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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사이5

사귀게 된 건 줄 알았는데, 남자는 아니래요. 근데 계속 만나요. 낚시 채비 연구로 바쁜줄 어떻게 아시고 이렇게 짧은 사연을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감사합니다. 코너명처럼, 오늘은 진짜 1,500자 이내로 마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건 L양이 ‘그래도 혹시….’하는 생각만 접는다면, 너무 답이 분명하게 나와 있는 쉬운 사연인 것 같습니다. “연인처럼 지냈어요. 당연히 사귀는 줄 알았고요. 그런데 뭔가 애매해서 우리 관계에 대해 물었더니, 상대는 자기가 전여친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와 다시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리했는데, 이후 상대가 술 마시곤 연락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힘들다고 했어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애매한 관계를 유지 중이고요.” 그걸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둘의 관계는 상대가 말하는 그 ‘힘들어질 때’.. 2019. 5. 3.
구남친과 이별 후, 1년을 애매한 사이로 만나는 중입니다. 내 동생이 이 사연을 양고기 집에서 내게 털어놓았다면, 난 “지가 그러고 싶을 때만 그러는 구남친은, 제대로 된 연애 대상이 아니야 인마.” 라는 이야기와 함께 칭따오를 한 병 더 시키라고 했을 것 같다. 얼마 전 난 양고기를 처음 먹어봤는데, 양고기에 대해선 ‘이것보단 소고기가 더 낫군’이란 생각을 했지만 시원하게 목넘김과 함께 다음 날 근육통도 없는 칭따오에 대해선 큰 매력을 느꼈다. 아무튼 지금 칭따오가 중요한 게 아니고. 떨어져 있을 때에는 생사도 확실히 알 수 없다가, 몇 주 또는 한두 달 만에 연락해 만나면 세상 이런 남자 또 없을 것처럼 잘해주는 구남친에 대해서는 희망을 접자. 그런 구남친에 대해 ‘사귀는 것 빼고는 정말 다 잘해주고 완벽하니, 이제 사귀기만 하면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을 .. 2018. 6. 16.
전남친과 1년 째 애매한 사이로 지내는 중. 우린 무슨 관계일까요? 이십대 후반이 되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계기가 줄어들고, 거기다 낯을 가리는 타입이라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도 이렇다 할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새 사람보다는 이미 익숙한 ‘과거에 연이 닿았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복원하려 하곤 한다. 특히 내년에 나이 앞자리가 바뀌는 스물아홉쯤을 살고 있을 땐, 이제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나야 하는데 언제 또 새로 만나 친해지나 하며 의기소침해질 수 있고, 연애를 안 해 본 것도 아니라서 새로 만나 겪게 될 일들을 떠올리며 시작도 전에 미리 버거워 할 수 있다. 이전 연애를 하며 감정 소모한 것에 지친 상태라, 새로운 사람에 대한 설렘이 귀찮음을 못 이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런 이유로 인해 자신의 이전 연애들에서 유물을 발굴하려 하는, 또는 과.. 2017. 11. 27.
애프터만 한 달째, 그에게선 무슨 말이 없어요. 외 1편 몇 년 전, 난 DSLR을 처음 사용하는 지인에게 사용법을 알려준 적이 있다. 카메라를 처음 만져보는 지인이었기에,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그리고 ISO의 상관관계, 그리고 JPEG과 RAW의 차이, 빛과 그림자, 구도, 노출보정 등에 대해 전부 이야기를 해줘야 했다. 그는 꽃 사진 찍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난 실제로 그와 산에 올라 "지금 서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찍으니까 배경이 산만하게 나오잖아. 그런데 우측으로 가서 찍으면 배경이 검게 나오겠지? 그럼 검은 배경에 흰 꽃이 부각되니까, 확 눈에 띄는 사진을 건질 수가 있잖아." "이건, 꽃은 잘 나왔는데 줄기가 애매하게 잘렸잖아. 주제가 되는 걸 집어넣었으면, 그 다음엔 프레임 안에 뭐가 들어왔나 구석도 살펴야 해." "초록색이 많을 땐 노출보.. 2015.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