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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 고기와 순대 찍어 먹는 소스 만들기

by 무한 2018. 4. 30.

뜬금없이 순댓국이라니,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이게 다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늘은, 어제 집들이 갔다가 너무 달린 까닭에 글자가 또렷하게 보이지도 않고, 마침 속 풀러 갔다가

 

‘오, 이걸 알려주면 분명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하는 게 떠올라 찍어온 사진도 있고 해서, 이렇게 ‘순댓국 고기와 순대 찍어 먹는 소스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 소스로 말할 것 같으면 나도 K씨(42세, 무직)에게 전수 받은 것으로, 나와 함께 순댓국을 먹어본 적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이 소스 없이는 순댓국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이건 혁신이다. 순댓국을 1.5배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너무 맛있어서 소스만 퍼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잘 어울린다.”

 

등의 찬사를 보냈다. 순댓국집에서 이 소스를 슥슥 제조하고 있으면 다른 테이블 손님들의 궁금함 가득한 시선이 집중되며, 순댓국집을 20년 운영하셨다는 사장님도 ‘그게 대체 뭐냐’며 흥미를 보이시곤 한다. 소스 제조방법은 나랑 순댓국 같이 먹으러 갈 정도로 친한 사람들에게만 알려주는 노하우인데, 오늘은 연애매뉴얼을 쓸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니 이 노하우 공개로 대신할까 한다. 출발해 보자.

 

 

 

흔히 ‘다대기’라 부르는 다진 양념을 2티스푼 정도 접시에 던다. 다진 양념은 순댓국집 별로 차이가 있긴 한데, 경험상 건더기가 큼직하게 들어있는 양념일수록 맛있었다. 건더기가 눈에 띄지 않는 다진 양념의 경우 그냥 맨 고춧가루 맛이 많이 나니, 그런 양념으로는 이 소스를 만들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다진 양념 위에, 들깻가루를 또 두 스푼 넣는다. 들깻가루를 퍼담는 스푼은 티스푼보다는 좀 더 큰데, 일반적인 크기의 아빠숟갈을 사용한다면 한 스푼 가득 담으면 되겠다.

 

 

 

그 위에 새우젓을 한 티스푼 정도 넣는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새우젓 국물이 어마무시하게 짠 집이 있다는 것. 그래서 되도록, 새우만 골라내 반 티스푼 정도 넣어보고, 나중에 맛을 보며 조금씩 추가하는 게 좋다.

 

 

 

고추기름도 살짝 둘러준다. 고추기름이 무슨 역할을 하는 건진 솔직히 모르겠다. 내게 이 소스를 전수해준 K씨 역시 그냥 뭔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양념은 소금과 후추 빼고 다 넣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것 같다. 어쨌든 고추기름을 넣는다고 크게 문제될 것은 없으니, 넣는다.

 

 

 

거의 다 완성된 소스에, 순댓국 국물을 두 스푼 넣어준다. 바로 직전까지의 과정만을 거친 후 비벼도 되지만, 그럴 경우 잘 비벼지지 않으니 순댓국 국물을 좀 넣어주는 것이다. 국물을 두 스푼 넣었으면, 잘 섞이도록 열심히 비비도록 한다.

 

 

 

소스 완성. 이게 뭐냐고 하실 분, 아니면 비주얼이 좀 꺼림칙하다는 분이 있을 수 있는데, 먹어보면 겉모습만 보고 소스를 판단했다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될 수 있다. 난 매운 걸 조금이라도 먹으면 장트러블로 고생하는 까닭에 넣지 않았는데, 매운 걸 즐기시는 분은 저기에 청양고추를 조금 넣으셔도 괜찮다.

 

 

 

‘이렇게 고기를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는 걸 보여드리려 했는데, 역시나 비주얼이 좀…. 저래 봬도 한 번 찍어 먹어보면, 다음부터는 저 소스 없이 순댓국을 먹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비율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버전의 소스를 만들 수 있다. 우측은 지금까지의 설명대로 만든 소스고, 좌측은 들깻가루를 좀 덜 넣는 대신 쌈장을 살짝 추가하고 청양고추도 넣은 소스다.

 

 

 

 

개인적으로 머릿고기보다 뽈살을 위주로 한 순댓국을 더 선호한다. 고기를 어느 정도 골라 먹고는 밥을 반 공기씩(한 공기를 다 넣으면 국이 식거나 밥이 쉬이 분다) 말아 먹는 게 진리이긴 한데, 요즘은 공깃밥을 빼는 대신 내용물을 좀 더 넣어달라고 해서 먹는다. 당면이 부풀 대로 부푼 순대가 나오는 곳은 좀 오래된 순대를 쓰는 곳이니, 순대 속 당면이 가지런히 각잡힌 곳에서 즐기길 권한다.

 

 

맨날 긴 글만 쓰다가 짧은 글을 쓰려니 뭔가 얘기를 하다 마는 느낌인데, 여하튼 소스 만드는 방법은 저게 전부이니, 순댓국을 먹으러 갈 일이 있을 때 한 번쯤 만들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단, 저렇게 만드는 걸 보고는 눈치를 주는 식당도 있으니, 그런 게 신경 쓰인다면 순댓국이 다 나온 후 사람들의 눈을 피해 후다닥 만들도록 하자. 자 그럼, 다들 식사 맛있게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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