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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남자와 대화하는 걸 어려워하는 여자들, 그녀들의 문제는?

by 무한 2018. 4. 19.

소싯적 ‘말하기 대회’같은 것도 나간 적 있고, 지금의 직업도 무려 매일 고객과 수도 없이 대화하는 서비스직임에도 불구하고, 썸남이나 심남이와의 대화에서는 전복죽 호박죽 낙지죽 타락죽(응?) 같은 것만 쑤고 있는 대원들이 있다. 이거 어제도 내가 카톡으로 한 대원과 대화를 하다

 

“물어본 걸 상대가 대답해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죠! 그리고 상대가 저렇게까지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쪽은 무슨 염세주의자인듯 ‘안 하지 뭐 ㅋㅋ 됐어 ㅋㅋ 그냥 필요 없어 ㅋㅋ’하면 상대는 더 대답해주고 싶지 않을 거예요. 또, 이쪽이 ‘부탁’을 사용한답시고 계속 그러는 건 어쩌고저쩌고….”

 

라며 답답함을 호소한 지점인데, 이렇듯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화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걸, 못 하는 대원들이 꽤 많다.

 

그렇게 된 것은 이성과 거의 아무 교류도 하지 않고 살아왔다거나, 너무 긴장한 까닭에 대화할 때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거나, 호의나 친절, 칭찬 등을 받는 걸 못해서 그냥 무조건 거절부터 한다거나 하는 각각의 여러 이유들이 있기 때문인데, 여기선 그 이유에 대한 부분은 접어두고, ‘대화의 기본’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대원들을 좀 실질적으로 도와보자. 출발.

 

 

1. 첫인사, 감사인사, 끝인사는 누가 다 먹었을까?

 

친한 사람들과만 어울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사와 표현에서 여러 부분들을 생략하게 될 수 있다. 어차피 친하니 둘 사이에 의식적으로 인사가 표현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며, 꼭 말로 하지 않아도 대략 상대도 어느 정도 이쪽에 대해서 아니 뜬금없이 말을 걸어선 용건만 해결하곤 인사도 없이 끝내는 습관이 들 수 있다.

 

이쪽 – 거기 지원하는 거 오늘까지였나?

상대 – 아니 금요일까지.

이쪽 – 다행이다. 오늘인 줄 알고 조퇴하고 서류 떼러 갈뻔.

상대 – ㅎㅎㅎ 내일 출근하면서 떼

이쪽 – 오키

 

친한 사람들과 저렇게 대화하는 것에만 익숙해져선, 관심 있는 이성과 연락할 때에도

 

이쪽 - <링크> 왜 여기 가격이 더 싼 거예요?

심남 – 아, 그거 취소 불가라서 그래요.

심남 – 취소 안 되는 대신 가격이 싼 거예요.

이쪽 – 가격이 끌리긴 하는데 취소가 안 된다니 불안하네요.

심남 – 근데 뭐 거의 취소할 일이 없으니

심남 – 그 정도 가격 차이면 예약하는 게 좋을 거예요.

이쪽 – 네

 

라는 대화만을 하고 마는 것이다. 저렇게 대화를 한 대원들은

 

“원래 저는 친구들이랑도 저렇게 대화하고, 상대가 대답도 잘 해줬는데, 뭐가 문제죠?”

 

라고 묻곤 하는데, 그런 대화가 계속 될 경우 이쪽은 상대에게 ‘필요할 때 뭐 묻고는, 그것에 대답해줘도 고맙다고 말도 안 하는 사람’으로 보이거나, 알아보기 귀찮아서 그냥 뭐든 묻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제가 저랬던 건, 무한님이 ‘부탁’을 사용하라고 하셔서 그런 건데…. 그리고 저는 말 걸 게 없으니까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상대가 알 만한 걸 물은 건데….”

 

내가 그런 얘기를 한 건, 보통의 경우 누군가에게 뭔가를 물을 땐 ‘내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질문을 하기 마련이며, 상대가 대답해주면 ‘덕분에 해결했네요. 고마워요’ 정도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여기서부터는, 퇴근 후 상대에게 전화 거는 걸 시도합시다’라는 제안을 내가 했다면, 그건 당연히 전화 걸었을 때 상대가 전화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파악한 후 통화 하란 의미이지 않겠는가. 무대포로 전화 걸어선 내 할 말만 다다다다 하라는 게 아니라.

 

요 지점은, ‘내가 먼저 세 번 정도 말 꺼내고 리액션 한 걸, 만약 상대가 나에게 했으면 어떻게 느껴질지’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더불어 이 기회에, ‘나는 알아서 인사와 표현을 다 해주는 호의적이고 좋은 사람들과 많이 어울렸기 때문에, 내 몫의 인사와 표현을 생략하고 살았던 건 아닌가?’ 하는 것도 체크해봤으면 한다.

 

 

2. ‘ㅋㅋ’, ‘ㅎㅎ’는 제대로 된 리액션이 아니다.

 

나도 마땅히 리액션 할 게 없을 때 ‘ㅋㅋㅋ’나 ‘ㅎㅎㅎ’를 사용하긴 하는데, 그러고 나선 대개 같은 주제의 다른 이야기를 꺼내거나, 분위기 전환을 위한 다른 주제를 꺼내 대화를 이어가곤 한다. 거기서 끝나는 거라면, 이야기를 마무리 하며 이제 난 뭘 해야겠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하고 말이다.

 

(1)

이쪽 – 오늘도 야근 하세요?

상대 – 네…. 하지만 쌀국수 먹으러 나와서 안 들어가고 있습니다. ㅎㅎ

이쪽 - ㅎㅎ

 

(2)

이쪽 - <링크> 이거 100원이라네요.

상대 – 오 좋은 정보 감사 ㅎㅎ 수량 제한 없으면 100개 사고 싶네요.

이쪽 – ㅎㅎ

 

그냥 계속 저런 ‘ㅎㅎ’만 하다가는, 대화는 늘 저런 세 문장 안팎이란 언저리를 맴돌게 될 수 있으며, 상대는 이쪽의 저 ‘ㅎㅎ’가 웃는 건지 아니면 할 말 없어서 그냥 찍는 건지 헷갈릴 수 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저 ‘ㅎㅎ’라도 찍는 건 사실 양반에 속한다. 일부 대원들은

 

-상대가 한 얘기를 내가 읽고 이해했으니, 더 이상의 대화는 생략한다.

 

라는 생각을 하는 건지, 그냥 너무나도 가만히 있는다. “혹시 카톡하다가 손가락 자주 부러지세요? 왜 대화마다 말 한 번 걸고는 이어서 말을 안 하시는 거예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그냥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더 무서운 건,

 

-상대의 대답을 듣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혹시 상대가 무슨 말을 더 할까 싶어 대화방을 나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여성대원.

 

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냥 그 대화방에서 혼자 막 3분씩 있다가 ‘음…, 나한테 더 할 말이 없는 건가? 오늘도 내가 선톡하고 나 혼자만 말했네.’하며 씁씁하게 돌아나가곤 하는데, 제발 그러지 말고 그냥 더 대화를 이어나기길 권한다. 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면,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ㅋㅋㅋㅋ’나 ‘ㅎㅎㅎㅎ’ 정도라도 사용하자. 두 개 찍으면 아리송하지만 네 개 찍으면 긍정적인 반응으로 느껴지니, 그렇게라도 리액션을 해봤으면 한다.

 

 

3. 완벽하지 않아도 되며, 가볍게 재미있는 얘기해도 된다.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 하나 하나마다, 막 너무 각 잡고 힘 줘가며 보내지 말자. 그냥 재미있는 얘기해도 되며, 허튼소리 같은 걸 하며 둘이 키득대도 된다. 대부분의 경우 썸을 타는 대원들은 둘이 드립력 자랑하며 받아 치고 매치고 하거나, 그런 타입이 아니라 해도 가벼운 이야기에 서로에 대한 호감과 호의를 담다 주고받기 마련이다.

 

똑같이 자전거 타는 취미가 있는 두 대원인데도, 한 대원은

 

“<사진>자전거 좀 타려고 끌고 나왔는데, 미세먼지가 뙇!”

 

이라며 대화의 멍석을 깔고, 다른 대원은

 

“오늘 미세먼지 심하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하며 멍석을 반쯤 깔았다가 서둘러 접는다. 물론 스타일이 다르고 상대가 다르니 그럴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후자에 속하는 대원들은 일과 관련해 알게 된 사람과 공적인 자리에서 대화하는 것 정도의 범주를 잘 못 벗어난다.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러워 하며, 엽서 보내고 자기 갈 길 가는 것처럼 자체종결형 멘트를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심한 경우, 보통의 썸남썸녀라면 대화의 꽃을 피우기 시작할 ‘퇴근 직후’임에도, 이 대원들은

 

“퇴근 하셨나요? 수고하셨어요. 쉬세요~”

 

하며 셔터를 내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저녁 7시도 안 되었는데 쉬라고 인사한 건 왜 때문이죠?”라고 물으면, 그녀들은

 

“아…. 할 말 없어서 그냥 인사한 거였어요. 그리고 그 전에 상대가 퇴근 잘 하라는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서, 거기에 대답하느라 그런 거예요. 제가 셔터를 닫은 게 아니고, 저렇게 인사하고는 사실 연락 오길 기다렸어요. 근데 밤까지 연락 없더라구요.”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밤에 상대에게 연락이 오면, 두어 마디 하다 또 “네네 그럼 주무세요~”하며 셔터를 또 내리고 말이다.

 

그러고는 시무룩해진 마음이 대략 3일 정도 지나 다시 회복될 때까지 기다렸다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연락하곤 하는데, 그런 식으로는 3개월 연락해도 관계의 싹이 돋기 어려우니, 망설이지만 말고 좀 더 풍덩 빠져보길 권한다. ‘실수하면 안 되며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면 생각만 너무 많아져 아무 것도 못할 수 있으니, 일단 좀 저질러보자. 수습이 어려울 때 내게 사연을 보내면 나도 발벗고 나설 테니, ‘30분 이상 실시간 대화해보기’를 목표로 두고 대화를 늘려가 보자.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이거 자꾸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위주로 적다 보니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인 대원들이 더 겁을 먹는 것 같은데,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대화만으로도 남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여자들’과 관련한 사례들을 한번 모아 발행할까 한다. 근데 또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이 한편으로는 고지식함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무작정 따라하기만 할까봐 걱정이 되긴 하는데…. 뭐, 미세조정은 사연을 받아보고 함께 생각해 보면 되니, 그러기로 하자. 자 그럼, 불금을 하루 앞둔 오늘도 다들 무사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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