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도 하기 전에 차이는 자의식 강한 남자들,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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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고백도 하기 전에 차이는 자의식 강한 남자들, 문제는?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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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해 너무 과한 의미를 부여할 경우,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기보다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보통 그런 건 사춘기 시절 극대화되었다가 친구나 지인, 부모님과의 관계를 통해 조율되기 마련인데, 그 과정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그 과정 속에서도 ‘크윽…. 역시 평범한 닝겐들은 날 이해하지 못하는군.’하는 생각만 할 경우 여전히 다듬어지지 못한 채 이십대 중반까지 도달하게 될 수 있다.

 

이런 대원들이 내게 주로 하는 말로는

 

“제가 마음속에 봉인해 둔 과거를 꺼내면, 무한님이라도 버티지 못하실 겁니다.”

“전 남들이 이해하지 못 하는 일들에 관심을 갖는, 괴랄한 사람쯤으로 설명해두죠.”

“이 연애도 제 기구한 인생패턴 중 하나일 겁니다. 제겐 늘 일어나는 일이죠.”

“다른 선택지는 없는, 원코인 게임입니다. 깨느냐 마느냐의 일만 남았죠.”

 

등이 있는데, 난 그들에게

 

“야, 그만해 무서워. 뭘 먹었길래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하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여하튼 그냥 잠깐 스친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인데, 꽤 가까이에서 그들을 경험한 상대들은 어떻겠는가. 그래서 그녀들은 고백을 받기도 전에 이상한 낌새만 보여도

 

“네가 무슨 말을 할지 내가 알든 모르든, 하지 마. 그게 뭐든, 하지 마.”

 

라며 방어막부터 가동하기 마련인데, 그런 방어막에 그들은 홀로 더 조급해지거나 치열해지고 만다. 때문에 내게 “처음으로 이런 연애사연 같은 걸 써보는군요. 제가 지금부터 무한님께 드릴 얘기는….”이라며 사연을 보내는데, 나 역시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흑마법은 잠시 멈추고 내 얘기 먼저 좀 들어봐.”하는 마음으로 매뉴얼을 시작해 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착한 상대의, 호의를 이용하고 누린 것 아닐까?

 

꽤 많은 대원들이

 

“저를 배려해준 상대의 모습이, 절 사랑에 빠지게 했던 것 같군요.”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여기서 보기에 그건 상대가

 

-진짜 짜증 나지만, 꾹 참고 존중하며 얘기를 들어준 것.

 

에 가깝다. 독서토론모임에서 리더를 맡고 있는 상대와 회원인 이쪽이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고 해보자.

 

남자 – 똑똑. 저기~

여자 – 응?

남자 – 다음번 책으로 정해진 책은 내겐 좀 부담스럽군.

여자 – 뭐가?

남자 – 책 내용이 내 과거를 자극할 것 같단 말이지.

여자 – 무슨 과거?

남자 – 짧게 할 순 없는 얘기고, 아무튼 책을 변경하는 게 가능하다면 책을 변경하거나, 아니면 다음 모임엔 내가 못 나갈 것 같군.

여자 – 정할 땐 아무 얘기 없었잖아?

남자 – 어떤 책인지 몰라서 얘기하기가 좀 그랬지. 그런데 줄거리를 잠시 보니, 아무래도 버거울 것 같군.

여자 – 책 변경을 요청하는 거야? 아니면 못 나온다고 말하는 거야?

남자 – 책이 변경되면 나갈 수 있겠지. 하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책을 변경해달라고 하는 건 무리일 수 있으니, 그냥 내가 한 번 건너뛰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군.

여자 – 아무튼 알겠어 그럼. 다다음 모임에서 보는 걸로 알고 있을게.

남자 – 내가 극복하고 읽으면 되는 걸, 괜히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군. 하지만 개인적으로 민감한 부분인데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되는 지점이 있어서, 아무래도 못 읽고 말없이 빠지는 것보다는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 아무튼 의도는 전달된 것 같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얘기를 하며, 다다음 모임에서 보는 걸로 합시다.

여자 – 응 알겠어~

 

그러니까 저런 건, 상대의 ‘배려’가 아니라 ‘인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상대가 진짜 착하니까, 거기다 어쩔 수 없이 대답해 줄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으니까 다 듣고 대답해 준 거지, 그게 아니라면 보통 읽씹으로 끝내거나 몇 번 대답해주다 차단을 할 수 있다.

 

질문하면 대답해줘야 하는 상대에게, 또는 요청하면 일단 들어주는 척은 해야 하는 상대에게 계속해서 징징거렸던 것은 아닌지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그리고 대화라는 게 늘 ‘내가 할 얘기 있을 때(그것도 요청할 게 있을 때)’만 할 게 아니라 상대의 수고도 칭찬해주고 안부도 묻고 그래야 하는 건데, 너무 전자의 태도만을 취하며 상대의 호의와 친절을 이용만 한 건 아닌지도 꼭 살펴보길 권한다.

 

 

2. 상대는 진정한 첫사랑? 운명의 여자?

 

이건 자신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와 특별함의 부여가, ‘내 첫사랑’이나 ‘내 짝사랑’으로 옮겨가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은 상대에 대해

 

“그녀는 포커페이스죠. 감정을 읽기 힘듭니다.”

“겉은 외향적이지만, 속은 내향적인 기질이 있는 것 같더군요.”

“자존심이 센 것 같습니다. 아니, 기가 세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군요.”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뭔가 그럴듯한 것 같긴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그냥 상대에게 겁먹고는 상대를 아마존의 여전사처럼 그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냥 이쪽에게 별말 안 하는 걸 두고 상대를 ‘차가운 모습이 있는 여자’라고 말하거나,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해놓고는 상대가 화를 내면 ‘자존심이 센 여자’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약속이나 한 듯

 

-그녀는 눈치가 정말 빠른 사람입니다.

 

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그렇게 자꾸 연락하고 과자나 음료 같은 걸 주는데 아무 낌새도 못 느끼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할 얘기가 있으니 잠깐 따로 보자고 하면, 그건 누가 봐도 고백을 하려는 듯한 제스쳐 아닌가.

 

이렇듯 현실에서의 관계는 “할 말 있으면 그냥 카톡으로 해.”라는 대답이 나올 정도로 거의 폐업을 향해가고 있는데, 혼자서만 막

 

“이 친구 아니면 다른 친구를 찾는다는 선택지는 지웠습니다.”

“제겐 진정한 첫사랑이니 그냥 잊을 수도 없는 거죠.”

“운명의 상대니 만큼, 필사즉생의 각오로 임할까 합니다.”

 

하고 있으면 곤란해진다.

 

까닭 없이 혼자 절실해진 건 아닌지, 그래서 더 상대를 ‘여신화’ 시켜 종교처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들은 그냥 그녀를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며 친해지는데, 이쪽은 멀리서 그런 사람들만을 견제하며 ‘누가 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백해보고 싶다’는 얘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3. 잘 되는 방법? 그대는 그녀에게 과연 좋은 사람인가?

 

중고나라에 카메라를 120만원에 올려놓은 사람에게, 내가

 

“컷 수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번거로우시더라도 부탁 좀 드립니다.”

“포함된 렌즈 상태 괜찮나요? 접안부 쪽도 사진 좀 보여주세요.”

“핀이 맞는지 핀테스트 용지 놓고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100만원에 구입할 수 있을까요?”

 

라는 이야기를 하면, 결국 욕을 바가지로 먹는 일만 남는 것 아닐까? 나는 저게,

 

“마지막으로 부탁 좀 하자. 오늘 저녁에 시간 좀 내줘.”

 

라며 고백하려는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간 예의상, 또는 성격상 친절해서 거절 안 하고 받아줬던 것들을 ‘가능성’으로 착각한 채, 크리스마스라고, 또는 무슨 데이라고, 또는 앞으로 볼 일이 적어질 것 같으니 지금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는 그런 고백이 저렇단 얘기다.

 

어떤 남성대원은, 상대에게 매번 부탁하고, 징징거리고, 심지어 연애상담까지 해놓고는, 그걸 다 받아주는 그녀에게 빠지고 말았다며 고백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래놓고는 그걸 자신이 ‘가랑비 작전’을 사용한 거라 말하며, 내게

 

“무한님이 얘기한 ‘가랑비 작전’을 써봤는데, 잘 풀리질 않았습니다. 뭐, 이 친구가 워낙 특이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그래서 잘 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전 최선을 다할 수 있고 준비도 되어 있으니, 이제 방법만 알면 될 것 같습니다.”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작전이고 방법이고를 떠나서, 거기엔 그간의 행동들로 인해 이쪽은 상대에게 민폐캐릭이 되고 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 대화만 봐도

 

“(상대가 만날 시간 없다고 하자)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네 ㅎ”

“(상대가 짧게 리액션 하자)영혼 없는 리액션이네 ㅎㅎ”

“(상대가 전화를 안 받자)내가 꾼 꿈 얘기 해줄 게 있는데, 카톡으로는 하기 좀 그렇고 시간 나면 전화 줘.”

“(그냥 매번 상대에게)나 부탁 좀 하자. 혹시 뭐 알아? 혹시 뭐뭐 잘 알아?”

 

등의 멘트가 대부분으로 불쾌하게 달라붙는 느낌의 얘기들이 가득하다. 농담이라지만 별로 비꼬는 뉘앙스라 전혀 재미있지도 않고, 심리상담 받는 것도 아닌데 무슨 자기 꿈 얘기 늘어놓겠다고 전화를 달라고 하고, 나아가 뭐 잘 아냐면서 검색만 해도 나올 것들을 자꾸 물어보면, 상대가 누구라도 그런 태도에 짜증 나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 ‘고백하려는 제스쳐’를 상대가 눈치채고 거절하면 계속 시간 잠시만 내달라며 매달리고, 거기에 빡친 상대가 화난 얼굴로 불쾌함을 자세히 표출하면, 그걸 그저 ‘화났다’고만 여기며

 

“오늘 할 말이라는 건 그냥 고민 상담 비스무리 한 거였는데 내가 실수했네. 사과할게.”

 

라며 말이나 돌리는 남자. 그런 남자가 과연 그녀에게 ‘좋은 남자’일까? 이런 와중에 자꾸 방법이나 작전만 찾고, ‘후회가 남지 않게 마지막으로 고백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그냥 끝까지 이기적이기만 한 태도가 아닐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끝으로 하나 더 얘기하고 싶은 건, 친한 '좋은 이성친구'를 전부 연애 상대로만 여기며 들이대다 잃진 말자는 거다. 위에서 이야기한 남성대원들의 카톡대화를 보면 상대는 진심으로 이쪽에게 충고를 해주거나 불편할 수 있는 지적들도 그때그때 해주는데, 안타깝게도 남성대원들은 그 순간에도

 

‘지금은 좀 관계가 부정적임. 고백할 타이밍을 좀 더 늦춰야 할 듯.’

 

하는 생각만 하느라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어그로 끄는 걸 목적으로 하는 얘기들은 하지 말라는 충고나 모임 내에서 어린 친구들을 갈구지 말라는 조언, 그리고 다 같이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해나가는 일인데 혼자 빠지지 말라는 이야기나 단톡방에서 그렇게 쉽게 나가지 말라는 얘기들은 분명 스스로를 되짚어보며 반성해야 할 부분들인데, 거기에 대고 말도 안 되는 핑계나 변명만 늘어놓으며 말장난이라 하려는 태도는, ‘변할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상대와의 인연까지를 다 놓치게 만드는 일임을 잊지 말자.

 

자,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난 요 며칠간 난생처음 위경련을 경험한 후 혹시 이게 담석증인가 해서 초음파도 받아봤고, 하루 지나 괜찮아지자 맘 놓고 먹었다가 다시 명치를 쥐어짜는 고통을 느끼다가, 역시 또 괜찮아진 듯 해서 이번엔 위 생각한답시고 양배추를 갈아 마셨다가 수시로 고양이 자세를 하며 복통을 참아내야 했다. 그래서 이젠 아플 것 같은 신호만 살짝 와도 공포감에 얼른 몸부터 움츠리게 되었는데, 다들 이런 위경련 같은 거 겪지 마시고 건강하게 하루하루 보내셨으면 한다. 그간 오래 쉰 까닭에 설 연휴에도 밀린 사연 발행할 예정이니, 설 인사는 당일 매뉴얼에서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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