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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별볼일있는남자

페르세우스 유성우 관측장소 관측시간 꿀팁

by 무한 2016. 8. 10.

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몇 해 동안 밤하늘을 지키는 사람들 따라다니며 눈동냥도 해보고 주워들은 것도 있고 하니, 12일 저녁 10시부터 시작될 거라는 ‘페르세우스 유성우 관측’에 대한 몇 가지 팁을 초심자에게 알려줄 정도는 되지 않나 싶다. 아, 잠깐만. 지금 생각난 건데 난 천문지도사 자격증이 있다. 민간 자격증이긴 하지만 그래도 근 1년을 교육 받고 시험까지 치러 얻어낸 것이니, 이렇게 썰을 좀 푸는 게 이상한 건 아닌 것 같다. 괜히 긴장했네.

 

뭐부터 얘기하면 좋을까. 유성우 관측 준비물부터 시작해보자.

 

 

1.유성우 관측 준비물

 

준비물은,

 

- 모기기피제

- 돗자리

- 무릎담요(+간이 베개)

- 스마트폰(별자리 어플 설치)

- 간식

- 현금

 

요 정도만 챙기면 충분하다. 내 경우, 모기기피제는 밤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모스키토 밀크’라는 제품을 사용 중이다. 약국과 온라인에서 판매하며, 온라인에서는 5천 원 정도 한다. 난 팔과 손, 다리, 목, 얼굴 등에 바르는데, 그러다보니 안 바른 등짝으로 모기들이 몰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그리고 천연 물질로 만들어진 까닭에 알러지 반응이 없다고 하던데, 난 제품을 바른 곳이 살짝 벌겋게 변했다. 혹 이 제품을 사용하신다면, 구입 후 곧바로 팔뚝에 한 번 살짝 발라보시고, 이상이 없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한다. 제품의 효과는 확실하다.

 

돗자리나 무릎담요, 간식은 굳이 내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현금은 혹시 자판기 등을 이용하게 될 수 있으니 챙기길 권한다. 스마트폰 어플은 방향과 별자리 위치를 알기 위해 필요한데, 무료어플로 충분하다. ‘별자리표’라는 어플 정도면 이용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북극성을 찾은 뒤 북극성을 포함한 오른쪽 하늘을 올려다봐도 좋고, 그냥 돗자리 깔고 누워 천정을 바라봐도 좋다.

 

차를 몰고 가는 경우, 관측을 마친 뒤 차에 올라 타 곧바로 에어컨을 켜면, 앞 유리에 순식간에 김이서려 별이 될 위험이 있다. 에어컨을 내부순환으로 맞추고 잠시나마 히터를 강하게 틀어 습기를 제거하거나, 창문을 열어 일단 차 내부와 외부의 온도를 맞추길 권한다. 내 경우, 자유로에 진입한 뒤 에어컨을 들었다가 앞 유리가 뿌옇게 돼 충격과 공포에 빠진 적이 있다.

 

 

2. 유성우 관측, 떠나기 전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유성우 관측이라고 하면 다들 대개

 

 

 

위와 같은 모습을 기대하겠지만, 사실 별이 저렇게 잘 보이는 날은 일 년 중 며칠밖에 되지 않는다. 유성우 관측을 힘들게 만드는 3요소가 있는데, 그건 아래와 같다.

 

제 1요소는 날씨다. 비가 오는 날 유성우를 보러 나가시는 분은 없을 테니 비는 생략하고, ‘구름’이 바로 밤하늘 지기들을 절망케 하는 가장 무서운 복병이라 할 수 있다. 노멀로그 독자 분들 중에도 유성우 시즌이면 내게 카톡으로 관측지를 물어보신 분들이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이 ‘구름 낀 밤하늘’ 때문에 관측에 실패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하늘 대신 다른 걸 봤는지(응?) 당시 남친과 교외로 나갔다가 지금은 부부가 된 커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구름은 ‘구름 많음’인 날도 있고 ‘구름 조금’인 날, 그리고 ‘구름없음(맑음)’인 날이 있긴 하지만, 필드에서 시시각각 변하기도 한다.

 

 

 

도착해서 카메라를 설치 했을 때만 해도 구름이 없었다. 하지만 잠시 후,

 

 

 

어디서 몰려왔는지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럴 경우, 멀리까지 간 게 아까워 계속 기다리게 되는데, 나 역시 동이 틀 때까지 기다리다 집에 돌아온 날도 수두룩하다. 별지기들은 관측하러 나가는 날이면 하루 종일 위성사진을 들여다보며 새로고침을 하는데, 그게 바로 구름이 밀려오는 걸 보며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계획했던 관측지를 옮겨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느라 그런 거다. 출발 2~3시간 전 자신이 가려는 관측지로 구름이 밀려온다면, 그땐 관측을 포기하고 치맥을 선택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제 2요소는 광해(빛공해)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라 해도, 인공조명이 많은 도시에서는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위 사진은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있는 한 공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일산에 비하면 파주에선 별이 꽤 보이는 편이지만, 주변 상가와 주택, 그리고 가로등에서 나오는 불빛 때문에 자세히 들여봐야만 아주 밝은 별 몇 개만 보일 뿐이다.

 

 

 

위 사진은, 운정신도시에서 1km정도 떨어진 외곽에서 찍은 사진이다. 공원보다는 낫지만, 제2자유로에서 올라오는 불빛 때문에 좌측이 붉게 물들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사분의자리 유성우가 떨어지던 날 찍은 사진인데, 상단 중앙에 별똥별 하나가 찍혔다.

 

 

 

위 사진은 강원도 횡성 천문인 마을에서 찍은 사진이다. 광해가 거의 없기에 어두운 별들까지 선명하게 보이며, 실제로 가서 보면, 유성우도 유성우지만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보여주는 황홀한 광경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저런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 하나를 보면, 소원을 빌 경우 진짜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물론 소원이 이루어지진 않는다. 난 많은 별똥별을 봤고 그때마다 로또 당첨을 소원으로 빌었지만, 오천원에도 당첨된 적이 없다. 소원을 빌러 가는 분도 게실 텐데, 김빠지게 해서 미안하다.)

 

제3 요소는 월령(밤하늘에 달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구름 없는 날, 광해가 없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 별 관측을 떠나더라도, 달이 떠있으면 달 자체가 광해역할을 한다.

 

 

 

위 사진은 달이 없을 때 경기도 파주, 문산에 가서 찍었던 사진이다. 꽤나 많은 별들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같은 장소에 보름달이 뜨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래 사진으로 체험해보자.

 

 

 

어떻게든 달을 피해 프레임을 잡았지만, 밤하늘이 그냥 환하다.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은 달빛 덕분에 카메라 버튼이 정확하게 보여 조작하긴 편하지만, 사진엔 별들이 찍히지 않는다. 광해가 가득한 동네에서 달까지 떠 있을 경우, 아래의 장면을 목격하게 될 수 있다.

 

 

 

지인에게 위 사진을 보여주니,

 

“개기일식 뭐 그런 건가? 해가 떠있는데 하늘이 검게 변했네?”

 

라고 하던데, 해가 아니라 달이며, 밤하늘 사진이다. 그와 알고 지내기가, 가끔씩 힘들 때가 있다.(응?)

 

다행히 이번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있는 날에는, 자정 무렵 달이 진다.

 

[8월 11일~13일 월몰 시간, 서울기준]

 

11일 – 23시 37분

12일 – 00시 00분

13일 – 00시 13분

 

12일 밤 10시부터 12시까지가 극대기(가장 많이 떨어지는 시기)지만, 극대기 전후일로도 유성우는 관측 가능하니, 구름만 방해하지 않는다면 유성우를 즐기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겠다.

 

 

3. 페르세우스 유성우 관측장소, 어디가 좋을까?

 

앞서 ‘광해가 없는 곳’이 최적의 장소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광해가 없으려면 마을과 도로에서 꽤 많이 떨어진 곳이어야 한다. 때문에 최적의 장소는 치악산이나 지리산 꼭대기처럼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좋은데, 유성우 보자고 해 지고 난 뒤 산을 탔다간 영영 못 내려오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신의 목적과 동행자 여부에 따라, 현명하게 장소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대한민국 광해지도를 한 번 보자.

 

 

  ▲ 광해지도 출처 - 별하늘지기

 

하얗게 표시된 곳은 ‘최악’, 붉은 곳은 ‘나쁨’, 주홍빛이 도는 곳은 ‘보통’, 노란 곳은 ‘꽤 좋음’, 초록색은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서북부에 사는 나로서는, 거의 최악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 동부만 하더라도 차타고 동쪽으로 한 시간 정도만 가면 괜찮은 관측지에 닿을 수 있는데, 서북부에선 서울을 한 번 관통해 가야 한다.

 

“북쪽도 괜찮은데요? 경기 북부 상단을 보면 초록색 있잖아요.”

 

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거긴 북한이다. 지도에 선명하게 ‘황해도’라고 적혀 있으니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시길 바란다. 그 아래는 민통선 지역인데다, 노란색 부근에 지뢰가 깔린 곳이 많아 별똥별 몇 개 보곤 다리 하나 잃고 올 수 있다. 내 다리는 소중하니, 무리는 하지 않도록 하자.

 

허튼소리는 이쯤하고, 목적과 성향에 맞는 관측지를 골라보자.

 

 

A. 남성이 여성, 또는 아이와 동행하는 경우.

 

화장실을 고려해서 관측지를 선정하는 게 좋다. 파주나 일산에 살고 계실 경우,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을 추천한다. 화장실도 있고, 자판기도 있고, 유성우 시즌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돗자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어 안전하다.

 

 

 

위 사진은 내가 처음 별사진을 찍은 날 임진각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옆에 강이 있어 습하고 물안개가 끼긴 하는데, 별똥별을 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거기가 너무 멀다면, 자유로에 있는 ‘출판단지 휴게소’에만 가도 별똥별은 볼 수 있다. 휴게소 식당은 24시간 영업하니, 별을 본 후 유부우동을 먹어도 좋다. 유부우동을 먹을 때는 유부를 많이 넣어 달라고 부탁한 뒤, 중반쯤 국물 다 마시고 리필해서 들이키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 임진각에 갈 경우, 사람들이 주차장에 주차한 후 바로 그 옆이나 뒤에 누워 별을 보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걸 고려하지 않고 그냥 지나갈 경우 한 사람을 별로 만들 수도 있으니, 반드시 바닥을 잘 살피길 권한다.

 

 

B. 좀 수고스럽더라도, 많은 별을 보고 싶은 경우.

 

별지기들 사이에서 관측지를 공개하는 건 그 관측지의 생태를 파괴할 수 있는 행위라 금기시 되고 있다. 그래서 망설여지긴 하는데, 서울 경기 부근 이미 널리 알려질 대로 알려진 관측지만 몇 개 공개할까 한다.

 

 

 

북쪽으로는 연천에 있는 경순왕릉, 동두천에 있는 예래원, 철원에 있는 백마고지 전적지가 유명하다. 다만, 경순왕릉은 내가 마지막으로 갔을 때 군부대에서 조명을 새로 설치했는지 엄청나게 밝은 광원이 있었다. 꼭 경순왕릉이 아니더라도 ‘~왕릉’이라든가 ‘~묘’같은 사적지의 주차장은 좋은 관측지가 될 수 있다.

 

동쪽으로는 철원의 수피령, 그리고 양평에 있는 벗고개 터널, 조경철 천문대가 유명하다. 단, 이곳에선 ‘진입 전부터 차량 전조등 꺼서 다른 별지기 방해하지 않기, 손전등을 켜는 건 민폐이니 주의하기, 뭔가를 할 거면 주변에 망원경을 펴고 있는 사람에게 가서 양해 구하기’ 등의 불문율이 지켜지고 있다는 걸 적어두도록 하겠다. 별 보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어 언성이 높아지는 일은 없는데, 만약 누군가 이쪽의 등장으로 인해 망원경을 접고 철수한다면, 분명 이쪽이 뭔가를 잘못했을 확률이 높다.

 

남쪽과 서쪽으로는, 용인 축구센터와 강화도 강서중학교가 있다. 역시나 진지한 태도로 딥스카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관측자들이 있는 곳이니, 소란스럽지 않게 등장해 유성우를 즐긴 후 조용히 퇴장하는 것이 좋겠다.

 

 

C. 지방에 살고 있어 위의 추천 관측지들이 소용이 없는 경우.

 

나도 별 보러 전국을 돌아다닌 건 아니라서 어디가 좋다고 확실하게 추천을 드리긴 어려운데, 이럴 경우 ‘지역명 + 은하수’로 검색을 해보시면 최적의 관측지를 금방 찾으실 수 있다. 예컨대

 

- 경남 은하수

 

라는 키워드로 검색할 경우

 

- 황매산

- 한우산

- 자굴산

- 오도산

 

등의 포스팅을 발견할 수 있고, 포스팅에 포함된 사진을 보면 대략 어디가 핫스팟인지를 유추할 수 있다. '유성우'를 '은하수'로 착각해서 잘못 쓴 거 아니냐고 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은하수가 보일 정도면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거의 모두 보인다는 얘기니, ‘은하수’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핫스팟을 찾아내시길 바란다.

 

 

 

지방에는 ‘서울/경기’의 관측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훌륭한 관측지들이 많으니, 검색을 통해 찾아보시길 권한다. 난 전에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다가 낙동강 부근 어느 민박에서 묵었는데, 민박집에서 그냥 은하수가 보이는 걸 보곤 놀란 적이 있다. 그곳에 산다면, 어디 갈 필요도 없이 그냥 집 앞마당에서 딥스카이 관측이 가능하다는 것 아닌가. 난 문경에 자리 잡고 살면서 낮에는 물고기 잡고, 저녁엔 별 보고, 산짐등 들짐승들과 친구하며 지내는 걸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 있는데, 이마트랑 코스트코가 없어서 안 가기로 했다. 이마트에서 커피 사고, 코스트코에서 소고기 사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곤란하다.

 

 

자, 이 정도면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보러 가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짧게 줄인다고 많은 이야기를 생략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이 이렇게 길어지다니 놀랍다. 관측지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들도 썼다가 지웠고,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 이야기도 쓰다가 중간에 지웠는데, 그걸 다 썼으면 단편소설 하나 분량의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팁 하나만 더 드리자면,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 때,

 

- 별똥별이 떨어지는 동안에 소원을 다 빌어야 이루어진다.

 

라는 속설이 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시간은 대략 1~2초 남짓인 까닭에 긴 소원을 다 빌 수 없으니,

 

1번 – 로또 당첨

2번 – 가족의 건강과 행복

3번 – 누진세 해결

4번 – 통일

5번 – 세계평화

 

등으로 번호를 붙여 별똥별이 떨어질 때 재빨리 “1번!”이라고 외치면 될 것 같다. 잠깐만, 이렇게 꼼수를 써서 그동안 당첨이 안 된 건가?

 

 

 

여하튼 좋은 사람과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방금 그 별똥별 봤냐며 호들갑을 떠는 것도 지구별에 살며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니, 멀리까진 못 가시더라도 동네 공원이나 넓은 주차장 등지에서 밤하늘 한 번 올려다보시길 권한다.

 

자 그럼, 다들 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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