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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공부, 운동, 먹는 것 때문에 남친과 계속 싸워요. 어쩌죠?

by 무한 2017. 10. 19.

이거 혜연씨 남자친구가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이라, 혜연씨의 속상함에 공감하며 말해주고 싶어도 뭐라 말하기가 좀 애매하다. 남친은 혜연씨가 알아봐야 혜택 받을 수 있는 게 있으니까 알아보라고 한 건데 그걸 혜연씨가 안 알아봤기에 똑같은 말을 또 한 거고, 먹는 것 역시 혜연씨가 다이어트와 돈 없음에 스트레스를 받으니 남친이 군것질을 줄이라고 말하는 건데, 그게 안 되며 계속 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현 상황까지 이르고 만 것 아닌가.

 

지금이야 혜연씨는

 

‘아 진짜 쟨 잔소리 좀 그만 하지. 왜 자꾸 터치하고 간섭하는 거야!’

 

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듣기에 끔찍할 수 있는 소리를 잠시 하자면, 지금과 같은 갈등이 점점 곪기만 할 뿐 해결되지 않으면 둘은 결국 이별하게 될 수 있다. 당장이야 둘에게 결혼은 아직 좀 먼 이야기 같고 아직 사회에 첫 발을 디디지도 않았으니 그 안에서만 투닥투닥 하겠지만, 이후 현실을 경험하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하면,

 

‘내가 왜 이 연애를 지속해야 하지? 내가 왜 이런 얘랑 결혼을 해야 하지? 이 관계는 지금 내게 힘만 들 뿐인데?’

 

하는 생각이 찾아올 수 있으니 말이다.

 

 

 

1.혜연씨가 해야 할 것들.

 

그저 ‘남친이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으로 혜연씨의 문제들이 다 해결되는 거라면, 나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그렇게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도우려 애쓰겠다. 그런데 남친이 아무 것도 터치하지 않고 잔소리도 하지 않으면, 혜연씨의 문제들은 점점 더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기만 할 게 뻔해 보이지 않는가.

 

살아가며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잘한 불만들로 남친에게 투정을 부렸는데, 그걸 남친이 과잉해석해 잔소리를 퍼붓거나 자꾸 간섭하고 개조하려 든다면 그건 남친 잘못이 맞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진짜 계속 이렇게 살다간 망할 가능성이 있는 것.

-말로는 늘 답답하다고 하면서 해결하려는 의사도 보이지 않는 것.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3년 후도, 5년 후도, 10년 후도 똑같을 것 같은 것.

 

에 대한 지점에서 이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건 한 쪽이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에 더 가깝다.

 

예컨대 둘 다 대학생인 커플 중 한 쪽이, 매일 새벽까지 게임을 하느라 다음 날 수업을 빼먹으며 학점 관리도 못한다고 해보자. 그럼 다른 한 쪽은 그래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 텐데, 그것에 대한 반응이

 

“딱 한 시간만 더 하고 잘게. 그만하라고 말 좀 안 하면 안 돼?”

“그 수업 안 들어도 되는 거야. 나중에 과제만 잘 내면 돼.”

“그건 어차피 포기하고 생각 안 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냥 둬도 돼.”

 

일 뿐이라면, 그건 점점 상대에게 ‘이쪽에 대한 실망과 한계’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자꾸 상대가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아 얄밉고 나만 지적 받는 것 같은 기분에 속이 상해 ‘일부러 더 안 하고, 그렇게 안 한 것을 상대에게 말하며 도발하기’를 반복한다면, 그 피로는 축적될 것이며 상대는 ‘그 문제’만이 아닌 이 관계까지를 포기할 생각을 하게될 수 있다.

 

더불어 ‘상대 잔소리에 내가 할 말 없는 부분에 대한 복수’를 ‘내가 큰 소리 칠 수 있는 부분을 통해 하려고 드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이래버리면 실망스러운 부분에 대한 실망은 그것대로 축적되고, 거기다 그 이외의 부분에서까지 부딪혀 결국 총체적 난국으로 여겨질 테니 말이다.

 

혜연씨 입장에선 혹 떼러 왔다가 나까지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아 불쾌할 수 있는데, 달콤한 소리가 아니기에 들 수 있는 거부감은 잠시 접어두고,

 

-내가 어제처럼 오늘을 살고 또 오늘처럼 내일을 산다면, 결국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를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저 위에서 든 예처럼, 오늘 내가 밤새 게임하는 걸 상대가 이해해 주고, 학고 맞으면 위로해 주며, 졸업 못 해서 쩔쩔 맬 때에도 상대가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식으로 두 사람의 삶이 갈려 한쪽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호봉수를 높여가고, 다른 한 쪽은 학고 맞다 학교 그만 두곤 이 시험 준비한다 했다 그게 안 돼 저 시험 준비하고 또 그것도 안 돼 왜 제대로 되는 일이 없냐며 그때도 불평만 한다면, 둘은 더 이상 같이 가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혜연씨와 비슷한 길을 걸었던 선배대원들의 사례를 보면, 힘겨운 날에 그렇게 상대마저 떠나버리면 이별의 슬픔과 함께 모든 게 부정당하고 이제 기회마저 다 박탈당한 느낌이 들어 어떻게든 상대를 잡으려 애쓰곤 한다. 그때도 ‘상대를 잡아야 뭔가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만 생각하며 처절할 정도로 매달리고, 애원하고, 저주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 몸부림치다 나중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곤 그제야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돌보기 시작하곤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달라졌다는 걸 상대에게 어떻게 보여줄 수 있냐고, 안타깝게도 너무 늦게 내게 묻곤 하는데, 난 혜연씨가 그 전철을 밟지 말았으면 좋겠다.

 

 

2.혜연씨 남친이 알아야 할 것들.

 

누구나 ‘마음먹기’ 정도로 완벽하게 살 수 있다면 3개 국어 정도 못 하는 사람 없을 것이며, 죄다 학자 수준의 지식을 가진 몸짱일 것이다. 한글을 읽을 줄 몰라 읽다 만 책을 책꽂이에 5년씩 꽂아두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들 책 주문 할 땐 불타올랐지만 그게 또 쉬이 꺼지거나, 살다보니 다시 펼쳐 읽을 만한 여유가 없어 꽂아만 두는 거지.

 

혜연씨의 남친은 ‘지적과 약속 받기’로, 너무 어려운 부분들까지를 쉽게 해결하려 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오늘 공부해. 알았지?”

“지금 먹지 마. 알았지?”

“그거 하지 마. 약속해.”

“뭐 사지 않도록 카드 놔두고 나가.”

 

정도의 지적과 약속받기로 다 해결될 것 같으면, 고민과 후회 같은 걸 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지 않겠는가.

 

논리적으로는 혜연씨 남친이 하는 말이 다 맞다. 영어를 잘 못해서 고민이면 공부를 하면 되는 거고, 살이 쪄서 걱정이면 살을 빼면 되는 것이며, 자꾸 군것질을 하게 되면 아예 결제할 수단을 놔두고 나가면 되고, 돈이 없으면 알바를 해서라도 돈을 벌면 된다. 그런데 역시나, 이걸 누가 몰라서 안 하겠는가. 아는데도 안 되거나, 힘들거나, 벅차니까 그런 거지.

 

나는 할 줄 알지만 남이 못하고 있는 뭔가를 볼 때면 ‘이 쉬운 걸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며,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그것의 해결책을 함께 생각해 말해줄 때에는 ‘상대의 사정’을 살펴야 한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내가 혜연씨 남친의 운전연수를 돕는다며 옆에 타선

 

“지금 끼어들어. 왜 망설여? 그냥 끼어들면 돼. 끼어들 땐 깜빡이 켜야지. 야! 끼어들었으면 빨리 가. 들어왔는데 속도 줄이면 어떡해? 여기서 우회전! 깜빡이 켜고! 스톱! 횡단보도도 봐야지. 너무 우측으로 붙었잖아. 좀 더 크게 돌아. 스톱! 직진 차들 오잖아. 차는 왜 안 봐!”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그건 ‘도움’이라기보다는 ‘갈굼’에 더 가까운 것 아니겠는가. 나야 10년 넘게 무사고 운전을 했으니 사이드미러만 힐끗 봐도 도로사정을 읽지만, 초보 땐 사이드미러를 무슨 책 정독하듯이 봐야할 수 있다. 차량 조작이 미숙하니 애먼 걸 켜거나 누를 수 있고 말이다.

 

더불어 자신이 상대를 ‘좋은 방향’으로 개조하겠다는 마음에, 또는 확인하고 지적하는 것에 맛들려 상대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내가 혜연씨 남친 친구인데, 혜연씨 남친이 내게 ‘영어공부 좀 해야하는데 잘 안 된다’는 고민을 말했다. 그 고민을 들은 난 그때부터 오늘 영어공부 했냐, 단어 외워라, 지금 그럴 시간이 있냐 영어공부 해야지, 네 실력에 잠이 오냐, 따위의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고맙기보단 인연을 끊고 싶어질 것 아닌가. 그것에 지쳐

 

“영어공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제 그만 말했으면 좋겠다.”

 

라고 비명을 질렀는데, 거기에 내가

 

“네가 그러니까 영어가 안 느는 거다. 핑계 삼아 빠져나갈 생각하지 말고 공부를 해라. 너 잘 되라고 공부하라는 거지 나 잘 되자고 공부하라는 거냐. 이런 얘기할 시간에 문장 외워라. 그랬으면 벌써 원서 한 권은 마스터 했겠다.”

 

라고 할 뿐이라면 숨 막히지 않겠는가.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라 할지라도 그 정도의 문제, 그리고 빈도의 문제가 존재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래버리면 그건, 상대에게 또 다른 고민 하나 추가되는 것이며 전부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연락하거나 만나는 것에 문제없고 타 이성과의 문제 역시 없다 해도, 이렇게 기울여져 가는 관계는 결국 무너지게 될 수 있다. 그러니 필요하다면 이 매뉴얼을 둘이 함께 읽어서라도, ‘현재 서로를 생각하고 같이 좀 잘해보려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그럴수록 둘 다 괴로워지는 관계’를 좀 정비해 나가길 권한다. 점점 더 감정상하고 포기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난 후엔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으니, 아직 아무 것도 잃은 게 없는 지금, 외양간을 정비하자.

 

좋은 목요일이다. 요즘 매뉴얼에 늘 등장하는 낚시 얘기가 오늘은 빠진 것 같은데, 마침 오늘 생일선물로 낚시도구를 받았다. 감성돔과의 밀당에 실패하면 학공치 얼굴이라도 보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민물에서 쓰던 줄도 바꿔야 하고 전자찌도 사야 해서 바쁘니 오늘 매뉴얼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자. 하룻밤만 더 자면 불금이니, 다들 조금만 더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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