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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클럽에서 만났다 흐지부지 된 썸남에게, 2년 만에 연락이 왔어요.

by 무한 2018. 7. 3.

이게 못 쓰는 관계인 걸 K양도 머리로는 잘 알면서, ‘그래도 혹시 어쩌면….’하는 마음에 내게 관계 발전의 가능성 같은 걸 물으면, 난 K양만 모르는 척하는 뻔한 얘기를 뻔하지 않은 것처럼 해야 해서 힘들어진다.

 

그냥 아주 간단하게,

 

-클럽에서 만나 스킨십 진도 다 나간 남자와 흐지부지 인연이 끊겼는데, 2년 만에 온 그의 연락에 다시 만나게 됨. 그런데 만나선 결국 이전에 다 나간 스킨십 진도를 복습하게 됨. 그렇다면 그건 뻔한 관계.

 

라고 일단 적어두도록 하겠다. 그러니 ‘그런 목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부분들’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려 하기 전에, 확실한 증거인 팩트와 패턴을 먼저 살피자. K양이 현재 외롭고 심심한 상황인데 상대가 달달함을 앞세워 다가오니 그의 태도가 수상함에도 불구하고 믿어 보고 싶어 하는 거지, 아주 보통 상황의 K양이었으면 코웃음 치며 상대를 차단했을 것이다.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와 매일 일상 공유도 하고, 또 주말이면 만나기도 하고…. 저도 그냥 가볍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요 며칠 가깝게 지내다 보니 진짜 감정이라는 게 생기는 건가도 싶고…. 이런 건 뭐라고 봐야 하죠? 이건 썸이 아닌가요? 이런 관계는 발전 가능성이 없는 건가요?”

 

응 없으니까 돌아가라는 건 훼이크고, 이런 상황에선 뭘 어떻게 보며 판단해야 하는지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최소한 4주는 보고 판단하자.

 

여기서 말하는 4주는, 상대에게 다시 연락이 온 뒤로부터의 4주가 아니라, 그렇게 다시 연락이 와 만나게 된 이후부터의 4주임을 먼저 밝힌다. 상대에게 연락이 온 지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막

 

“무슨 마음으로 연락한 걸까요?”

“하루종일 연락하게 되는 걸 보면, 이거 썸 같은데요?”

“예전에 가볍게 만난 적 있던 사람과도 다시 썸을 탈 수 있는 건가요?”

 

하며 들뜨는 대원들이 있는데, 오랜 시간 남남처럼 지내다 요 며칠 연락하며 지냈다고 ‘상대 마음이 진심인 거면 나도 올인하겠다’며 막 달려나갈 준비부터는 하지 말자.

 

보통의 경우, 다시 연락한 지 1~2주 내로 상대와 만나게 되고, 이후 다시 1주 정도 지났을 때까지는 아주 적극적인 상대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만나고 난 뒤 다시 1~2주가 지나면 ‘오랜만’이 불러온 들뜸의 효과는 줄어들게 되고, 또 상대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가왔을 경우 목적도 이미 이룬 까닭에 금방 시들해지는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난, 이게 막 한 달 이내에 얼른 승부를 봐야 할 정도로 다급한 일도 아니니, 최소 4주 정도는 상대를 겪어보며 판단하길 권하고 싶다. 4주간 연락하고 만나보면, 상대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의 행동으로 증명되며, 이번에도 이전처럼 흐지부지 멀어질 건지 아닌지도 알 수 있고, 또 그가 앞세운 달콤한 말들이 정말 실천할 의지까지를 담고 있던 것인지 아닌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휴가를 앞둔 이 즈음엔, 어디로 휴가 같이 가자고 막 바람 넣고 사람 설레게 만든 후 한 2~3주 달달 모드로 지내다가, 휴가 직전 꼬투리 하나 잡거나 핑계 대고선 팽개치는 경우가 잦으니, 그런 장난에 휘둘리진 말았으면 한다.

 

 

2. 물어서 듣고는 믿는 게, 제일 바보 같은 거다.

 

이게 썸인지, 또는 상대를 믿고 진지하게 시작해도 되는지를 고민하며 상대에게

 

“무슨 마음에서 다시 연락한 거야?”

“스킨십을 목적으로 나한테 연락한 거지?”

“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등의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다. 답답하며 갈피가 잡히지 않으니 그런 것이겠지만, 그런 얘기와 질문에 대한 상대의 대답은 대개 ‘일단 당장 안심시키기 위한 것’일 확률이 높으며,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런 말들을 듣고는 ‘아닌 척하기’로 한두 번 훼이크를 쓸 가능성 역시 크다.

 

사연의 주인공인 K양 역시 상대에게

 

“다음에도 또 밤에 보자고 할 거지? 그러고 싶어서 나 만나는 거지?”

 

라고 물었는데, 상대는 ‘날 뭘로 보고!’라는 뉘앙스로 K양의 말을 부정했다. 그러고는

 

-다음엔 낮에 만날 거고, 어두워지기 전에 널 들여보낼 거다.

 

라고 했는데, K양이 의심하는 태도를 보이니 상대는 일단 그렇게 말하며 넘겼지만, 이후 ‘전에 내가 증명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하며 본래의 목적대로 만날 거라 난 예상한다.

 

이렇듯 상대에게 물어서 듣고는 믿는 게, 제일 바보 같은 짓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말로 부정하는 것은 정말 손쉬운 일이며, 늘 얘기하듯 상대의 진심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된다. 또, 그런 질문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그런 마음으로 연락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너를 만나면서….

 

정도로 결말을 열어둔 채 ‘내 지금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 확답을 피할 수도 있다. 저 대답엔 ‘나중엔 또 내 마음에 어찌 바뀔지 모르지만’이라는 함정이 숨어있긴 하지만,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마는 입장에선 상대가 진솔한 대답을 해줬다고 여기며 넘어갈 수 있다. 그러니 상대의 ‘말’을 듣고 안심하거나 그걸 근거로 상대를 믿으려 하지 말고, 상대를 겪으며 스스로 판단하길 권한다.

 

 

3. 가벼운 마음일 땐 대화부터가 다르다.

 

갑툭튀 한 상대와 요 근래 매일 연락한다는 것으로 그걸 ‘썸이라는 증거’라 생각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요즘 같이 몇 만원에 무제한 요금제를 쓸 수 있는 시대에 매일 연락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걸로 증명되는 일이라면, 하루 열두 건 정도 예약발송 걸어 두거나 알람 맞춰두고 한 2~3주 바짝 달려 증명한 셈 칠 수 있는 것 아닌가.

 

눈여겨봐야 할 건 ‘매일 연락하는가?’가 아니라 ‘매일 연락해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가?’이다. 밥 맛나게 먹어, 피곤하다, 졸려, 잘장, 웅웅, 완전바빠, 수고수고, 뭐 이런 대화만을 하는 건 정말 별 의미 없는 짓이며, 그렇게 한 4~5일 연락하다가 주말에 만날 약속 잡아서는 데이트 하고 돌아와, 또 그냥 저런 연락을 반복하는 것 역시 그냥 말 그래도 ‘연락’일 뿐이지 그 외의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듯 가벼운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만나는 관계일 땐,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부터가 다르다. 굳이 이쪽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나눌 수 있는 형식적인 안부인사만 오갈 뿐이며, 그냥 좋은 말 해주고 맹목적으로 칭찬해주는 모습만 존재할 뿐이다. 특히 대답은 잘 해주지만 ‘더 길게 대화하려는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공통적으로 존재하며, 만나서 끼부리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것과 달리 만나지 않는 날엔 바쁘다거나 피곤하다거나 신경 쓸 일이 있다는 얘기 등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여자 – 오늘은 머해?

남자 – 친구 만난당 ㅎㅎ

여자 – 술 마시겠네?

남자 – 고기 먹을 듯 ㅎㅎ

여자 – 우왕 고기 맛나겠당

남자 – 담에 같이 먹장 ㅎㅎ

여자 – 좋아좋아 담에 고기 먹으러 가장

 

정도의 대화만을 거듭하는 건, ‘매일 연락하며 친해지는 중’과는 좀 결이 다른 거란 얘기다. 당장 상대가 답장은 잘 해주니 잘 받아주는 것 같겠지만 가만히 보면 더 대화하려는 의지도 별로 보이지 않으며, 시간 될 때 저 정도로 대답해 주다 바빠지거나 마음 끌리는 다른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정리할 수 있는 대화에 가깝다. 그러니 저런 대화만을 하다가 또 딴에는 자존심 지킨다면서 연락 안 하고 상대가 연락하나만 보고 있지 말고, 다시 한번 둘의 대화를 들여다보며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차가운 머리로 판단해 보길 권한다.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요즘 5, 6월에 보낸 사연을 왜 아직도 다뤄주지 않냐는 항의를 많이 받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 시기에 결혼식과 신혼여행, 그리고 다녀와서 인사를 다니다 보니 사연을 읽고 글을 쓸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은 이제 9할 정도 마무리가 되어 또 열심히 읽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린다. 안 되면 하루 몇 편씩 사연모음을 발행해서라도 소화하도록 하겠다. 오늘 하늘 뭉게구름에 무지개까지 뜨고 아주 끝내주길래 그걸 보라는 얘기를 좀 해드리고 싶었는데, 업로드가 늦어져 말씀 드릴 시간이 없었다. 우리는 아무리 바빠도 하늘 한 번 올려다보며 지내는 여유를 갖자는 얘기로 대신하며, 다들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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