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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친구27

선비남, 초식남, 절식남인 남자와 4년째 썸 타고 있습니다. 상대가 선비남, 초식남, 절식남인 건 아닌 것 같다. 그런 거라면 이성과의 대화가 이렇게까지 자연스러울 수 없으며, 때때로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도 없어야 한다. S씨는 “제가 수년간 관찰해 온 결과, 얘는 모쏠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라고도 했는데, 난 그것보다는 상대가 이미 회의감이 들 정도의 연애를 해봤거나, 귀찮음이 설렘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연애에 대한 환상이 깨어져 버린 건 아닌가 싶다. ‘상대가 모태솔로인 초식남이라 앞으로 하나 둘 지도하며 사람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S씨의 기대를 깨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상대가 S씨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라는 희소식도 있으니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진 말았으면 한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S씨는 “관심은 당연히 있겠죠! 그게 아니라면 제가 몇 .. 2018. 1. 17.
남자들은 왜 제게, 친구 이상의 호감을 못 느낀다고 하죠? 만나는 남자들마다 자꾸 A양에게 “넌 좋은 애지만, 이성으로서 좋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결정적 이유는, A양이 ‘1차원적인 인물상’을 못 벗어나기 때문이다. A양은 호감 가는 상대와 대화를 할 때 잘 웃고 리액션도 잘 한다. 카톡으로 대화를 할 때에도 수시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며 물개박수를 치는데, 그 물개박수가 이제 막 알게 된 사이일 땐 상대에게 멍석을 깔아주며 이쪽이 경계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한 주 지나고 두 주 지나고 세 주가 지나도 계속 물개박수만 치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상대에게 A양은 그냥 박수치는 물개 정도로만 느껴질 수 있다. A양이 어떤 리액션을 할 것인지가 전부 예측 가능해지고, 처음엔 A양의 그 리액션이.. 2017. 5. 12.
지금은 너무 방전된 상태라는 그녀, 고백해도 될까요? 몇 년 전, 난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에게 내 오래된 DSLR카메라를 중고로 판 적 있다. 그 카메라를 중고장터에 올릴 때 난 - 여행을 다녀와 사진을 보는 건 또 다른 기쁨임. - DSLR을 챙겨 가면 이러이러한 점이 좋음. - 위에 올린 사진들은 다 이 카메라로 찍은 것임. - 110V, 220V, 차량용 충전기도 있고, 예비배터리도 6개임. 등을 어필했고, 원래 여행에 필요한 다른 물건을 보러 장터에 들어왔던 그 청년은, 내 게시물에 혹했다며 카메라를 사갔다. 내가 그 청년에게 말하지 않았던 부분은 아래와 같다. - DSLR 더럽게 무거워서 여행 중 던져버리고 싶어짐. - 카메라 본체만 산다고 되는 일이 아님, 렌즈도 잘 사야함. - 삼각대 없으면 이 사진 못 찍음. 저 사진은 크로스 필터 끼.. 2017. 4. 20.
미팅으로 만난 여대생 그녀와 한 달째 카톡만. 외 1편 딱 이맘때 쯤 대학생 대원들의 1차 연애사연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개강 후 같은 학과의, 또는 같은 교양수업을 듣는 다른 학과의 학생을 바라만 보다 이제 들이대기 시작할 시점이며, 새로 만난 사람들과 술자리도 몇 번 가지고 친해진 까닭에 이제 본격적으로 누굴 좋아하거나 썸을 타기 알맞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대원들이 이 흐름을 따르는 건 아니다. 연애조급증을 앓고 있는 어떤 대원은 개강 후 20일도 안 되어 고백했다가 벌써 퇴짜를 맞기도 했고, 금사빠인 어떤 대원은 그새 '잘생긴 동기'에서 '동아리 오빠'로 짝사랑을 갈아타기도 했다. 모성애 가득한 어느 대원은 보호해주고 싶은 신입생 후배에게 벌써부터 밥과 책을 사주고 있으며, 주변의 아는 여자를 멸종시키는 어느 대원은 신입생 A를 좋아한다고 .. 2015.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