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묵남2

다 맞춰주고 모두 이해해주던 남자친구의 역습 다 맞춰주고 모두 이해해주던 남자친구의 역습 지인이 다 닳은 와이퍼 때문에 자동차 사고를 낸 적이 있다. 그는 와이퍼 교체를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비가 내린 어느 날 와이퍼가 앞 유리의 빗물을 완벽하게 닦아내지 못해 시야를 가리고 말았다. 다행히 콩, 하는 수준의 접촉사고였지만 와이퍼 교체를 미뤄 낸 수업료 치고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만 원 주고 와이퍼를 사서 갈았으면 해결될 일을, 삼십만 원의 합의금을 주고 처리한 것이다. 사고의 충격으로 그는 약간의 강박증세까지 보였다. 지인들의 차를 탈 일이 있으면 와이퍼부터 작동시켜보라고 말했고, 조금이라도 와이퍼가 부실하다 싶으면 얼른 와이퍼를 교체하라고 재촉했다. 그 지인 때문에, 나 역시 어느 차를 타든 와이퍼를 작동시켜 보는 약간의 강박을 가지게 .. 2013. 8. 19.
소개팅에서의 어색한 침묵, 해결방법은? 밤새 머릿속에서 상황극까지 해가며 소개팅을 준비했다. 새로 산 옷과 신발이 너무 새것처럼 보일까봐 일부러 입고 신은 채 새벽에 나가서 좀 돌아다니기도 했다. 평소 차지 않던 시계도 찼고, 오다가 바람에 날려 머리가 흐트러지진 않았는지 쇼윈도에 비춰보며 확인도 했다. 고지가 바로 저기다. 심호흡을 하고, 만나기로 한 커피숍 문을 여는 순간 딸랑 도어벨 소리와 함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아직까진 뭐가 빠져나가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제일 아늑해 보이는 자리를 찾아간다. 저벅, 저벅,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보폭만큼의 뭔가가 머릿속에서 계속 빠져나간다. 종업원이 다가오고, 주문을 한다. 아, 기다렸다가 같이 주문했어야 하는 건데, 커피가 나온다. 잠깐, 지금 커피가 문제가 아니고, '.. 2010.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