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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62

결혼 약속까지 한 남친과 싸웠는데 연락이 없어요. 헤어지기 싫어요. 제가 읽으며 그 내용을 가장 파악하기 힘든 사연이, ‘왜, 어떻게’가 없는 사연입니다. -여행 가서도 남친이 제게 실망해 싸웠어요. -제가 말실수를 한 이후로 남친이 냉랭하게 대했어요. -만나서 풀고 예전처럼 지냈는데, 남친 태도가 미묘하게 변했어요. 왜 싸웠는지, 어떤 말실수를 한 건지, 어떻게 변한 건지 등이 없는 저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치 ‘폰이 안 돼요.’ 라는 얘기를 듣는 기분이 듭니다. 폰이 안 된다는 말만으로는 화면이 안 나온다는 건지, 전원이 안 들어온다는 건지,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는 건지, 터치가 안 된다는 건지, 배터리는 바꿔 끼워 보았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때문에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침수를 당했거나 떨어뜨렸나요?’나 ‘어떻게 안 되는 건가요?’,.. 2019. 9. 28.
이 남자가 좋긴 한데, 제 모자람이 드러날까 불안해요. 중학교 다닐 때의 일로 기억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 그림을 뽑아 시 단위인지 도 단위인지로 올려 보내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 같은 반 여자애가 그린 그림이 미술선생님 눈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살짝 보완할 부분이 보였는지 선생님은 새로 그려보라며 몇 가지 주문을 했는데, 그 여자애는 따로 시간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시작을 못 한 채 어두운 얼굴로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날 하루를 온전히 줬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애는 그림을 완성 못 했고, 다음 날까지 내주었음에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미술 선생님이 가서 좀 짜증 난 목소리로 말을 했을 때, 여자애가 눈물을 뚝뚝 흘리던 게 기억납니다. 그러면서 아마, “이것보다 더…, 잘 그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라고 했을 겁니다. 그게, 당시 기타 코드 몇 .. 2019. 8. 6.
카톡까지는 텄는데, 상대와 무미건조한 대화만 나눠요. 다른 무엇보다도, 일단 이걸 먼저 다시 환기하자. -상대는 아직까지, 이쪽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 상대에 대한 호감을 혼자 키웠으며 이미 마음이 좀 급해진 상황에서 들이댄 대원들은 저 중요한 걸 잊곤 하는데, 그래 버리면 상대 입장에선 ‘얜 누구고, 뭔데 나한테 이러는 거?’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될 수 있다. 이건 마치 몇 번 간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를 밖에서 만났을 때, 인사를 하자 상대가 “네, 안녕하세요. 근데 누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쪽은 늘 손님으로 가서 디자이너 한 사람을 대하니 익숙하지만, 디자이너는 매일 다수를 대하니 이쪽만큼 기억을 잘 못 할 수 있다. 난 내가 한 달 전 미용실에 간 걸 기억하지만, 디자이너는 기록을 확인하지 않는 뚜렷한 기간을 떠올리기 힘들어 .. 2018. 2. 20.
썸남의 연락이 뜸해진 이유, 연애사연 기준 가장 빈번한 사례들 곧 연애가 시작될 거라 생각하며 이미 김칫국 한 모금 마셨는데, 갑자기 썸남의 연락이 뜸해지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 경우 ‘대체 왜 연락이 뜸해진 걸까?’라는 고민을 하며 점점 방어적으로 변하거나, 부정적인 상상들을 시작하거나, 심한 경우 ‘안 되겠다. 오늘 저녁엔 연락해서 청문회를 열어봐야지.’ 하며 상대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청문회를 열어봐야, 상대는 ‘그럴듯한 이유’나 ‘듣기 좋은 이유’만을 반복해서 말하는 까닭에 더욱 답답해질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엔 상대가 출석에 불응하며 묵비권을 사용하기 시작해 패닉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면 또 내게 사연을 들고 와선 “이거 뭐죠? 왜 이러는 거죠?”라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오늘은 그런 대원들을 위해 ‘연애사연 기준, 썸남의.. 2017.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