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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들은 강의가 하나 있다. <마음과 두뇌 발달에 좋은 교육>이란 강의인데, 4부작인 그 강의의 마지막 시간에 '사춘기'와 관련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위험추구 행동 원인]

A. 경험부족, 판단능력 미숙, 위험 지각 못함 (X)
B. 보상추구, 사회적 촉진, 인지적 조절 (O)

- 김성일 교수, KBS 2TV <TV 특강 - 마음과 두뇌 발달에 좋은 교육> 중에서
 

강의에서 김성일 교수가 청소년들의 위험추구 행동요인으로 지목한 것은, A가 아니라 B였다. 관련된 예로 '청소년들의 운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사춘기의 청소년이 차를 모는 게 위험한 건 '조작미숙'보다는 '충동제어'가 더 큰 관련이 있단 얘기였다. 

난 저 강의를 들으며 '연애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대원들이 생각났다. 그 대원들이 벌이는 문제의 원인들도 A보다 B에 가깝다. 물론, A와 B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몰라서 못 푼 문제''알지만 틀린 문제'는 분명 좀 다르지 않은가.

속도를 낼 때는 액셀을, 늦추려 할 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속도에 취해 액셀만 밟아댄 대원들. 오늘은 그 대원들을 위한 얘기를 좀 해 보자. 


1.고백으로 시작하려 하지 말자


내게 사연을 보낸 대원 중 "고백해보고, 거절하면 깔끔하게 포기하려구요."라고 말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 그들은 연애를 '퀘스트'처럼 생각한다. 고백이란 무기를 쥐곤 상대와 정면승부만 하려 하는 것이다. 이 모습은 군대에서 제대한 후 1년 반 만에 6번이나 퇴짜를 맞은 J군(25세, 대학생)의 사연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다.

[J군의 18개월 연애사]

①동네 커피숍 여직원에게 고백, 거절.
②군대 동기의 주선으로 만난 소개팅녀에게 고백, 거절.
③복학 후 새내기 여자후배에게 고백, 거절.
④같은 수업을 듣는 다른 과 여학생에게 고백, 거절.
⑤방학 중 동호회 활동으로 알게 된 누나에게 고백, 거절.
⑥전철에서 마주친 이상형 여자에게 고백, 거절.



상대와 인사 몇 번 나누면 고백하고, 연락 몇 번 주고받으면 고백하고, 호의를 조금 보인다 싶으면 고백하고, 나중에는 옷깃만 스쳤다 하면 고백하려 하고 있다. 그 마음은 이해한다. 나도 낚시를 가서 영 입질이 없는 날엔, 조급한 마음에 계속 낚싯대를 건져 확인한다. 그렇게 퐁당퐁당 대면 주변에 몰려든 고기도 다 쫓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고백'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줄기가 늘고 꽃 피고 어쩌면 열매까지 맺었을지도 모르는 나무들. 그 나무의 새싹을 도끼로 다 찍은 것은 누군가? 스스로 배수진을 친 거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를 다 엉망으로 만든 까닭에, 이젠 '나에 대해 모르는 이성'만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2.비겁하게 피하거나 도망가지 말자


위와 같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건, 무책임과 회피다. 자신이 만든 불편하고 껄끄러운 상황을 '좀 덜 어른스러운' 대원들은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그 문제에서 도망가거나, 말을 돌려가며 피한다. 혹은 스스로를 정당화 하려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최악의 방법을 사용하거나 말이다.

그래놓곤 나중에 기신기신 기어들어와 헛소리만 해대는 대원들도 있다. 그런 대원들의 경우, 커뮤니티 내에서 '매장' 당하는 형벌을 받는다.

사실, 저 위에서 말한 '고백'에서도 '비겁함'은 드러난다. 그들은 제시된 단어를 빨리 말하고 시한폭탄을 옆 사람에게 넘기는 놀이를 하듯 고백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쥐고 있는 고민과 불안을 상대에게 넘겨 놓고, "자, 이제부터 모든 건 선택을 하는 네 책임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녀의 결정을 따르겠다거나, 상처를 받아도 자신이 받겠다는 식의 얘기를 하지만 그건 그냥 역할극이다.

고백이랍시고 문자 하나 틱, 보내놓고 무슨 전 생애를 다 건 사람처럼 굴지 말자. 무인도에 표류해 불을 피우려 해도  손바닥 까질 정도로 나무를 비벼대야 하지 않는가. 불꽃 하나 얻으려고도 그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하는 법인데, 상대의 마음을 휴대폰 버튼 몇 번 눌러 얻으려 하진 말잔 얘기다.

그리고 상황이 자신의 기대와는 정 반대로 흘러갔다 하더라도 피하거나 도망가지 말자.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을 모질게 내칠 사람은 없다.

"전 사과했는데도 관계가 좋아지지 않는데요? 연락두절 되었어요."


라고 말하는 대원이 있다면, 그 사과에 '변명'이나 '요구'가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몇몇 대원들은 '사과'와 '변명'과 '요구'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이란 접속사가 들어갔거나,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따위의 문장이 들어간 건 사과가 아니다. 그건 '변명'과 '요구'다.


3.제발, 축 쳐진 남자만은 되지 말자


위의 두 경우와 달리, 이제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상황에서 '연애 사춘기' 때문에 관계의 뿌리를 뽑고 마는 대원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빠른 실망'이다.

액셀만 밟았지만 다행히 텅 빈 차도인 까닭에 아무 문제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저 앞에 뭔가 있는 것 같다 싶으면, 그들은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위험이 느껴지면 서행해 지나쳐도 되는데, 그들은 급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를 내고 마는 것이다.

그런 문제는 주로 '떠보기'를 하다 발생한다. 그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미리 정해두고 상대에게 질문을 한다. 이때, 상대가 자신이 기대한 것에 못 미치는 대답을 하면, 그들은 실망을 덕지덕지 바른 말들을 상대에게 내민다. 몇몇 대원들은 이 상황에서 '극단적인 얘기'들을 던지며 다시 '떠보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사실, 위와 같은 행위는 '상대'보다 그 행위를 하는 '자신'에게 더욱 상처가 된다. 스스로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어 배수진에 갇히고, 도망가거나 숨어 상황을 더욱 좋지 않게 만들며, 잘 자라고 있는 둘의 관계를 확인하겠다며 뿌리까지 뽑아버리는 행위들. 사춘기에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벌인 일들이 '흑역사'로 기록되어 평생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앞서 말한 행위들도 '연애의 흑역사'란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내 메일함에 있는 '맥 없이 방황만 하는 사연들'이 바로 그런 상황에 있는 대원들이 보낸 얘기 들이다. 손으로 짜면 암울함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얘기들과, 말줄임표가 방황으로 보낸 시간만큼 찍혀 있는 사연들. 물론 그 와중에, "저 이번에도 퇴짜인듯 해욬ㅋㅋㅋ 헬스 끊어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예쁜 여자 있으려낰ㅋㅋㅋ"라며 상황파악 못 하고 대책없이 신난 사연들도 있지만. 여하튼 쫄지 말자. 축 쳐진 남자는 사춘기고 뭐고, 정말 매력없다. 


흑역사는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앞으로 쓰게 될 역사'지, 이미 기록된 '흑역사'가 아니지 않은가. 누군가 얘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흑역사만 쓰고 있을 위험이 있는 대원들을 위해 오늘 매뉴얼을 작성하게 되었다. 그러니 "남자만 저런 건 아니다."따위의 유아기적 땡깡은 접어두고, 많은 대원들의 흑역사를 토대로 작성된 위의 내용을 참고해 힘차게 역사를 써 내려가기 바란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는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징기스칸이 되어 있었다. 

- 징기스칸


오만가지 감정을 다 주렁주렁 매달고는 빛나는 역사를 쓸 수 없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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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USWANNABE2011.11.11 17: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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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는 남자분들은
본인이 사춘기인줄 모르는 거겠죠. ㅎㅎ
여자분들에게도 조금은 해당하는 내용인 것 같아요.

만두홀릭2011.11.11 20: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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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쁜날이예요오오~
ㅋㅋ암튼 추천 꾸욱!!

피안2011.11.11 21: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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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데잇 이네요
빼빼로도 받았고
이것저것 요즘은 좋은 일 가득
무한님 새해 덕담 덕분인 거 같음 ㅋㄷㅋㄷ
행복한 한해가 되어가고 있어요 ^^

저그2011.11.11 22: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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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글이 막 쭉쭉 올라와서 늠 기쁩니다!
듣고싶은말 딱 하나 정해놓고 질문을 한 담에,
그 답이 아니면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실망하고 마음 다치고 자기파괴하는 거..
음... 공감하실 여자분들도 많을것 같아요 ^^

역사는 되풀이된다지만, 흑역사는 되풀이하지 맙시다!

히포2011.11.11 22: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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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 갑니다 ^^

지연2011.11.11 23: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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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이 중국에서는 솔로데이라면서요? 아오이소라씨가 홀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오빠들에게 화이팅 메세지를 보냈다는데 오늘 무한님 글도 그에 못지않네요ㅎㅎ 잘보고가요~

미사랑2011.11.12 00: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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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저와 창이란 아이의 이야기 같네요....이소라의' 난행복해'란 노래를 그에게 들려주고 싶군요....네 고백을 받아주진 못했지만,너를 평생 마음에 기억하게 될거같아....창아...더행복하길 바래.......

TBB2011.11.12 03: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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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갑니다~♬

전성욱2011.11.12 08: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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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옳으신 말씀이세요 보통 고백해서 사귀게 되면 그걸 끝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그게 사실 시작이거든요 ㅎ그리고 남자답게 행동하는 건 남자로서 당연히 해야하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또 중요한 건 원래 자기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것같아요

케이군2011.11.12 09: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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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중에 그런아이있어요
전맘에 드는데 그쪽은 어때요?
소개팅첫날에 불구하고 막찌르는 타입 근데 은근 많은분들이 그런 찌르기가 통하는 꼬꼬마가 많다는 사실

헐퀴2011.11.12 12: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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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왜이렇게 어려워....
무슨말인지 모르겠네.
좀 구체적으로 써주세요

수정2011.11.12 17: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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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메일로 사연을 보냈는데 읽으셨을까...
수신확인은 수신으로 되던데ㅋ 아!
너무 궁금해요!!! >ㅇ< ㅋㅋㅋㅋㅋ

2011.11.12 19: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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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좋아서 사귀고 싶은거지, 사귀려고 만나는건 아닌데 말이죠.
고백하고 마음 편해지려는 마인드로 고백하겠다는 사람 전 정말 싫어요.
그런 고민상담들어오면 그 사람을 좋아하고나 있는지도 의문이 듭니다.
좋으면 좀 더 그사람을 제대로 좋아해보고 진심으로 다가가고, 자신의 좋은점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지, 고백이랍시고 냅다 지르는 사람들은 정말..모르겠더라구요.

씩씩이슬비ㅎ2011.11.12 22: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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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갖가지 감정들로부터 이감정을 숨길 수 있음 그나마 나을텐데요.
알아주길 바라는 욕심이 일을 크게 만드는 것
같아요ㅎ
이젠 정말 반짝반짝하는 역사를 쓸 수 있음
좋겠어요~무한님이 좋은 기운 많이 주세요
^^*
빼빼로데이에 케익살 수 있는 기프트콘 받았어요~많이 기쁘고 설레더라구요ㅎ
역시나,여잘 기쁘게 하는 건 성의 같아요ㅎ

연우2011.11.12 23: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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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대책 없이 신난 사람...

희망이2011.11.13 00: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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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갑니당~^^

회전목마2011.11.13 02: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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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나 발렌타인에 초콜렛 주는 것, 탐탁케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빼빼로 받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지네요? ㅎㅎㅎ
요즘 의심이 갈락 말락 했었는데,

흠...........의미부여 자제하겠어요...일단은.

Paul2011.11.13 08: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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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작품을 계속

DJ_Suks2011.11.13 14: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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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레알이 되었다.

저도 저를 극복하는 순간을 매일매일 기대하며 살아보려합니다
부페가서 뭐부터 먹어야할지 고민하는 설레임으로 무한님의 글을 읽습니다
다음 글 또 기대할게요

소영2011.11.21 08: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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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표현을 빌려

" 실망을 덕지덕지 바른 " 말은 들어본 사람만 알걸요

웃으면서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 느낌

^ ^ 호호호 ^ ^ 호호호 - _ - + 빠직... 이마에 사거리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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