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눈부신 2006년 7월의 어느 날 이었다. 맑은 날씨와 함께 국군 Y병원 비뇨기과에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일병이 하나 있었으니, J군(당시24세,26사단)이라 칭하겠다.
군의관 - "어디가 아프지?"
J군 - "제 고래가 아픕니다."
장갑을 끼고 이리 저리 고래를 살피던 군의관은 J군의 고래는 아주 건강하며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알아 차린다.
군의관 -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청결하게 유지해주면 괜찮을거야."
J군 - "대위님, 이 기회에 고래를 잡아버리면 안되겠습니까?"
군의관 - "흠.. 굳이 할 필요는 없는데.."
J군 - "꼭..잡고 싶습니다."
사실, 몇 주 뒤 J군의 부대에는 유격훈련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당시 일병이었던 J군은 이 '기회'를 잡기로 한 것이다. 고래를 잡고나면 유격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다.
군의관 - "15시에 옆에 있는 수술실로 와"
고래를 잡는 일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어느쪽이 더 낫다는 식으로 많은 공방을 벌이지만, 이십대가 넘어서까지 아직 태초의 그 모습을 간직한 이들이 고래를 잡는 이유는 간단하다. 목욕탕에 갔을 때,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미 고래를 잡은지 오래라는 것.
점심시간이 지나고 15시까지 기다리며 J군의 머릿속에는 이 노래가 떠올랐다.
드디어 고래사냥이 시작되었다.
'응?'
그런데 의사가 셋. 두 분은 비뇨기과, 한 분은 피부과.
'뭐..뭐야..마..마루타?'
남자들만 안다는 고래의 마취가 시작되었다. 고래사냥에서 제일 아프고도 무서우며 극한의 고통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마취 부분이다. 그 큰 주사바늘을 사정없이 고래에...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점점 졸리며 고래가 무감각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릴적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금촌역에서 쉬를 싸고 엄마가 지퍼를 올리다가 찝혔을 때의 기억, 초등학생 때 축구를 하다 공에 맞았을 때의 기억, 농구를 하다 친구가 농구공을 고래에게 패스했던 기억...
'아.. 부분마취였지;;'
담당 비뇨기과 의사는 계속 다른 의사들에게 설명하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군의관 - "여기는 이렇게.. 여기까지..여기서 이렇게.. 해야 이쁘게 나오고요.."
그러던 중 옆에 있던 다른 군의관이 입을 열었다.
군의관2 - "이쪽은 제가 해볼까요?"
'응?? 제..제가 해봐?? 내 고래를 가지고 뭔 짓을 하고 있는거야!!'
다행히 양보에는 별 관심을 안보인 담당 의사 덕분에 한 사람의 수술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꿰매는 과정에서 마취가 풀렸던 것이다.
J군 - "아아.. 대위님, 마취가 풀린 것 같습니다."
군의관 - "그래? 음.. 거의 다 됐어 좀 참아봐"
고래의 심장을 꿰매는 듯한 그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고, 그동안 사회에서 들었던 것과 달리 붕대를 칭칭 감은 고래를 볼 수 있었다. 의무대에 가서 쉬라는 말을 뒤로한채 자대로 돌아온 J군, 하지만 J군의 부대는 독립중대라 의무대가 없었다. 하의를 벗고 관물대에 모포를 텐트처럼 쳐 놓은 침상에서 그렇게 누워 있었다.
마냥 편한 것은 아니었다. 분위기가 싸한 소대 갈굼의 분위기에서도 그렇게 누워 있어야 했고, 다른 소대의 고참들은 구경하겠다며 몰려들었다. 그리고 파견나온 의무병이 사정없이 소독해주던 하얀약과 빨간약의 고통속에 일주일이 지났다.
극심한 고통이 이상한 J군은 대대 군의관이 올 때마다 고통을 호소했지만,
"원래 그런거야. 좀 있으면 나아져. 얘 소독약이나 많이 발라줘"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사람들이 밀집한 군용 엠블을 타고 다시 군병원으로 향했다. 덜컹거릴때 마다 누군가 고래를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있었지만, J군은 참아냈다. 그리고 비뇨기과에 도착해 고래의 상태를 군병원 군의관에게 보여줬다.
군의관 - "왜 이제왔어? 터졌는데, 안아팠어? 다 곪았네.."
J군 - "......"
군의관 - "일단 곪은거 치료하고, 다시 재수술 하자"
재수술
재수술
재수술
야호~ 재수술이다. (출처 - 사진에 표시)
그렇게 J군의 재수술이 이루어졌다. 군병원에 입실까지 해 여성 간호장교들이 고래를 소독해 준다고 부러워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역시나 하얀약과 빨간약의 필살기를 쓰는 그녀들이 그 순간에는 절대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고래 살리기에 열을 올리던 며칠 후, 기상시간 J군은 이상한 것을 느겼다. 고래 주변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느낌. 혹시 감각이 없는 고래가 밤새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운 것은 아닌가 걱정하며 아래를 본 J군은 놀랐다.
시트와 환자복이 피범벅!
아침마다 바깥세상에 나가고 싶어 고개를 드는 고래가 드디어 일을 내고 만 것이다.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비뇨기과로 내려갔다.
세번째 수술이었다.
이젠 뭐, 감각도 없고, 옆에 서서 보조를 하던 의무병과 농담을 나눌 정도로 익숙해 졌다. 마치 초사이어인 처럼 극렬한 고통을 맛본 뒤 회복되면 고래역시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수술을 마친 의사가 입을 열었다.
군의관 - "음... 이번에 또 터지면, 방법이 없다...."
J군 - "바..방법이 없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군의관 - "또 터지면.."
J군 - "또 터지면.. 어..어떻게 되는 겁니까?"
군의관 - "더 꿰맬 살이 없다... 미안하다.."
하지만 또 터지면 꿰맬 살은 없다. (출처 - 슬램덩크)
다행히 J군의 고래는 전역한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 무사하다. 영광의 상처들이 있기는 하지만, 네번의 재수술까지는 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애국가를 부르고, TV는 절대 쳐다보지 않고, 자유시간에는 논어나 맹자, 이런 책들을 읽으며 민간요법을 병행했다.
그 파란만장했던 J군의 고래사냥, 그런데 더 재미있던 일은 입실했던 8월 15일에 일어났으니 이름하여 <광복절 연애행각 긴급체포> 사건, 언제 또 J군의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하신 분은 아래 손가락 버튼을 눌러 주시길 바라며,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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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 - "어디가 아프지?"
J군 - "제 고래가 아픕니다."
장갑을 끼고 이리 저리 고래를 살피던 군의관은 J군의 고래는 아주 건강하며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알아 차린다.
군의관 -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청결하게 유지해주면 괜찮을거야."
J군 - "대위님, 이 기회에 고래를 잡아버리면 안되겠습니까?"
군의관 - "흠.. 굳이 할 필요는 없는데.."
J군 - "꼭..잡고 싶습니다."
사실, 몇 주 뒤 J군의 부대에는 유격훈련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당시 일병이었던 J군은 이 '기회'를 잡기로 한 것이다. 고래를 잡고나면 유격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다.
군의관 - "15시에 옆에 있는 수술실로 와"
고래를 잡는 일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어느쪽이 더 낫다는 식으로 많은 공방을 벌이지만, 이십대가 넘어서까지 아직 태초의 그 모습을 간직한 이들이 고래를 잡는 이유는 간단하다. 목욕탕에 갔을 때,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미 고래를 잡은지 오래라는 것.
점심시간이 지나고 15시까지 기다리며 J군의 머릿속에는 이 노래가 떠올랐다.
먼 훗날 어느 외딴 바다에 고래를 본다면 oh ye~
꼭 한번쯤 손을 흔들어줘 baby~ 혹시 널 아는 나일지도 모르니
I'm fall in love again 너는 바다야 나는 그 안에 있는 작은 고래 한 마리
-바비킴 <고래의 꿈> 중
꼭 한번쯤 손을 흔들어줘 baby~ 혹시 널 아는 나일지도 모르니
I'm fall in love again 너는 바다야 나는 그 안에 있는 작은 고래 한 마리
-바비킴 <고래의 꿈> 중
드디어 고래사냥이 시작되었다.
'응?'
그런데 의사가 셋. 두 분은 비뇨기과, 한 분은 피부과.
'뭐..뭐야..마..마루타?'
남자들만 안다는 고래의 마취가 시작되었다. 고래사냥에서 제일 아프고도 무서우며 극한의 고통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마취 부분이다. 그 큰 주사바늘을 사정없이 고래에...
너희가 마취를 아느냐 (출처 - 서유기 월광보합 중 캡쳐. 강추!!)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점점 졸리며 고래가 무감각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릴적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금촌역에서 쉬를 싸고 엄마가 지퍼를 올리다가 찝혔을 때의 기억, 초등학생 때 축구를 하다 공에 맞았을 때의 기억, 농구를 하다 친구가 농구공을 고래에게 패스했던 기억...
'아.. 부분마취였지;;'
담당 비뇨기과 의사는 계속 다른 의사들에게 설명하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군의관 - "여기는 이렇게.. 여기까지..여기서 이렇게.. 해야 이쁘게 나오고요.."
그러던 중 옆에 있던 다른 군의관이 입을 열었다.
군의관2 - "이쪽은 제가 해볼까요?"
'응?? 제..제가 해봐?? 내 고래를 가지고 뭔 짓을 하고 있는거야!!'
다행히 양보에는 별 관심을 안보인 담당 의사 덕분에 한 사람의 수술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꿰매는 과정에서 마취가 풀렸던 것이다.
J군 - "아아.. 대위님, 마취가 풀린 것 같습니다."
군의관 - "그래? 음.. 거의 다 됐어 좀 참아봐"
고래의 심장을 꿰매는 듯한 그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고, 그동안 사회에서 들었던 것과 달리 붕대를 칭칭 감은 고래를 볼 수 있었다. 의무대에 가서 쉬라는 말을 뒤로한채 자대로 돌아온 J군, 하지만 J군의 부대는 독립중대라 의무대가 없었다. 하의를 벗고 관물대에 모포를 텐트처럼 쳐 놓은 침상에서 그렇게 누워 있었다.
마냥 편한 것은 아니었다. 분위기가 싸한 소대 갈굼의 분위기에서도 그렇게 누워 있어야 했고, 다른 소대의 고참들은 구경하겠다며 몰려들었다. 그리고 파견나온 의무병이 사정없이 소독해주던 하얀약과 빨간약의 고통속에 일주일이 지났다.
극심한 고통이 이상한 J군은 대대 군의관이 올 때마다 고통을 호소했지만,
"원래 그런거야. 좀 있으면 나아져. 얘 소독약이나 많이 발라줘"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사람들이 밀집한 군용 엠블을 타고 다시 군병원으로 향했다. 덜컹거릴때 마다 누군가 고래를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있었지만, J군은 참아냈다. 그리고 비뇨기과에 도착해 고래의 상태를 군병원 군의관에게 보여줬다.
군의관 - "왜 이제왔어? 터졌는데, 안아팠어? 다 곪았네.."
J군 - "......"
군의관 - "일단 곪은거 치료하고, 다시 재수술 하자"
재수술
재수술
재수술
야호~ 재수술이다. (출처 - 사진에 표시)
그렇게 J군의 재수술이 이루어졌다. 군병원에 입실까지 해 여성 간호장교들이 고래를 소독해 준다고 부러워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역시나 하얀약과 빨간약의 필살기를 쓰는 그녀들이 그 순간에는 절대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고래 살리기에 열을 올리던 며칠 후, 기상시간 J군은 이상한 것을 느겼다. 고래 주변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느낌. 혹시 감각이 없는 고래가 밤새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운 것은 아닌가 걱정하며 아래를 본 J군은 놀랐다.
시트와 환자복이 피범벅!
아침마다 바깥세상에 나가고 싶어 고개를 드는 고래가 드디어 일을 내고 만 것이다.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비뇨기과로 내려갔다.
세번째 수술이었다.
이젠 뭐, 감각도 없고, 옆에 서서 보조를 하던 의무병과 농담을 나눌 정도로 익숙해 졌다. 마치 초사이어인 처럼 극렬한 고통을 맛본 뒤 회복되면 고래역시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수술을 마친 의사가 입을 열었다.
군의관 - "음... 이번에 또 터지면, 방법이 없다...."
J군 - "바..방법이 없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군의관 - "또 터지면.."
J군 - "또 터지면.. 어..어떻게 되는 겁니까?"
군의관 - "더 꿰맬 살이 없다... 미안하다.."
하지만 또 터지면 꿰맬 살은 없다. (출처 - 슬램덩크)
다행히 J군의 고래는 전역한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 무사하다. 영광의 상처들이 있기는 하지만, 네번의 재수술까지는 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애국가를 부르고, TV는 절대 쳐다보지 않고, 자유시간에는 논어나 맹자, 이런 책들을 읽으며 민간요법을 병행했다.
그 파란만장했던 J군의 고래사냥, 그런데 더 재미있던 일은 입실했던 8월 15일에 일어났으니 이름하여 <광복절 연애행각 긴급체포> 사건, 언제 또 J군의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하신 분은 아래 손가락 버튼을 눌러 주시길 바라며, 여기서 마친다.
<적절한 인증> 추가
J군을 오래 설득해 공개하게 된 당시 환자명찰.
(고래사진으로 인증해달라는 여성분도 계셨으나.. 그건.. 좀..)
그나저나.. 병명에 (의증)귀ㄷ... 덜덜덜
J군을 오래 설득해 공개하게 된 당시 환자명찰.
(고래사진으로 인증해달라는 여성분도 계셨으나.. 그건.. 좀..)
그나저나.. 병명에 (의증)귀ㄷ...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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