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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21

남친과 재회했는데, 헤어졌을 때의 일로 다시 헤어지재요. 결혼은 아무래도 어렵겠다, 고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헤어졌을 때에도 일편단심’이라는 남친의 연애 판타지로 벌어진 갈등은 둘째치고, 둘의 관계가 일방적이며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연애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헤어지기 전 두 사람이 하던 연애의 모습은 -남친이 차를 사면, 그때 같이 놀러 다니는 행복한 연애를 할 것. 그러니 그 전까지는 잘 안 만나거나 집데이트만 겨우 해도, ‘차를 살 그 날’을 위해 꾹 참고 기다릴 것. 과 같았다 할 수 있습니다. 저 문장에서 ‘차를 사는 것’은 ‘취직을 하는 것’이나 ‘돈을 많이 버는 것’, 또는 ‘결혼을 하는 것’ 등으로 바꿀 수 있는데, 차가운 머리로 생각해 보면 그건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 ‘남친의 목표’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2019. 10. 12.
욱하며 다혈질인 남친, 제가 참았어야 하나요? E양은 내게 “남친의 욱하며 다혈질인 성격이 이상한 건가요, 아니면 제가 못 참은 건가요?” 라고 물었는데, 이건 꼭 둘 중 하나에게만 문제가 있어서 벌어진 일이라 보기 힘들다. 누가 더 이상한 거냐고 묻는다면 난 당연히 ‘다른 사람을 만나 연애해도 반드시 또 문제가 될 부분들’이 많은 남친이 더 이상하다고 답하겠지만, 그렇다고 이게 100% 그의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다.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말하자면, E양에게는 화를 부르는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서운함도 큼. -그냥 넘어가 주는 일이 거의 없음. -상대가 사과해도, 양보 없이 끝장토론을 함. -반대로 상대에겐 ‘그것도 이해 못 해주냐’는 뉘앙스로 말함.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매뉴얼에서도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관계의 뿌리가 흔.. 2018. 9. 22.
잠수로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들, 잠수이별의 이유는? 잠수이별은 그 이별을 당하는 사람을 피 마르게 만든다. 잠수이별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 긴 침묵의 시간동안 온갖 부정적인 상상과 추측을 해야 하고, 하루에도 수 십 번씩 그 침묵을 이별이라는 대답으로 받아들였다가, 뭔가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것일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가, 무례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했다가, 상대가 그냥 점 하나만 찍어서 문자로 보내줘도 이것보다는 덜 괴로울 것이라 생각했다가 하며 냉탕과 열탕사이를(응?) 오가게 된다. 그래서 나도 잠수이별을 당했다는 사연이 오면, 그저 같이 "그 사람 정말 조카 크레파스 같은 사람이군요. A양을 위해 노래 한 곡 띄어드립니다. 비틀즈의 ." 등의 이야기를 하며 맞장구 치고, 같이 귤도 까먹고 하며 한풀이나 해주고 싶다. 하지만 잠수이별을 당했다는 대원.. 2016. 2. 11.
여행가서 친해진 남자, 귀국하니 찬바람만 외 1편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엔, 아래와 같은 노래가 새겨져 있지 않습니까?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우리 선생 계실 적에 엽서 한 장 써주세요. 한 장 말고 두 장이요, 두 장 말고 세 장이요, 세 장 말고 네 장이요…." 바로 저 노래에 답이 있습니다. Y양이 여행지에서, 그에게 엽서만 한 장 썼더라도 이 관계는 완전히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시대가 시대니 만큼, 꼭 엽서가 아니더라도 카톡으로 여행지에서의 사진을 보내며 교류를 했어도 되고 말입니다. Y양은 이 부분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이상한 기대 같은 걸 시작해버리는 문제를 가지고 있던데, 더는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오늘 함께 살펴봤으면 합니다. 자, 출발! 1.여행가서 친해진 남자, 귀국하니 찬바람만. 상대는 Y양.. 2015.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