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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센스 없고 수동적인 남친, 뭘 어떻게 해야 바뀔까?

by 무한 2017. 10. 21.

‘센스 없고 수동적인 남친’을 대상으로 하는 사연이라 해도, 그 부류가 좀 갈린다. 정말 잘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는데 마음이 딱 그 정도라 그러는 사연도 있고, 누가 봐도 상대가 정말 좀 답답하게 구는 사연이 있는가 하면 여친이 불만족녀라 그러는 사연이 있으며, 선물 사주려 할 때 끝까지 묻기만 해서 센스 없이 느껴지는 사연이 있는가 하면 선물 같은 거 뭐하러 하냐는 태도를 보이는 사연도 있다.

 

이 매뉴얼에선 다루는 건,

 

-여자 열 명 중 아홉 명은 답답하게 느낄 게 분명한

-주문하면 해주긴 하는데 말 안 하면 아무 것도 없는

-꽃은 그냥 화단에 피는 것으로만 알 뿐 한 송이 살 줄 모르는

-그래서 답답함을 호소하면 반짝 하지만, 그냥 그렇게 반짝 하는 게 전부인

 

남친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먼저 밝힌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이해와 배려의 아이콘에서 벗어나자.

 

사양지심이 미덕이긴 하지만, 자꾸 괜찮다고 말하고 됐다고 말하며 아니라고 말하면 상대는 진짜 그런 줄로 믿어버릴 수 있다. 센스 없고 수동적인 남친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하는 대원들의 사연을 보면,

 

-상대가 준다는 데도 안 받는 게 계속되어 그렇게 굳어짐.

-상대가 좀 무리해서라도 위해주려 하면 괜찮다며 다른 거 하자고 함.

-자신이 먼저 나서서 상대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까닭에 그게 당연해짐.

 

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컨대 같이 밥 먹고 설거지 하는 거라고 하면, 먹고 나면 당연한 듯 자신이 먼저 수세미를 잡거나, 상대가 하겠다고 해도 “아냐, 다음번에 해. 오늘은 내가 할게.”라며 계속 거절하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까지 이해와 배려의 아이콘이 될 필요는 없다. 그래버리면 그 호의를 받는 상대는 그것에 감사하기보다 점점 당연하게 여길 수 있으며, 이쪽이 자꾸 아니라고 괜찮다고 됐다고 하니 정말 그런 줄로 알게 될 수 있다.

 

언젠가 오징어 몸통 뜯어 남편 주고, 자긴 다리만 먹던 할머니 얘기를 한 적 있지 않은가. 그 얘기에선 할아버지가 원래 다리를 더 좋아하는데 할머니가 몸통을 뜯어주곤 자신이 다리를 먹으니 그걸 좋아하는 줄 알고 50년 넘게 그렇게 살아왔다는 걸로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할머니 혼자 이해와 배려의 아이콘이 되어 그걸 ‘당연한 일’로 만들어 버린 걸 수 있다.

 

더불어 ‘그냥 내가 하고 마는 게 속편해서’라는 이유로 혼자 다 떠맡지도 말자. 지금은 상대가 바쁘니 일단 내가 그쪽으로 가서 만나는 게 속편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상대 집까지 찾아가 바쁜 상대를 위해 이것저것 해주는 게 속편하고, 또 그렇게 가서 상대가 할 거 하면 난 할만한 거 찾아서 조용히 하는 게 속편한 거고, 그러다 그것도 방해가 된다고 하면 연락 자제하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속 편한 거고 뭐 그러다 보면 긴장감은 모두 사라지고 그냥 늘 그렇게 있는 배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여성대원들 중엔

 

“전 밀당 뭐 그런 것도 싫어하고, 그냥 제가 좋으니까 그러는 거예요. 그건 제가 사랑하는 방식인데 왜 문제가 되는 거죠? 막 머리 써가며 내가 한 번 갔으니 상대가 한 번 와야 하고 뭐 이런 거 싫어요. 돈도 그냥 당장은 제가 더 있으니 제가 내는 거고요.”

 

라며 내게 짜증을 내는 대원들도 있는데, 알았으니까 나한테 화풀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난 강아지만 해도 밥 먹을 때마다 강아지가 쳐다보는 게 마음 쓰인다며 자꾸 간식 주고, 사람이 먹는 거 주고, 좀 전에 사료 줬는데 또 먹을 거 주고 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과 같은데, 거기다 대고 “마음이 쓰이는데 어떻게 안 주냐. 어쨌든 그렇게 내가 주는 순간에 강아지도 행복할 거 아니냐.” 라고 하면 나도 더는 할 말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난 그저, 자기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으면서 하는 연애가 비참한 마지막을 맞게 되는 사례를, 너무 많이 봐왔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2.짐작만 하며 넘기지 말고, 원하는 걸 그때그때 말하자.

 

짐작과 빠른 포기는, 상대를 나무늘보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갈등이 싫다며 무작정 피하려 하지 말고, 상대가 제시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사이의 간격이 큰데 그걸 다 ‘상대가 하자고 하는 대로 하기’로 넘기지 말자. 뭔가 아니다 싶을 때 아니라고 말해야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상대가 하자는 대로 다 하고는 나중에 불평만 하는 건 상대에게 뒤통수를 맞는 일로 여겨질 수 있다.

 

둘이 제주도를 가기로 했는데, 이쪽은 좀 근사한 곳에서 머물고 싶어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그런데 남친은 계속 싼 거, 가성비 좋은 거, 쿠폰 쓸 수 있는 것만 찾고 있다. 전에 강원도 여행을 갔을 때에도 이쪽은 ‘호텔까진 아니어도 펜션 정도는 되겠지’ 하는 기대를 했는데, 남친은 ‘민박 3만원’이라는 글귀에 홀려 그곳으로 이끌었다. 거기선 지네가 나왔으며, 화장실이 밖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다 맡기고 따를 게 아니라

 

“근데 난, 제주도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 가는 건데, 거기서까지 막 너무 아끼고 가성비 따져가며 싼 숙소만 잡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번엔 뷰가 좋은 데로 가면 어떨까? 지난 번 동해여행 때 우리 3만원 짜리 방 잡았다고 좋아했는데 지네 나왔잖아. 이번 여행에서 숙소는 내가 묵고 싶은 곳으로 골라도 될까?”

 

정도로 말을 꺼내야 한다. 저런 과정을 생략한 채,

 

‘그래, 얜 못 아껴서 죽은 귀신이 붙은 애니까 내가 참아야지….’

 

하며 그냠 넘어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결국 제주도 가서 더는 못 참곤 막 “우리 여행 괜히 온 것 같다.” 하고, 남친이 렌트카 운전하는데 옆에서 말도 안 하고 있으면, 둘의 관계는 대책 없이 꼬이기만 할 것이다. 그러니 병 될 때까지 참지 말고, 그때그때 내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의사도 명확하게 표현하자.

 

 

3.‘나라는 사람에 대한 설명서’를 충분히 읽어주자.

 

한 여성대원은 내게

 

“남친이 저랑 반지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얼마 전부터 계속 손가락 사이즈를 알려달라고 조르고 있거든요. 반지는 사실 선물하고 나서 줄여도 되는데, 그냥 계속 손가락 사이즈만 물어요. 평소에도 이런 식이라 서프라이즈 같은 건 기대하기도 어렵고, 제가 좀 싫은 소리 하면 서운해 하면서도 긴장하는 것 같긴 한데 또 그냥 그걸로 끝이에요. 이렇듯 남친의 센스 없고 수동적인 모습에서 계속 누적되는, 그런 피로감 같은 게 제게 쌓인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난 그 대원에게 그런 건 “안 물어보고 선물해야 심쿵하지! 아, 그리고 반지 같은 건 나중에 줄일 수도 있어!” 정도로 대처하면 된다는 얘길 해주고 싶다. 너무 과하다 싶다면 “사이즈 나도 잘 모르는데? 나중에 샵에 한 번 들어가서 둘 다 재보자.” 해도 되는 거고 말이다.

 

그걸 그저 “사이즈 몰라.”라고만 답한 채 속으로 답답해하면, 아무 것도 해결되는 것 없이 둘 다에게 스트레스가 될 뿐이라는 걸 잊지 말자. 상대에게도 뭐든 한 번 예시를 주고 그 다음부터 풀게 해야지, 예시도 안 줘놓고 백지에서부터 백점 맞는 풀이를 써내려가라고 하면, 상대는 전혀 갈피를 못 잡을 수 있다. 엎드려 절 받는 느낌이 들더라도, 일단 알려주고 가르쳐줘야 한다.

 

재치 있는 여성대원들은, 썸을 탈 때 썸남이 꽃 한 송이 없이 카톡으로 고백하려 들면,

 

“뭐야~ 너무 멋없게 고백하잖아! 난 고백은 꽃과 함께 받고 싶어!”

 

라며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말해선 그렇게 받기도 한다. 연애 중 상대가 차를 세운 뒤 차 안에서 얘기할 때 자꾸 시동을 끄면,

 

“근데 우리, 잠깐 히터는 좀 켜면 안 될까? 내가 추위를 많이 타서, 지금 발 시려워.”

 

라는 이야기를 해 앞으로도 그 부분에 대해 주의를 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게 얘기를 해서 쉽게 풀어가는 대원이 있는 반면, 동상 걸릴 정도가 되었는데도 말 안 하고 그저 속으로 짜증 내고 있다가 나중에 애먼 부분으로 화풀이를 하거나, 일이 다 저질러지고 난 후에야 불평을 해 결국 싸움 한 번 꼭 하는 대원들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한 대원은 내게

 

“예전 남친들은 이렇지 않았거든요. A라는 구남친은 절 살짝 어린애 취급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귀여워해주면서 리드했고, B라는 구남친은 바쁘긴 했지만 아는 사람 많고 대인관계에도 뛰어나서 제게 여러 조언도 해주고 그랬어요. 그런데 현남친은, 친절하고 다정하고 절 많이 생각해주는 것 같긴 하지만 신중하고, 의무적이고, 수동적으로 대하는 느낌이 많아요. 그래서 연애에서의 의외성이나 설렘같은 게 없는 것 같다고 할까요….”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어쨌든 그랬던 A와 B는 지금 곁에 없지만, 현남친은 곁에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또, 현남친의 입장에서 봤을 때에도 이쪽이 만점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 맞춰가려고 하는 걸 수 있는데, 그 지점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이쪽이 구남친의 장점들만을 갖다 현남친에게 대보며 비교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돌아봤으면 한다.

 

“제가 원하는 걸 말하면 남친이 다 해주긴 하고 사람도 정말 착하지만, 진심으로 상대방 입장까지 생각하며 배려하는 기술은 남친에게 없는 것 같아요.”

 

의외성과 설렘은 가득하지만 “택시비 없어서 너 입원한 병원에 며칠 째 못 간거다, 택시비 준다고 해도 지금 친구들이랑 만나야 해서 갈 수 없다.” 하는 남자를 만나보면, ‘아…. 구남친이 벤츠였던 거구나….’ 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센스 없고 수동적인 남친과 만나는 중이라는 대원들 중에는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계속 느껴지는 결핍과 답답함을 안고 결혼해도 되는 것인가? 어차피 결혼하고 나면 남자는 다 똑같다는 말도 있던데,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살면 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는 대원도 꽤 있는데, 난 그들에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안 그러는데, 남친에게서만 그런 걸 느끼는지?

-결핍과 답답함을 타파하기 위해, ‘돌려 말하기’ 말고 해본 게 있는지?

-상대의 변치 않은 성실함과 꾸준한 다정함에 대해선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라는 질문을 다시 하곤 한다. 오로지 연애나 연인이 모든 걸 채워주길 기대하며 결핍을 느낀다거나, 사귀기 시작한 이후 상대에 대한 평가 말고는 한 게 없거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존중과 책임감을 상대가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채 그저 상대가 날 얼마나 기쁘게 해 주는가 만을 따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력도 해보고 고민도 해봤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을 땐, 헤어져도 괜찮다. 처음부터 상대에게 별 매력을 못 느꼈는데 ‘곧 결혼도 해야 할 것 같고 그러려면 지금 연애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만나는 경우 이런 일이 벌어지거나, 소개를 받거나 선 자리에 나가 만난 상대와 ‘나쁘지는 않으니’ 만나보다가 서로 진짜 다른 행성에 사는 사람인 듯 아무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아 이렇게 되는 일도 있으니 말이다.

 

노력하고 고민하며 만나 봐도 상대가 여전히 ‘김창식님’이나 ‘김창식씨’일 뿐 ‘내 창식이’, ‘울 자기’가 되지 않는다면, 그땐 ‘어차피 결혼하면 다 똑같아 진다니까’할 게 아니라 진지하게 그 연애를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불렀던 낚시 여행을 드디어 내일 떠난다. 동해로 가며 숙소까지 다 예약을 마쳤는데, 동해엔 내일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다고 한다. 내가 뭐 좀 하려고 하면 꼭 이렇다. 그래도 낙장불입. 우비 주문해서 받았으니, 뭐라도 한 마리 꼭 낚아오도록 하겠다. 그럼 우린, 다음 주에 조행기에서 다시 만나는 걸로 하고, 다들 씐나는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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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고 했던 방파제 세 곳이 현재 모두 공사중이며, 출입통제한다고 해서 멘붕 중. 왜날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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