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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여린마음해외여행

스위스 신혼여행, 그린델발트와 피르스트, 플라이어와 하이킹.

by 무한 2018. 6. 30.

스위스를 여행할 때, 날씨와 웹캠을 확인하는 건 필수다. 난 날씨의 경우,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MeteoSwiss’라는 스위스 날씨 관련 어플을 사용했다. 처음 어플을 열어보면 한국의 날씨 어플과 달리 너무나 간단한 예보에 놀랄 수 있는데, 그럴 땐 요일을 클릭해 상세 정보에 들어가 맨 아래 있는 그래프를 보면 된다. 비 예보가 있는 날에는 그래프 아래에 막대 그래프도 함께 표시되는데, 그게 꽤 정확하다.

 

스위스 명소들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웹캠의 경우, 난

 

https://www.jungfrau.ch/en-gb/live/webcams/

 

에 들어가 수시로 현황을 파악했다. 이것 말고 다른 사이트도 있는데, 그건 플래시로 가동되는지 내 폰에서는 뜨지 않았다.

 

 

스위스 신혼여행 3일 차. 융프라우요흐를 갈 계획이었지만, 웹캠을 확인하니 짙은 구름인지 안개인지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변화무쌍한 스위스의 날씨인 까닭에 그러다가도 갤 때가 있다지만, 그런 행운을 바라며 2인 대략 30만원의 표를 끊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피르스트. 황홀한 반영으로 유명한 바흐알프제 호수가 있으며, 아찔한 클리프 워크와 내려오는 길에 즐길 수 있는 펀 패키지가 있는 곳이다. 게다가 피르스트에 가는 곤돌라 탑승장이 바로 내가 숙소를 잡은 그린델발트에 있었으며, 피르스트 웹캠을 확인한 결과 더 좋을 수 없이 날씨가 맑았기에, 얼른 조식을 먹고 움직이기로 했다.

 

 

스위스무지개

 

조식을 먹기 전, 호텔 밖으로 담배를 한 대 피우러 나왔다가 본 무지개. 손가락으로 세어 보니 한국에서도 무지개는 한 5년 간 두어 번 밖에 못 본 것 같은데, 신혼여행 3일차에 스위스에서 무지개를 보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가 만든 무지개도 아니면서, 아내에게 얼른 나와서 저것 좀 보라고 하곤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린델발트호텔조식

 

조식이 준비된 식당 풍경. 구성은 빵, 요거트, 햄, 우유, 버터, 커피, 잼, 과일 등으로 비슷했다. 이전 글에선가 이야기했듯 난 원래 아침도 잘 안 챙겨 먹는 데다가 여행지에서의 조식은 늦잠으로 인해 늘 생략하곤 했는데, 스위스에선 물가 때문인지 몸이 먼저 반응해 조식을 먹으러 향하고 있었다. 밖에서 먹으면 빵 하나에 커피 한 잔 주고는 만 원 돈 받던데, 그렇게 따지면 조식으로만 매일 5만 원 이상 벌고 시작한 것 같다.(응?)

 

 

스위스호텔조식

 

1차 조식의 모습. 조식은 대략 3차까지 진행된다. 이렇게 적어두면 ‘아, 스위스 호텔에선 그렇게 주나?’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뷔페식이라 세 접시 먹는다는 얘기다. 빵을 반으로 갈라 햄 두 장과 치즈 한 장을 넣고, 그 위에 버터 한 팩을 올려주면 몹시 느끼하고 짜다. 적당히 넣어 먹는 게 좋겠다.

 

 

아이거

 

조식 먹으며 보이는 창밖 풍경. 선인장에 잼을 발라 씹어 먹어도 맛있게 느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창밖에 있는 테이블로 나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싶었는데, 오전 10시 이전엔 발코니로 나갈 수 없다는 단호박 같은 답변을 들었다.

 

 

그린델발트역

 

아침에 다시 보는 그린델발트역. 피르스트까지는 곤돌라를 타고 갈 거라 기차를 탈 필요는 없었다. 숙소가 역 바로 옆이라 지나가는 길에 한 컷 찍었을 뿐.

 

 

그린델발트거리

 

피르스트 곤돌라 타러 가는 길. 양옆으로 기념품 가게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길목 끝에 스위스 국기가 새겨진 셔츠를 파는 가게가 있다. 티 한 장에 19유로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얀 십자가의 인쇄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난 다른 기념품 샵을 들러본 적 없어서 저기서 샀던 건데, 혹 셔츠를 살 예정이라면 피르스트 올라가서 사길 권한다. 거기서 사면 인쇄상태도 훌륭할뿐더러, 팔에 멋진 로고도 더 붙어 있다. 거기선 20유로 였던 것 같은데, 1유로 차이면 후자를 사는 게 맞다고 난 생각한다.

 

 

그린델발트아이거

 

아이거를 배경으로 둔 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그린델발트버스

 

그린델발트의 흔한 버스정류장.

 

 

그린델발트피르스트

 

피르스트 곤돌라 탑승장이 보인다. 저기서 곤돌라를 타면 한 번에 피르스트까지 올라갈 수 있다.

 

 

피르스트곤돌라

 

왕복요금은 1인 60프랑. 한화로 대략 7만원 정도 된다. 쿠폰을 사용하면 42프랑. 스위스에선 그냥 둘이 어딜 좀 가려고 하면 10만원, 간단히 요기나 좀 하려 하면 5만원, 뭐 그렇게 훅훅 나간다고 보면 되겠다. 난 곤돌라 2인 왕복권을 끊고, 펀 패키지 중 피르스트 플라이어 티켓도 함께 구입했다.

 

 

피르스트케이블카

 

곤돌라 타고 올라가는 길에 한 컷. 언젠가 강원도 여행을 가다가 골프장을 지나며 잘 관리된 잔디와 나무에 감탄한 적 있는데, 피르스트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며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피르스트곤돌라요금

 

곤돌라 밖으로 팔 내밀고도 한 컷.

 

 

피르스트곤돌라시간

 

피르스트까지 올라가며 세 번 정도 탑승장을 지났던 것 같다. 중간에 내려 걸어 올라가려는 듯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걸어 올라와서는 피르스트까지 곤돌라를 타고 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오르막을 극혐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꼭대기까지 곤돌라로 한 번에.

 

 

피르스트전경

 

피르스트 도착. 햇살이 너무 강해서, 선글라스를 안 쓰고는 눈을 뜨기가 힘들다. 멋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풍경을 좀 보고 눈을 보호하려면 선글라스를 무조건 써야 한다. 편광 선글라스를 쓰면 그냥 글라스를 썼을 때보다 훨씬 더 보이는 게 많으니, 스위스 여행 갈 땐 편광 선글라스를 준비하길 권한다.(단, 실내에 편광 선글라스를 끼고 들어가면 정전된 것 같은 느낌이 드니 주의해야 한다.)

 

 

피르스트선크림

 

피르스트에 있는 매장에 들러선, 선크림부터 하나 샀다. 위에서 얘기를 안 했는데, 사실 전날 리기산에 다녀온 후 살이 다 탔다. 귀까지 살이 타보긴 처음이었는데, 귀가 타고 나니 잠을 잘 때 옆으로 자는 나로서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쓰라리고 화끈거리는 느낌에 잠을 깰 정도였다. 피르스트에선 더 탈 것 같았기에, 선크림을 사선 옷 밖으로 드러나는 모든 부위에 듬뿍 발라주었다.

 

 

클리프워크

 

바흐알프제와 클리프 워크, 그리고 피르스트 플라이어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는 안내판.

 

 

바흐알프제

 

우리의 계획은 바흐알프제를 다녀와선 클리프 워크를 걸어보고, 이후 피르스트 플라이어를 타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일 바흐알프제에 가는 길은 눈도 많이 녹은 데다, 전날 온 비로 인해 통제된 상황. 클리프 워크를 걷고,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은 뒤, 피르스트 플라이어를 타기로 했다.

 

사진엔, 통제된 길을 무시하고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냥 저 사람들을 따라서 가볼까 말까 여섯 번 정도 고민했는데, 갔다가 혹 비라도 만나면 낭패라, 일단 클리프 워크 걷고는 밥을 먹은 뒤 생각해 보기로 했다.

 

 

피르스트클리프워크

 

클리프 워크 걸으러 가는 길. 이게 파노라마 사진인 까닭에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딱 보는 순간

 

‘저길 간다고? 걸어서? 저거 그냥 절벽에 살짝 박아 놓은 것 같은데? 무너지면 죽는 건데?’

 

하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아니 뭐 밑에 안전망 같은 걸 해놓든가 해야 안심이 될 텐데, 그런 거 없이 그냥 절벽에 만들어 놓은 다리를 걷는 거였다. 솔직히 저 때는 남들 다 가니까 가야 하는 건가 보다 하고 가긴 했는데, 나중에 돌아와서 저곳에 간 적 있는 지인들에게 말하다 보니

 

“클리프 워크 끝까지 갔어? 안 무서워? 우린 가다가 얼마 못 가고 돌아왔어.”

 

라는 이야기를 하는 지인도 있었다.

 

 

클리프워크전망대

 

이 사진으로도 아찔함이 별로 표현되지 않는 것 같은데, 저 사진도 한 손으로는 난간을 있는 힘껏 쥔 채 다른 한 손으로 찍었다. 게다가 저 끝에 보이는 지점에선, 절벽이 튀어나와 있기에 몸을 숙이고 지나가야 한다. 중간에 짧긴 하지만 흔들리는 다리도 있다. 그래도 저 끝에 가면 전망대와 포토스팟이 있기에, 최대한 겁 안 나는 척하며 발판 이음새 부분만 골라 밟고 지나갔다.

 

 

클리프워크사진

 

저 끝에 보이는 지점이 클리프 워크 포토스팟이다. 다리 끝에 유리로 된 가림막이 있고, 거기서 사진을 찍으면 뒤에 있는 산들을 배경으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근데 그곳은 철기둥 몇 개가 지탱하고 있을 뿐이며, 심지어 그 철기둥은 언제라도 부서질 위험이 있는 아래 바위에 고정되어 있다. 게다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기에, 그 무게를 못 이기고 끼기긱- 하며 옆으로 기울어져 전부 쏟아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2배로 더 공포감과 아찔함을 느끼며 클리프 워크를 걸을 수 있었다. 내가 재난영화 마니아다 보니, 이렇듯 갈라지고 무너지고 쏟아지고 하는 상상을 먼저 하게 되는 것 같다.

 

 

피르스트전망대풍경

 

피르스트 전망대에서 본 풍경. 사실 저기 있을 땐 막 크게 와닿진 않는다. 그린델발트에서 본 것도 있고, 곤돌라를 타고 오르며 본 것도 있고, 또 피르스트 클리프 워크까지 걷고 난 후라 좀 ‘그런가보다’하며 살짝 감상하는 정도다. 저곳의 아름다움은 귀국 후 찍어 온 사진을 다시 보며 느낄 수 있는데, 한 장 한 장 보며

 

‘내가 저기 갔다 온 거야? 내가 진짜 저기에 있었나? 대박.’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일산에 있는 우리 집에선 뒤로 저 멀리 북한산이 보이고 앞으로 정발산이 보이는데, 스위스 다녀오기 전까진 우리 집 뷰도 멋있다 생각했으며, 부동산 아줌마도

 

“산이 보이잖아요. 집에서 봉우리가 보이면 그 집은 잘 돼요. 여기선 북한산 정발산 다 보이잖아요. 저 멀리 보이는 산들, 얼마나 아름다워요.”

 

라고 했지만, 스위스 다녀온 후론 정발산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산이 가여워 보이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피르스트식당

 

피르스트에서의 점심식사. 아시안 치킨이라고 해서 통닭일 줄 알았는데, 닭가슴살 한 덩어리를 잘라 국적불명의 소스를 묻힌 요리가 나왔다. 뭔가 속은 것 같은 기분에, 난 이전의 학습했던 ‘맥주를 많이 마시면 곤란해진다’는 것도 잊은 채 맥주와 요리를 더 시켰다.

 

 

피르스트레스토랑

 

아내는 풍경과 건배하며 와인 한 잔.

 

 

피르스트레스토랑메뉴

 

다음으로 나온 치킨너겟과 후렌치후라이. 비주얼에 한 번 실망하고, 케첩이 부족해 하나만 더 달라고 했다가 천 원인가를 더 내라고 하는 것에 두 번 실망했다. 아니 한국에서는 케첩 달라고 하면 두세 개 막 주곤 하는데, 여기선 그것도 돈을 받으니…. 저곳에서는 술만 주문하고 미리 준비해온 음식과 함께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

 

 

스위스기념품

 

충격과 공포였던 건, 클리프 워크를 걷지 않고도 전망대와 곤돌라 탑승장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맥주를 많이 마신 까닭에 화장실을 찾아 한 층 내려가 보니, 아까 곤돌라에서 내린 탑승장이 나왔다. 그냥 계단 하나 걸어 올라왔으면 전망대까지 갈 수 있는 거였는데, 난 빙 돌아서는 클리프 워크를 걸어온 것이다. 뭐 아무튼, 클리프 워크 되돌아 갈 걱정이 사라졌으니 그걸로 퉁 치기로 했다.

 

사진은 동전 압축기로 뽑은 피르스트 기념주화. 예전 여행 때 난 ‘저런 건 다 상술’이라며 아내에게 눈길도 주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상술에 당할 일은 없었지만 돌아와서 추억할 거리가 너무 적었다. 그래서 이번엔 속는 셈 치고 하나씩 골라 뽑아봤다.

 

 

피르스트플라이어

 

피르스트 플라이어 타러 가는 길. 우측에 보이는 탑승장을 향해 걸어갈 때까지만 해도, 난 저게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 타는 정도일 거라 생각했다.

 

 

피르스트플라이어요금

 

플라이어 가격 설명. 쿠폰 등을 사용하지 않으면 29프랑을 내고 타야 하는 것 같다. 난 곤돌라 티켓을 끊으며 함께 구입했다.

 

내가 플라이어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 그냥 올라왔다가 현장에서 구매를 하려는 한국인 커플이 있었다. 남자가 직원에게 표를 어디서 사야 하냐고 물었고, 직원은 곤돌라 탑승장에서도 살 수 있으며 지금 이곳에서도 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남자가 그걸 잘못 알아들었는지, 여자친구인지 아내인지에게

 

“저기서 사와야 한대.”

 

하는 이야기를 했다. 난 거기서 즉시 살 수 있다는 걸 말해줄까 하다가, 그럼 또 남자 체면이 구겨질 것 같아 그냥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돌아가려는 둘에게 직원이 즉시 구매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다시 했고, 남자는 “원래 안 되는데 여기서 사게 해주나 봐.”하며 표를 구입했다. 형이 너 자존심 한 번 지켜줬다. 너 중간까지 잔뜩 얼어서 가드만, 내릴 때 되니까 그제야 즐긴척하느라 소리 지르더라.

 

 

피르스트플라이어체중제한

 

펀 패키지를 이용하기 전 작성해야 하는 동의서. 아래에 인적사항을 적는 란이 있다. 피르스트 플라이어는 키 제한은 없고, 체중 제한이 최소 35kg에서 최대 125kg인 사람만 탑승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마운틴 카트나 트로티 바이크는 신장 125cm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피르스트플라이어탑승

 

피르스트 플라이어 탑승장.

 

‘그냥 이렇게 시작한다고? 줄 걸고 그냥 훅 뛰어내리는 게 다야? 안전장치나 뭐 설명 없나? 뭐야, 밑에 그물망도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며 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피르스트플라이어무서움

 

사진이라서 높이가 잘 가늠이 안 될 수 있는데, 떨어지면 살아날 방법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높이다. 놀이동산에서 페달이 부러지거나, 기구가 멈추거나, 썰매가 두 동강 나거나, 스키가 철조망에 끼이는 등의 일을 겪는 나는,

 

‘근데 이거 만약 라인의 피로도 때문에 끊어진다거나, 몸을 감싼 로프 실밥이 풀려 떨어지면 죽는 거잖아? 안전모를 쓰든 안 쓰든 어차피 죽는 거라 안전모도 안 씌우는 건가?’

 

하는 생각으로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타고 내려오는 내내

 

‘죽을지도 모르는 이런 걸 왜 타야 하는가? 아래를 보면 지금 여기서 떨어지면 죽는다는 생각밖에 안 나는데, 이걸 왜 타야 하는가? 타는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다. 풍경은 그냥 걸어가면서 봐도 좋은데 이걸 굳이 타야 하나. 여기서 떨어지면 무슨 낙법을 하든 최소 척추 골절일 텐데….’

 

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너무 재미있어서 막 두 번씩 타고 그랬다는데, 난 촬영을 위해서라면 한 번쯤은 더 탈지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공짜로 태워준다고 해도 또 타진 않을 것 같다.

 

 

피르스트하이킹

 

플라이어를 탄 뒤, 그 이후는 하이킹을 하며 걸어 내려가기로 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다음 곤돌라 정거장 까지는 40~50분’이라고 하던데, 직원이 말한 건 ‘도보 기준’이 아니라 ‘카트 탄 기준’이었다. 한 시간 반은 걸었던 것 같은데, 다음 곤돌라 정거장이 안 나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내려가는 길에 소나기까지 왔는데….

 

피르스트 플라이어에서 내려 하이킹을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도가니가 나가는 일이니 절대 하지 말길 권하고 싶다. 계속 내려오는 카트들을 피해주느라 제대로 걸을 수도 없으며, 경사가 가파른 까닭에 무릎에 무리가 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신발에서 발이 밀려 발톱이 압박받는, 그런 구간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내려오는 걸 보니 어디를 구불구불 돌아 산길로 내려오던데, 하이킹을 하고 싶다면 그 길이 어딘지를 알아보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카트가 내려오는 길은 절대 하이킹에 어울리지 않는다.

 

 

피르스트마운틴카트

 

고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왕 내려가게 된 길이니 즐겁게 내려가잔 마음으로 걷긴 했다. 여유가 좀 있으면 잔디에 누워 하늘도 바라보고, 휘파람도 불어보고, 뭐 좀 먹고 마시면서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아무리 걸어도 나오지 않는 다음 곤돌라 정거장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곤돌라도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는 까닭에 운행시간 끝나면 다음 정거장까지 강제로 걸어 내려가야 하니….

 

 

피르스트펀패키지

 

곤돌라 탑승장까지 걸어가며 겨우 보게 된 소. 사실 하이킹을 한 게, 내려가면서 소들도 좀 보고 사진도 찍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남들이 질리도록 봤다는 소가 내가 내려갈 땐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고, 저 멀리 목장에 가둬둔 녀석들만 몇 마리 보였다. 소도 못 보고, 발톱과 다리와 종아리는 아프고, 마운틴 카트도 이용시간이 지났는지 타는 사람이 안 보여 더욱 불안해지고, 곤돌라 끊기면 지금까지 걸은 것보다 더 걸어야 한다는 불안에 걸음만 재촉하고, 아무튼 내가 생각한 샤방샤방 하이킹과는 거리가 먼 생존형 하이킹이었다.

 

 

그린델발트풍경

 

그래도 무사히 그린델발트 도착.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렸다. 낮에 외식하며 무리하게 맥주를 계속 마신 까닭에, 저녁은 쿱(COOP)에서 장을 봐 숙소에서 먹기로 했다. 저녁 6시 30분이면 문을 닫는 곳이라 갈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 닫기 전이라 가서 구경도 하고 장도 볼 수 있었다.

 

 

그린델발트쿱

 

스위스는 그냥 산이, 한 80%는 다 해주는 것 같다. 배경이 저러면, 앞에다 뭘 갖다 놔도 후광효과를 받는 것 아닐까. 여하튼 그래도 한 이틀 본 데다 피르스트 다녀왔다고, 현지에 적응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장을 봐선 숙소로 왔다.

 

 

그린델발트장보기

 

저녁 메뉴. 한국에서 준비해 간 음식이 너무 많았다. 전에 파리 갔을 때 외국 라면 사먹었다가 드럽게 맛이 없어서 라면도 엄청 준비해갔는데, 그것과 같이 먹을 통조림과 햇반 등으로 짐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서 일단 스위스에서는 최대한 다 먹어 없앤 뒤, 좀 가볍게 다니기로 했다.

 

맥주 맛이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큰 임팩트는 없었던 것 같다. 와인도 그냥 그저 그랬다. 스위스는, 음식을 기대하고 가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여하튼 저렇게 먹고는, 병맥주와 함께 2차를 또 먹고, 취한데다 졸리기까지 한데 해는 아직 지지 않아 3차까지 마셨던 것 같다.

 

스위스에서의 3일째 여정도 그렇게 끝이 나고, 이제 융프라우요흐에 가는 일정만 남아 있었다. 제발 다음 날이 맑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기 직전까지 웹캠과 예보를 거듭해서 봤다. 융프라우요흐를 못 가게 되면 쉴트호른을 가기로 플랜 B를 짜 놓은 상황. 과연 날씨가 우리를 도와줘 탑 오브 유럽 이라는 융프라우요흐에 갈 수 있었을지, 그건 다음 이야기에서 공개하는 걸로….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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