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33년 모태솔로의 소개팅, 전 왜 또 망한 거죠?

무한 2018. 9. 11. 20:18

소개팅 이후, 상대가 보이는 호의는 으레 ‘소개팅남’에게 보일만 한 호의를 보이는 거지, 이쪽이 100% 마음에 들거나 이제 사귈 일만 남았기에 보이는 호의가 아니다. 이걸 착각한 꽤 많은 남성대원들이 상대를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친한 이성(여자 동생)

 

으로 여기다 관계를 망치곤 하는데,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J씨 역시 이미 절반 이상 ‘답장없음’의 길로 접어들었다 할 수 있겠다.

 

이런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은 하나같이

 

“분명 지난주까지 좋았는데, 왜죠? 뭘 실수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상대가 갑자기 변한 거예요. 진짜 갑자기. 현재 만날 약속 잡는 거 거절한 뒤 단답만 오는데, 끝난 건가요? 뭐가 문제였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어떻게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렇게 변하죠?”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간 티가 안 났던 건 상대가 참으며 내색 안 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그리고 상황을 더 악화시킨 J씨의 행동은 뭐가 있는지 오늘 함께 알아보자.

 

 

1. ‘나만’ 편하고 즐거웠던 게 아닐까?

 

번호를 받은 날 J씨는 상대에게 연락해 통성명 후 “말 놔도 될까?”라며 바로 말을 놓곤, 만날 약속을 잡기 위한 이야기 중

 

“메뉴는 너가 좋아하는 걸로 골라ㅋㅋ”

 

라고 말했으며,

 

“너는 주말에 보통 뭐해?”

 

라고 묻기도 했다. 보통의 사람들이 서른 넘어 하는 소개팅에서 이런 식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름의 장점을 찾자면 뭐 신선하다고 할 수 있긴 한데, J씨는 그냥 혼자 저렇게 말 놓고 편한 대로 호칭하고, 상대는 한 달 내내 높임말을 사용했다. 이건 분명 당황스러운 일이며, J씨 혼자만 편하게 상대를 대한 거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 보니 이 관계는, ‘소개팅으로 만나 연애까지를 가늠해보는 관계’보다 ‘공통으로 아는 사람을 통해 만나 연락하게 된, 아는 오빠동생’에 더 가까워졌다. J씨가 ‘아는 여자동생’을 통해 이 소개팅을 주선 받았고, 때문에 그 ‘아는 여자동생의 친구’인 소개팅녀도 그냥 주선자 대하듯 대한 것 같은데, 그런 태도가 상대에겐 어떻게 보였을지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2. 한 달 내내, 그냥 수다만?

 

그러니까 이게, 그냥 ‘아는 여자동생의 친구와 친해짐’이 아니라 ‘소개팅’이니 좀 더 구애의 제스쳐를 취하거나 대화라도 좀 깊이 들어갔어야 하는데, J씨의 경우는 이도 저도 아니게 너무 수다만 떨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안부 묻고, 웃고, 듣기 좋은 말 해주고 뭐 다 좋은데, 그냥 그렇게 한 달 내내 그것만 반복되면 상대는 자연히

 

‘이게 무슨 사이인 거지? 소개팅 한 사이가 맞기는 한 건가? 연락은 계속하는데 그게 그냥 다 안부 묻는 뭐 그런 거고, 그 이상의 뭔가는 없네….’

 

할 수 있다. 자주 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나의 사람이 느껴지는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니, 심심이랑 수다 떨며 안부 묻는 나날만 반복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박력이나 추진력을 못 보여줄 것 같으면 섬세함이나 유머감각이라도 보여줬어야 하는 건데, J씨는 그 중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 채 ‘리액션봇’의 느낌으로 상대를 대했다. 특히 공감대를 만들려면, 그냥 “나도 그거 좋아해.” 정도가 아니라 내가 그걸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히스토리를 풀어가며 상대로 하여금

 

-진짜 나랑 똑같은 이유로 좋아하네? 나도 그래서 좋아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하는 건데, J씨는 그냥 열심히 맞장구치는 것에만 열중하다 보니, 이것도 똑같이 좋아한다고 하고 저것도 똑같이 좋아한다고 하며 그냥 죄 다 맞춰주는 듯이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건 어쩔 수 없이 그랬다 치더라도, 전화통화와 만남을 늘려갔더라면 얘기는 달라졌을 수 있는데, 전부 안 된 까닭에 상대는 점점 이 관계에 지루함을 느끼게 되었을 거란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3. 대인관계가 익숙치 않아 벌인 실수들

 

이 관계가 엎질러진 결정적인 이유를 묻는다면, 난 ‘J씨의 말실수’라고 답하겠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상대는 점점 이 관계에 지루함을 느꼈을 텐데, 그 와중에 J씨의 말실수가 벌어지니 ‘됐어. 안 해. 집어 치워.’의 마음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안타까운 건, J씨의 말실수가 상대에게 ‘선물’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J씨 입장에서 이건 호의를 베푼 것인 까닭에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를 전혀 모를 수 있는데, J씨는 선물을 주며

 

-이거 나도 누구한테 받은 건데, 난 필요 없어서 너에게 주는 것.

 

이란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들은 상대는 즉시 좀 빈정이 상한 듯한 대꾸를 했는데, J씨는 그것에 변명을 하려다 ‘난 필요 없어서’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했고, 이후 상대의 태도는 간단한 대답만 하는 식으로 바뀌고 말았다.

 

저 부분이 왜 문제인지를 모르는 대원들이 종종 있어 난 깜짝깜짝 놀라는데, 똑같은 물건을 누구에게 주더라도 ‘네가 이거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말하는 것과 ‘나도 받은 건데 필요 없어서.’라고 말하는 건 받는 사람에게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것 외에도, J씨에겐

 

-상대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건데, 그걸 진지하게 다 받아 대답하는 문제.

 

가 있다. 예컨대 상대가 “지금 퇴근이라니 부러워요!”라는 이야기를 할 경우, 이쪽은 “매일 내가 이 시간에 퇴근 하는 거 아니고 평소에는 더 늦게 퇴근하니, 지금 이 시간에 퇴근하는 걸 그렇게 부러워할 일은 아님.”이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거라고 할까. 아니 그냥 “부러우면 지는 건데? ㅎㅎㅎ 내가 이긴 기념으로 족발 쏘지!” 정도의 대답만 해도 되는 건데 말이다.

 

나아가 상대는 그냥 투정을 한 건데, 그것 역시 다큐로 받아 훈화말씀 같은 걸 하려 하면 안 된다는 얘기도 해줘야 할 것 같다. 상대가 ‘오늘 팀장이 또 난리쳐서 피곤함’이란 이야기를 했으면, 그냥 ‘걘 진짜 왜 매일 그 난리네! 멍충이 때문에 피곤하겠어.’정도로 받아주면 되는 거지, 뜬금없이 그 팀장의 변호를 대신 해주며, 사회생활을 위해선 그런 것도 감수해야 하고, 더불어 팀장의 그 태도에 일희일비할 것 없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곤란하다.

 

이건 내가 하나하나 짚어가며 다 말해줄 순 없는 거고, 대화법이나 처세에 대해 책도 좀 훑고 현실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부딪히며 체득해야 하는 것들이니, ‘연애’뿐만이 아니라 ‘관계’에 대해 관심을 두고 천천히 짚어가 보길 권한다.

 

 

소개팅은 보통의 만남과 달라서 그냥 다리 하나 걸쳐둔 채 세월아 네월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잊지 말고, 상대에 대한 맹목적인 맞장구 대신 J씨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며 꾸려갔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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