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돌싱의 연애. 사랑이 뭐죠? 전 어떻게 사랑해야 하죠?

by 무한 2017. 7. 19.

누님, 나이를 먹을수록 연애가 쉬워지거나 연애를 잘 하게 되는 거라면, 경로당 아웃사이더 최씨 할아버지 같은 분이 핀잔을 받을 일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씨 할아버지는 아웃사이더를 극복해보고자 휴대용 트로트 플레이어를 크게 틀곤 같은 경로당 분들이 있는 평상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는데, 할머니들은

 

“아유 시끄러워. 그것 좀 꺼요!”

 

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었습니다. 갑작스런 할머니의 공격에 놀라 일단 벌떡 일어난 최씨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모자에 쓰인 글귀 ‘무재해’가, ‘무안해’로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요는, 이렇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또는 ‘결혼’이라는 퀘스트까지 깨본 적 있다고 해서 다음 연애부터는 발로 해도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청록파 중 한 사람인 박목월 시인이 한 말로 기억합니다.

 

“난 평생 시를 써왔으니 이제 시 한 편쯤은 그냥 쉽게도 좀 써질 듯한데, 여전히 그 시 한 편을 쓰는 일이 어렵다.”

 

짧은 시 한 편을 쓰는 일도 저렇다는데, 연애에도 분명 시집 한 권을 엮을 정도의 고민과 노력은 들여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님께서는 제게 사랑이 무어냐, 사랑은 어디까지냐, 서로를 그대로 완전히 사랑할 수 있어야 사랑이냐, 서로에게 끊임없이 노력해주는 게 사랑이냐, 등의 질문들을 하셨습니다. 상대는 지금 이 관계에 올인 하는데 누님께서는 그런 미칠 정도의 애착이 생기진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이 관계를 놓치면 사랑이 사랑이라는 걸 모르고 돌려보낸 일이 될 것 같기에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건,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매일 밤 마른안주를 앞에 놓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이야기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 TV를 보니 어떤 사람은 또 ‘2박 3일 여행 같은 건 여행이 아니다. 현지에서 살아보는 게 진정한 여행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던데, 잠깐 들른 사람은 잠깐 들른 대로, 오래 있어본 사람은 오래 있어본 대로 또 각자 느끼는 게 다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여행이라는 게, 누가 ‘이러이러해야 여행이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해서 그걸 따라한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안 한다고 즐기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누님께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듯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 현 상황에서 누님이 알아두시면 최소한 여행지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걸 방지할 수 있는 뭐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딱 두 가지라서, 기억하기도 쉬우실 겁니다.

 

첫째, 상대가 막차인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돌싱인 대원들의 경우 대개 또 그렇게 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일을 반복할 순 없으니 어떻게든 이별만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때문에 그러느라 아닌 걸 알면서도 계속 스스로 합리화를 하거나 어떻게든 이어가보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갓 한 달 만났으면서, 이 사람이 확실한 사람이면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올인 하겠다고 다짐하는 경우도 많고 말입니다.

 

누님 역시 아직 상대와 만난 기간이 석 달도 채 안 되지 않습니까? 이 시기에 ‘이 사람이라면 평생 가도 좋을 사람이냐, 아니면 헤어져야 하냐, 사랑이란 게 대체 뭐냐, 어떻게 판단해야 하냐’하는 고민을 하는 건 사실 많이 이른 일입니다. 사람은 좀 겪어 봐야 아는 건데, 지금 막 이르게 판단한 후 ‘올인이냐, 이별이냐’를 결정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말입니다.

 

둘째, 이전 사람과 반대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전 사람이 계산기 같은 사람이었는데 새로운 사람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퍼주기부터 한다고 ‘이제야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난 것’은 아닙니다. 이타적인 건 이타적인 대로 또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아직 서로 화내고 짜증내고 심술부리는 모습도 못 봤는데 일단 올인 부터 한다는 사람은 나중에 전세금 빼듯이 싹 빼서 나갈 가능성이 높으니 말입니다.

 

이제 겨우 두 달 만나고선 상대에 대해 ‘내게 변함없이 잘해주고 맞춰주며 극진하게 대함’이라는 종합평가를 내려선 곤란합니다. 여름엔 모든 나무가 푸른 법 아니겠습니까? 이후 가을 오고 또 겨울이 와봐야, 무엇이 변함없이 푸른지를 알 수 있는 법이고 말입니다. 지금 당장 평생 이 사람과 함께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니, 좀 더 겪어 본다 생각하며 만나보셨으면 합니다. 괜찮은 사람 같으면 이쯤에서 얼른 올인 하겠다며 조급해 하지 마시고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내 안부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일단은 좀 만나보셨으면 합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그 문제를 둘이서도 풀어보고 안 되면 도움도 청하고 하며 하면 되는 거지, 지금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두려 하거나 문제가 없을 거라는 공증 같은 걸 받아두려 하면 답이 나오지 않아 계속 고민에만 시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걱정되는 것 하나는, 상대가 아무리 누님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려 든다 해도, 그걸 좀 두고 보았을 때 결국 상대가 바라는 게

 

-내가 이렇게 조건 없이 널 위해 모든 걸 다 하니, 너도 날 위해 모든 걸 다 해라.

 

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맹목적인 헌신을 앞세워 다가온 사람들이 주로 저런 요구를 하며 이후엔 뭔가 꿍꿍이가 있었던 것 같은 ‘과분한 요구’들을 하곤 하는데, 혹 그런 경우에 속하는 건 아닌지 꼭 잘 보셨으면 합니다. 자 그럼, 걱정은 절반 정도 내려놓고 좀 더 행복하시길!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더위 역대급.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