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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제가 구애하려는 여자가 여러 남자들과 연락하는데요

by 무한 2017. 7. 24.

그러니까 이걸 참,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여기서 M씨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 맛이 어떨지를 내게 묻고 있는 것 같은데….

 

“상대와 대화를 하거나 같이 일을 할 만한 계기를 만드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내가 상대와 친해지려고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가끔 회의가 듭니다. 그래도 상대가 싫지는 않네요.”

 

M씨가 그 모임에서 리더급에 해당하니 대화를 하거나 계기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상대가 고백만 하면 덜컥 넘어올 사람은 결코 아닐 텐데? 그런 상황도 아니고.

 

 

 

일단 이 얘기를 먼저 하자.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는 여자가 그들과 연락하며 지내는 건 전혀 문제될 것 없는 일이다.

 

“하지만 상대는 A랑 친하게 지내면서 B랑도 친하게 지냈는데요? 그건 여우짓 아닌가요?”

 

난 M씨의 말이 좀 이해가 안 되는 게, M씨 역시 상대와 사적으로 대화했으며 다른 여성회원들과도 사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지 않았는가? 그녀들을 통해 상대의 비밀스런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고 말이다. M씨가 그러는 건 모임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선한 정보수집이지만, 상대가 다른 이성들과 사적으로 연락하고 지내는 건 여우짓에 꼬리치고 다니는 일인 것인가?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든 남자들에게 철벽을 치며, 그들이 사적으로 하는 연락에 대답 없음으로 응답해야 할 의무나 이유 같은 게 있는가? M씨는 자신이 호감을 두고 있는 상대가 다른 남자들과도 연락을 하고 지내니 그게 ‘타 이성과의 문제’인 거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상대가 솔로부대원이며 M씨와 썸을 타는 사이도 아닌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M씨는 신청서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봅니다. 상대는 아니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 여우짓으로 보인다면 이건 정말 상대의 행동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라고 적었는데, 난 솔직히 그 ‘다른 사람들’이란 사람들이 그런 평가를 하는 것 역시 황당하다. M씨가 적은 이야기를 보면 그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은 모임 내 이성과 연락하고, 밥도 먹고, 드라이브도 같이 하는데 왜 자신들의 그런 행동에 대한 이야기는 싹 접어두고 상대만을 문제 삼는가?

 

난 만약 상대가 이 사연을 보낸 거라면,

 

“거기서 다른 사람들보다 인기 많으면 마녀사냥 당할 위험이 높습니다. 그 모임에 옛날에 사귀다가 헤어졌던 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의 남자가 이쪽에게 구애하면, 그건 백퍼센트 이쪽이 꼬리쳐서 그런 것으로 여겨지게 되며 누군가 하나 나가야만 결론이 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언니들은 절대 믿지 마세요. 믿고 털어 놓은 이야기들이 전부 뒤에서 돌고 있을 겁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다. 실제로 저런 일들이 그 모임에선 이미 벌어졌지 않은가.

 

전에도 한 번 다른 매뉴얼에서 이야기 했지만, 상대가 어리다고 해서, 또는 모임에서의 직급이 낮다고 해서 이쪽이 마음대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대충 상대에게 좀 잘해주면 이쪽을 완전히 믿고 따를 정도로 상대가 바보인 건 절대 아니다. 상대와 나이 차나 직급 차가 좀 날 경우 그처럼 쉽게 보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공적으로 그런 사이니까 그렇게 대해주는 것이며 말 그대로 ‘예의’를 갖춰서 대해주는 거지, 그게 상대가 이쪽보다 부족한 사람이며 레벨이 낮거나 생각할 줄 몰라서 그러는 게 결코 아니다.

 

난 M씨가 정말 상대에게 마음이 있는 거라면, 그렇게 상대에 대한 정보를 뒤에서 수집해 상대라는 사람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지 말고, 상대와 직접 대화를 하며 상대에 대해 알아가길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상대도 M씨와 동등한 한 명의 성인이지 뭘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니, 계기 만들고 대시만 하면 사귈 가능성이 높을 거라 생각하진 말았으면 한다. 이왕 돌직구를 던지는 김에 한 번만 더 던지자면, 둘의 카톡대화에선 M씨에 대한 상대의 호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상대가 사회생활에 힘들어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직장에 대한 불만도 있는 사람일 거라 단정 짓지도 말았으면 한다. M씨는 상대를 너무 단편적으로만 평면적으로만 평가하는 것 같은데, 상대가 말하는 것 정도의 불만이나 스트레스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런 건 대화하다 보니 그냥 좀 더 징징거리게 되는 것일 뿐이지, 상대는 사회에 적응을 못하며 그런 자신을 구원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게 결코 아니다.

 

상대가 M씨와 카톡하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늘 누군가를 만나서 팥빙수를 먹을 수도 있는 거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M씨는

 

‘내게는 힘들다고 하더니 다른 남자 만나서 팥빙수를 먹고 있네? 힘들다는 건 거짓말이었나? 난 위로와 격려를 해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의리를 져버리고 배신을 하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상대가 그러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며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란 얘기를 난 해주고 싶다. 상대가 M씨를 ‘구원’이라 생각하며 다른 이성들에게 철벽을 치며 기다리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당장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며 즐거운 대화를 이끌어가 줄 사람이 있는데, 그걸 다 차버리며 외롭게 불만만 가득 차 있어야 할 필요도 없는 거고 말이다.

 

정말 상대라는 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껴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라면, 상대에게 다가가는 길에 아무 장애물도 없으며 상대가 손쉽게 잡힐 정도로 가까이에서 아무 경계도 하고 있길 바라지 말고, M씨가 움직여 다가가길 바란다. 당장은 내가 “여기서 보자면, M씨도 그저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남자 중 하나로 보일 뿐입니다.”라고 하는 말이 팩트폭력처럼 느껴지겠지만, 이걸 깨닫고 극복해 내야 자꾸 전지적 시점에서만 바라보려 하는 잘못된 습관을 고칠 수 있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이 매뉴얼에서의 내 시각으로, 꼭 한번쯤 M씨 자신의 사연을 진지하게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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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얼만 먹고도 글 참 열심히 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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