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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남친 장난에 화를 냈다가 헤어졌는데요, 재회 불가능한가요?

by 무한 2016. 8. 8.

다른 사람이 울 정도로 장난을 치는 사람은, 문제가 있는 거라 봐야 한다. 그것도 서른 넘어 여전히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라 봐도 좋다.

 

H양 구남친을 보자. 그는 자신이 치는 장난이 타인에게는 평생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게다가 본인이 잘못을 해놓고는, 그것에 대해 상대가 화를 내면

 

“장난을 좀 칠 수도 있는 거지 뭘 그것 가지고 그러냐. 그리고 난 장난으로 그런 건데 전 진심으로 그렇게 반응한 거니 나야말로 피해를 입은 거다.”

 

라며 오히려 상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아무리 그가 붙임성 좋고, 활발하고, 끊임없이 드립을 칠 수 있을 정도의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게 결국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을 점점 불편하거나 불쾌하게 만들 뿐이라면 그런 장점들은 의미가 없다. 또, 본인이 치는 장난에 대해선 그것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 문제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누군가가 장난을 치면 진지하게 절교부터 생각하는 건, 그의 속좁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1. 그는 H양이 다시 붙잡을만한 사람일까?

 

막연히 헤어지고 외롭다고, 또는 상대가 잘해주던 것이 그립다고 재회 가능 여부를 궁금해 하기 전에, 상대가 정말 ‘다시 만날만한 사람’이 맞는지를 확인해 보길 권한다. 두 사람이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채 마음이 허하다고 다시 만나면, 재회하더라도 ‘우리가 왜 헤어졌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건 시간문제다.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건, H양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순간까지도 남친이 장난을 쳤기 때문이다. H양은 자신에게 찾아온 가장 힘든 순간에도 그저 장난만 칠 뿐인 남친에게 화를 내며

 

“넌 이런 순간까지도 장난을 치는데, 널 어떻게 계속 더 만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얘기를 들은 남친은

 

“더 만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헤어지자는 뜻? 난 차이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데 네가 그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 순간 난 마음이 식었다. 식은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없을 것 같다.”

 

라며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고 한 뒤 결국 이별통보를 했다.

 

남친이 ‘심각한 결함’으로 보일 정도로 장난을 치는 건, 이미 H양의 친구를 한 번 울린 걸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남친은 H양의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H양의 친구에게 장난을 쳤고, 그녀는 울며 돌아갔다. 그의 고백에 의하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태도를 많이 보이는지, 장난을 잘 받아주는 사람이 아니라면 결국 그와 멀어지고 마는 것 같기도 하다.

 

웃고 떠들던 때가 그리워 마냥 재회만 바라지 말고, H양이 그와 계속 사귀는 게 맞을지를 고민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길 권한다. 다시 만나면, 아무 걱정 없을 시기엔 둘이 드립 쳐가며 놀 수 있겠지만, 위로와 격려와 공감이 필요한 순간이 와도 그는 계속 장난만 치지 않을까? H양에게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남친은 그게 본인의 일 아니니 개그소재로 삼겠지만, 그것에 대해 H양이 따지고 들면 역시나

 

“난 장난으로 그런 건데 넌 진심으로 내게 그런 거다. 나야말로 상처 받았다. 헤어지자.”

 

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지 않을까? 이런 사람과 왜 다시 만나야 하는 건지를, 정말 진지하게 한 번 고민해 봤으면 한다.

 

 

2. 이별할 때, 그리고 이별 후 보인 상대의 태도도 다시 보자.

 

자신은 장난으로 그런 건데 H양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이별까지도 생각하는 것처럼 말해서 상처 받았다던 그는,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말한 뒤 결국 문자로 이별을 통보했다.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H양의 말로 인해, 여자에게 차이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던 자신은 마음이 식고 말았고, 그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 같으니 헤어지자고 한 것이다.

 

그런 뒤 그는 H양도 아는 자기 친구에게,

 

“안 그래도 지금 회사일 때문에 너무 힘든 시기라 이 갈등을 해결할 힘이 없다. 그냥 H양이 6개월만 날 기다려줬음 좋겠는데….”

 

라는 이야기를 했다. 역시나 이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자기본위로만 생각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H양의 퇴사를 개그소재로 삼기만 했던 그는, 본인의 ‘회사 일’을 가지고는 바쁘고 힘들다며 핑계로 내밀고 있다. 본인 아픈 것만 알며 남 아픈 것 모르고, 더불어 당사자에게 이별통보는 문자로 하면서 주변에는 말 같지도 않은 핑계 대고 다니는 것도 좋아 보이진 않는다.

 

카톡 차단했다 풀었다 하는 그 태도는 또 어떤가. 그는 이별 직후 H양을 차단해 두었고, 그러다 일주일 정도 지나 밤에 ‘구남친 1집 5번 트랙 제목’인

 

“자니?”

 

라는 톡을 보냈을 때에만 차단을 풀었다. H양은 그 톡에 단답으로 대꾸했는데, 그러자 그는 다시 H양을 차단했다.

 

두 사람이 사귄 기간은 100일도 채 안되는데, 연애 극 초반 상대가 베푼 호의와 상대가 보여준 유머감각만이 상대의 모습이라 생각하진 않았으면 한다. 늘 얘기하지만, 화나고 짜증나고 갈등이 생겼을 때 보이는 상대의 모습이 상대의 본모습에 가장 가깝다. 바로 그런 상황일 때 보인 상대의 모습은 어떠한가? 완벽할 순 없는 게 사람이긴 하지만, 끝까지 자기감정만 감정인 줄 아는 사람과는 다시 만나지 않는 게 좋다고 난 적어두고 싶다.

 

 

3. H양의 문제는?

 

어디서 무슨 연애 칼럼을 본 건지 모르겠는데, 언제나 남의 조언에 앞서 자신의 판단이 먼저여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H양이 판단을 하고 조언을 참고하는 거지, 조언을 따라 행동한 후 H양은 그 후기만 작성하며 사는 게 아니다.

 

“재회 칼럼을 많이 봤던 저는 남친을 붙잡지 않았고, 미안했고 고마웠다고만 얘기했습니다.”

“전 칼럼에서 본 대로 단답형으로 대답했고, 이후의 말은 씹었습니다.”

“많은 칼럼을 보며, 밤에 온 카톡엔 원래 답 안 하는 거라고 해서, 헤어진 후 남친이 밤에 카톡했을 때 대답을 안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헤어진 후 온 남친의 연락’이라고 해도, 이쪽이 차면서 헤어진 건지 차이면서 헤어진 것인지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또, 그게 사귀다 헤어지자는 말이 나와 잠시 갖게 된 냉전기에 온 연락인지, 아니면 헤어지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온 상대의 연락인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상대가 말의 대화를 원하는지 아니면 몸의 대화를 원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며, 헤어질 때 오만한 상대의 이별통보를 이쪽이 묵묵히 받아들인 건지 아니면 실수로 발 밟은 사람 따귀 올려붙이듯 강한 보복을 해놓고 헤어졌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고 말이다.

 

재회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H양에게도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 놈의 ‘연애 칼럼’ 때문에 H양은 전부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했을 때 H양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이후 남친이 이별을 선택했을 때 H양은 아주 작은 미련도 보이지 않았으며, 이후 남친이 다시 연락 했을 때 ‘밤늦게 연락했다’는 이유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번 남친이 재회를 권하고 싶을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H양은 황금 같은 기회를 세 번이나 발로 차버린 게 될 수 있다. ‘사과하려는 남친’을, 칼럼에서 본 ‘옛집 그리워 다시 한 번 방문이라 하려 껄떡대는 남친’으로 분류한 채 눈앞에서 문 쾅 닫아 버리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재회를 원하는 거면 당연히 만나서 대화를 하며 조율해야 하는 건데, 그것마저 ‘붙잡아선 안 된다’라는 조언을 이상하게 해석해 밀어내기만 한다면, 두 사람이 대화 할 시간은 영영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

 

 

H양은 내게

 

“전 지금 재취업 준비도 해야 하는데, 이별의 슬픔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네요.”

 

라고 했는데,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가는 것엔 그다지 큰 집중이 필요한 게 아니니 어서 재취업부터 서두르길 권한다. 행복해지기로 결심한 만큼만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말도 있잖은가. H양이 패배감에 젖어 모든 걸 일시정지 해두기로 한 채 ‘이별의 슬픔’을 핑계로 내세울 뿐이라면,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계속 그렇게 허송세월만 하게 될 수 있다. 어찌 보면 인생에서 가장 아까운 시간이 그렇게

 

‘난 지금 이별했고, 슬픈 상태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라는 생각으로 청춘을 흘려보내기만 하는 시간이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걸 합리화할 구실, 또는 인생의 고삐에서 손을 놓고 있는 걸 정당화할 구실을 찾는 건 그만두고 H양 자신의 삶에 바짝 다가앉길 바란다.

 

다들 열심히 헤엄쳐 가는데 H양 혼자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라면, 훗날 다시 헤엄쳐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는 것마저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주변에서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래도 되는 게 아니다. 그 시간은 나중에 전부 후회로 치환되고, 그 후회는 H양이 혼자 갚아야 나가야 할 수 있으니, 멍하게 하루하루 보내는 생활은 이 시간부로 접고 다시 총기 있는 눈빛으로 살아보자. 표정을 방심에 맡긴 채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사람은, 아무 매력 없으니 말이다.

 

자 그럼, 다들 편안한 월요일 저녁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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