장에 아무 이상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터에 올려 놓은 사진은 안장 구입시 찍은 것이고, 약간의 사용감이 있다는 사실을 적어두었는데 뭐가 문제냐는 거였다.

지인은 일을 복잡하게 만들기 싫어 제품에 대한 불만은 접어두고 '택배비를 부담할 테니 환불만 좀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환불이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이 보낼 때는 멀쩡하던 제품이 지금은 금이 간 상태가 되었다는데 어떻게 환불을 해 줄 수 있느냐고 했다. 화가 난 지인은 7일 이내 환불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 아니냐는 얘기를 했고, 그 얘기를 들은 판매자는 동호회에 글을 올랐다. 그 글을 여기에 다 옮기긴 그렇고 요약하자면,

'진상 구매자, 물건 고장내 놓고 법이 어쩌구 하며 환불요구.'

정도로 적을 수 있겠다. 그 글이 동호회에 올라가고 난 뒤, '법'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부터 지인을 힐난하기 시작했다. 협박으로 맞고소를 해야 한다느니, 무고죄가 성립된다느니 하는 얘기들이었다. 원래, '법'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가장 법과 친한척을 하고 싶어하는 법이다. 그 후에는 누군가의 '진상'을 온 몸으로 감당해 본 적 있는 사람들이 입을 열었다. 그들은 자신이 과거에 누군가에게 받았던 스트레스를 이제야 풀 수 있게 되었다는 듯, 조롱과 비아냥을 앞세워 소심한 복수를 해댔다.

일 대 다수의 싸움에 지친 지인은 법적인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결과는 회의적이었다. 돈을 받고 물건을 안 보낸 사건이 아니라 간단히 해결할 방법이 없으며, 교환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상대방이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답을 들었다. 우르르, 지인의 멘탈이 붕괴되는 소리가 내 방까지 들렸다.

뭐, 더 알아보면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지만 지인은 더 알아보길 포기했다. 그는 십몇만 원 짜리 안장 하나 때문에 일주일 넘게 시달려왔는데 더는 시달리기 싫다고, 피가 다 마른 사람처럼 버석버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 내 메일함에 도착하는 사연들 중 '쉴드치는 남자'를 만났던 여성대원들. 그 대원들도 버석버석 소리가 나는 활자로 내게 말했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어요. 그냥 다 놓고 싶어요."


'물건'이나 '돈'을 가지고 장난을 친 거라면 어떻게든 상대를 혼내줄 수 있을 텐데, 상대가 '마음'을 가지고 장난쳤다면 방법이 없다. 그저 마음에 난 상처에 빨간 약을 바르며 흉터가 남지 않기를 바라는 것 밖엔 말이다. 치료법이 없다면 예방이 최선이다. 오늘, '쉴드치는 남자'에 당한 많은 대원들의 사연을 토대로 작성한 '쉴드치는 남자의 특징'을 함께 알아보자.


1. 스스로 별로라고 말하는 남자


자신을 '별로'라고 말하거나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남자들이 있다. 상대에게 이미 빠져있는 여성대원들은  그 말을 그저 '겸손'으로 받아들이거나 그 말에 모성애를 자극받아 상대를 품으려고 하지만 ,훗날 상대의 그 선포는 '면죄부'로 쓰인다.

그건 마치 중고물품 상세페이지에 "사용감 있습니다."라고 적힌 문장과 같다. 갖고 싶은 명품 티셔츠라 주문했는데, 받아보니 이탈리아 의류함에서 방금 꺼내온 것처럼 너덜너덜한 상태. 환불을 요구해 보지만 판매자는 이 말만 되풀이 한다.

"사용감 있다고 분명 써 놨잖아요."


스스로 '별로'라고 얘기하거나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를 만나거든, 그 말이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에겐 책임 없다."라는 뜻을 지닐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자.


2. 바쁜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남자


'바쁜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남자들 중 일부는, 그 말을 '너랑 교제하더라도 네가 최우선은 아니고, 그냥 내가 만나고 싶을 때나 연락하고 싶을 때 네가 잘 나오고 연락도 잘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필연적으로 벌어질 끔찍한 일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혹시 '바쁜 판매자'와 거래를 해 본 적 있는가? 연락은 안 되고, 바쁜 것을 핑계로 물건은 보내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 달란 얘기를 꺼냈다가 적반하장으로 '왜 이렇게 보채냐'는 훈계를 듣게 되는 것. '바쁜 남자'를 만났을 때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갈등이 많이 벌어진단 얘기다.

"내 직업이 이렇다고 말했었잖아. 오늘 너무 피곤한데, 다음에 보자."


바쁜 남자를 기다리다 지쳐 돌이 되어 버리는 여성대원들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3. 잘 챙겨주는 편이 아니는 얘길 하는 남자


전에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듯 연애는 2인 3각 달리기다. 발이 제각각 움직이는 그 순간 두 사람은 넘어져 상처를 입게 된다. 넘어졌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그간 20년이 넘는 시간을 혼자 달려온 두 사람이기에, 발을 묶고 달리다 넘어지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건, 넘어진 다음의 일이다. 상대가 너무 빨라 넘어졌다면 좀 천천히 갈 것을 부탁해야 하고, 내가 너무 빨라 넘어진 거라면 상대가 다쳤는지 살핀 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그런데 '잘 챙겨주는 편이 아니라고 얘기 하는 남자'의 경우, 이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그는 넘어진 상대를 무관심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넘어진 상대가 조금 천천히 가자고 말하면, 그는 이 속도가 자신에게 맞다고 대답한다. 상대는 넘어져 무릎이 까졌는데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긴커녕 "난 잘 챙겨주는 편이 아니라고 말했잖아."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둘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려는 그에게, 상대의 부탁은 칭얼거림이 되고 애원은 징징거림이 될 뿐이다.


이 외에도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자는 남자''연애에 조건을 거는 남자'등이 있지만, 결국 그런 남자들의 멘트도 '책임회피'를 위한 밑밥으로 사용된다는 얘기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물론, 위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모두 '쉴드치는 남자'라곤 할 수 없다. 거래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택배거래를 고집하고, 빠른 입금을 요구하고,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올려둔다는 특징이 있지만, 그런 특징은 일반적인 판매자들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특징이니 말이다.

서두에서 말한 지인의 '안장사건'이 있었을 때, 난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한 초등학생이 게임 아이템 게시판에 쓴 글을 봤다.

아주 좋은 타이밍에 좋은 거래이거나
너무 좋은 대우해주는 거래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함.
상대방이 빨리빨리 거래하려고 해도 좀 마음 좀 가다듬으면 사기당할 일 없음.
문상사기도 그냥 캐시거래하면 되는데 욕심내서 싸게 살라고 하다가 당하는 거임.



얘 좀 짱인듯.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되시길!



연애는 마음에 붙인 보호필름을 떼고 해야 합니다. 지문이 잔뜩 묻어야 연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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