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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모두에게 친절한 썸남, 그의 마음이 헷갈려요.

by 무한 2018. 7. 17.

이건, 그가 헷갈리게 하는 게 아니라, 그를 ‘썸남’이라고 생각하니까 H양이 헷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썸 타는 중’이라고 하면

 

-상대와 사적으로 자주 연락함.

-상대에게 지금 톡 보내면 최대 다음 끼니 전까지는 연락이 옴.

-상대와 단둘이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게 가능함.

-상대나 이쪽 둘 중 누가 고백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음.

 

정도의 사이는 되어야 하는 건데, H양과 상대의 관계엔 저것 중 하나도 해당하는 것이 없다.

 

“근데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제 테이블로 와서 메뉴 시켜서 같이 먹었다니까요! 그렇게 같이 밥 먹으면서 저에게 달달한 얘기도 했고요!”

 

바로 그 지점이 H양의 치명적인 문제라 할 수 있으니, 그 지점부터 시작해 H양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자.

 

 

1. ‘친한 남자’가 없었던 여자의 문제.

 

보통의 여자사람 기준 ‘아는 남자’나 ‘친한 남자’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H양에겐 ‘썸남’으로 분류되는 모습이 보인다. 때문에 이성과 대화하거나 같이 뭔가를 하는 걸 불편해하지 않는 남자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들을, H양은 ‘내게 호감 있다는 증거’로 해석해버리며, 상대가 이쪽에 대한 칭찬이라도 할 경우

 

‘저 남자는 내 이런 장점을 발견했으며, 날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는 생각까지 이어가기도 한다.

 

이걸 막 딱 상대와 이쪽 두 사람의 관계만 생각하며 모든 걸 거기에 맞춰 해석할 게 아니라, 아직까지 이쪽은 상대가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사람 중 하나’라는 기반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보면, 상대가 이쪽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얘기 해주고 칭찬을 해주는 것은 상대 처세술의 일부라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럼 일단 그것까지를 인정한 후, 거기서 좀 더 특별한 관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보는 상대와 나’라는 생각에 함몰된 대원들은 모든 걸 그 기준에서만 판단하고 만다.

 

-왜 다른 여자에게도 칭찬을 해주지?

-내 옆자리에 앉을 수도 있는 건데 왜 다른 데 앉지?

-어제 나랑 얘기할 때 적극적이었던 건 뭐지?

 

이래 버리니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모임에서도 혼자 붉으락푸르락 하게 되고, 상대와 마주쳤을 때 상대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지나가는 일도 저지르며, 다른 구실로 상대에게 골탕을 먹인답시고 놀리다가 진짜 상대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어 관계를 엎지르기도 한다. 다행히 아직 H양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관계를 망친 건 없으니, 혼자 속으로 갈던 칼은 내려놓고 지금이라도 이 관계를 좀 크고 넓은 시각으로 보도록 하자.

 

 

2. 잘해주는 남자라고, 어렵지 않은 남자인 건 결코 아니다.

 

내가 H양의 사연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건, H양이 상대에 대해 별로 어렵지 않게 생각한다는 지점이었다.

 

“정말 초반에는, 오빠가 뭔가 저랑 잘해보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거든요.”

 

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착각이 좀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여하튼 인기가 좋으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대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깊이 친해지는 걸 어렵게 생각하기 마련인데, H양은 지금도 단 둘이 있게 되거나 하면 먼저 말도 걸고 달달한 얘기도 해준다며 그와 사귀는 일이 조금만 뭘 어떻게 하면 금방 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착각은 주로, ‘서비스직 상대’와 썸을 타고 있다고 오해하는 대원들에게서 볼 수 있는데, H양의 사연은 서비스직과는 별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상대가 성격 좋고 대인관계 좋다 보니 그걸 H양이 전부 ‘나에 대한 호감’으로 오해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H양은

 

-상대의 호감을 한 번 확인했는데, 그게 지금은 또 희미해진 것 같아서 고민. 이런 상황일 때 그냥 확 고백해서 상대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게 나은지?

 

가 고민이라며 내게 말했는데, 난 이게 지금 축구로 치면 아직 중앙선도 넘어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이성관은 H양의 이성관보다 훨씬 크고 넓은 까닭에, H양에게 이 정도면 ‘골문 앞’으로 여겨지겠지만 상대에겐 아직 ‘중앙선 이전’인 것이다.

 

때문에 아래에서 이야기 할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지금 중거리 슛을 날리면 볼은 보기 좋게 골대를 벗어날 것이고, H양은 ‘뭐야 분명 나한테 호감 있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거?’라며 충격과 공포에 빠지고 말 것이다. 상대는 아마 거절도 젠틀하게 할 텐데, 그럼 또 H양은 ‘여기서 좀만 뭘 어떻게 하면 사귈 수 있을 것 같은데?’하며 억지로 막 들이대게 될 수 있고 말이다. 그걸 방지하며 동시에 기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래에서 살펴보자.

 

 

3. 변덕녀에선 탈피하고, 당장 가능한 거 하기.

 

분명 상대와 썸을 타는 것 같은데 상대가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하며 어느 땐 일부러 내게 친근하게 안 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저지르는 일들이, 이쪽을 점점 ‘변덕녀’로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뭔가에 화났는지 낮에 모임에서 봤을 땐 투명인간 취급을 해놓곤, 다음 날 또 아쉬운 마음에 먼저 연락해 빙빙 돌리는 질문 같은 걸 하면, 상대는

 

‘얜 뭐야, 다중이인가? 어젠 사람 앞에 두고 무시하더니, 오늘은 왜 갑자기 친한 척이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게다가 상대와 썸을 타는 중이란 생각에 혼자 기대하며

 

“매번 바지만 입고 가다가 그 날 처음으로 제가 원피스를 입었거든요? 그런데 분명 봤을 거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말을 꺼내니 그제야 알아보는 척하긴 했는데, 칭찬이 아니라서 완전 기분 나빴어요.”

 

하고 있으면, 상대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괜히 심술 부리려다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막 엄청 눈에 띄는 변화가 아닌 경우, 여자가 귀걸이를 바꿨는지, 염색을 했는지, 스타일을 어떻게 바꿨는지 등에 대해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그런 걸로 기대하고 실망하진 말도록 하자.

 

“식당에서 거의 다 먹어갈 때, 서비스로 **가 나왔거든요. 그런데 그걸 오빠가, 제가 먹던 젓가락으로 집어 먹었어요. 이런 건 분명 의미가 있는 거 아닌가요?”

 

앞으로는 그렇게 추측하고 분석해야 하는 것들 말고,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들로 파악하도록 하자.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통화했으며 상대가 먼저 전화도 한 적 있다’ 같은 확실한 게 중요한 거지, 눈을 마주쳤는데 피하지 않았다거나 이쪽의 립밤을 가져다 발랐다거나 노래방에서 무릎이 닿았는데 피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식의 해석이라면 이쪽이 씹다 만 오징어를 상대가 먹으면 그건 진짜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걸로 착각할 수 있으니, 백 번의 느낌보다 한 번의 사실에 더 무게를 두고 생각하자.

 

지금 상대와 해야 하는 건, 연락이며 대화다. 상대가 성격도 좋고 잘 받아주니 자연스레 농담까지도 하며 수다 떨 수 있는 기회가 놓여 있는 건데, H양은 혼자 삐쳤다가, 다시 용기를 내었다며 빙빙 돌려 괴상한 소리 했다가, 그런 모습이 자신도 싫어선 괜히 또 다 팽개쳐두었다가 하고 있지 않은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놔둔 채 안 되는 것에 괴로워하며 ‘고백으로 확인하기’같은 것만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 호의적인 오빠에게 연락해 수다를 떤다는 생각으로 대화를 해보길 바란다. 그게 되어야 상대와 이어지더라도 지속 가능한 연애를 할 수 있는 거지, 그게 안 되는데 도박하듯 고백해선 사귀어 봐야, 상대에게

 

“나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 잘해주지 말라고!!!! 아 진짜 싫어!!!!”

 

하다가 허무하게 끝날 수 있다. 그러니 최소한 단둘이 영화 보고 밥 먹는 것은 가능해진 다음에야 고백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며, 지금은 자주 연락하고 호의적으로 대하며 친해지는 걸 최우선으로 해보길 바란다.

 

 

이거 이렇게 한 발짝 떨어져 남의 일로 두고 보면 명확하게 보이지만, 매력적인 남자를 상대로 둔 채 그와 썸을 타는 중이라고 생각할 땐 자연히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또, 상대가 끼를 부리는 타입인지, 아니면 의도를 가지고 흘리는 것인지에 따라서도 좀 얘기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니, 걱정될 땐 망설이지 말고 언제든 사연을 보내시길 바라며, 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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