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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전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 집에서 9시 뉴스를 보다가 군대 고참의 인터뷰를 목격한 적 있다. 웃으며 날씨에 대한 멘트나 하는 인터뷰였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사기사건의 피해자 겸 가해자가 되어 한 인터뷰였다.

 

그 고참이 입사한 곳은 소규모 회사였다. 그곳은 근로 조건이 다른 곳보다 좋았으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다정하게 대해줬다고 한다. 일한 지 얼마쯤 되었을까, 사장은 고참을 불러선, 회사에서 돈을 받을 게 있는데 고참 통장으로 좀 받자고 말했다.

 

일은 일대로 분명 하고 있는데다 사장도 좋은 얘기 많이 해주는 좋은 사람이었으니, 고참은 ‘회사생활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건가 보다’하며 별 생각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처음엔 들어온 돈을 찾아주기만 했는데, 그러다 나중엔 사장이 아예 통장을 좀 자기가 갖고 쓰자고 한 것 같다. 그동안 별 문제가 없었으니 고참은 역시나 알겠다고 했는데, 이후 회사는 증발했고 고참을 찾아온 건 빚쟁이들이었다. 그 사건 이후 그 고참과는 연락이 닿질 않아 자세한 뒷얘기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고참의 부모님이 집을 팔아 일을 해결해 주신 걸로 알고 있다.

 

내 고참이 저렇게 첫 직장에서 ‘사회라는 게 원래 이런 건가보다’하며 눈 뜨고 코 베였던 것처럼, 첫 연애를 하는 대원들 중엔 ‘연애라는 게 원래 이런 건가보다.’하며 죽음의 골짜기로 걸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성추행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하는 남친이 “날 만족시키려 노력해라.”라는 말을 하는 사연, 남친을 믿고 털어 놓은 이야기들이 가장 아픈 무기가 되어 돌아온 사연, 수 년 간 남친과 남친 가족에게 착취당한 사연 등.

 

오늘 매뉴얼은, 바로 그런 죽음의 골짜기로 걸어 들어가는 길 위에서, 누구에게도 묻지 못한 채 ‘이 연애가 올바른 연애인가?’를 홀로 고민하고 있는 대원들을 위해 준비했다. 출발해 보자.

 

 

1.스킨십

 

너무 빠른 스킨십을 거절했을 때, 상대가 차게 식는 게 그대로 느껴지거나 이후 연락이 뜸해진다면, 그건 상대가 그 연애를 하는 목적이 ‘스킨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대화가 전부 ‘기-승-전-스킨십’으로 이어지거나 상대가 계속해서 야한 얘기들을 꺼내는 특징이 있는데, 이런 경우 ‘연애를 시작했으니 맞춰가며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이 연애를 왜 이어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뭘 먹으러 가잔 얘기를 해도 먹고 쉬러 가자는 얘기, 여행 가자는 얘기를 해도 꼭 1박으로 가자는 얘기, 옷 얘기를 해도 지인들 얘기를 해도 대부분 야한 얘기나 음담패설이 대부분이라면, 상대에겐 그것 말고는 이 관계에 더 기대하는 게 없다고 할 수 있다.

 

심한 경우, 데이트를 할 때에도 공공장소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옷 속으로 손을 넣거나, “그럼 내가 안 할 테니, 네가 해줘.”라며 이것저것 시키기도 한다. 이럴 때 등장하는 패턴은 대개 비슷한데,

 

-난 스킨십을 좋아한다. 스킨십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허용선이 어디까지냐. 급한 진도가 싫다면, 지금의 허용선을 말해 달라.

-서로 좋아하니까 이래야 하는 거 아니냐. 난 너니까 이러는 거다.

 

정도로 포석을 깔아 두고는 집요하게 요구하며, 늘 진도 나갈 기회를 엿본다. 이런 상황에 놓인 대원이 있다면, 상대의 말에만 넘어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만을 고민하기보다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얘기는 스킨십 진도 얘기뿐인가?’라는 점도 생각해 보길 권한다. 이쪽에서 스킨십에 대한 부담스러움과 불쾌함에 대한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상대는 ‘네가 보수적이며 이상한 것’이라는 이야기만 한다면, 그는 연애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스킨십을 하고 싶은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아가 여기에 적기엔 아무래도 수위가 높은, 일반적이지 않은 요구들을 상대가 하는 사례도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패턴으로는

 

-이렇게 하는 사람들 많다.

-난 이렇게 해야만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할 때 난 더 사랑하는 마음이 든다.

 

라는 게 있는데, 뭐 둘이 좋아 그러는 거라면 참견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 요구에 대해선 ‘그 요구를 내 여동생 남친이 내 여동생에게 한 거라면?’이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우린 헤어지는 것인가? 난 더 사랑받을 수 없는 거고?’라는 지점도 돌아보길 권한다. 상대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대해주기에 ‘이건 이 사람의 특이한 부분’이라고만 생각하며 이해하려 노력할 수 있는데, 대개의 경우 그 요구가 관철되면 ‘더 큰 요구’가 이어지다가, 나중엔 비참한 마지막을 맞게 된다는 것도 잊지 말길 바란다.

 

 

2.돈과 동거

 

돈이 이상하게 얽히면, 그 나중 일 역시 100% 이상하게 꼬이거나 막장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우선,

 

-지금은 내가 어려우니 네가 좀 도와줘라. 나중에 보답하겠다.

 

라는 이야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이쪽이 부담할 경우, 돈은 돈대로 쓰고 상대는 실망은 실망대로 얻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두 사람 몫을 혼자 버티며 연애하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게다가 받는 쪽에선, 훗날 그 대가로 자격지심이나 피해의식이 섞인 불만만 커지게 될 수 있다. 그 끝이 좋은 걸 난 단 한 번도 본 적 없으니, 일방적인 경제적 부담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피하길 권한다.

 

저렇게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돈이 없어서 데이트를 못 하겠다. 만나는 횟수를 줄이자’라는 식으로 돌려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게 두 사람의 공통된 목적을 위해 돈을 모으느라 그런 것이라면 몰라도, 그렇게 돌려 말해놓고는 이쪽이 ‘내가 살 게 만나자’는 대답을 하길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보인다면, 상대는 ‘내 돈은 아까운 줄은 알겠지만, 네 돈 아까운 줄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실제로는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마음이 없어서 그런 경우가 많으니, 저런 돌려 말하기에 넘어가 일방적인 관계를 만들진 말았으면 한다.

 

버는 돈의 대부분을 상대에게 송금한다든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투자나 차용의 형태로 상대에게 돈을 주지도 말길 권한다. 이건, 자신이 돈과 관련해선 피도 눈물도 없을 정도로 철저하다고 자부하던 대원들도 결국은 당하고 만 사례가 많다. 얼음 같던 사람도 상대의 달콤함 섞인 유혹이나 궤변에 녹아 넘어간다.

 

번 돈이든 모은 돈이든 그게 한 쪽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건 분명 정상적인 일이 아니니, 그게 신뢰나 믿음을 보여주는 거라고는 절대 착각하지 말고, 돈 거래는 하지 말길 권한다. 보증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필요하면 상대가 알아서 빌려다 쓰는 게 맞는 거고, 돈 빌릴 수도 없을 정도로 신용이 안 된다면 그게 훗날의 일이 어떻게 될지를 암시하는 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꼭 상대가 나쁜 마음을 먹은 게 아니라 하더라도, 사업 시작한다는 상대에게 능동적으로 돈을 빌려줬다가 나중에 ‘지분이 있다고 착각하는 거냐’라는 소리를 듣거나, ‘돈 다시 줄 테니까 간섭하지 마라’라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으니, 그냥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길 권한다. 사업할 때 말 안 해도 알아서 돈 안 빌려줬다고 이를 갈 사람은, 나중에 잘 되어도 ‘내가 잘 해서 잘 된 거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동거와 관련해서도, 둘 중 하나라도 경제적 자립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동거는 하지 말길 권하고 싶다. 신혼부부놀이 하면서 즐거운 거 평균적으로 딱 두 달이고, 세 달째부터는 돈 안 내고 얹혀사는 사람이 기생충 취급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 먹는 거나 청소하는 것 등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며, ‘보탬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심한 경우 ‘먹여주고 재워준 것’에 대한 은혜를 갚으라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그런다 하더라도 ‘그럼 알바라도 해라’라는 이야기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니, 그런 마지막을 경험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동거를 하더라도 경제적인 부분에서 셈은 철저히 하길 권한다.

 

하나 더. 괴상하게 꼬여 있는 동거 역시도 최대한 피하길 권하고 싶다. 상대가 친구와 사는데 그 집에 들어간다든지, 아니면 가족과 살고 있는데 그 집에 들어가진 말자. 그렇게 들어갈 경우 제3자와 엮인 문제가 새롭게 발생할 수 있고, 생활비와 관련해서도 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역시나 갈등을 겪을 수 있다. 가족과 사는 상대의 집에 들어가 버는 돈을 전부 쏟아 부으며 몇 년 산 대원도 있는데, 나올 땐 몸 하나만 겨우 건져 나왔다. ‘먹여주고 재워준 걸 감사하게 생각해라’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정말 당장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형편인 게 아니라면, 그렇게 살진 말도록 하자.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보다 더 최악인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3. 생활과 정신

 

상대가 날 알아봐 주고, 내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날 바른 길로 인도해줬다는 생각 같은 건 일종의 판타지다. 설령 상대가 내게 끼친 영향이 9할 이상이라고 해도 그건 길이 끊겨 못 건너고 있을 때 징검다리가 되어준 것이지, 앞으로의 살아갈 방향까지를 모두 상대의 지시대로 따라야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애를 하며 상대에게 의존하고, 그러면 상대는 그 부분에서 도움을 주다가 점점 더 과한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러다 다른 부분들까지를 점점 잠식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인 연애에서 보이는 약간의 의존 정도가 아니라, 궤변으로 세뇌하고 정신적으로 조종하기 시작한 상황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인생의 핸들을 상대에게 맡긴 사람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수렁으로 빠져든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가 그 종교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마음이 되듯, 상대를 구원이자 메시아라 생각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져버리고 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는 상대와 함께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자 상대가 하는 말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대개,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직업이 없거나, 스스로를 예술가라 말하지만 경제적으론 신용불량자거나,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폰에 노래방 도우미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거나, 외국에 가서 자유롭게 살자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부모님 돈으로 살고 있거나 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밖에서 보면 ‘여친이 의사인데 백수 남친이 여친에게 의학을 가르치려하네?’라는 의아한 상황이 벌어지곤 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다 위임해버린 당사자는 그 말을 들으며 끄덕끄덕 하고 있을 뿐이다.

 

저런 사람에게 대체 왜, 어떻게 빠지게 되는 건지 궁금해 할 수 있는데, 그건 마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감기나 다른 병에 걸리기 쉬운 것처럼,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낮아지거나 외로움에 질식할 것 같을 때 누군가를 구원이라 여기면 걸려들 수 있다. 그들은 행동보다 말을 통해 살아온 까닭에 그 부분이 발달했는데, 때문에 듣다 보면 재미있으며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이 걸어주는 ‘특별함’이라는 최면 때문에 정신줄을 놓게 되기도 한다.

 

그런 연애를 할 경우 대부분의 대화에서 상대는 상담자, 이쪽은 내담자의 입장이 되고 만다. 말로는 의논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설교를 듣듯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저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점점 세뇌 당한다. 이건 상대가 세상으로부터 이쪽을 고립시킨 채 자신의 사상을 주입하고 있는 건데, 안타깝게도 눈치 채지 못하며 그걸 상대의 보살핌으로 생각하고 만다. 종종 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고 친구로부터 조언을 듣기도 하지만, 그 얘기를 상대에게 할 경우 상대는 말 몇 마디로 친구를 ‘악의 축’으로 만드는 까닭에 친구와도 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종의 정신적 노예생활이라 할 수 있는 이 연애가 위험한 건, 헤어진 후에도 상대의 저주 같은 예언에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두 다리로 서지 못한 채 다시 자존감이 바닥을 치거나 외로움의 늪에 빠질 경우 상대에게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통 길어야 3~4년 정도 만나면 막장까지를 수차례 경험한 까닭에 물리적으로 더 버틸 수 없어 헤어지게 되는데, 그런 후에도 5~6년씩 이쪽을 자신의 냉장고로 생각하는 상대에게 쉽게 열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너는 아직 멀었다’같은 상대의 저주에 걸려 여전히 고통 받고 있거나, 아니면 ‘3년 후에는 너에게 가겠다’같은 보험용 약속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는 대원들. 그 대원들에게 난,

 

“상대도 코 질질 흘리던 시절 있었고 급똥이 찾아올 때면 난감해하는 ‘사람’이거든요. 엄청 대단해 보여도 그 역시 세상 처음 살아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의 말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며 따르면, 상대는 이쪽의 자존감까지를 우걱우걱 먹으며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어요.

언젠가 철학자라는 사람이 강연에서 한 수강생에게 ‘운동 하죠? 운동 뭐하러 해요? 쇳덩이 들었다 놨다 하는 거, 그거 마음에 그 부분에 대한 치유를 위해서 하게 되는 거지 진짜 몸 때문에 하는 거 아니거든요. 마음 치유가 먼저예요.’라고 하던데, 거기 있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전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러는 넌 그럼 등산 왜 하냐? 너부터 마음 치유나 하지’라고.

‘내가 먹고 사는 것’에 다리 하나를 두고, ‘내가 어떻게 살지’에 또 다리 하나를 두자구요. 그게 잘 되면, 남들이 가타부타 하는 얘기 전부 다 필요 없어요. 이 연애 매뉴얼 역시 그쪽이 두 다리로 서서 사랑하는 사람과 햄볶으며 살게 될 때엔, 이런 연애매뉴얼 따위는 필요 없거든요. 그런 날은 기대하고 기대는 삶을 떨쳐 낸 후엔 금방 오니까, 몽상가인 척 하는 사기꾼에게 휘둘렸던 건 흑역사로 정리해두고 넘어 갑시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유형의 연애를 ‘첫 연애’로 경험한 대원들은, 저 지점들에 대해 엄청나게 민감해져 어려움을 겪거나, 저렇게 볼 것 못 볼 것 다 보며 막장까지 경험하는 게 진짜 사랑이라 생각해 다음에도 비슷한 사람을 만나거나, 다른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기도 하는데 내겐 연애라는 게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가 하며 침전하곤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요리하다가 냄비 하나 태워먹은 것과 집을 완전 전소시킨 건 분명 다르기에, 그 충격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자.

 

아직 끝난 것보다 남은 게 훨씬 많고, 어딘가가 망가지거나 잘못된 것도 아니며, 지금을 살아가기에 너무 과도한 오점을 과거에 남긴 것도 아니라는 얘기 역시 해주고 싶다.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상대는 오늘도 자신이 로맨티스트인양, 철학자인양, 구원자인양 또 어딘가에서 썰을 풀고 포석을 놓고 있을 텐데, 왜 ‘피해자’인 이쪽이 그 연애의 모든 폐기물을 다 짊어진 채 폐허에 머물고 있어야 하는가. 그거 거기다 다 놓고 걸어 나간다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 없으며, 거기서 나와야 상쾌하고 유쾌한 인생의 1막이 새로 시작되는 법이니, 내게 구구절절 적어 보낸 신청서를 마지막으로 그 관계에선 완전히 탈출하길 바란다. 시원한 바람이 몸을 훅 스치고 지나갈 때 느껴지는 그 마음, 그 마음으로 오늘 새 날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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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을 드디어 샀는데, 메인보드에 문제가 있네. 내 이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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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2 15: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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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여자들 연애상담해주지마요. 내 경험 한정이지만 저런애들 사랑에 눈알이뒤집혀있어서 뭔 말을 해도 듣고싶은것만듣고 답정너임. 남친이 잘생겼거나 돈을 잘써주거나 밤일을 잘하거나 뭔가 헤어지기싫은 장점이 잇는데 연애상담할땐 그런거 다 빼고 지가 억울한것만 줄창 말함. 듣고 있으면 헤어지라는 결론밖에 안나오게 말하면서 절대로 안헤어짐. 처음에 뭣도모를땐 나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헤어지는게 좋겠다고 위로해주는데 그러다보면 나까지 암생김. 애도 아니고 성인인데 지 팔자 지가 꼬는것도 자기 맘이지 뭐

라즈베리2017.08.22 17: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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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습관적으로 저런 남자들만 골라 만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진짜로 처음이라서, 잘 몰라서 저런 연애를 이어가고 계신 분들도 있을텐데...저런 여자들 이라니 너무 성급한 일반화 같아 보이네요.

!!!2017.08.25 17: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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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감합니다. 4년 내내 그럴거면 헤어져라 했는데도 안 헤어져서 나중에는 네 알아서 하고, 더 이상 내한테 얘기말라 고 했어요. 사람 말 귓등으로 안 드고 계속 징징대다가 갈아탈 남자 나타나니 그제야 헤어지더군요. 새로 사귄 남자친구도 계속 뒷담화하며 헤어질까? 이러는 것보고 얘는 평생 이 애기 하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겨서 앞으로 남자 얘기는 하지 말라 그랬어요. 도대체 왜 그러는지.....

민민2017.08.31 09: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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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한님 글 도움으로 저 위의 관계에서 벗어난 사람인데요.
제가 무한님 글에 행동을 바꾼 이유는 무한님이 부러워서,
였어요 글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여유 부터해서 여러 글들 읽다보니 세상엔 꽃밭도 있는데 왜 이런 시궁창에서 뒹굴고 있나 싶어서 직장도 바꾸고 지역도 옮겼어요. 혼자가 죽도록 싫어서 이미 박제된 그 남자와의 좋았던 순간에 메달렸는데 얼마간 힘들더라도 솔로의 시간이 길더라도 견뎌서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되돌려야지 싶더라고요.
언에듀케이션 영화도 생각나고 요즘 읽고 있는 소설에도 잘생긴 범죄자한테 얻어맞고도 못헤어나는 심약한 여자가 나오던데요,, 항상 지인들은 만류하는데 그 남자품으로 돌아가죠 지인들은 속터지고..휴
황폐화된 삶의 무미건조함보단 독묻은 꿀을 택하게 되는것 같아요..스스로 삶을 일으킬 동기를 찾을 때까진요

2017.08.22 17: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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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첫연애는 제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진심어린 글에 감동받았어요 하트도 꾹 누르고 갑니당!

메인보드 ㅠㅠ 중고나라 판매자인가요? 그렇다면 정말 양심 없는 판매자네요! ㅠㅠ 뒤로 넘어져서 코 깨져라

희서니2017.08.22 17: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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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말 잘 읽고 갑니다. "'내가 먹고 사는 것'에 다리 하나를 두고 '내가 어떻게 살 지'에 또 다리 하나를 두자"는 문장은 두고두고 되새기고 싶은 말이네요.

메인보드 우짜신대요 교체하셔야 하는건가.. 잘 해결하시고 벅찬 마음으로 즐거운 사진 생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화면속에 자리잡을 풍경들,
새로운 만남들이 기대되는 하루입니다.

글 감사합니다.

신기하네요2017.08.22 2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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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여유를 그토록 강조하시는 무한님.
정작 무한님은 폰 하나 여유있게 못 사서 몇일이나 중고장터를 뒤적거리시나요?
참 아이러니로군요 .

ㅁㄴㅇㄹ2017.08.22 21: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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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때 이후로 이런 식의 흥미로운 덧글들이 많이 보이는군요
각종 구매 사이트에서 최저가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가난해서 그런건 아니란 팩트 하나만 놓고 가겠습니다

❤️2017.08.22 21: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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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부모가 최저가 구내식당하고 마트 찾아다니면서 아낀 돈으로 스마트폰 사줬더니 자식은 이런 댓글이나 다네.

무한™2017.08.22 2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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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댓글엔 답글을 달지 말아주세요.

WSB2017.08.22 22: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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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댓을 달면 또 전쟁이 될테니 신기하네요님 보세요.
저도 경제적 여유 충분히 있어요. 해외에서 혼자 삽니다. 야근 하나 없이 9-5에 상사들 갈굼도 없고 널널한 일이라 근무중 따로 공부도 하면서 연봉 5천 이상 받아요.
근데 옷 진짜 이쁜거 아니면 20불 이상은 안사고, 신발도 50% 세일해서 30불 이하면 사요. (사실 요즘 중국 인터넷 쇼핑-타오바오나 알리익스프레스-에 빠졌어요.. 진짜 싸요 ㅋㅋㅋㅋㅋ 퀄리티는 복불복이지만)
장도 정말 필요한거만 보고, 기계쪽은 관심이 없어 디카 DSLR 이런거 하나도 없고 폰도 근 10년전에 나온 블랙베리 씁니다.
원래 아이폰 쓰다가 바꾼건데, 핸드폰 기능들 다 쓰지도 않는데 800불 주고 새 폰 사려니 너무 아까워서 90불짜리 블랙베리 사서 카톡, 전화, 인터넷만 하며 잘 쓰고 있어요.
그래도 정말 필요하기에 맥북 최신형 하나 지르고 애플용 모니터도 하나 질렀고요. 그래도 제가 경제적 여유가 없는건가요?
사실 이렇게만 해도 자잘한 돈이 많이 나가 저축은 좀 힘든 상태긴 해요. 근데 진짜 저축하는분들은 정말 하나하나 다 따져가며 저보다 훨씬 더 아끼시더이다.
그리고 님 돈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세요.ㅋㅋ 보태주고나 말하시죠.ㅎ

이 글에 나오는 세가지 연애를 저는 항상 했는데요.. 결론은 자존감의 문제더라고요. 자존감 정말 중요해요.
머리로는 벗어나야하는거 아는데, 벗어나질 못했죠..... 나는 그사람이 내 전부였으니까. 나 자신은 이미 버린지 오래였고요.
사람이란게 참 간사해서 사실 조언을 구할때도 보면 답은 정해져있어요.ㅋㅋㅋ 특히 연애 관련해서는 안듣죠 ㅋㅋㅋ..
저 상황들에 계신 분들, 다 시간 지나면 알게 될것이예요... 그렇지만 무한님의 매뉴얼을 보시고 조금이라도 빨리 빠져나오시길!!

대단2017.08.23 00: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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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글을 볼때마다 느끼는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 어떻게 이렇게까지 진심어린 이야기를 해줄까 싶어요. 저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이정도의 관심과 애정을 못 줄때가 많은 것 같은데 무한님은 참 마음이 넓고 그릇이 큰 분인 것 같아요. 자칭 사랑꾼에 연애예찬론자라 노멀로그는 거의 오년넘게 재밌게 읽고 있는데, 처음에는 무한님의 글솜씨와 재치, 유머 같은것에 놀랐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무한님의 진심에 감명받습니다. 애인에게 집중했던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이 많이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래오래 좋은 글 써주시고 항상 행복하셔서 지금처럼 남들에게 나눠줄 사랑이 많은 분으로 남아주시길!

글쎄2017.08.23 09: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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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무한님 늘 감사해요~~

새우튀김2017.08.23 02: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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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의 새우튀김에게 이 글을

Rabbit2017.08.23 02: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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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한 분, 무한님
무한님 덕분에 살아날 힘을 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뭐사셨나알겠네요2017.08.23 04: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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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V10사셨군요 99%정도 확신합니다

J2017.08.23 06: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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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 이야기 패턴 예시 세가지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위에 여행 1박 조르는거 등등 다 제 전남친이 하던 이야기를 그대로 갖다 옮겨놓은듯..
저 같은 경우는 스킨십 진도를 꽤 오래 망설였는데 저런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어요. 정말 많이 시달렸죠.
그런데 전남친 입장에서 생각하면 스킨십이 느린 저도 문제가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저런 이야기를 한건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간에 다른 분들은 빨리 알아차리고 저렇게 스킨십으로 힘들어질 연애는 안하셨으면 좋겠어요ㅠ 저는 아직 무한님 글을 읽어도 헷갈리네요.
이래서 첫 연애가 중요한가봐요.

Yul2017.08.23 08: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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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킨십이 느리다거나 그런 내가 문제라는 느낌이 든다면 이미 상대의 수작에 말려들어간 겁니다...당신에게 해로운 생각에서는 이제 그만 벗어나실 수 있길 바라요!

아민이2017.08.23 07: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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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네.
쓰레기지.
무서운 쓰레기다. ㄷ ㄷ ㄷ

Uy2017.08.23 10: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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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기...

도롱2017.08.23 11: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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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런 연애를 하지 않았지만, 가족 중에 비슷한 분이 계셔서 십분 이해합니다.
자존감 도둑들이죠.

도롱2017.08.23 11: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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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래오래 기다린 폰이 왜..ㅠㅜ
판매자 혼나야겟네요..ㅡㅡ^

밀크티2017.08.23 13: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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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이십이다 엄지척!

거북이 등짣2017.08.23 17: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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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궁 폰이 말썽이라니 너무 속상하네요 ㅠㅠ
그리고 저의 첫 남친이 조금씩 고루 가지고 있던 성향이라서 신기하네요 ㅎㅎ
모두의 첫 연애라 저렇진 않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거기서 나와보면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답니다!!
그게 내 애인은 아닌게 함정이지만...ㅋㅋ

바람2017.08.23 17: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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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프로토닥러(?)라서 토닥토닥을 시전하고 싶었으나 무한님의 만류에 글을 그냥 남깁니다.
진지먹고 말씀드리자면 불쌍한 분들을 말투와 내용이 화난다고 몰아세우지 말아주세요.
그래봐야 댓글전쟁으로 노멀로그가 난잡해 지기만 합니다.
이래저래 힘드셔서 날을 세우신 분들이 정말 신경쓰이신다면 토닥토닥을 시전해주시는 것이 오히려 좋은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모두 즐겁게 살자구요!

사막에사는선인장2017.08.23 18: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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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의 따뜻하고 지혜로운 글에 감탄하고갑니다

김민2017.08.24 22: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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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제 사연인 것 같은데요.. 정성스런 글 감사합니다.
이 사연읽기 전에 이미 많은 무한님들의 글을 읽었고,
군데군데 제게 필요한 얘기들을 취해서 버팀목 삼고 있었어요.
덕분에 퍼붓고 싸우고 싶거나 감정이 울컥할 때마다 어찌어찌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너무 억울해서, 조목조목 짚어서 상대방에게 사과를 받아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불안정해질 땐 그런 마음이 들어요. 나도 상대에게 보복하고 굴복시키고 싶은 마음.
그렇게 살지 말라고 설교하고 싶은 마음.
긴 시행착오 끝에, 피아 구분 안 되는, 상대가 나고 나가 상대인 듯한 혼란과는 꽤 거리를 두게 된 것 같은데요. 속에 피멍이 든 것 같은 욱씬거림은 아직 남아있어요.
여전히 상대는 자기는 내게 시혜를 베풀었고 나만 좁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불쾌할 때도 있고요.
연애는 둘이서 하는 거고 같이여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꼭 물질이 아니더라도 감정적인 것까지..) 나만 오롯이 받을리가 없는데도.
전 의식적으로는 상대와 끊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많은 것들을 바꾸었어요. 지역도 바꾸고 취직 준비 중이네요.
언젠가 무한님께서 다른 글에서 쓰신, 연애의 막장을 경험한 이들은 그 다음 연애는 좀 더 잘 풀린다는(아니 좀 더 근사한 표현이었는데 생각이 안나요.ㅎ) 그 말이 제게도 해당되었음 좋겠어요.
정성스런 답변 감사합니다.(근데 은근 이런 케이스 많은 듯하여 제 사연아니고 딴분 사연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뒤늦게 들었는데요. 뭐어때요.ㅎㅎ 저도 굉장히 흡사한 일을 겪었거든요. 헤어나는 중이구요.)

ㅁㄴㅇㄹ2017.08.27 11: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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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입니다

민민2017.09.01 10: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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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일년 반쯤 되니까 겨우 안정이 되고, 제 주변 사람들, 하늘, 풍경, 공기,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이 차츰 돌아오기 시작하더군요.
문득문득 해방감을 느껴요. 저녁에 산책하면서 저녁노을 보다가 갑자기 너무 자유롭고 세상은 가능성으로 반짝이는 것 같아 벅차오를 때도 있고요.
당장 나는 가진 것이 없고 과거는 상처투성이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하고 싶은 사람인지 깨달아가는 과정 중에 있고
예전처럼 누군가 나를 즐겁게 해주고 꺼내주길 마냥 기다리지 말고 그때그때 내가 할 수 있는거를 하면서 나 자신을 내 이상형으로 빚자, 뭐 이런 건설적인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그 남자와의 연애도 아닌 연애, 갑갑하고 숨막히고 가라앉는 난파선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외롭고 아프고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던 시절에
시작되어서 마치 세상에 단둘만 남겨진 듯한 느낌이었어서 오랫동안 놓지 못했어요.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나와 비슷한 상처가 있는듯이 느껴지고 많이 외로워보이고 그래서 애틋하기도 만만하기도 했던 상대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관계를 끝내고나니까
역시 내가 좋아할 수 있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 만나야겠구나 싶었어요.
이 남자도 어느 순간 너무 사랑스러웠고 정도 들었지만 존중이 결여된 관계였거든요.
그래서 결국 뭔가 가족같고 밀착은 되었는데 자꾸 불만스럽고 어긋나버렸어요.
남자가 내게 불러 일으키는 죄책감, 원망, 자기는 우월하고 나에겐 은혜를 베푼다는 프레임에서
이제야 나올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반박하고 화내고 원망하는 대신 그의 존재 자체를 그릇된 것으로 치부하고 미워하는 대신
그가 그런 삶을 살듯 나는 나와 맞는 방식의 삶을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살면 그가 필요하지 않아요.
누군가에게 들어붙어서 사랑타령하고 우쭈쭈해주는 대로 귀엽게 있는 건 이제 됐어요.
상대에게 모든 결정권이 있는 관계 피곤하고 짜증나요.

날도 쌀쌀해져가고 문득 과거생각이 불쑥 떠올라 울렁거리면서도 그 과거와 등지고 여기로 떠나왔다는게 참 다행이고 홀가분하다 싶어요.
근데 장황한 글을 쓰고나니 살짝 부끄럽네요.

그림2017.10.01 12: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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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반만에 어떻게 빠져나오셨나요? 어떤 노력들을 하셨나요?

초코2017.09.17 0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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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제 상황인지..어쩌다 무한님 글을 3개월 전부터 보게되었네요.. 저는 헤어진지 몇일 밖엔 되지않아 아직도 시행착오였는데..
중간에 "대게 이런사람들은 철학에 대해 얘기하지만 직업이 없고....등등 그 단락에서 완전히 저는 KO 당한거 같네요..휴..감사합니다! 제가 정말 정신이 나갔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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