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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10

공원을 차지한 일진 애완견들과 아줌마들 북서풍이 불었던 십일월 어느 날의 일이다. 간디(애프리 푸들)를 데리고 근처 공원에 갔는데, 강아지 여러 마리가 잔디밭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워싱턴에 사는 내 친구 더글라스 윤(한국이름 윤덕구)이 봤다면, "브라덜, 여기는 양떼목장 입니카?" 라고 물을 정도로 희한한 광경이었다. 녀석들을 자리를 이동할 때에도 일반적인 개처럼 후다다닥, 뛰는 것이 아니라 양처럼 통통, 거리는 느낌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던 녀석들 중 한 마리가 우리를 발견하곤 역시 통통, 거리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다른 양, 아니, 다른 개들을 대표해 다가온 그 녀석은 간디의 똥꼬냄새를 맡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개들의 세계에선 똥꼬냄새를 맡는 것이 '통성명'과 같은 일이지만, 난 행여 녀석이 돌변해 간디를 물지 않.. 2010. 12. 12.
강아지와 산책하며 받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 간디(애완견 이름)와 산책을 다니다 보면 헌팅(응?)을 자주 당한다. 1. 지난 주 토요일에는 공원에 갔다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귀염둥이~ 귀염둥이야~" 하며 내쪽을 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난 내 주변에 누가 또 있나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고, 그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귀염둥이를 부르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은 아주머니는 이산가족 상봉하듯 간디를 와락, 껴안았다. 간디가 놀라서 발버둥을 쳤지만 아주머니는 개의치 않고 쓰나미처럼 간디를 쓰다듬었다. - 우리 해피가 딱 요만 했거든. - 아... 네... - 지금 살아 있으면 열 네살인데... - 아... 아주머니는 해피라는 이름의 요크셔테리어를 키우셨었고, 아주머니의 말에 의하면 해피는 앉아, 손, 빵, 얼음, 엎드려, .. 2010. 11. 9.
산책 중 만난 송아지만한 개와의 심리전 마트에서 산 이천 원짜리 목줄을 매고 동네 창피하게 어떻게 나가냐고 간디(애완견 이름)가 발에 힘을 주며 반항했지만, 현관문 밖에 간식을 놔두니, "지금 목줄이 문제가 아니지 말입니다." 라며 순순히 따라 나왔다. 그런데 이 녀석, 문지방만한 턱만 나와도 기겁하며 주저 앉는다. 하지만 역시, 간식을 내미니, "지금 턱이 문제가 아니지 말입니다." 라며 가뿐히 올라선다. 예전에 지인이 키우던 개를 산책시킬 일이 있었는데, 그 녀석은 선천적으로 오지랖이 넓은지 지나가며 눈에 띄는 모든 것들에 참견을 하고 시비를 걸었다. 그런 까닭에 간디를 데리고 나가면서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간디는 공원에 가는 내내 호박 말리는 바구니에 잠시 관심을 보인 것 빼고는 내 옆에 붙어 종종종종 따라왔다. 공원에 들어서자.. 2010. 11. 4.
화이트데이, 사탕을 주는 남자의 속마음 '구남친'들의 러쉬가 시작되었는지, 예전에 사귀던 남자에게 "사탕을 주고 싶은데 화이트데이날 좀 만나자."는 연락을 받은 여자대원의 메일이 많이 도착했다. "난 그런 구남친 따위도 없다구!"라고 이야기 할 순수혈통 솔로부대원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 하지만, 사탕 때문에 며칠동안 일도 손에 잡지 못하던 대원들을 위해 오늘 매뉴얼을 준비했다. 하나 더,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J군(32세,회사원)의 사연이 있었는데, 친어머니처럼 대해주신 옛여친의 어머니의 생신이 화이트데이라고 한다. 여자친구와는 좋지 않은 일 때문에 헤어졌지만, 친어머니같이 대해주신 옛여친의 어머니께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괜한 일을 하는 건 아닌까 싶다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매뉴얼 마지막 부분에서 잠시 살펴보고, 노멀.. 2010.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