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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모태솔로녀의 첫 연애,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는 중입니다.

by 무한 2017. 3. 25.

사연의 주인공인 K양은 ‘남친의 마음이 부족한 것’에 대해 불만을 축적하다가 남친에게

 

“오빠는, 오빠가 더 좋아할 수 있는 여자를 찾아야 할지도 몰라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는데, 난 보통의 경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K양의 경우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남친이, 의욕도 없고 애정도 없는 듯한 모습을 내보인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둘의 대화를 잠시 보자.

 

(1)

K양 – 오빠는 뭐해요?

남친 – 잤어

K양 – 어제 오빠 피곤했죠?

남친 – 아니

K양 – 체력 좋다 ㅎㅎ

남친 – 뭐해

K양 – 티비 봐요. 오늘 하루가 너무 빨리 갔어요

남친 – 왜

K양 – 계속 자서 ㅎㅎ

 

(2)

K양 – 자요?

남친 – 아니

K양 – 뭐해요 ㅋㅋ

남친 – 고민

K양 – 무슨 고민?

 

이 정도면 ‘연애’라기보다는 ‘짝사랑’에 가까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K양은 남친이 자신을 구속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게 여기서 보기엔 오히려 방치에 가깝고, 남친이 K양에게

 

“지 기분은 지가 알아서 풀어야 한다.”

 

라는 명언을 남길 걸 보면 ‘이 사람에게 연애란 무엇이며, 이 연애를 왜 하고 있는 건가?’하는 의문이 든다.

 

 

또, K양은 이 연애의 시작부터 좀 별로였다고 말했는데, 내가 봐도 참 별로였던 것 같다. 둘의 연애를 ‘일본여행’에 비유하자면, 이건 둘 다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마음이 맞아 일본에서 둘이 할 즐거운 일들을 생각하며 같이 여행가기로 한 게 아니라, 어쩌다 일본 얘기가 나왔고 K양이 가고 싶다고 하니 상대가 그럼 한 번 데려가 주겠다고 해서 가게 된 것에 더 가깝다.

 

괜히 여행에 비유를 해서 말한 까닭에 금방 이해가 안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있었던 일 그대로 말하자면, 썸남 비슷한 남자였던 상대가 K양에게 키스를 하려 했고, 그것에 K양이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웬 스킨십?’이라고 반응하자, 그가

 

- 난 세심하게 챙기거나 그러는 스타일 아님. 그래도 괜찮으면 사귀어보든지.

 

라는 식으로 나와 사귀게 된 것이다.

 

첫 단추가 이렇게 끼워진 까닭에, 이후엔 K양이 무슨 노력을 하든 자꾸 한 단추씩 밀리며 끼워진 게 아닌가 싶다. K양의 사연엔 남친이 호감을 품은 적 있던 다른 여자사람의 이름도 나오고 뭐 그러는데, 여하튼 이건 고백할 용기를 낼 수 있을 정도의 호감을 느껴서 사귄 것이라기보다는, ‘만나보지 뭐’의 느낌으로 시작된 관계에 더 가까운 것 같다.

 

 

K양도 이 상황이 어떤 건지를 모르는 게 아니라서

 

“혹 헤어져야 하는 거라면, 그나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헤어지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라고 했는데, 난 그러려면 언제까지라는 기약 없이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로 한 지금 이대로 헤어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간 영혼 없는 대답을 하는 걸 넘어서 대화 자체를 귀찮아하는 듯한 사람과 그래도 어떻게 좀 해보려고, K양은 너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상대는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거나 일부러 더 심술을 부리듯 ‘K양이 듣고 싶어 하는 말’과는 정 반대의 이야기를 했고 말이다. 오로지 ‘K양의 일방적인 노력’이란 동력으로 이미 마음이 떴거나 마음이 그냥 그 정도였던 사람과 만나왔던 거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상대에게 뭘 더 아쉬워하지 않은 채 끝내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그리고 이건 혹시 그가 연애 초에 했다는 말 때문에 K양이 자꾸 미련과 희망을 가질까봐 하는 얘긴데, 상대가 K양에게 했던 ‘널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다’는 뉘앙스의 말은 이 시점에 아무 의미도 없으며 유효기간이 지난 지 오래다. 현재의 그를 보면 그는 자신의 일정을 알려주거나, 먼저 연락하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귀찮아하며 ‘나 원래 그런 거 안 한다’는 핑계만 대지 않는가. 난 늘 여성대원들에게 ‘책임감과 존중’을 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에게선 그 두 가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K양 – 오빠 뭐해요?

남친 – 티비 봐

K양 – 드라마?

남친 – 영화

K양 – 영화해요? 아 오늘 뭐뭐 한다고 하던데 그거 해요?

남친 – 응

 

연애 저렇게 하는 거 아니고, 저렇게까지 어렵고 힘든 것 역시 연애가 아니다. 저건 남친에게서 애정이 느껴지고 말고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어장에서 희망고문을 당할 때 보다 더 모진 고문을 당하는 것과 같으니, ‘남친이 제게 좀 더 다가와주면 우린 다정다감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기대는 이쯤에서 내려놓자. 이번 주말에 K양과 ‘같이 안 먹어본 음식’을 먹고 싶어 할 남자도 세상엔 많다. 그러니 거기서 아까운 청춘을 낭비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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