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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쏠6

선비남, 초식남, 절식남인 남자와 4년째 썸 타고 있습니다. 상대가 선비남, 초식남, 절식남인 건 아닌 것 같다. 그런 거라면 이성과의 대화가 이렇게까지 자연스러울 수 없으며, 때때로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도 없어야 한다. S씨는 “제가 수년간 관찰해 온 결과, 얘는 모쏠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라고도 했는데, 난 그것보다는 상대가 이미 회의감이 들 정도의 연애를 해봤거나, 귀찮음이 설렘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연애에 대한 환상이 깨어져 버린 건 아닌가 싶다. ‘상대가 모태솔로인 초식남이라 앞으로 하나 둘 지도하며 사람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S씨의 기대를 깨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상대가 S씨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라는 희소식도 있으니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진 말았으면 한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S씨는 “관심은 당연히 있겠죠! 그게 아니라면 제가 몇 .. 2018. 1. 17.
겁 많고 소심한 모태솔로남입니다. 전 뭘 어떡해야 하죠? 그간 이성과의 교류라는 것 자체가 없다가 난생 처음으로 여자사람과 단둘이 만나게 되었을 때, 헛소리 따위를 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 경우를 생각해 보면,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긴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이거 내 옷 중에 제일 좋은 옷이야. 다른 옷은 그냥 막 입는 옷들이야.” 라는 이야기를 하곤 다시 또 긴 침묵을 지켰던 것 같다. 그녀 입장에서 보면 뜬금없이 ‘옷 없음 고백’을 해온 것일 텐데, 여하튼 난 저걸 나만의 흑역사라고 생각하며 살다가, 많은 시간이 지나 연애사연을 받기 시작하며 이십대가 되어서도 ‘옷 없음 고백’의 흑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남성대원들이 많다는 것을 보곤 동지애를 느끼기도 했다. 상대가 하는 다른 남자 얘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거나, 상대가 좋아한다.. 2017. 2. 27.
헤어지자고 하면 알았다고 할 것 같은 남친, 어쩌죠? 외 1편 글을 시작하기 전에, 21일에 발행한 매뉴얼에 대한 부연설명을 먼저 좀 적어둘까 한다. 그 매뉴얼에서 ‘남친이 집에 여자를 들인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들이 있었는데, 내가 그것에 대해 ‘전혀 잘못이라 할 수 없다’고 한 이유는, 그게 - 남친이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회사 물품함 키를 회사에 두고 갔고, 그걸 다른 여직원이 남친의 집에 갖다 주는 과정에서 남친이 늘 얘기하던 ‘키우는 강아지’를 보러 잠시 올라왔던 것. 이기 때문이다. 이유가 어쨌든 이것도 ‘여자를 집에 들인 것’이라고 하면 나도 더는 할 말이 없지만, 난 저걸 두고 ‘여자를 집에 들였다’며 계속해서 갈구면 그는 숨이 막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정을 매뉴얼에서 밝혔으면 오해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매뉴얼 서두에서 말.. 2016. 6. 28.
남자들에게 대시도 받는데 저는 왜 아직 모쏠일까요? 민아씨, 난 8년 째 연애사연을 받고 있어. 그러다보니, 이제는 사연만 딱 봐도 '아, 이 분과는 앞으로도 계속 볼 일이 많겠구나.' 하는 느낌이 오곤 해. 왜, 영어회화 배우러 갔는데 그 반에 "아이 원트 고 외식? 외식이 영어로 뭐지? 아 몰라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 좀 오래 다니셔야겠구나.'하는 느낌이 오잖아. 그런 것처럼 민아씨 사연을 처음 받았을 때에도 그런 느낌이 좀 들었어. 왜 이런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는 걸까. 이후 연락이 없어서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전과 같은 문제로 또 사연을 보냈네. 뭐, 괜찮아. 매뉴얼을 발행하는 건 잘 될 때까지 발행해 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발행된 매뉴얼에서 짚었던 문제를 그 당시엔 그저 합리화 해버리고, 다음에 또 같.. 2015.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