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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57

친구들과 자주 가는 곳에서 일하는 그녀, 점점 멀어집니다. 밥 먹었냐는 질문은, 이렇다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좋은 질문입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대화가 (1) 남자 – 밥 먹었어? 여자 – 네 좀 전에 먹었어요. 남자 – 그래. 잘 했네. (2) 남자 – 점심 먹었어? 여자 – 아뇨. 이따 먹으려고요. 남자 – 잘 챙겨 먹어야지…. (3) 남자 – 밥 먹었나? 여자 – 생각 없어요. 몸이 안 좋아서…. 남자 – 에구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라는 패턴의 반복일 경우, ‘노잼’인 것은 당연하며 상대에겐 그 대화가 의무적으로 대답해줘야 하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밥 먹었냐고만 물은 건 아닌데요. 출근도 묻고, 데려다준다고도 했는데….” 그러니까 그게, 전부 다 그렇다는 겁니다. 결국 그 세 가지 질문으로 돌려막기만 했으며, 한 달 전이나 .. 2019. 12. 31.
특강 강사였던 남자 선생님들, 제게 호감이 있었던 걸까요? 지지난 주였나, 마트에서 열무와 얼갈이를 싸게 팔길래 난생처음 물김치를 담가봤다. 풀을 쑤고 뭐 하고 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 절인 후 그냥 다른 재료를 갈아 넣어 물과 함께 놔뒀더니 맛있는 물김치가 되었다. 정성과 손맛이 들어간 어머니의 정통 물김치보다 내가 담근 게 맛있다는 게 충격이긴 했지만(내일이 어버이날인에 어머니 죄송합니다.), 여하튼 난 그렇게 간편하게 담근 물김치를 끼니마다 꺼내 시원하게 들이키고 있다. 뜬금없이 물김치 얘기로 매뉴얼을 시작한 건,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L양이 빈속에 김칫국을 시원하게 들이켜며, 한 사발 더 마셔도 되냐고 내게 물었기 때문이다. “무한님 그 얘기는…. 이 모든 게 그냥 제 기대일 뿐이라는 거죠?” 솔직히 난 너무나 분명하게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2019. 5. 7.
회사 띠동갑 여직원을 6개월째 짝사랑하는 중입니다. 박형, 나도 정말 박형을 도와주고 싶은데, 이건 어느 모로 보나 좀 아닌 것 같아. 사랑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건 둘 다 그렇게 생각할 때 수용될 수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걸 참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띠동갑이어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관계는 분명 썸의 모양이 나타나거든? 그런데 이건 확연하게 ‘삼촌과 조카’의 모양이야. 상대가 예의 바르게 대답해주며 듣기도 잘 들어주는 거지, 먼저 막 관심을 가지고 물으며 호감도 내보이는 관계가 아니야. 상대가 박형에게 살갑게 대하는 건 상대 특유의 친화적인 특성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박형과 상대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면 ‘연애상대’로 생각하기보다는 ‘멘토 삼촌’ 정도로 여기기에 아무 긴장 없이 대할 수 있는 거거든. 예컨대 내 조.. 2018. 8. 17.
스펙 좋고 매너 좋던 남친의 이별통보, 오해 때문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오해 때문에 남친이 이별을 결심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해는 구실일 뿐이며, 이별사유는 -좀 쉽고 편하게, 터치 받을 일 없이 만나며 그저 내가 잘해주면 고마워하는 연애 를 하고 싶었던 남친이, -이 연애에도 의무와 책임이 필요함. ‘내 맘대로’ 다 할 수는 없음. 이라는 걸 깨닫고는 관계를 폐업하기로 한 거라 보면 되겠다. 사연의 주인공인 S양은 내게 “저는 ‘무조건 이사람 아니면 안 돼. 붙잡아야 해!’의 상태는 아닙니다. 다만 만나는 중에 제가 너무 을의 위치에서 연애를 한 것 같아, 재회를 한다면 이전에 만나면서 느꼈던 속상한 부분들이 둘 다 서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상황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난 S양의 사연에 대해 -S양이 을의 위치에 서지 않았다면, 상대와 여기.. 2017.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