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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많은 직원들이 호감을 품고 있는 그녀, 저도 좋아하는데요.

by 무한 2016. 11. 30.

Y씨는 이걸 ‘서서히 가까워지는 중’이라고 보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가까워지고 있는 건 맞지만, 난 Y씨가 이제 곧 그 ‘가까워짐의 한계’를 경험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이건 그녀의

 

- ‘직장동료와 가까워진다는 것’의 허용범위.

 

가 넓기 때문에 이만큼 친해질 수 있었던 거지, 연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서 그랬던 게 아니다. 또, Y씨는 이 관계를 두고 ‘어장관리처럼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도 그녀가 딱히 관리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엔 동의하지만, Y씨가 하고 있는 그 행위들이 일등 참치의 푸른 등 자랑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Y씨의 입장에선 고지가 멀지 않은 것 같기에 그래도 어쩌면 이러다 사귈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건 상대가 워낙 높기에 멀리서도 보이는 거지, 정말 가까이 있어서 눈에 보이는 건 아니라는 얘기도 해줘야 할 것 같다. Y씨는 분명 긍정적으로 봤던 상황을 난 왜 이렇게 보고 있는지, 아래에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어장 형성의 3요소.

 

Y씨 회사의 거의 모든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그녀는,

 

- 예쁘고,

- 애교 많고 밝고 쾌활하며,

- 부담스러운 호의도 잘 거절하지 못함.

 

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어느 집단에서든 이런 ‘어장 형성의 3요소’를 충족시키는 상황이 벌어지면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황새치 등이 모여들게 되고, 자신의 어우메가뜨리(오메가3, 펜실베니아 발음)라도 짜내 그녀에게 바치려 안달하기 시작한다.

 

Y씨 회사에서도, 이미 그녀에게 선물을 하는 직원, 회식을 핑계 삼아 먹을 걸 사주려는 상사, 그녀의 귀가를 책임지는 동료, Y씨처럼 그녀의 숙취를 걱정하며 마실 것을 사다 건네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Y씨는 그것에 대해

 

“분명 부담스러울 텐데, 그녀가 확실하게 선을 긋는 걸 어려워하는 것 같더라고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충격과 공포의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Y씨를 봤을 때에도 바로 그렇게 보일 수 있다. Y씨는

 

“그녀가 먼저 선톡을 보내온 적은 없고, 제가 먼저 톡을 보내면 잘 받아줍니다.”

 

라고 했는데, 바로 그게

 

- 자꾸 저렇게 카톡을 보내 부담스러운데, 그녀가 확실하게 선 긋는 걸 어려워해서 그러는 것.

 

으로 보일 수 있단 얘기다.

 

실제로 Y씨는, 다른 직원과 저녁을 먹을 때 그 직원이 그녀와 연락하는 걸 목격한 적도 있잖은가. 그 직원은 또 그녀의 ‘사내 고민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던데, 이 정도면 그녀가 ‘사람의 호의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호의를 즐기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녀에게 그곳이 첫 회사인데다 입사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또 당장 사내 모든 사람들이 친절과 호의를 앞세워 다가오니 거절하지 않고 일단 다 좋은 마음으로 받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사내 여직원 네트워크’에도 그녀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슬슬 뒷담화나 따돌림이 시작되는 상황이기도 한데, 이건 좀 더 시간이 지나 그녀가 ‘내가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걸 경험한 뒤 바뀌게 될 거라 생각한다.

 

 

2. 그녀와 가장 친한 L군은요? L군은 여친 있거든요.

 

타 부서 사람과 Y씨는 그냥 남이다. 종종 협력해서 업무를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니 그 관계를 껄끄럽지 않게 만들어 놓긴 했겠지만, 그렇다고 그걸 맹목적으로 신뢰하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거나 사적인 일들에까지도 그가 도움을 주리라 생각하는 건 순진한 거다.

 

Y씨가 L군과 나눌 수 있는 건, 현재로는 ‘업무에 대한 신뢰’라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Y씨는 누군가 자신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면 금방 모든 걸 오픈하고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Y씨가 털어 놓은 그 이야기들은 훗날 상대와 적대관계가 될 경우 적에겐 Y씨를 물리칠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L군은 그냥 그녀가 자신의 부서사람이라 친하게 지내는 거라고, 저에게 그녀와 잘해보라고 말하는데요.”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L군이 정말 그녀에게 아무 마음도 없는 거라면, 그가 매일 그녀와 점심을 먹을까? 끝나고 술 한 잔을 같이 할까?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고 말벗이 되어줄까? 같은 방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식 끝나면 늘 그녀를 바래다줄까? 이게 전부 정말 단순히 그녀가 같은 부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는 걸까?

 

“하지만 L군은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L군에게 여친이 있다는 걸 그녀도 알고요.”

 

L군에게 여친이 있는 게 아니라 아내가 있다 하더라도, 저 정도로 둘이 어울리기 시작한다면 그 결과는 알 수 없는 거다. 장난이라고는 하지만 술자리에서 그녀는 L군에게 스킨십을 하기도 하며, L군 역시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람이 여자친구보다 그녀를 더 챙기지 않는가? 연애에 쏟아야 할 동력을 그녀에게 쏟으면서 말이다.

 

“L군이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소문이 돌지만, 그건 소문이니 패스하겠습니다.”

 

난 그게 ‘소문’일 뿐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애 중인 남자가 ‘친한 직장 동료’ 때문에 그렇게까지 애를 쓰진 않으며, 분명 연애에 할애해야 할 시간에도 그녀와 어울리고 있는 걸 보면 L군도 분명 그녀에게 호감이 있다. 그러니 그 무슨 얘기든 간데 L군에게 너무 쉽게 털어 놓지 말고, 그의 도움을 기대하지도 말았으면 한다.

 

 

3. 제 문제점은 뭔가요? 카톡대화에 문제없나요?

 

이걸 어떻게 얘기하기가 참 곤란한 게, 상대는 Y씨가 무슨 얘기를 하든 다 받아줬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처세술이 일단 다 웃어주고 긍정적으로 대답해주자는 거라서, 만약 내가 그녀에게

 

“우리 집 까망이(고양이)가 놀자고 지금 내 방 문 노크함.”

 

이라고 카톡을 보내면, 그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곀ㅋㅋㅋㅋㅋㅋ”

 

라고 대답해줄 것이다. 정말 아무 재미도, 감동도 없는 말이지만, 그녀는 그냥 다 저렇게 좋게 받아주는 것이다. ‘ㅋㅋㅋㅋㅋ’와 ‘아 웃겨’라는 게, 진짜 웃겨서 그렇게 말한 건 절대 아니다.

 

그런데 Y씨는, -아 잠깐만 눈물 좀 닦고- 그녀의 저 리액션이 ‘정말 그래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한계를 모른 채 끝없이 나아간다. 그래서 난 Y씨의 카톡대화를 보며,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Y씨 그만 해. 아니야. 제발 그만! 그 얘기는 하면 안돼! 정신 차려 Y씨 정신 차려. 거기서 더 나가면 안돼. 지금 그건 그녀가 정말 웃는 게 아니야. 으아아아악. 제발 멈춰.”

 

라며 여러 번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저와 그녀는 식성, 취향, 좋아하는 만화, 취미 등 모든 부분이 일치해서, 서로 신기해하며 친해졌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그녀가 그런 듯이 이야기를 하니까 그래 보이는 거지, 정말 그래서 그런 건 아니다. 그녀가 Y씨의 관심 분야에 대해 자신도 ‘덕후’인 듯이 말한 건, 그냥 그녀가 그걸 안다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진짜 Y씨처럼 마니아인 게 아니라, 공통의 주제가 나오니 흥을 돋우기 위해 ‘덕후인 척’을 한 것이란 얘기다.

 

내 경우,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은데 그가 일본음악을 좋아한다면, 내가 들어본 적 있는 노래들을 이야기하며 각트? 라르크엔시엘? 엑스재팬?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약간의 공감대를 만들기 위함이지, 계속해서 그 얘기를 하거나 그 그룹들의 노래를 듣고 싶은 건 아니다. 이런 부분을 Y씨가 생각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녀가 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긍정적인 리액션과 ‘ㅋㅋㅋㅋ’를 사용해 답하다 보니, 너무 나가버린 것 같다.

 

이것 외에는 대부분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둘이 맞장구 쳐가며 대화한 것이라, 딱히 뭔가 문제랄 것이 없어 보인다. 다만,

 

“우와, 저 그거라면 환장하는데.”

“근데 또 꼴에 까다로워서 뭐뭐는 싫어함 ㅋㅋㅋ”

 

같은 표현은 좀 순화해서 하길 권한다. 그리고 자꾸 Y씨 혼자만 웃긴, 아니 사실 Y씨도 별로 안 웃길 것 같은 이야기로 상대를 웃기려고 하다 반응이 없으면 ‘다음 이야기’를 꺼내는데, 전자를 생략하고 그냥 곧바로 후자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추임새도 가끔 들어가 줘야 효과가 있는 거지, 한 번 말할 때마다 무조건 한 번 농담이나 장난이 들어가면 역효과가 나니 말이다. 

 

 

Y씨는

 

“신청서를 작성하며 다시 생각해보니, 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네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내 생각도 그렇다. 하지만 그간 매뉴얼을 통해 배운 것들을 활용하며 ‘만남구걸’을 하지 않은 것이라든가, ‘안 된다는 상대에게 집요하게 매달리기’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랬다면, 그녀에게 선물로 구애해도 효과가 없자 그녀에게 실망을 드러냈다는 어느 다른 직원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상대는 Y씨가 단둘이 저녁을 먹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으나 말을 돌려가며 거절한 적 있고, 또 Y씨와의 대화를 보면 자신에게 필요한 걸 알아내려고 하거나 Y씨가 하는 인터뷰를 즐길 뿐 Y씨에게 궁금해 하는 건 별로 없다. 난 이런 부분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거고, Y씨는 당장 그녀와 카톡을 할 때 그녀가 보이는 긍정적인 반응과 웃음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거라 할 수 있겠다.

 

Y씨는 별 진전이 없는 것 같은 현 상황에서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할지, 아니면 한 템포 느리게 나가야 할지를 물었다. 솔직히 난 여기서 더 빨라지든 느려지든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꼭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거라면, 빨리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 하는 사람, 그리고 누군가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으며 거절도 에둘러서 할 분인 사람에겐 계속 희망고문을 당하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잘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그 방법을, 위에서 말한 L군이 사용하고 있다. Y씨는 퇴근방향이 그녀와 같다는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퇴근할 수 있는 기회를 L군에게 모두 양보하고 있는데, 그래버리면 Y씨가 할 수 있는 건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일 밖에 남지 않을 수 있다.

 

1년 간 상대의 뒤를 쫓으며 비위를 맞추고 웃겨주려 하는 것보다, 10분이라도 상대를 확 이끌 수 있는 박력을 보여주는 게 훨씬 매력적이다. 좋은 기회 남들에게 다 양보하고, 또 그런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 놓거나 고민상담 하려 하지 말고, ‘상대는 너무 인기가 많아서 내가 까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내려놓은 채 과감하게 질러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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