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남친의 술문제와 의지력문제, 헤어져야 할까요? 외 2편

by 무한 2017. 1. 5.

나도 다양한 사연들이 좀 왔으면 좋겠는데, 매뉴얼을 통해 커플부대원의 사연을 발행하고 나면 그 매뉴얼을 읽은 커플부대원들이

 

- 저 정도 사연은 아무 것도 아님. 내 사연이 진짜 대박임.

- 내 사연이 저 사연과 비슷하긴 한데 좀 다름. 그러면 답도 다름?

- 저 사연에서 남녀가 바뀌었다면 어떻게 해야 함?

 

이라며 사연을 보내온다. 그래서 그 사연을 읽고 또 매뉴얼을 발행하면 역시나 비슷한 사연들이 도착하고, 그걸 다루면 또 그것과 비슷한 사연들이 오는 일들이 반복된다. 이러다보면 또 커플부대원이 아닌 솔로부대원들의 사연은 뒤로 밀리게 되고, 발행이 되지 않으니 솔로부대원들의 사연도 줄어드는 문제 역시 발생하니, 이런 문제에서 좀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는 비슷한 주제의 사연이 있을 경우 한 주에 하나만 다루는 걸로 해야 할 것 같다.

 

자 그럼, 일단 그간 밀린 커플부대원들의 사연부터 짧고 굵게 살펴보자.

 

 

1. 남친의 술문제와 의지력문제, 헤어져야 할까요?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헤어지는 게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친의 술 문제도 술 문제지만, 그가 현재 자신의 인생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S양의 남친이나 남친 친구들은 ‘남친이 S양을 만난 건 정말 복 받는 거다’라고 말하는데, 내가 봐도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S양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히려

 

- 이 사람과 결혼까지 하는 게 정말 맞는 일인가?

 

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는 현재 막연히 이민을 가면 좋은 일자리가 보장될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민을 위해 다른 나라의 언어도 배우곤 있지만 그것에 열심을 내진 않고 있다. 그러면서 S양에겐 ‘이민 가서 같이 살 수 있겠냐’를 묻고 있을 뿐인데, 난 이런 사람을 어떻게 믿고 결혼을 하거나 같이 이민을 가는 모험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민 준비 이전의 그의 생활을 보더라도, 그는 술 때문에 회사를 빠지다 찍힐 정도로 순서 없는 생활을 했다. 현재도 새벽까지 술을 마시곤 취해서 어학원을 빼먹기도 하고, S양과 연락두절 될 때에도 있다. 이것 때문에 그간 많이 싸웠으며 각서까지 썼지만, 그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채 ‘술 마시는 시간’에 대해 S양에게 협상을 시도할 뿐이다.

 

이민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술 마시고, 언어공부가 생각처럼 잘 안 되는 것에 스트레스 받아 술 마시고, 술 마시다 연락이 끊기면 S양과 싸우게 되어 또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술 마시고, 술 때문에 엉망이 된 자신의 인생에도 스트레스를 받아 또 술 마시고, 그냥 이런 식이라면 솔직히 답이 없다. 이러느라 이룬 것이 없는 것에 또 자격지심이 들어 술을 마시는 건, 인생에 계속 쉼표만 찍어대며 모든 걸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지, 인생에 바짝 달려들어 사는 태도가 분명 아니다.

 

“남친에겐 ‘언젠가는 되겠지, 다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주변의 일이나 본인의 일에도 큰 욕심이 없고요.”

 

지금 이 상황대로라면, 그는 언젠가는 잘 될 가능성보다 알코올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부분에 대해 S양은 계속 대화를 하려 했지만, 그는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서인지 입을 다물 뿐이다. 그러면서 S양이 자신을 믿고 결혼한 뒤 함께 이민을 가줄지 안 가줄지 만을 지켜보고 있고 말이다.

 

S양의 남친은 큰 착각을 하고 있는데, 믿음이나 확신은 잘못 될 가능성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으로 다 믿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건 오히려 그간 증명되고 축적된 신뢰들로 인해 ‘다음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에 가까운데, 이런 방식으로는 S양의 남친에게서 이렇다 할 비전을 볼 수 없는 게 사실이지 않은가.

 

S양은 더는 싸우기 싫다는 이유로 남친에게 그저 긍정적인 말만 해주고, 또 그냥 또 한 번 참고 넘어가고, 그리고 남친이 또 술 마시고 학원을 빼먹어도 그럴 수 있다 생각하며 넘기고 마는데, 그러지 말고 이 현실을 둘 앞에 꺼내놓은 채 그의 대답과 계획을 듣기 바란다. S양이 이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그에게 전부 털어 놓고, 그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무슨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도 들어보길 바란다. 그것에 대해 그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며 맹목적으로 믿고 따라주기만을 바랄 뿐이며, S양이 그러긴 힘들다고 하자 또 그가 술이나 찾을 뿐이라면, 그게 바로 S양이 이별해야 하는 확실한 이유라고 난 말해주고 싶다.

 

 

2. 며칠 즐겁게 보낸 다음 날, 카톡으로 이별통보 받았어요.

 

K양도 말했지만 둘의 연애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놀자’는 생각으로 시작되었는데, 그래서인지 K양에겐 거짓말과 남자문제가 있었고, 상대에겐 구여친의 문제가 있었다. K양은 연애 중반부터는 정말 상대가 좋아져서 초반에 보였던 잘못들을 다시는 저지르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게 참 K양이 그렇게 마음먹은 것과는 별개로 상대에게는 이미 그런 ‘이미지’가 형성된 까닭에 극복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상대가 자신의 친구들에게까지 K양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은 걸로 봐선, 그에겐 이전의 경험들로 인해 계속

 

- K양은 언제 날 배신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릴지 모르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또 그의 친구들은 그가 구여친을 사귈 때 그녀를 봤고 K양과 사귈 땐 K양도 보았는데, 그들의 평가가

 

- K양과는 정리하고 구여친과 잘해보는 게 나을 것 같다.

 

라는 것이었다는 점 역시 그가 이별을 택하는 것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 난 생각한다. 게다가 그는 K양과 연애를 하며 난생 처음으로 부모님께 심하게 혼났는데, 그것도 그가 이별을 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의 부모님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K양과 연애하기 전까지는 ‘말 잘 듣는 아들’이었는데, 연애 후에는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고 연락을 해도 받지 않는 아들’이 되고 말았다. 연애에 빠져 K양과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그랬던 건데, 그런 모습은 인생을 일시정지 시킨 채 아무 대책 없이 연애를 즐기고만 있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그는 그것에 대해

 

“내가 영영 이렇게 살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간 잘 해왔고 지금 잠깐 바르지 못한 생활을 하는 건데, 이것 가지고 그렇게까지 혼내시는 게 좀 그렇다.”

 

라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는데, 저 말에서 볼 수 있는 ‘잠깐 바르지 못한 생활을 하는 것’에 K양이 담겨있다. 때문에 그가 앞으로 정신을 차리거나 철이 든 모습을 보이려 할 경우, 가장 최우선으로 정리해야 할 것은 K양과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점, 연애 시작 후 배신과 의심에 대한 빌미를 제공한 점, 그리고 소모적으로 보이는 연애의 모습에 주변의 평가 역시 부정적이었다는 점들이 결국 이별을 부른 것 같다.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별통보 직전까지도 그는 애교스러운 말투로 K양에게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장문의 톡으로 이별을 통보하곤 그걸로 끝이었다는 게 나도 좀 당황스러운데, 그냥 딱 그 정도의 마음으로 이 관계에 임하고 있었기에 그게 가능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K양은 이대로 기다리다 보면 상대에게 연락이 오고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거냐고 내게 물었는데, 난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K양은 자신이 먼저 연락해 보는 건 어떠냐고도 물었는데, 난 저렇게 간단히 톡 하나 보내 이별통보하곤 손 털고 나간 사람에게 다시 연락하길 권하고 싶진 않다. 이 상태로 다시 붙잡아 사귄다고 해도 이미 경험한 적 있는 이별을 다시 경험하게 될 확률만 높을 뿐이니, 이 관계에 대한 미련은 이쯤에서 내려놓길 바란다.

 

 

3. 제가 정말, 예민하고 피곤한 여자인가요?

 

일단 K양의 경우는, 연애를 시작하면 그 연애에 함몰되고 만다는 문제가 있다. 연애에 업히기만 하면 저절로 행복해지며 절대 외로움이나 심심함, 불안함 같은 게 다 없어지는 게 아닌데, K양은 연애 극초반의 ‘스파크가 튀는 순간’에 눈이 멀어 자신의 모든 것을 그냥 다 연애에 얹어 버린다. 그러고는 그 행복이 계속 유지되길, 변함없이 그렇게 만족스러운 순간이 지속되기만을 바라고 만다.

 

그냥 ‘아는 여자’로서의 K양은 분명 씩씩하고, 밝고, 성실하기까지 한 매력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자친구’로서의 K양은, 연애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관심과 사랑에 목말라하며 혹시나 상대가 변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K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난

 

“야, 연애도 결국 대인관계야. 엄청나게 특별하고 고귀한 것이라서 그게 구원이자 희망이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너와 가장 가깝고 널 응원해주며 이해해주는 사람이 생긴 거라고 생각해야 해. 남친은 신이 아니야. 그냥 너랑 똑같은 사람인 거라고. 그러니 남친이나 연애를 종교로 삼지도 말고, 거기에 모든 걸 맡기고만 있지도 마.”

 

라는 얘기부터 해줬을 것 같다. K양이 연애나 연인에게 걸고 있는 기대와 환상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연애를 막 시작하게 되었을 때 세상이 달라 보이며 두 사람이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드는 건 맞지만, 그런 순간은 새 폰을 샀을 때와 마찬가지로 잠시일 뿐이며 점점 익숙해지고 설렘은 정으로 치환되기 시작한다. 이건 K양이 그 누구를 만나든 반드시 겪게 되는 자연스런 변화인 것인데, K양은 ‘정말 나와 인연인 사람’을 만나면 이런 변화 없이 그냥 영영 행복하기만 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불안해지며, 상대의 변화에 계속해서 절망하게 되는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연인이 K양에게 무슨 약속이나 맹세를 하든, 그건

 

- 그 순간의 마음이 그렇다는 것.

 

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란 얘기도 해주고 싶다. 훗날 상대가 더는 이 관계를 이끌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이전의 약속과 맹세들까지 모두 거짓이었나 아니었나만 판단하려 할 게 아니다. 당시의 마음은 그랬지만 사귀다보니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헤어지잔 말을 할 수 있는 거고, 또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에 마음 역시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이 그런 변화를 만들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하는 거지, ‘거짓이었나 아니었나’만을 가려내려 하는 건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다.

 

또, 연애 중이 아니더라도, 연인이 없더라도 K양의 생활은 어느 정도 만족스러워야 하며 K양 스스로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연애가 시작되어도 두 사람이 각자의 몫을 담당하며 사귈 수 있는 거지, 그게 안 되면 시작부터 K양은 기대고 상대는 계속 K양을 떠맡아야 하는 모양이 될 수 있다.

 

낚시를 예로 들자면, 둘이 바다낚시를 하러 갔는데 K양은 미끼도 끼울 줄 모르고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울 줄도 모르니 계속 상대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모양이 되고 마는 것이다. 어느 날 낚시 한 번 가서 그러는 거라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심지어 누구나 그쯤은 스스로 컨트롤하며 사는 감정의 사소한 영역에서까지 계속 상대가 안심시켜주며 돌봐줘야 한다면 상대는 필연적으로 지치게 될 수 있다.

 

K양이 연애와 연인에 큰 의미를 둔 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난 반대할 생각이 없지만, 연애만이 K양 삶의 이유인 듯 여기며 연애와 연인이 없으면 K양이란 사람도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는 반대한다. 연애 말고도 K양을 지탱해줄 대인관계의 축은 가족이라는 축, 친구라는 축, 지인이라는 축, 같은 관심사를 가진 모임의 사람들이라는 축, K양이 호감을 가진 채 흥미롭게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축 등 여러 가지가 있으니, 그러한 축들에도 관심과 애정을 갖고 가꾸며 지금처럼 오로지 연애 하나가 K양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것 같은 상황에선 벗어났으면 한다.

 

무인도에서 구조선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음 연애를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연애에 대해선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을 돌봐가며 그들 중 한 사람과 ‘점점 친해져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가는 것’ 정도로 생각했으면 한다. K양의 이번 남친이 ‘넌 예민하고 피곤하다’고 말한 건 K양이 연애를 구원으로 생각한 채 매달렸기 때문이니, 연애에 대한 기대와 환상과 의미를 좀 줄이길 권한다. 그리고 남친도 그냥 하나의 사람일 뿐이며 연애 역시 대인관계의 한 형태일 뿐이라는 것도 잊지 말길 바란다.

 

 

짧고 굵게 다룬 뒤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노파심 때문에 또 이렇게나 길어지고 말았다. 새해 첫 일출은 안개 때문에 실패하긴 했지만 그래도 찍어온 사진을 올려야 하고, 또 파리 여행기도 얼른 업로드를 해야 하고, 밀린 사연도 읽어야 하니, 오늘은 이쯤에서 줄이기로 하자. 하룻밤만 더 자면 불금이니, 다들 조금만 더 힘내시길!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공감과 추천,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