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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자기애와 자존감 강한 차도남과 친해지는 방법

by 무한 2011. 11. 10.
그간 메일로 전해 들었던 '차도남'들의 평균을 좀 내 보았다. 학창시절 성적은 상위권. 키는 178이상. 주변 사람들을 오징어로 만드는 외모 소유. (지극히 여성대원들의 편파적인 묘사겠지만) 남들과 달리 빛나고 있는 눈. 언제나 단정한 옷차림. 술자리에서 안주 먹느라 바쁜 다른 남자와 달리, 여자를 떨리게 만드는 멘트를 날림. 분명한 취향. 약간의 냉소. 아무튼 뭐 여자의 모성애와 판타지를 자극할만한 것들은 대부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런 '차도남'을 좋아하게 되었단 사연을 보낸 여성대원들. 그녀들이 보낸 사연에서 '자기소개'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종합해 보면, 




"그 남자는 정말 반짝반짝해요. 하지만 저는..." (출처-
이미지검색)


"혹시, 두더집니까?"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자기비하가 가득하다. 아니, 왜 남의 밭에 땅굴을 파고 있는 두더지처럼 얘기하는 건가! 대체 왜!

상대도 사람이다. 견고하고 단단하게 느껴지겠지만, 괴물은 아니란 얘기다. 오늘은 그런 상대와 '친해지는 방법'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자, 땅굴은 그만 파고, 고개를 들어 보자.


1. 일단 누르자. 초인종.


문제가 생길까 겁내지 말자. 지금 그대에게 문제가 있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는 게 문제다. 말장난 같지만 사실이다.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건, 좋은 문제든 나쁜 문제든 일단 둘이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생기고 나서, 함께 매달려 짤랑짤랑 거리는 거다.

짤랑짤랑

좋지 아니한가? 일단 불러보고, 불러서 대답 없으면 어깨를 툭툭 쳐 보고, 그래도 안 돌아보면 다리라도 거는 거다. 이건 뭐 상대를 신으로 만들어 놓고 집에서 혼자 예배만 드리고 있으니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말 걸었다고 욕을 하거나 침을 뱉을 남자는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일단 누르기 바란다. 그 초인종.

단, 한 번 눌러 상대가 뒤돌아 봤다면-그래서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눴다면- 다음 초인종을 누를 땐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지 말길 권한다. 예를 들어,

10월 11일 - 뭐하세요?
10월 14일 - 뭐하시나요?
10월 16일 - 주말인데 뭐하세요?
10월 20일 - 퇴근 하셨어요? 뭐해요?
10월 23일 - 일요일인데 놀러 안 가세요?



요따위 '반복'은 하지 말란 얘기다. 저건 실제로 한 여성대원이 사연에 첨부한 카톡 대화의 맨 처음만 가져다 적은 거다. 자존심 하나 지키겠다고 꾹꾹 참아 며칠에 한 번씩 보낸 노력은 가상하나, 저러다간 십 년 후에도 "뭐하세요?"만 묻는 관계가 된다. 

모범적인 대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미드'를 주제로 상대와 친해진 여성대원의 사례가 있다. 그녀는 첫 대화에서 상대에게 '미드추천'을 부탁했고, 다음 번 대화에는 그 미드에 관한 이야기로 초인종을 눌렀다. 상대에게 추천받은 미드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상대에게 "다음이야기가 어떻게 될 것 같아요?"라고 물으며 또 초인종을 눌렀고 말이다. 미드에 나온 상품을 파는 곳을 알아내 상대에게 알려 주며 초인종을 누르거나, 그 미드에 나온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며 초인종을 누를 수도 있다.

뜬금없어도 괜찮다. 오히려 뜬금없는 물음이 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 법이다. 연애는 교통사고처럼 온다고 이미 누누이 이야기 하지 않았나. 이렇게 계속 서로 다른 차선을 달리면 사고가 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끼어들어라. 깜빡이도 켜지 않고, 일단 확, 끼어드는 거다.


2. 주지 마라!


조금 가까워진 것 같으면-혹은, 조금 더 가까워지려고- 일단 선물부터 하는 대원들이 있다. 제발 그러지 말자. 그건 그냥 상대의 '팬클럽' 회원등록 하는 짓이다. 안 그래도 자기애와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상댄데, 그런 상대에게 주는 선물은 그냥 '조공'이 되고 만다. 게다가 그 '조공'은, 어쩌면 이미 중증일 지도 모르는 상대의 '연예인 병'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

"저는 그냥 제 마음 가는대로 표현하고 싶었고,
관심이 있다는 걸 그가 알아도 상관없겠다 생각했어요.
뭘 바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그 사람이 춥게 입고 다니길래,
겨울 옷 없는 그가 불쌍해서 준 것도 좀 있다고 할까.. 암튼 그래요."



난 정말, 저 '불쌍해서'의 근거가 너무 궁금하다. 둘의 관계만 놓고 보자면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쪽에서, '강자'인 상대방을 '불쌍하다'라거나 '보살펴줘야 할 것 같아서'라고 말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런 대원들은 스톡홀름에 살고 있는 건가?(스톡홀름 증후군 - 인질이 인질범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현상)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준 수십 명의 이성보다, 분명 줄 거라 예상했는데 초콜릿을 주지 않은 한 명이 더 궁금하다. 그대는 상대에게 어느 쪽의 이성이 되고 싶은가? 겨울 옷 같은 건 부모님 챙겨드리고, 상대에겐 '분명 그럴 거라 예상되는 사람'이 먼저 되길 권한다. 그러곤 그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는 거다. '길 잃은 어린 양 이론', 잊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3. 금만 내라.


정면승부는 바보짓이다. 대부분의 차도남은 "연애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여자친구 사귀면 신경도 써야 하고..." 따위의 얘기를 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여자친구, 당장 필요한 건 아니야." 정도의 레벨이랄까. 연애를 하고 있지 않아도 많은 이성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으니, 절박함이나 절실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거다. 가끔,

"나도 소개팅 시켜줘."


라고 말하는 차도남도 있긴 하지만, 그 말도 그냥 "편의점가서 라면 좀 사올까?"정도로 가볍게 내뱉는 말이다. "무, 물이라도 좀 주세요. 구, 굶어 죽겠어요."라고 말하는 솔로부대원들의 절규와는 분명 많이 다르단 얘기다.

혹시 자동차 앞 유리에 작은 금이 가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처음엔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찾기 힘들 정도로 작은 금도, 시간이 지나며 점점 커진다. 차가 움직이며 발생하는 진동이 그 금을 계속 벌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작다고 무시한 금은, 훗날 앞 유리 전체를 깨트릴 수도 있다.

자기애와 자존감 강한 차도남과 친해지는 방법으로 나는 '실금작전'을 추천한다. 그 단단하고 견고한 자기애와 자존감에 실금을 내는 것이다. 이건 상대를 잘 관찰해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내야 할 수 있는 작전이다. 전적으로 그대의 역량에 달려있는 문제긴 한데, 열심히 관찰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그대의 낮은 자존감과 자기비하에 실금을 낼 수 있는 괴테의 말을 빌려와 보자.

"우리는 자신이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며,
자신에게 결여되어 있는 그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다 갖추어져 있는 듯이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덧붙이고,
나아가서는 거기에다 이상적인 생활의 즐거움까지를 더하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은 완전히 행복한 인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하나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중에서


난 사실, 그대가 차도남과 친해지는 것 보다, 그대의 낮은 자존감습관적인 자기비하가 위의 인용문으로 인해 '실금'이 갔길 더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자기애와 자존감이 강한 차도남에겐 '칭찬'을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저 "우와, 정말 못하는 게 뭐예요?"라거나 "넌 정말 알면 알수록 멋져."따위의 '칭찬'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위에서 말한 '조공'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대의 '연예인 병'만 부추길 수 있으니 말이다.

상대가 아닌, 상대가 한 '행위'나 상대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칭찬을 '구체적'으로 하자. 이 부분은 이래서 좋다, 저 부분은 저래서 특별하다, 정도로. 절제된 칭찬은 상대에게 '어? 왜 나에 대해선 찬양을 안 하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내가 대단하다는 걸 보여줘야겠군. 그럼 찬양을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도록 승부욕을 자극한다.

'넌 정말 특별한 녀석이야. 하지만 나도 특별한 걸?'


정도의 마음으로 다가가 보는 거다. 눈부시다며 땅굴만 파고 있던 두더지의 모습, 벌써 벗어버린 것 같지 않은가? 자, 그럼 초인종을 눌러 시작하길 바라며!



▲ 근데 나 저 위의 두더지랑 똑같이 생긴 사람 아는데.(응?)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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