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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고집2

이별했어요. 슬픔도 슬픔이지만 아무 의욕이 없어요. 갓 이별한 대원들이 글 한 편 읽어서 이별 후의 감정이 다 사라질 수 있다면, 저는 하루에 몇 편이라도 글을 쓰겠습니다. 사연을 주시는 분들은 자신이 얼른 괜찮아지길 바라며 매뉴얼을 부탁하시곤 하는데, 매뉴얼은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동쪽으로 가면 섬이 하나 있을 겁니다. 일단 그 섬에 내려서 정비하신 후,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시면 될 겁니다. 물과 먹을 것을 챙겨 남쪽으로 내려가면, 배를 댈 곳이 있을 겁니다. 이전에 이 지점에서 표류하신 분들이 대개 그 루트를 따라가 뭍에 내렸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별과 함께 사라진 나침반을 대신해 길을 알려주는 것이지, 나침반 분실로 인한 표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매뉴얼을 읽고도 금방 .. 2015. 10. 23.
밤새 통화하던 사이에서 남남으로 외 1편 금요일엔 안락사를 선택하는 꿈을 꿔서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 글을 안 올리고 쉬었다. 꿈에서 난 8, 90대의 노인이었는데, 홀로 살아남아 병을 앓고 있었다. 병도 병이지만, 몸은 충분히 늙었는데 마음은 그만큼 늙지 못해 그게 더 힘든 것 같았다. 병실 침대 위였다. 자식들이 곁을 지키고 있었고, 의사는 항암치료를 더 진행하거나 안락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꿈속에서 '항암치료'는, 척추에 굵은 주사바늘로 약물을 주입하는 고통스러운 것이었으며, 이후에도 누워서 대소변을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의 치료였다. 바스라질 것 같은 몸에 그 짓을 더 한다는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해서 목숨을 연장한다고 해도 날 반겨줄 이가 더는 세상에 없었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생. 자식들의 .. 2015.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