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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여린마음해외여행

스위스 신혼여행. 루체른, 리기산 거쳐 그린델발트로.

by 무한 2018. 6. 21.

스위스 신혼여행 둘째 날 아침. 취리히 중앙역에서 루체른으로 가려 검색하는데, 열차 시간과 탑승 플랫폼을 알려주는 SBB어플이 멈췄다. 내 폰과 아내 폰을 번갈아 가며 열심히 새로고침을 해봐도,

 

-500에러. 알 수 없는 오류입니다. 다시 검색해 주세요.

 

라는 메시지가 뜰뿐이었다. 시간을 맞춰서 타야 리기산 가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상황. 물론 다음 유람선이 있긴 했지만, 그건 한 시간 뒤에나 오는 유람선이었다.

 

루체른에 가서는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고, 코인라커를 찾아 거기에 캐리어를 놔둔 후 유람선을 타러 갈 계획이었다. 그러려면 빨리 기차를 잡아타야 하는데, 어느 기차가 루체른으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전광판이 있긴 했지만, 짧고 간결한 한국의 안내판과 달리 길게 쓰여있는 열차편을 다 확인했지만 ‘Luzern’은 보이지 않았다.

 

‘스위스에서는 이름이 같은 역이라도 동이 다른 경우가 있다던데 이게 그런 건가?’

‘앞글자 L로 시작하는 열차 편은 딱 하난데, 저건가?’

‘아 현기증 날 것 같아. 담배, 담배. 일단 담배부터.’

 

다행히 역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기에, 급하게 한 대 물고는 안내소를 눈으로 찾았다. 한 대 다 피울 여유도 없었기에, 한 손에는 캐리어, 다른 손에는 폰과 사진기를 들고 급하게 안내소를 향했다.

 

무한 – 루체른에 가려고 하는데 몇 번 플랫폼인지 모르겠어요.

직원 – 나가서 우측으로 가면 전광판이 있는데 그걸 확인하세요.

무한 – 이미 그걸 보고 왔는데, 거기에 루체른이 없어요.

직원 – 다시 확인해 보세요. 거기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직원은 ‘나한테 호감 있나?’ 싶을 정도로 친절했지만, 대답의 영양가는 없었다. 그냥 가서 다시 확인하라니. 여하튼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나와서 전광판을 다시 확인하는데, 어?, 루체른이 있다.

 

그러니까 그게, 해당 열차가 루체른만 가는 게 아니라 다른 곳도 들르니,

 

‘[무슨 열차] 몇 시 : 몇 분 – A역 B역 C역 루체른’

 

식으로 표기되어 있었던 거다. 그걸 몰랐던 난 수 많은 열차편 중 맨 앞에 ‘루체른’이라고 쓰여 있는 걸 찾았으니 당연히 찾을 수 없었고 말이다. 아내에게도 “앞에 L로 시작하는 거 찾아봐봐. 안 보이지?”라고 했으니 아내도 덩달아 패닉에 빠졌던, 그런 아침이었다. SBB앱만 작동했어도 플랫폼 잘 찾아가선 느긋하게 기차를 기다렸을 텐데. 왜 나에겐 늘, 남들이 평생 한 번 겪기도 힘든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걸까.

 

 

취리히중앙역

 

무사히 플랫폼을 찾아오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순 없었다. 루체른에 가서 동전을 바꾸는 일과 코인라커에 캐리어를 넣는 일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검색을 해보니 역 내 가게에서는 물건을 사지 않는 한 동전을 잘 안 바꿔주니, 한 층 아래에 있는 환전소인가를 찾아가 바꾸라고 했다. 그리고 코인라커는 캐리어 두 개가 들어갈 정도로 큰 게 있는데, 거기에 안 들어가면 그것보다 작은 라커에 하나씩 나눠서 넣으라고 했다. 이게 말은 쉬운데, 루체른 도착해서 십 몇 분 안에 이걸 다 끝내야 한다는 게 솔직히 좀 부담스러웠다.

 

 

스위스열차

 

열차 탑승. 다행히 캐리어 놓는 곳에도 자리가 있었고, 사람도 얼마 없는 까닭에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원래 계획은 취리히 중앙역 가게에서 파는 샌드위치라도 사서 먹으며 가는 것이었는데, SBB어플 멈춤 사건으로 인해 그러질 못했다. 열차에 올라타 SBB어플을 가동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래, 세상은 꼭 내게 이런 식이지.

 

 

스위스패스

 

스위스패스 개시. 4일짜리 패스가 30만원 정도 된다. 사악한 가격이지만, 패스 없이 취리히-루체른-그린델발트로 이동할 경우 교통비만 7만원 정도 든다. 거기다 리기산 산악열차 편도 가격만 36프랑에 유람선, 케이블카 비용을 합하면 100프랑이 넘는다고 하니, 스위스 여행의 정형화된 관광코스를 밟을 거라면 패스를 구매하는 게 좋겠다. 게다가 패스가 있으면 열차에 올라타 표 검사 할 때 내밀면 그만이니, 여러모로 편하다.

 

 

스위스남자

 

루체른 가는 길 어느 역에선가, 외국인 남자가 건물에 기대 서 있는데 그에게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영화 같은 장면이라 아내에게 말하려고 봤더니, 아내는 이미 폰을 꺼내 그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만약 내가, 외국인 여자가 서 있는 걸 아름답다며 사진 찍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여하튼 화장실 바로 옆에서 폰 만지는 척하며 다리 모은 체 힘 주고 있는 저 남자는, 화장실이 급하지만 더 움직일 수 없는 1차 폭풍을 만난 상태라 다리에 힘 주고 서 있는 걸로….

 

 

루체른코인라커

 

루체른 도착. 지하까지 내려갔다가 환전소를 못 찾아 다시 올라오는 해프닝을 겪고는, 안내소를 찾아 동전을 바꿨다. 1층에 있는 빨간색 부스에서 동전교환도 해주고 있었다. 2캐리어 1라커냐, 1캐리어 1라커냐 했던 문제는 2캐리어 1라커란 답이 나왔다. 라커가 생각보다 큰 까닭에, 24인치 캐리어 두 개를 포개 넣을 수 있었다. 요금은 9프랑.

 

 

루체른선착장

 

리기산 가는 유람선 선착장. 위에서 환전소를 못 찾았단 얘기를 했는데, 그게, 스위스에선 표지판이 가리키는 대로 가다 보면 더 이상의 표지판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유람선 선착장으로 갈 때 역시, 배 그림을 따라가다가 더 이상의 표지판이 보이지 않아 순간 당황했었다. 난 중간중간 사진을 찍으면서 동시에 폰으로 지도를 보기가 어려워 표지판에 의존했던 건데, 되도록 구글지도를 켜 놓고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확인해가며 가는 게 좋겠다.

 

 

루체른풍경

 

유람선 출발. ‘주거용’ 보다는 ‘전시용’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예쁜 집들이 늘어서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폭이 좀 좁아야 가까이에서 보며 더 즐길 텐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게 흠이었다. 언젠가 TV에서 봤던 스위스 유람선은 집 바로 앞을 지나가며 물 색깔도 비현실적인 색이던데, 돌아와서 찾아보니 거긴 저기가 아니라 다른 곳이었다.

 

 

루체른유람선

 

유람선에 걸린 스위스 국기가 펄럭이자 열심히 사진을 찍는 사람들. 남의 나라 국기는 뭐하러 그렇게 찍는 건지…, 라고 얘기하는 나는, 이후 스위스 국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사서 입으며 스위스 국기 들고 사진을 찍게 된다.

 

 

리기산유람선

 

유람선 풍경. 내 예민한 촉으로 파악한 탑승객 비율은

 

-인도 가족 30%

-중국 아주머니들 30%

-러시아 아주머니들 15%

-한국인 커플 15%

-할머니가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온 듯한 외국 할아버지 10%

 

정도였다. 물론 이건 저 유람선에 탄 탑승객 비율이고, 관광지엔 가이드를 필두로 한 한국 관광객들이 언제 왔는지 이미 점령하고 있었다.

 

 

리기산가는유람선

 

유람선 사진을 왜 이렇게 많이 찍었지? 여하튼 저런 느낌이다.

 

 

유람선레스토랑

 

아침부터 좌충우돌한 까닭에 지쳐버렸다. 당도 떨어진 것 같고 배도 고프고 해서 사 먹은 아이스크림. 안에서 식사를 하며 풍경을 즐기고 싶었는데, 자리가 가득 차 있었다. 도착이 얼마 안 남은 저 시점에야 자리가 났는데, 리기산 도착해서 먹으려 아이스크림으로 빈속을 달랬다. 아이스크림은 카페라떼로 유명한 에미사 제품. 나중에 카페라떼도 사 먹어 봤는데, 한국인인 내게 쿼피는 뫡심.

 

 

피츠나우가는길

 

다음 정거장은 비츠나우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이 얼른 내리려 우르르 몰려 나와 내릴 준비를 했다. 루체른에서 비츠나우까지 1시간 조금 안 되게 타고 왔다. 오전 10시 12분에 출발한 유람선이, 비츠나우에 닿은 게 11시 9분이었다.

 

 

피츠나우선착장

 

비츠나우 도착. 선착장의 모습이다. 얼른 내려서 밖으로 나가야 산악열차의 명당을 차지할 수 있다. 참고로 비츠나우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리기산에 갈 때에는, 진행방향 기준 좌측에 앉아야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걸 알고 가도 열차가 어느 방향으로 전진하는 건지 몰라서 잘못 앉을 수 있는데, 걸어 들어간 방향 그대로 열차도 움직인다. 올라 타서 안 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탑승한 쪽에 바로 앉으면 꼭 맞다.

 

 

리기산산악열차

 

리기산으로 데려다 줄 산악열차. 저렇게 유리창이 있는 버전의 열차가 있고 유리창이 없는 열차가 있는데, 난 유리창이 없는 열차 맨 앞쪽에 탑승했다.

 

 

리기쿨룸

 

리기쿨룸 도착. 중간 사진이 왜 생략됐냐고 물을지 모르겠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게 촬영여행이 아니라 신혼여행인 까닭에, 풍경사진이 아닌 인물사진이 8할이어야 맞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여행에선, 돌아와 여행영상을 만들 생각에 1/3 정도는 동영상을 찍었다. 그러다 보니 인물과 풍경과 영상 셋 모두 하나씩 이가 빠진 느낌이 들긴 한다. 다음엔 그냥, 영상은 액션캠 몸에 달고 다니며 하루 종일 녹화하는 방법을 사용할까 싶다.

 

 

리기산풍경

 

리기산에서 내려다 본 풍경.

 

‘스위스엔 어떻게 잡초 하나까지도 이렇게 아름다우며, 자연이, 어떻게 애정을 가진 누군가가 가꾼 듯 이렇게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다 관리하고 가꾸는 거라고 한다. 어쩐지 ‘자연 그대로’라기엔 좀 너무 티 하나 없긴 했다.

 

 

리기산정상

 

리기산 정상이 코앞이다. 물론 올라가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어딘가를 올라가는 걸 극혐하는 까닭에, 아내에게 밥부터 먹자고 권한 뒤 식당으로 향했다.

 

 

리기산전망대

 

야외 테이블에서 멋진 풍경을 보며 밥을 먹는 사람들과, 그 아래 잔디밭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우며 여유 있어 보이지만, 자외선의 영향으로 인해 대부분은 1시간 내로 빨갛게 살이 탄다.

 

 

리기산레스토랑

 

리기산 전망대 레스토랑. 와인 한 모금에 스테이크를 한 점 입에 넣은 채 저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면 좋겠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은 메뉴판의 가격을 확인하고 난 후 현실감을 되찾는다.

 

 

리기쿨룸매점

 

칼질 하는 레스토랑에서 나와 핫도그와 소시지를 사 먹은 게 트루냐고 물으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자세히 보면 저기에도 칼이 있다. 웃자고 한 소리고, 저녁을 거하게 먹기로 한 날이라 점심은 대충 때웠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저게 저래 봬도, 저기다 맥주 좀 더 추가해서 마셨는데 우리 돈 5만 원이 넘게 나왔다.

 

 

리기쿨룸매점메뉴판

 

리기산 역에 있는 매점 메뉴판. 핫도그나 감자튀김 같은 게 만 원, 치킨너겟에 감자튀김 같이 나오면 이만 원, 뭐 그렇다.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보면 대부분 COOP에서 먹을 걸 사 싸들고 오던데, 그게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스위스맥주

 

추가해서 마신 맥주 중 하나. 누군가 블로그에 ‘스위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맥주’라며 추천해두었길래 마셔봤는데, 꾼들에게 어울리는 맥주는 절대 아니다. 맥주랑 환타를 섞어 놓은 맛이 났던 걸로 기억한다.

 

 

스위스산악열차

 

내려가는 길. 한 시간 넘게 풍경을 바라보니 감흥도 좀 사라지고, 거기다 덮어두고 마신 맥주로 인해 취하니 만사가 귀찮기도 해서 내려가기로 했다. 동방예의지국 사람답게 어르신들께 자리를 양보하고 서서 가다 보니, 기관사님이 기관실에 들어와 앉아서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운좋게 기관사님 옆자리에 탑승.

 

 

스위스풍경

 

소들이 풀 뜯고 있는 길을 지나 리기 칼트바드로 가는 길. 정말 장관일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리기산에서 맥주를 여러 캔 마시고 내려오면 빨리 화장실을 가고 싶어져선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뇨작용 너란 녀석….

 

 

리기칼트바드호텔

 

리기 칼트바드 도착. 재빨리 화장실을 들른 후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사진에 보이는 수영장은 호텔 수영장으로 알고 있는데, 대략 50세 이상인 외국인분들이 이용 중이셨다.

 

 

리기칼트바드케이블카

 

케이블카 탑승. 케이블카를 기다리던 중 한국인 가이드가 직원에게 ‘우리는 팀인데 좀 먼저 태워줄 수 없는지?’를 물어보려 분주하게 다녔는데, 기다리는 사람으로 꽉 막힌 곳을 지나가며 내게 중국어로 말을 했다. ‘지에꽝’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젠 놀랍지도 않다. 어쩐지, 케이블카 타러 내려오는 길에 그 가이드가, 계단으로 내려가는 나를 지목하며

 

“저 사람들은 계단으로 가는데, 저기로 가면 세 층을 내려가야 돼요. 우리는 엘리베이터 타고 갈게요~”

 

하더니만. 중국사람이라 못 알아 듣는 줄 알고 그런 거였다. 나 한국 사람인데….

 

 

리기칼트바드풍경

 

케이블카에서 본 풍경. 저 때는 저걸 다 사람들이 관리하며 가꾸는 거라는 걸 알기 전이라, ‘진짜 어떻게 그냥 산이 이렇게 깔끔할 수가 있지?’하는 생각과 ‘근데, 저녁 되면 진짜 무섭겠다.’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베기스항구

 

베기스 도착. 케이블카에서 내려 걸어왔는데, 강렬한 햇살 때문에 피부가 따가웠다. 한국에서는 막 7~8월에 선크림 안 바르고 물고기 잡으러 다녀도 문제없었는데, 저기선 반나절 만에 살이 익어버린 것 같았다.

 

 

베기스포토스팟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는 베기스 사진 포인트.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저기서 점프샷도 찍고 그러던데, 나무다리라 그런지 실제로는 그다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안전하지 않은 건 하지 않는 안동 장씨인 난, 인생샷을 생략했다.

 

 

베기스인생샷

 

하지만 아내의 인생샷까지 생략할 수는 없는 법. 카톡 프사로 활용될 사진 한 장을 건질 수 있었다.

 

 

베기스물고기

 

낚시인의 입장에선, 인생샷 뭐 그런 것보다 다리 밑 바글바글한 물고기에 더 관심이 갔다. 새우망에 떡밥 좀 넣고 담근 뒤 한 30분 후에만 꺼내봐도 물고기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스위스낚시

 

밸리보트 타고 낚시 중인 외국인. 발 앞에 물고기들이 모여있는 걸 볼 수 있다. 난 ‘깊은 물 공포증’이 있어서 발이 안 닿는 곳에서 저렇게 낚시는 못 하고, 배를 태워준다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렇게 있을 때 물 밑에서 시커먼 게 떠올라 내게 다가온다거나, 트라우마가 될 뭔가를 물속에서 발견하게 된다거나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공포영화를 너무 많이 본 후유증인 것 같다.

 

 

스위스오리

 

베기스에선 오리와 백조도 실컷 볼 수 있다. 빵이나 과자를 주면 와서 받아먹는다. 저기선 오리와 백조가, 한국의 비둘기 느낌으로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베기스유람선

 

다시 루체른으로 가는 길. 빛내림이 멋져서 한 컷 찍었다.

 

 

베기스에서루체른

 

이건 새 모양의 구름이 예뻐서 찍었다. 이런 컷들 말고는 대부분 인물사진인 까닭에, 스위스 여행 다녀와선 겨우 구름 얘기 같은 걸 해야 하는 상황을 양해해 주셨으면 한다.

 

 

루체른선착장

 

루체른 선착장 도착. 이제 짐 찾고, 그린델발트로 가는 일만 남았다.

 

 

루체른역

 

루체른 역 가는 길. 올 때에는 시간에 쫓긴 까닭에 사진을 못 남겼으니, 이렇게 갈 때라도 찍어두자는 마음으로 찍었다.

 

 

루체른에서그린델발트

 

무사히 짐 찾고 그린델발트로! 만년설을 덮어쓰고 있는 산들이 점점 가까워진다. 저쯤부터 내가 ‘스위스’ 하면 떠올리던 스위스의 풍경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린델발트아이거

 

아이거다! 사실 내가 스위스에 품었던 하나의 로망은, 바로 저걸 보며 지내는 거였다. 저게 가까이 보이는 곳에서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고, 또 콧노래를 부른다니 좋지 아니한가.

 

 

그린델발트샬레

 

점점 더 가까워진다. 가까워질수록 난 신난 아이처럼 아내에게 “저거 봐봐. 저거 저거. 대박. 저기 봐봐. 저기 집. 진짜 대박.”하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하늘은 무심하게도 비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그린델발트역

 

그린델발트 도착.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설악산 콘도 촌에 온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내 예상엔 좀 더 아기자기한 전원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초원과 나무집 대신 육중한 콘크리트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서 살짝 환상이 깨졌다. 게다가 비가 막 쏟아지기 시작해, 서둘러 숙소부터 찾아가야 했다.

 

 

그린델발트숙소

 

한국에서도 시골에선 9시만 되면 슈퍼고 술집이고 다 문을 닫곤 하는데, 그린델발트도 스위스에서 그런 곳인지 이른 시간에 문 닫는 곳이 많았다. 마트는 이미 한참 전인 오후 6시 30분에 문을 닫았고, 호텔 관리자는 “난 9시에 문 잠그고 퇴근하니까, 혹시 나가게 되면 이러이러하게 해서 문을 열고 닫으면 돼.”라는 이야기를 했다. 거한 저녁을 먹기로 했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호텔 바에서 맥주를 사왔고, 거기에 소주를 타 소맥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만찬을 대신해야 했다.

 

 

유럽여행컵라면

 

이틀밖에 안 되었을 뿐인데, 빵과 소시지가 좀 질리는 느낌이라 고춧가루 팍팍 들어간 식품들도 꺼내 먹기 시작했다. 난 오짬과 진라면을 선호하는데, 오짬은 작은 컵라면의 맛을 큰 컵라면이나 봉지라면이 따라가질 못하고, 진라면은 봉지라면의 맛을 컵라면이 따라가질 못한다. 커피포트가 없는 곳이 많다고 해서 커피포트를 아예 챙겨갔으며, 볶음 고추장은 여행 내내 요긴하게 잘 먹었다. 김치는, 캔에 든 김치는 신김치가 아닌 까닭에, 같이 먹으면 뭔가 좀 더 니글니글해지는 느낌이 들어 별로였다.

 

 

내일은 융프라우요흐에 가는 날이니 얼른 자고 새벽부터 움직이자! 하며 잠을 청했다. 변화무쌍한 스위스의 날씨라 안개가 끼거나 구름에 가릴 수 있다는 걸 듣긴 했지만, 이때만 해도 ‘맑은 날의 융프라우요흐’를 보는 게 삼 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거라는 걸 몰랐다. 30일 중 5일 정도만 융프라우요흐의 날씨가 맑다는 것도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 융프라우요흐의 웹캠을 확인하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그래서 난 꽤 많은 사람들이 ‘난 융프라우요흐보다 여기가 훨씬 낫더라!’라고 말하는 곳으로 일정을 변경하는데, 과연 그곳은 어디일지, 또 어땠을지, 다음 이야기에서 공개하는 걸로!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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