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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2

A/S 때문에 고통받은 적 없으신가요? 프린터가 또 바코드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분명 한글로 된 문서의 인쇄버튼을 눌렀는데 프린터만 알아볼 수 있는 바코드로 변환되어 나온다. 그리고 여지없이, '카트리지 이상'의 주황색 램프가 점멸한다. 건드리지 않아도 혼자 빙의되어 움직이던 마우스를 보고 있던 때의 느낌이 살아난다. A/S문의를 하면 상담원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1. 잉크 카트리지를 꺼내 면봉으로 닦아주세요. 2. 카트리지를 교체해 보세요. 뭐, 그들도 이런 이야기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응급처치 후 같은 증상이 계속되면 A/S예약을 해 드리겠다는 그런 얘기. 낯설지가 않다. '내일 아침에 고객센터로 전화해 A/S예약 접수나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데 인터넷 집전화 전화기의 5번 버튼이 잘 안 눌린 다는 게 생각난다.. 2010. 3. 2.
고장난 모니터 본체는 멀쩡한데 아마, 지금쯤 퍼런 로그인 화면을 떠올리며 맞는 비밀번호를 넣어주길 애타게 기다릴텐데 모니터는 계속 아무 신호도 잡을수가 없다고 하니 하필이면 왜 주말인가 계속 생각을 합니다 연락할 곳도, 손봐주길 부탁할 곳도 없으니 말입니다 당신이 그렇습니다 무슨 말이라도 있으면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을텐데 우린 이제 아무 신호도 잡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마음들 말입니다 하드디스크 읽는 소리가 지지직 들리듯이 당장 내 방안에서 당신과 연결되는 것들이 하나 두개가 아닌데 볼 수는 없고 마음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문 밖까지 들립니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쏟아내는 얘기들을 아스팔트 바닥에 그냥 아무렇게나 흩뿌리고 들어왔습니다 돌아와 고낭난 모니터의 신호없음 표시만 들여다 봅니다.. 2009.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