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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여린마음해외여행

후쿠오카 여행, 니혼카이쇼야 / 마츠빵 / 치카에

by 무한 2016. 6. 30.

다이소 같기도 하고 축소형 이마트 같기도 한 ‘돈키호테’를 찾아갔을 때, 한 무리의 한국인 아주머니들이 1층 입구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저어, 익스큐즈미이~”

 

돈키호테를 찾는 것 같아 내가 한국말로 “돈키호테요? 2층이에요.”라고 알려주니, 아주머니들은

 

“어머, 한국 사람이었네. 깔깔깔.”

“난 일본 사람인 줄 알았어.”

“난 중국….”

 

이라며 한바탕 시끄럽게 웃으셨다. 뭐지? 이 놀림 받는 듯한 이상한 느낌은. 한국에서 공쥬님(여자친구)과 함께 간 네일샵 사장님도 내가 외국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한 적 있고, 세부에 갔을 땐 택시기사가 ‘차이니즈?’라고 물었으며, 일본에 와서도 모츠나베 식당 직원이 중국어 메뉴판과 한국어 메뉴판을 둘 다 가져오기도 했다. 가끔 하와이 쪽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하는데, 안동 장씨의 시조가 신라 말기 중국에서 건너온 건 맞지만, 난 이육사의 시를 읽으면 가슴이 뭉클하고 목이 메어오는 한국 사람이다. 내가 왜 이런 설명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한국 사람이 분명하니 자꾸 다른 나라 사람으로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돈키호테에서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건 ‘3리터짜리 잭 다니엘’이었다. 그게 대략 한국 돈으로 5만원 좀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국에서도 그렇게 대용량 양주를 저렴하게 파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서 들여올 수 있는 양주 제한이 1인 1리터 이하였기에, 난 그저 입맛을 다시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리터 초과분에 대한 세금만 물면 들여올 수 있는 것 아닌지 열심히 검색했는데, 담배와 양주는 압수된다고 해서 사질 못했다. 근데 한국에 와서 검색해보니 사서 들어온 사람들도 있던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가지고 들어온 거지?

 

코스트코느님께서 힘을 좀 발휘하셔서, 자체 브랜드의 이상한 맛 나는 도수만 높은 술 말고, 코스트코 답게 3리터짜리, 4리터짜리 좀 마실 만한 대용량 양주를 판매해줬으면 한다. 700밀리리터, 750밀리리터 그런 병들은 코스트코와 안 어울린다. 돈키호테 보니까 웬만한 담금주 통보다 큰 4리터짜리 위스키도 팔고 막 그러던데, 힘내자. 코스트코 파이팅! 4리터로 가는 거다.(응?)

 

이상한 얘기를 잔뜩 한 것 같은데 이건 잊어주시길 바라며, 다시 여행기로 돌아가 보자.

 

 

 

가성비 훌륭하며,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니혼카이쇼야’에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한국어 메뉴판은 없었지만, 후쿠오카에 가기 전 ‘사시미는 무조건 제일 큰 걸로 시키는 게 좋다’고 들은 까닭에 사시미 하나와 꼬치요리를 주문했다.

 

 

 

꼬치와 맥주로 시작. 꼬치는 ‘소스’와 ‘소금’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 같던데, 내가 ‘소스’를 택하겠다고 하자 직원이 뭘 또 자꾸 선택하라고 일본어로 말했다. 뭘 뿌리는 시늉을 하며 말하던데, 뭐든 괜찮으니 아무튼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주문을 받던 남자 직원이 여자 직원 중 한 명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그냥 받아가도 되는 주문이었는데, 영어로 얘기하며 자꾸 여자 직원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영어로 주문 받기 어렵다’는 표정을 잠깐씩 여자 직원에게 보였고, 여자 직원은 그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건 좀 나중에 하고 얼른 주문을 받아 음식을 내다 줬으면 좋겠는데, 별 일도 없는데 괜히 혼자 난감한 표정을 과장되게 짓고 잡다한 질문까지 계속 해댔다. 그러면서 계속 여자 직원과 눈을 맞췄고, 주문 받은 뒤 주방으로 가면서는 그녀와 일본어로 잠시 대화도 했다.

 

 

 

주문한 사시미 세트가 나왔다. 원래 저기에 뼈 발린 생선도 한 마리 올라가 있고 와사비도 그릇에 담겨 나오는 걸로 아는데, 우리가 외국인이라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만 나왔다. 뼈 발린 생선 먹을 것도 아니고 와사비 그릇에 안 담겨 나왔다고 회가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니 그냥 먹기로 했다. 불러서 물어보면 남자 직원이 또 요상한 연기하며 여자 직원과 눈빛 대화 하는 것에만 신경 쓸 것 같다는 것도 안 물어본 이유 중 하나였다.

 

 

 

12가지인지 14가지인지 하는 해산물을 네 점씩 주는 세트였는데, 내 입맛에는 한국에서 먹던 회보다 별로였다. 난 싱싱한 회를 기대했는데 살짝씩 익힌 회가 나왔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로는 등푸른 생선으로 만든 회가 너무 비렸다.

 

회가 두툼한 것 정도가 마음에 들었으며, 감탄한 것은 간장과 와사비였다. 그 간장과 와사비라면, ‘광어 우럭 9900원’이라는 간판을 단 곳에서 떠주는 회를 찍어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간장이 진하고 깊은 맛이 나며, 와사비는 과일을 갓 갈아 둔 것처럼 신선하며 코를 쏜다. 난 PTC의 쓴 맛을 못 느끼는 미맹이라 그런지 와사비를 보통사람의 세 배 정도 먹어야 맵싸한 맛을 느끼는데, 저 와사비는 많이 섞지 않아도 그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맥주는 맛을 봤으니, ‘고구마 소주’라는 것도 맛을 보기로 했다. 저걸 주문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어떻게 줄 것인지를 자꾸 일본어로 물어 와서 곤란했으며, 그냥 컵에다 달라고 하니 어떤 컵에 줄 지를 또 물어 난감했다. 그냥 ‘컵, 아이스, 워터’라고 반복해서 말하니, 물컵과 얼음과 물과 술을 전부 가져다 줬다. 원래 물을 타서 마시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시원하게 마시고자 얼음과 물에 섞어 마셨다. 아까 마셨던 맥주가 씁쓸하고 진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파는 생맥주와 달리 별로 시원하지 않은 게 고구마 소주를 주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는 카피를 좀 따라할까 싶어 찍어 본 사진이다. 고구마 소주가 맛있고 부담 없어서 계속 주문해 홀짝홀짝 마셨다. 다양한 종류가 있길래 계속 다른 종류로 주문해서 마셨는데, 전부 맛이 똑같은 것 같았다. 붉을 적(赤)자가 쓰여 있는 소주도 맑은 색 소주로 나오길래 직원을 불러 물어봤는데, 주문한 소주가 맞다고 했다. 처음 마셔보는데다 원래 그렇다고 하니, 그런 거라 믿는 수밖에. 얼굴에 피부가 몇 겹 더 입혀진 느낌이 들 정도로 꽤 마셨다.

 

 

 

다시 롯폰마츠에 있는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하카타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느낀 건데, 후쿠오카의 남자들은 유난히 가방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회사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한쪽으로 메는 가방을 메고 있었으며, 회사원이 아닌 것 같은 사람도 열에 아홉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 밖에 인상 깊었던 점이라면,

 

- 대부분 4인치 정도의 작은 폰을 사용함.

- 화장을 과하게(특히 볼터치를 심한 분홍색으로) 한 여자들이 꽤 있음.

- 눈썹을 전부 민 남자를 간혹 마주치게 됨.

- 일본어를 입력하느라 그런 거겠지만 폰 사용 중 키보드를 밀어가며 타자를 침.

- 버스에 탄 젊은 층의 사람들이 하는 대부분의 일은 남의 SNS를 보는 것.

- ‘카톡’소리가 들리면 한국인, ‘라인’을 쓰고 있으면 일본인.

- 역에서 헤어질 때 인사를 대략 1분간 하는 사람도 있음. 서로 굽신굽신 경쟁.

- 버스를 타면 다들 한 마디도 안 해서, 비닐하우스 안에 같이 들어와 있는 느낌.

- 점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지, 대부분의 사람들 얼굴에 점이 많음.

 

정도가 있다.

 

 

 

다음 날, 숙소에서 나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출발할 때 찍은 사진이다. 후쿠오카 공항의 약자가 ‘FUK’인 게 유명하다고 해서 한 컷 찍어 보았다. 이전 여행기에 달린 댓글을 보니 길가에 금연 표시가 없으면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하던데, 난 거리에서 담배꽁초를 하나도 볼 수 없어 흡연구역을 찾기 전까진 계속 담배를 참았다. 그런 줄 진작 알았으면 마음 놓고 피웠을 텐데….

 

 

 

롯폰마츠를 떠나기 전, 숙소 근처에 있는 마츠빵집에도 들렀다. 사람들이 줄 서서 사 먹는 빵집이라고 하던데, 내가 갔을 때는 한가해서 줄 서지 않고도 사먹을 수 있었다. 저때 난 전날 마신 고구마 소주가 덜 깬 상태였는데, 빵 가격을 보고 놀라 술이 다 깼다.

 

 

 

타 블로그에서 소개해 둔 것을 볼 때에는 ‘오, 저기 가면 저 가게가 바로 눈에 띄겠군!’이란 생각을 하곤 하는데, 막상 가보면 ‘아, 그냥 이런 곳이었구나….’싶을 때가 많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간 까닭에 실망도 큰 걸 수 있는데, 한국에 있는 동네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의 1/4 정도 크기의 빵집이었다. ‘아, 그 사람이 올려 둔 사진에 있는 게 전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짐도 다 들고 나온데다 비가 다시 막 내리기 시작해, 얼른 빵만 사서 나오느라 사진은 더 못 찍었다. 이끼인지 작은 풀인지 모를 것들로 아기자기하게 장식해 둔 저 선반형 어닝이 마음에 들었다.

 

“저게 예쁜가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던 거죠?”

 

저거라도 마음에 들었다고 써야지, 빵 종류가 다양하지도 않으며 맛은 그저 그랬다고 쓰면 좀 그럴 것 아닌가. 저 빵집 주인은 열 살이 되기 전부터 제빵사를 꿈꾸다 꿈을 이뤄낸 것이라고 하던데, 괜히 내가 불평만 한 걸 혹시라도 보게 되면 속이 상할 수도 있고 말이다. 이건 그냥, 내 입맛이 한국형 피자빵이나 소시지빵 정도에 만족하는 ‘빵알못(빵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입맛이라 그런 걸로 결론 내자. 저 빵집에서는 ‘메론빵’을 먹어봐야 한다던데, 난 그것 대신 이상한 카레맛 나는 빵을 선택했으니 내 잘못된 선택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아점을 먹기 위해 간 치카에. 11시에 문을 여는데, 그때 가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10시 40분 쯤에 도착했다. 우리 앞에 여섯 사람 정도가 있었고, 줄을 선 이후에는 소문처럼 계속 뒤로 사람이 몰려들어 줄을 섰다.

 

 

 

뒤로 늘어선 사람들의 줄을 좀 찍을까 했는데, 뒷사람들이 다들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서 저렇게만 찍어두었다. 11시가 되자 사진에 보이는 간판과 등에 전부 불이 들어오며 차례대로 입장을 시작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오오~!”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그냥 입장해서 자리에 앉았을 뿐인데도 ‘여긴 정말 잘 온 듯.’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14시 비행기인데다 저기서부터 공항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몰랐고, 또 오래 기다려야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고민했었는데, 늦으면 택시라도 탈 생각을 하고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수조에서 헤엄치는 고기들을 바라보며 회정식을 먹는다는 게 상당히 잔인하고 이상한 일 같기도 한데, 저 자리에 앉았을 때의 느낌은 참 좋았다.

 

 

 

밥과 메밀국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다녀온 사람들이 다들 밥이 진리라고 해서 우리도 밥을 골랐다. 주문한 지 3분 정도 지났을 때 바로 음식이 나왔다. 서빙은, 기모노를 입은 직원들이 테이블 맞은편 수조가 있는 곳을 오가며 하고 있었다.

 

 

 

깨끗하고 깔끔했으며, 무엇보다 맛있었다. 저런 식당이 우리 동네에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나중에 저런 분위기로 식당을 하나 내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진에 보면 밥 위쪽에 뚜껑이 닫힌 그릇 하나가 보일 텐데, 처음부터 저걸 열면 한국인, 밥 거의 다 먹을 때까지 안 열고 있으면 일본인이라고 봐도 좋다. 디저트의 개념으로 먹는 푸딩형 달걀찜인데, 안에 여러 해산물 조각이 들어 있는 게 매력적이다. 나중에 열어서 먹으면 따뜻하고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치카에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튜브형 명란젓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밥으론 저 튜브 하나를 다 먹을 순 없을 것 같지만, 어쨌든 무한리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돈 만 원 정도에 따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내가 한 2/3는 먹은 것 같다. 옆에 앉은 일본 아주머니께서 명란젓 튜브로 뽕을 뺄 생각을 가지고 오셨는지 밥 위에 수북이 뿌려가며 드시길래, 나도 따라서 똑같이 뿌려 먹었다. 달걀찜 뚜껑을 나중에 연 것도, 그 아주머니가 먹는 순서를 쫓아한 것이다.

 

 

 

밥에 뿌리면 저런 모양이 된다. 난 한국에서 파는 명란젓은 좀 쓴 맛이 강해서 잘 안 먹는데, 명란젓 튜브는 쓴 맛이 약하며 매콤함이 가미되어 있어 맛있게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맛을 즐기고 싶어 튜브를 따로 사오기도 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명란젓을 좋아하시니 저 튜브도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내 예상과 달리 어머니께선 비리고 맛이 없다고 하신다. 덕분에 나 혼자 다 먹고 있긴 하지만, 한 번 드신 이후로는 다시 손도 안 대시는 걸 보면 크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인 것 같다. 나는 “와, 이거 진짜 꿀맛! 밥도둑이 따로 없네.”하며 집에서 며칠간 맛있게 잘 먹었는데, 나중에 낙지젓을 먹으니 낙지젓이 더 맛있다. 일본에서 사 온 거라 더 맛있게 느꼈던 건가…. 그래도 여전히 맛있어서, 밥을 다 먹은 뒤에도 일부러 수저에 한 번 더 짜서 먹고 있다.

 

 

 

계산하러 가는 곳에서 찍은 정면 모습이다. 큰 식당에 사람이 가득 찼는데도, 전혀 시끄럽지 않는 게 역시 인상적이었다. 정해진 정식만 팔며 추가로 주문 받는 건 밥과 명란젓 튜브이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같이 온 사람들끼리도 옆 사람에게만 들릴 정도로 소곤소곤 이야기한 것이 아마 그 ‘저소음’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후쿠오카에 24시간도 채 채류하지 않아 놓고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좀 우스울 수 있기도 하겠지만, 강제에 가까운 그 엄숙함이 일본 소설가들의 내면을 키우도록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소설가들의 작품을 보면 잔뜩 긴장해 있거나 누군가에게 혼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느껴질 때가 많은데, 타인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혹 자신이 타인을 불편하게 할까봐 조심하게 되는 이런 분위기라면, 충분히 그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버스에서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대화를 나누자 할아버지 한 분이 살짝 쳐다봤는데, 그러기 전까지 몸을 반쯤 뒤로 돌려 앉아 있던 여자가 이후 자세를 고쳐 앉았다. 대화는 끊긴 채 셋은 각자 폰을 보거나 창밖을 바라봤다. 그 중 남자 하나가 버스에서 내린 후 밖에서 손을 흔들었는데, 그걸 버스 안에 있는 남자만 발견했다. 한국이었으면 그가 앞의 여자에게 “야, 아무개가 손 흔들고 있어.”라고 말해줬을 텐데, 남자는 여자를 툭툭 친 뒤 손가락으로 창밖의 남자를 가리킬 뿐이었다.

 

음식점에서 일하면서는 좋든 싫든 “이랏샤이마세!”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시종일관 미소를 띠고 있던 직원들 역시, 버스를 탈 때면 약속된 이런 침묵을 지켜야 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뭐,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일본에서의 그것이 더욱 극단적으로 상반된 감정이동이라 할 수 있기에, 자기감정에 대한 괴리감 역시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젊은 세대들은 그런 부분들에 대한 해방구로 ‘폐를 끼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통한 소통’을 택했고, 그래서 그렇게도 바쁘게 손을 움직여가며 누군가에게 말을 하거나 SNS에 올라온 남의 이야기를 보려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굿바이 후쿠오카. 다음에 후쿠오카에 오게 된다면 어시장에 가거나, 료칸엘 가는 걸로….

 

 

 

꽉 들어찬 구름이 마치 빙하, 또는 욕조에 넘칠 기세로 부푼 거품 같아서 찍었다. 개인적으론 요즘 아이폰 광고에 나오는 그런 구름 사진을 찍고 싶은데, 그러려면 일출이나 일몰 시간에 비행기 탈 일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지금 검색해 보니 작가가 촬영장소를 공개해두었는데, ‘마이애미와 쿠라사우섬 사이’라고 한다. 해의 방향으로 봤을 때 오후 4시쯤 남쪽을 찍은 것 같은데, 비슷한 시간에 한국발 세부행 비행기 좌측에 앉아 가면 근접한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천공항까지 무사히 도착. 1박 2일의 여행이라 티를 한 벌밖에 안 가져간 것이 이번 여행 최대 실수였던 것 같다. 여행 중 땀도 많이 나고 비도 맞고 해서, 얼른 집에 가 벗곤 샤워부터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버스를 타고 동네에 막 도착했을 땐,

 

‘역시 우리 동네가 길도 널찍널찍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도 여유롭게 떨어져 있고, 화장품가게와 휴대폰판매점, 그리고 마트에서 경쟁하듯 해대는 방송 덕에 사람 사는 맛이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씻고 나와 선풍기 바람을 쐬며 소파에 누우니, 한숨 길게 자고 일어난 느낌이 들었다. 집돌이라 그런지, 역시 집이 좋았다.

 

 

다음 여행지 추천 받습니다. 다들 즐거운 목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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