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보기  댓글쓰기
택배기사분들의 센스에 관해서는 이미 웹 여기저기에 이야기들이 퍼져있다. 특히 내가 가장 재미있게 봤던 내용은 아래 이미지로 첨부하는 택배기사와 어느 학생의 문자다.







사실, 이야기를 반 정도 짜 놓았던 소설이 있는데, 택배기사가 주인공인 본격 추리 스릴러(응?) 물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소설을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 : 야, 이거 대박이야. 잘 들어봐. 어느 아파트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노후된 아파트라 CCTV가 있을 턱이 없어. 사건은 아무런 실마리도 없이 흘러간단 말이야.

친구 : 요즘은 웬만하면 용의자 파악하지 않나?

무한 : 아냐, 못 파악한거야. 음.. 파악했다고 해도 한 삼십대? 그정도의 남자라는 것만 밝혀진거지.

친구 : 그래서?

무한 : 근데 택배기사가 그 연쇄살인이 자신이 담당하는 아파트에서 일어났다는 걸 알고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피해자들의 집을 알아보니, 이상하게도 자신이 방문했던 집들이라는 걸 알아차려.

친구 : 오호.. 택배에 뭔 장치가 되어 있었나?

무한 :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 피해자 중에서 마침 택배를 받을 수가 없으니까 1층 자전거 바구니 안에다가 물건을 넣어 달라고 부탁했던게 생각나.

친구 : 그 물건이 아직 있는거군.

무한 : 응. 혹시나 하고 가 봤더니 이상하게 가볍다고 생각했던 그 박스가 있는거야. 아직 주인이 못 찾아간거지.

친구 :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데?

무한 : 집에와서 그 상자를 받고 고민해. 혹시나 이 상자를 열었다가, 안에 이상한게 들어있어서 자신도 죽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되고, 그러다가 이 상자의 원래 주인은 상자를 열어보지 않았는데 죽었다는 걸 생각해 내지. 그리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친구 : 뭔데? 뭐 들었어?

무한 : 국화야. 다 시들었지. 이 택배기사는 소름이 돋았어.

친구 : 죽음의 암시 같은건가? 그 다음엔?

무한 : 아직 그 다음은 생각중이야. 여러 스토리가 있는데, 뭐가 좋을지 모르겠어.

친구 : 그럼 범인은 누군데?

무한 : 범인은 택배기사야.

친구 : 뭐야 ㅡ.ㅡ; 택배기사가 왜 죽여?

무한 : 그래서 고민이야. 죽일 이유가 없어. ㅅㅂ

친구 : ... 근데, 그 비슷한 얘기 나 알어.

무한 : 뭔데?

친구 : 옛날에 진실 혹은 거짓 이었나? 거기서 나왔던 건데, 외국 어느 나라에서 우체부가 맨날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가, 자기한테 '좋은하루 되세요' 였나? 아무튼 뭔가 그 조용한 일상을 깨는 물음을 하던가 인사를 건네면 그 사람을 죽여. 무슨 효과라든가? 무슨 병 같은 거였는데 기억은 잘 안난다...

무한 : 아.. 그래? 그럼 누가 범인으로 하지? 형사가? 아니야. 형사가 죽일 이유가 없지. 경비아저씨? 아니야 경비 아저씨도 너무 뻔해. 그냥 싸이코패스? 그럼 너무 허무하잖아. ㅅㅂ 일주일을 고민해도 답이 안나네.. 그냥 딴거 써야겠다. 아, 딴 얘기도 있어. 이번에는 모텔 얘기인데......



택배기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다음날, 차가운 농촌남자답게 늦잠을 즐기고 있을 때, 이른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

무한 - "여보세요?"

남자 -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아요?"

무한 - "아.. 꿈 속에서 날개옷을 훔치던 중이라.. 근데 누구세요?"

남자 - "택배에요. 11시에 집에 계시죠?"

무한 - "네..."


요쿠르트를 다 마시고 난 다음 혀에 남아있는 무언가처럼 찐득한 목소리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상대는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나에게 짜증을 내고 있던게 아닌가.

'이따가 찾아오면 복수를 해 주겠어'

하지만 괄약근에 힘을 주며 했던 다짐은 그 택배기사를 보는 순간 거짓말처럼 잊혀졌다. 초인종을 놔두고 문을 두드리는 그 소리부터 보통의 택배기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오른팔에는 담배로 지진듯 여러개의 흉터가 자리잡고 있었고, 왼팔 팔뚝에는 한문인지 한글인지 모를 문신을 보는 순간 내 심장은 얼어 붙었다.

'서..설마.. 내 소설속에 나오는...'

잠깐의 침묵이 흘렀을 때, 나는 재빨리 신발장에 있는 우산과 나의 거리를 계산했다. 그리곤 그가 만약 흉기라도 빼 낸다면 내가 우산을 들어 반격을 할 수 있는 시간도 계산했다. 바로 그때, 그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남자 - "물 좀 주세요."

무한 - "네?"

남자 - "물 좀 달라고요." 

무한 - "아.. 물이요. 잠시만요."



부엌으로 걸어가며 티비에 반사되는 그의 모습을 살폈다. 다행히도 그는 나를 따라 오거나 뭔갈 꺼내는 것 같지 않았다. 들고있는 PDA만 만지작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물을 가져다주자, 그는 숨도 쉬지 않고 한번에 들이켰다. 그리곤 잘마셨다는 말도 없이 빈 컵을 내게 내밀며 말했다.

"무한 씨죠?"

'이 사람 날 알고있어....택배 기사가 아니야..'

온라인상에서 닉네임으로 쓰고 있는 '무한'이라는 말을 택배기사가 알리 없었다. 그러므로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택배기사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난 용기를 내어 말했다.

무한 - "절 아시는 분인 것 같군요."

남자 - "네?"

무한 - "제가 무한이라는 걸 어떻게 아셨죠?"

남자 - "하하.. 참..나.."


남자는 긴장한 듯 다음 말을 못 잇고 있었다. 정체가 드러난 마당에 무슨 짓을 할 지 몰라 나는 다시 우산쪽으로 그가 눈치 못 채도록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 써있잖아요"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상자 위에는 '받는사람 무한님' 이라고 써 있었다.

무한 - "아...."

남자 - "이름이 무한이에요?"

무한 - "아니요.."

남자 - "앞으론 무한이라고 쓰지 말고 본명을 쓰세요. 싸인 할때 복잡하니까요"

무한 - "네..."

남자 - "무한이 뭐에요. 무한도전도 아니고.."

무한 - "......"



무한도전도 아니고,
무한도전도 아니고,

무한도전도 아니고......OTL

괄약근에 힘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이미 그 남자는 나에게 상자를 건네어주고 다시 계단을 내려가려 하고 있었다. 궁금하면 밤에 잠을 못자는 까닭에 그 팔뚝에 있는 문신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그리곤 용기를 내어 그를 불렀다.

무한 - "저기요.."

남자 - "왜요?"

무한 - "죄송한데.. 그 팔에 뭐라고 적힌 거에요?"

남자 - "이거요? 좌우명이에요."

무한 - "아.. 어느 나라 말로 쓰신거에요?"

남자 - "한글 이잖아요"

무한 - "......"


도저히 한글로 보이지 않는 그 문자에 대해 다음 할 말을 못 잇고 있을 때, 그남자가 고개를 돌려 다시 계단을 내려가며 대답했다.

"술먹고 거울보면서 새겼더니. 거꾸로 되서 그래요."

'......'

멍하니 서 있다가 허무한 심리전이 끝났다는 걸 알았다. 상자안의 내용물은 다행히도 국화꽃이 아닌, 노멀로그 애독자 뚱스뚱스님이 보내주신 사슴벌레 젤리였다.

키우던 장풍이가 즉사해서
남아있는 젤리들을 보냅니다.
사슴벌레들 잘 먹이시고,
무한님도 잘 드시고...(응?)


"뚱스뚱스님 감사합니다. 원하시면 제가 장풍이 애벌레라도..."

생각해보니 사슴벌레이야기를 업데이트 안한지도 꽤 오래 되었다. 이미 톱사,애사,넓사 모두 애벌레들은 2령까지 커 버렸고, 불임(응?)인 줄 알았던 장수풍뎅이부부도 벌써 새끼손가락 만해진 애벌레를 보여주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좀 더 분발해야겠다.




▲ 무한의 작가지망생(이라고 쓰고 백수라고 읽는다)으로 살기 이야기가 괜춘하시면 손가락 버튼을 눌러서 추천해주세요. 로그인도 필요없고 추천은 무료입니다.



<연관글>

내 닉은 무한, 내 얘기좀 들어볼래?
내 차를 털어간 꼬꼬마에게 보내는 글
회사밥을 먹다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같이 지내실분, 이라는 구인광고에 낚이다
군대 포경수술, 세번이나 재수술한 까닭은?


<추천글>

연애하기 위해 버려야 하는 것들 (남성전용)
남자가 연애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것들
좋은 오빠동생 사이를 연인으로 바꾸는 방법
연애를 못하는게 당연한 세가지 이유
미니홈피가 당신의 연애를 망친다


이전 댓글 더보기

Estelle2009.09.03 21:5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웃고 갑니다 ㅋㅋㅋㅋ

휴학남2009.09.03 22:1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사소한일이 어떻게 이런 재미있는 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작은마녀2009.09.03 22:3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오랜만에 댓글 남기네요....
ㅋㅋㅋㅋ 택배하시는분들도 장난아니시네요....
추적해서 찾아서 물건을 전달해야 하니.....ㅋㅋㅋㅋ
택배기사가 추적하는쪽이면 어떨까요???

나비세마리2009.09.03 23:5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 그 소설 내용이 참 좋네요.제가 한번 가져다가 써봐도 될까요?ㅋㅋㅋ

무한™2009.09.04 02:0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디스 한보루와 교환하겠습니다 (응?)

냥이2009.09.04 00:2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받는 사람에 닉네임을 섰다고 툴툴거리는 택배아저씨라니...카페 특성상 우체국택배를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실명을 안 쓰고 닉네임을 써도 아무 말 없이 보내주고 아무말없이 배달해주더군요.(제 카페 닉네임으로 받은 물건이 4~5개는 됩니다. 닉네임으로 보낸적도 한번있고...)

존나쎄팬2009.09.04 09:0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간만에 남기는 댓글.^^


은근 사슴벌레 얘기도 기대된다는...
저도 요즘 건담이 밀려서 귀차나 진다는.ㅠ

Y양2009.09.04 09:4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 오늘아침도 웃고 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위소녀2009.09.04 13:4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술먹고 거울보고 새겨서 그래요"아니... 본인이 직접 작업했단거져? 왠지 깨진 거울에 사시미칼로 작업하는 한남자의 뒷모습이 상상되네요 ㅡ,.ㅜ

이름이동기2009.09.04 14:0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도 어떤 택배기사 님이

" 아니 , 이집은 뭐 이리 택배가 자주와요 ? 전쟁 날까봐 사재기해요 ? "

했던 적이 있었어요 ㅋㅋㅋ

사재기 ... 사재기 ... 사재기 ...

나초큼2009.09.04 15:5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헐...울 회사사람이 제가 쓴 댓글을 봤어여 ㅠ.ㅠ
역시 무한님 인기짱 ㅠ.ㅠ

비코프2009.09.04 16:4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도전ㅋㅋㅋㅋㅋㅋ
너무 우끼네요^0^*

잘보고갑니다.
(살짝 트랙백 걸고 갈께요(__)(^^))

EYQREKKL2009.09.04 19:5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오래간만에 댓글남겨요
택시 기사로 읽고
그래 길 찾는 거 가지고 심리전 하는 거 불편하지
이런 생각을 했다는... 풉ㅋ

Ol크2009.09.04 22:5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재밌게 읽고 갑니다..
무한도전도 아니고 ㅋㅋㅋㅋㅋ

2009.09.05 01:3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술먹고 거울보면서 새겼더니. 거꾸로 되서 그래요.' 에서
허걱!

ㅋㅋㅋ 묘한 심리전이 잘 나타나있네요. ㅋㅋ

L모양2009.09.05 09:3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헉...
저도 처음 무한님 닉들었을때..
무한도전 생각했는데......
ㅋㅋㅋㅋ....찔리네요....

2009.09.06 00:2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도전도 아니고

날개2009.09.07 10:3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ㅋㅋ
저런 택배기사 아저씨 만나고 싶군요 ㅋ
무한 도전도 아니고..
완전 센스쟁이

해물파전2009.09.07 12:5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전 왜 택시기사로 읽고 들어온 것일까요;;
(난독증초기인가;;)

Draco2009.09.08 16:2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잘 읽고 갑니다. ㅋㅋㅋㅋ
너무 웃었어요. 스릴러나 미스테리 쓰지 마시고 코믹물을 쓰세요.

디자이너킴2011.10.24 12:4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 예전에도 읽었었는데 또 읽어보니깐 한 만화가 생각나요!
무한님의 택배기사 본격 추리 스릴러 내용과 거의 비슷한 웹툰이 있더라구요!
혹시 무한님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서 쓴 건 아닌지..?
택배기사가 마지막에 범인이라는 것도 같아요!
네이버웹툰 [스토커-by 단우]에요!

댓글은 무료로(응?), 별도의 가입이나 로그인 필요 없이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사연은 공지(클릭)를 읽으신 후 신청서에 적어 메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