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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114

먼저 연락처 묻고, 카톡까지 한 남자가, 별말이 없어요. 자주 가는 곳의 직원이, 그것도 꽤 오래 방문하던 중에 번호를 물은 거니,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번호를 묻는 ‘버스정류장 번호 앵벌이’류의 케이스는 아닌 것 같다. S양의 염려처럼 ‘어장에 넣으려고’ 번호를 물은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며, S양은 ‘그가 비겁한 사람이라 이런 것인가?’라는 뉘앙스의 질문도 내게 했는데, 그가 왜 어디가 비겁하다는 건지 난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그가 보통의 남자에 비해 좀 느긋하며, 번호를 물을 때완 달리 연락을 트고 난 후 그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건 맞다. 번호를 물어 놓곤 여자가 먼저 만나자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멍하니 있는 게 답답하긴 한데, 거절을 절대 하는 법이 없다는 측면을 보면 또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불어 그를.. 2019. 10. 24.
남친과 재회했는데, 헤어졌을 때의 일로 다시 헤어지재요. 결혼은 아무래도 어렵겠다, 고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헤어졌을 때에도 일편단심’이라는 남친의 연애 판타지로 벌어진 갈등은 둘째치고, 둘의 관계가 일방적이며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연애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헤어지기 전 두 사람이 하던 연애의 모습은 -남친이 차를 사면, 그때 같이 놀러 다니는 행복한 연애를 할 것. 그러니 그 전까지는 잘 안 만나거나 집데이트만 겨우 해도, ‘차를 살 그 날’을 위해 꾹 참고 기다릴 것. 과 같았다 할 수 있습니다. 저 문장에서 ‘차를 사는 것’은 ‘취직을 하는 것’이나 ‘돈을 많이 버는 것’, 또는 ‘결혼을 하는 것’ 등으로 바꿀 수 있는데, 차가운 머리로 생각해 보면 그건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 ‘남친의 목표’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2019. 10. 12.
결혼적령기, 연하남과의 연애, 맘껏 사랑해도 괜찮을까요?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에 주신 사연이 커플부대에 입대했다는 사연이라 저마저 기쁩니다. 얼마 전 노멀로그 원로 독자이신 모 대원도 연애소식을 들려주시던데, N씨마저 이렇게 소식을 주시니 이제 1세대 독자분들에 대한 마음의 짐이 거의 다 덜어진 것 같습니다. N씨의 경우 제가 ‘백화점, 시계’라고 암구호 같은 말만 해도 무슨 의민지 알아들으실 테니, 짧고 굵게 짚어가 볼까 합니다. N씨가 만난 연하남과 제 다른 매뉴얼에 등장하는 연하남을 똑같이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제 매뉴얼에 등장하는 연하남들에겐 각각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먹고 살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함. -현실에서의 도피로 연애를 택해 감정이든 물질이든 마구 소비하는 중임. -뭐든 다 가능할 것처럼 말하지만 돌아보면 다 말 뿐임. -.. 2019. 9. 26.
상처받기 싫어서, 남친에게 먼저 이별통보 하고 싶어요. P양의 사연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P양의 연애는 코어가 두 개인 것 같다. -현실의 무덤덤한 연애 -자기최면을 건 애절한 연애 P양과 남친의 현실적인 연애 모습을 보면 -카톡 몇 번 하다가 귀찮으면 P양이 씹기도 함. -남친이 긴 데이트 하고 싶어 해도, P양이 그러고 싶지 않으면 핑계 대고 가버림. -만나기로 했다가도, P양이 준비하고 나가는 걸 귀찮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함. 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다지 호감이나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둘의 관계에 대한 P양의 설명은 -전 진짜 좋아하는데, 남친이 헤어지자 할까 봐 겁나요. -겉으로 티는 절대 안 내지만, 제가 남친에게 집착하는 것 같아요. -남친에게 말 한마디를 할 때도, 머릿속에서 엄청 계산하고는 하게 돼요. 라는 것으로, 그 괴리감.. 2019.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