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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사귀기로 한 다음 날부터 변해선, 헤어지자는 남친.

by 무한 2018. 7. 26.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요 정도로 급격한 태세 전환을 보이는 건, 원래 그냥 딱 이 정도만 생각하고 사귀자고 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직을 준비하며 잠시 쉬고 있는 Y양은, 이별 후 ‘내가 쉬고 있어서 그런 건가?’부터 시작해 ‘대화하며 우리 집 조건을 알아가다가 뭔가에 마음이 떴나?’라는 생각까지를 하며 괴로워하는 중인데, 그렇게 계속 땅을 파고 들어가는 Y양을 막기 위해 오늘 매뉴얼을 준비했다. 출발해 보자.

 

 

1. 이상한 시작과 끝.

 

상대에게 처음으로 연락이 온 건, Y양이 그 모임을 그만둘 때였다. 그는

 

“혹시 저 기억하시나요? **에서 모일 때 **했던 사람이에요. 사실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쭉 지켜봐 왔어요. 그런데 같은 테이블에 앉은 적도 없었고, 계속 다른 사람들과만 어울리게 돼 말을 할 기회도 없었네요. 친해지고 싶은데, 연락해도 될까요?”

 

라는 이야기를 했고, Y양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만날 약속’까지를 일사천리로 잡았다.

 

뭐 이렇게 끊어질 수 있는 인연을 잡아서 연을 이어가려 한다고 그게 이상한 건 아니다. 그런데 일단 저렇게 만날 약속도 잡고 서로 화기애애한 대화를 하는 중에도, 서로 몇 살인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게 좀 그렇긴 하다. 상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나랑 연락하며 만나볼 생각 있나’를 궁금해했던 것 같고, Y양은 상대가 싫지 않은데다 퇴직 후 무료한 일상의 말벗이 되어주자 급격하게 빠져들게 된 것 같다.

 

첫 만남 이후, Y양도 분명 상대에게 좀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다는 눈치를 채긴 했다.

 

“그렇게 몇 번 만날 때, 사귀자는 말은 없이 저랑 스킨십 하려는 거 보면서 솔직히 믿음이 안 갔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하루종일 연락도 잘하고 또 잘 받아주는 상대에게 점점 기대를 하게 되었고, ‘뭔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대화로 조율을 해나가면 뭘 좀 어떻게 잘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만나보다 나온 게 바로

 

-스킨십 진도 마지막 장 넘기기 전, 사귀자는 고백은 받고 넘기기.

 

라는 기술이었고, 기술은 성공적으로 들어간 듯 보였다. 상대가 이쪽의 말을 듣고는 사귀자는 말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둘은 사귀게 되었고, 그 날 스킨십 진도의 마지막 장도 넘겼다. 그런데 그다음 날 상대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채 하루 겨우 두 통의 카톡만을 보내왔을 뿐이며, 이후 ‘연락’에 대한 문제로 Y양과 상대는 싸우다가 결국 헤어졌다.

 

사귀기로 한 그 날 이후 대략 3주 정도를 싸우다가 헤어진 건데, 그 3주 동안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상대가 딱 요 정도를 작정하고 시작한 관계라 이렇게 끝나버린 거라고 해도 ‘억측’이라고 할 순 없는 것 아닐까?

 

 

2. 나 원래 이래 + 이상한 여자 만들기.

 

바라던 걸 이미 얻어서, 또는 흥미를 잃었기에 이제 심드렁한 태도로 연애에 임하는 사람들은, 그 태도로 인해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며 한 번 죽이고, 불안으로 인해 대화와 조율을 시도하려는 사람에게

 

-이건 스타일의 차이인데, 이해 못 하는 네가 이상한 것.

-나 원래 이런데, 왜 너한테 맞추라고 하는 건지?

-내가 왜 그래야 하나? 네가 이해해야지, 왜 내가 바뀌어야 하나?

 

등의 이야기를 하며 두 번 죽이곤 한다.

 

특히 저 ‘나 원래 그래.’라는 건, 어떻게든 마음을 얻으려 하거나 막 다가오며 구애할 땐 절대 내비치지 않다가, 아쉬울 것 없어지면 ‘배째라’식으로 나오며 내뱉는 말로 유명하다. 월급루팡으로 내가 신고하고 싶을 정도로 하루종일 Y양과 카톡하며 지내던 상대는

 

“나 원래 연락 잘 안 하는데? 이게 원래 내 스타일이야.”

 

라는 식으로 나와버렸으며, 구애할 땐 매주 빠짐없이 만나자고 하고 간이며 쓸개며 다 빼줄 것처럼 굴었으면서, 헤어지기 직전엔

 

“이번 주말 약속 예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건데? 우리 주말에 만나자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왜 내 선약이 서운하지? 바로 전날 말하는 게 어때서? 난 네가 말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데?”

 

라며 ‘이건 우리 둘의 가치관 차이’라는 식으로 나올 뿐이었다. 비슷한 사례로 얼마 전 카톡상담을 한 모 대원의 사연이 있는데(따로 게재를 허락받았다), 그 사연 속 남자는 여행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이번 휴가는 당연히 같이 가는 것처럼 굴다가, 목적을 이루자

 

“나 원래 여행 안 좋아해. 그리고 지금 사정이 있어서 여행 다닐 때가 아니야.”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아니 이런 건 계약 전 허위과장광고 해놓고, 계약하니 작동도 안 하는 물건 주는 거랑 똑같은 것 아닌가. 이게 상품 거래 대한 거였으면 법적으로 처벌받을만한 일인데, 사람 사이의 일이다 보니

 

“서로 스타일이 다를 수도 있는 건데, 넌 왜 그걸 이해하고 인정하지 않냐.”

 

라는 말에 혼자 속을 까맣게 태우기만 하는 대원들이 많다. Y양의 남친 역시

 

“솔직히 힘들게 일하고 와서, 집에서까지 폰만 붙잡고 있을 순 없는 거 아니냐. 나도 쉬고 싶은데 왜 자꾸 연락 가지고 뭐라고 하냐.”

 

라는 이야기로 Y양을 이상한 여자로 만들었는데,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며 졸린 사람 잠도 안 재우고 연락하던 자신의 올챙이 시절을 잊었나 보다. 그는 올챙이 시절을 잊고 만 개구린가. 개, 구리다.

 

 

3. Y양의 잘못된 대처법.

 

이미 마음이 좀 뜬 사람을 붙잡고

 

“앞으로 퇴근하면 퇴근한다, 집에 들어갔으면 들어갔다. 그 정도는 꼭 말해줬으면 좋겠어.”

 

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별 소용이 없다. 이쪽이 바라는 건 그렇게 자신의 동선 변화에 대해 상대가 다정하게 알려주는 것이겠지만, 현실에선 그런 주문을 할 경우

 

“지금 퇴근.”

“나 이제 집.”

“졸려 먼저 잘게.”

 

하는, 사람 더 빡치게 만들 ‘논리적으로만 맞는 상황 알림’이 울릴 뿐이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따지면,

 

“퇴근하면 퇴근한다 말해달라 해서 퇴근한다고 보냈는데,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냐. 솔직히 뭐 할 때마다 보고 해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지 않은데, 그래도 참고 했더니 왜 이렇게 바라는 게 맞냐. 우린 진짜 너무 다르다.”

 

하는 얘기가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선 여자가 상대 마음이 변한 것 같다는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 떠보기를 시작하거나 ‘일부러 연락 안 하고 두고 보기’ 등으로 상대를 시험에 들게 하곤 하는데, 그럴수록 상대는 이 관계 자체에 대한 피곤만을 느끼거나 시험에 대한 복수로 심술을 부려가며 더욱 엉망을 만들게 된다.

 

때문에 난 이럴 때, ‘상대가 내게 믿음을 주는 것’에만 너무 꽂히지 말기를, 또 연애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 채 합격자 발표날에 공지 새로고침하듯 계속해서 상대의 연락만 기다리지 말길 권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다른 일에 자신을 두어 마음이 좀 연애에서 멀어지게 하는 게 좋으며, 상대를 쫓으려 하면 쫓을수록 상대는 도망가니 반대 방향인 ‘홀로 하는 일’을 하는 게 좋다. 보자고 몇 번 말 꺼냈는데 못 보고 있는 영화를 혼자 보러 간다거나, 내가 마음 쓰고 돌봐야 하는데 연애 때문에 미뤄두었던 것들을 하는 것이다.

 

Y양의 경우엔 이 관계가 이직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가 되었기에, 또 상대가 사귀기로 하고 모든 진도를 다 나간 후 바로 그다음 날부터 완전히 달라져선 무성의하게 굴었기에, 더 초조해하며 불안해했던 특징이 있긴 하다. 처음 상대가 본 Y양은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새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었는데, 헤어질 무렵엔 그저 상대의 응원과 격려만을 바라며 손 놓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으니, 그 지점에 대해서도 곰곰이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이런 상황을 다 겪고 나서도 계속해서 상대에게 매달리게 되는 건, ‘처음에 상대가 보여줬던 친절과 호의, 그리고 열정적인 구애’ 때문이란 게 가장 큰데, 상대의 진짜 모습은 그때의 모습이 아닌 지금의 모습인 거란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좋을 때 좋아하는 거, 구애하며 마음을 얻기 위해 좋은 사람을 연기하는 건, 초반에 그렇게 다 보여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건 억지로 연기를 하는 것과 같아서 오래 유지하기 어려우며, 대개 한 달에서 한 달 반을 넘기지 못한다. 그러니 ‘첫 모습’만 가지고 계속 매달리기보단, 지금까지의 모습이 모두 ‘상대라는 사람’인 거라 생각하며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난 지난 주말 그 땡볕에 낚시를 갔다가, 그 날은 거의 탈진하고, 다음 날은 온 몸에 난 땀띠와 살 탄 아픔으로 인해 고생했다. 저녁에 반쯤 나간 정신 부여잡고 뉴스를 보다 보니 그 날 등산하다 탈진한 사람도 속출했다고 하던데, 요즘 더위엔 되도록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활동하길 권한다. 아 그리고, 아무리 산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 더위에 썸 타는 사람과 어딜 걷고 그러면 불쾌지수가 높아질 수 있으니, 데이트는 무조건 에어컨 바람 있는 곳에서 하자. 그리고 땀 나서 짜증나는데 사람 밖에서 기다리게 하지 말고, 실내로 약속 장소를 잡길 바란다. 절대 늦지도 말고!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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