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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사이3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 2년째 머물고 있는 여자 세 번째 다시 고쳐 쓰는 매뉴얼이다. 이젠 피곤하다 못해 졸리기까지 하다. 저녁쯤 매뉴얼을 올리기로 약속한 오늘, 왜 난 하필 이 사연을 고른 걸까. 이건 작년에 매뉴얼로 한 번 소개한 사연인데, 그 매뉴얼에서 이별을 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연의 주인공인 나연씨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회귀본능처럼 그에게 연락하고, 그러면서 잠깐의 희망을 가졌다가 실망하고, 그러다 다시 또 연락하고, 폐허가 된 것을 확인하곤 돌아섰다가 다시 또 연락하는, 뭐 그런 일을 반복하고 있다. 눈이 찐득찐득 한 것 같아서 좀 씻고 왔다. 내가 왜 씻어가면서까지 이 사연을 다루고 있는진 모르겠는데, 그냥 사연을 읽으며 같이 슬프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고, 갑갑하기도 했고, 두 사람의 카톡대화에 나오는 말처럼 오만 가지 .. 2015. 4. 16.
예정대로라면 오늘 웨딩촬영을 했을 그녀 예정대로라면 오늘 웨딩촬영을 했을 그녀 아이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H양의 남친은 '남자친구'라기보다는 '남자아이'에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비뚤게 자란 가지가 잘라지고, 모난 부분은 깨지고, 자기 편할 대로만 생각하는 습관 때문에 눈물 젖은 빵을 먹을 일이 좀 있어봐야 '나는 H양에게 못마땅한 부분이 있는 거지만, H양은 나 때문에 속이 까맣게 타버렸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텐데, 그런 과정 없이 나이만 마음껏 먹은 까닭에 서른이 가까워도 애처럼 굴었던 것 같습니다. H양은 제게 "제가 여동생이라고 생각하시고 얘기해 주세요."라고 하셨는데, H양이 제 여동생이라면 저는 이 결혼 취소를 두 팔 벌려 환영했을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 아래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책임감이 있는지를 보라는 얘기.. 2014. 5. 26.
띠동갑 연상남과 결혼을 생각 중이라는 민지에게 띠동갑 연상남과 결혼을 생각 중이라는 민지에게 민지야, 우선 매뉴얼을 시작하기 전에 스마트 폰에는 '캡처'라는 편리한 기능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구나. 폰 화면을 그렇게 하나하나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면, 보내는 너도 고생이고 읽는 나도 눈이 빠질 것 같단다. 하지만 500장이 넘는 '노가다 스크릿 샷'을 찍은 그 근성은 훌륭하기에, 나도 인내심을 갖고 읽었단다. 사실 난 민지의 사연을 다루지 않으려고 생각했었단다. 그 이유는 첫째, 민지가 물어 본 것이 '연애를 지속하려면 고쳐야 할 모습들'이었기 때문이지. 결혼까지 생각하며 애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민지에게, 내 솔직한 심정을 얘기하면 괜히 초 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둘째, 굳이 나까지 나서지 않더라도 민지의 부모님께서 파리채를.. 2013.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