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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회식과 맞선 문제로 헤어졌는데, 다시 만날 방법 없을까요?

by 무한 2017. 11. 2.

그러니까 지희씨의 남친이 분노한 건

 

-대체 어떻게, 나랑 연애중이면서 맞선을 보러 나갈 수 있는가?

 

라는 지점인데, 그것만 놓고 보면 이쪽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총체적 실망을 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둘의 경우에서처럼 비밀연애하며 사귀는 거 오픈하자 해도 싫다고 하고, 둘 다 이십대를 벗어난 지도 한참 지났는데 미래에 대한 아무 기약 없이 만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희씨의 남친처럼, 자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도 하지 않으면서, 상대는 굳건하고 변함없으며 모든 걸 알아서 해결해 낸 후 ‘남친 바라기’로 있길 바라는 건 욕심이며 이기적인 태도 아닌가.

 

회식과 맞선 문제로 헤어졌는데, 다시 만날 방법 없을까요?

 

 

그는 지희씨가 맞선 자리에 나간 게 용서할 수 없는 배신이자 배반인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지희씨가 호소도 하고 부탁도 하던 순간에 가만히만 있어선 안 되는 것 아니었을까?

 

맞선 문제가 있기 전, 회식으로 인한 지희씨의 음주와 늦은 귀가에 대해서도 그는 계속 단속하고 지적하는 태도를 보이다, 세 번 정도 헤어지자고 한 적이 있다. 연인의 생활패턴을 쭉 지켜보다

 

‘결혼해서도 저런 패턴이 지속된다면 그 결혼생활은 안 봐도 뻔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건, 뭐 그럴 수 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매일이나 매주 그러는 것도 아니고 피할 수 없는 회식자리에서의 음주까지를 지적하는 것이 난 솔직히 과하다는 생각이 들며, 회식 날 술 마시고 귀가가 늦었다는 것으로 ‘너 알콜중독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이별통보까지 해버리는 것이 난 결코 연인으로서의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연인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 그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며 같이 답을 구해보기 마련인데, 그는 그런 상황이 생길 경우 수동적이지만 권위적이기도 한 태도를 보이며 ‘심사’를 시작한다. 연인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함께 해결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멈춘 채 ‘너 어떻게 하나 보겠다’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난 지희씨에게, 저런 태도를 보이다 결국 이별통보를 하고, 이후 모든 연락에 무응답으로 답하며 마주쳐도 투명인간 취급하는 상대가 정말 ‘다시 만나야 할 좋은 사람’이 맞을지를,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희씨는 상대의 저런 태도에 대해 그저

 

-이성적이며 차가운 것.

 

이라고 말하는데, 난 그걸

 

-수동 권위적이며 심사만 하려 드는 것.

 

이라 생각하니 말이다.

 

 

또 상대의 애정이, 지희씨가 상대의 말을 잘 들으며 상대가 하고 싶어 하는 연애를 할 때에만 베풀어졌던 건 아닌지에 대해서도 돌아봤으면 한다. 연인은 애완동물이 아니라서 ‘내가 먹이를 주고 돌봐줄 테니, 넌 내 말 잘 듣고 늘 충성해라’할 수 없는 것인데, 그가 연애에 임했던 태도를 보면 자기 손바닥 위에 있을 때에는 예쁘다 예쁘다 해주지만,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대화고 뭐고 다 네 잘못이니 유기하겠다는 위협부터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좋을 땐 좋았다며 앞으로 더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제발 다시 받아달라고 하기에 앞서, 그런 상대와의 미래가 정말 핑크빛이 맞을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이별통보’가 결혼 후엔 ‘이혼통보’일 수 있는데, 자신이 바라는 연인의 모습과 조금이라도 다를 경우 이별통보를 하고 투명인간 취급하는 사람과 정말 잘 살 수 있을까? 그에게 종속된 채 그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문제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붙잡아 함께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일까?

 

바라는 조건-그러니까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종교 같고, 군필이고, 가정 화목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아도 어렵지 않고 등의 조건-들을 상대가 다 갖췄으며, 때문에 이 정도의 사람과 만나면 이후 결혼생활의 큰 굴곡은 없겠다 싶어 어떻게든 재회를 해보려 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중고차를 고를 때에도 내게 맞고 내가 잘 몰 수 있는 차를 골라야지, ‘주행거리 얼마 안 되는 무사고 차량’이라는 것만 보며 출퇴근용으로 1톤 트럭을 골라선 안 되는 것 아닌가. 1톤 트럭은 1톤 트럭대로 필요한 사람이 있을 테니 그 사람 타라고 두고, 우리는 잘 맞는 차를 다시 찾아보자. 다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실 타기에도 불편한데 ‘조건에 맞는 차’라는 것 때문에 이사도 가고 직업도 바꿔가며 차에 맞춰 살 필요는 없는 거라는 걸 지희씨도 깨닫게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사귀는 거 쉬쉬해야 하고, 상대의 스케줄에 따라 만나야 하며, 상대가 바라는 대로 행동해야 하고, 연애한다는 걸 부모님께 공개하는 것에도 반대하는 사람에 대한 미련은, 오늘 여기서 내려놓기로 하자. 다시 만나 또 그렇게 고립된 채 숨어서 해야 하는 연애를 견뎌낸다고 해서

 

-자, 지금까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다 오픈하고 축복받는 행복한 연애 모드가 시작됩니다.

 

라며 모든 게 한 번에 저절로 해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대부분의 경우 지켜야 할 룰은 더 많아지고, 이전에 없던 조건들이 붙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해준 게 최선인데 뭘 더 바라냐는 이야기가 돌아오곤 하니, 고생 끝에 골병들지 말고 ‘내 사정을 이해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과 만나 행복한 연애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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