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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701

먼저 연락처 묻고, 카톡까지 한 남자가, 별말이 없어요. 자주 가는 곳의 직원이, 그것도 꽤 오래 방문하던 중에 번호를 물은 거니,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번호를 묻는 ‘버스정류장 번호 앵벌이’류의 케이스는 아닌 것 같다. S양의 염려처럼 ‘어장에 넣으려고’ 번호를 물은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며, S양은 ‘그가 비겁한 사람이라 이런 것인가?’라는 뉘앙스의 질문도 내게 했는데, 그가 왜 어디가 비겁하다는 건지 난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그가 보통의 남자에 비해 좀 느긋하며, 번호를 물을 때완 달리 연락을 트고 난 후 그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건 맞다. 번호를 물어 놓곤 여자가 먼저 만나자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멍하니 있는 게 답답하긴 한데, 거절을 절대 하는 법이 없다는 측면을 보면 또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불어 그를.. 2019. 10. 24.
남친과 재회했는데, 헤어졌을 때의 일로 다시 헤어지재요. 결혼은 아무래도 어렵겠다, 고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헤어졌을 때에도 일편단심’이라는 남친의 연애 판타지로 벌어진 갈등은 둘째치고, 둘의 관계가 일방적이며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연애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헤어지기 전 두 사람이 하던 연애의 모습은 -남친이 차를 사면, 그때 같이 놀러 다니는 행복한 연애를 할 것. 그러니 그 전까지는 잘 안 만나거나 집데이트만 겨우 해도, ‘차를 살 그 날’을 위해 꾹 참고 기다릴 것. 과 같았다 할 수 있습니다. 저 문장에서 ‘차를 사는 것’은 ‘취직을 하는 것’이나 ‘돈을 많이 버는 것’, 또는 ‘결혼을 하는 것’ 등으로 바꿀 수 있는데, 차가운 머리로 생각해 보면 그건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 ‘남친의 목표’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2019. 10. 12.
결혼 약속까지 한 남친과 싸웠는데 연락이 없어요. 헤어지기 싫어요. 제가 읽으며 그 내용을 가장 파악하기 힘든 사연이, ‘왜, 어떻게’가 없는 사연입니다. -여행 가서도 남친이 제게 실망해 싸웠어요. -제가 말실수를 한 이후로 남친이 냉랭하게 대했어요. -만나서 풀고 예전처럼 지냈는데, 남친 태도가 미묘하게 변했어요. 왜 싸웠는지, 어떤 말실수를 한 건지, 어떻게 변한 건지 등이 없는 저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치 ‘폰이 안 돼요.’ 라는 얘기를 듣는 기분이 듭니다. 폰이 안 된다는 말만으로는 화면이 안 나온다는 건지, 전원이 안 들어온다는 건지,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는 건지, 터치가 안 된다는 건지, 배터리는 바꿔 끼워 보았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때문에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침수를 당했거나 떨어뜨렸나요?’나 ‘어떻게 안 되는 건가요?’,.. 2019. 9. 28.
결혼적령기, 연하남과의 연애, 맘껏 사랑해도 괜찮을까요?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에 주신 사연이 커플부대에 입대했다는 사연이라 저마저 기쁩니다. 얼마 전 노멀로그 원로 독자이신 모 대원도 연애소식을 들려주시던데, N씨마저 이렇게 소식을 주시니 이제 1세대 독자분들에 대한 마음의 짐이 거의 다 덜어진 것 같습니다. N씨의 경우 제가 ‘백화점, 시계’라고 암구호 같은 말만 해도 무슨 의민지 알아들으실 테니, 짧고 굵게 짚어가 볼까 합니다. N씨가 만난 연하남과 제 다른 매뉴얼에 등장하는 연하남을 똑같이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제 매뉴얼에 등장하는 연하남들에겐 각각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먹고 살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함. -현실에서의 도피로 연애를 택해 감정이든 물질이든 마구 소비하는 중임. -뭐든 다 가능할 것처럼 말하지만 돌아보면 다 말 뿐임. -..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